올 겨울 들어 눈다운 눈이 내린 오늘 (2022년 12월 15일) 오랫만에 영화관을 찾았다. 한동안 코로나 사태로 대중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 가기가 두려워 영화관 출입을 극도로 삼가해 왔었다. 하지만 이번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영화를 관람하지 못할 경우 참으로 후회할 것이라는 생각에 근처 극장을 이용했다. 너무나도 유명한 아바타의 속편 <아바타: 물의 길>이었다. 어제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개봉한 영화라고 한다. 한국의 흥행이 세계의 영화 흥행의 바로미터가 되는 모양이다. 얼마전 제임스 카메론 감독과 제작자들이 한국을 찾은 것도 바로 그런 이유일 것이다.
한국 개봉 이틀째에 세계적인 영화를 관람하는 것이 여간 설레이지 않았다. 1975년 대부 속편을 개봉 당일날 명보극장에서 관람한지 무려 47년만에 개봉일에 맞춰 보는 셈이다. 조조 할인의 이득과 조금이라도 사람들이 적은 시간에 보겠다는 생각에 오전 9시반쯤 영화관에 들어섰다. 이른 시간이어서 만석은 아니였지만 그래도 상당한 관객이 자리하고 있었다. 젊은 층보다는 시간적 여유가 있는 노년층이 더 많아 보였다. 그리고 영화는 시작됐다. 3D영화여서 보조 안경이 지급됐다. 영화와 관련된 여러 다양한 리뷰가 쏟아지고 있기에 영화 줄거리보다는 이 제임스 카메론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 어떤 질문과 화두를 관객에게 던지고자 하는가에 조금 집중해 보기로 한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잘 알다시피 1998년 타이타닉을 내놓았으며 그 이후 터미네이터 시리즈로 유명한 감독이다. 그래서인지 터미네이터의 전투장면이나 타이타닉에 나타난 것과 같은 해난 사고 등에 조예가 깊은 감독이라고 나는 생각해 왔다. 그리고 이번 <아바타: 물의 길>은 터미네이터와 타이타닉의 주된 영상을 함께 지닌 그런 모습이 아닌가 생각이 되었다. 물론 엄청난 컴퓨터 그래픽의 대활약으로 파급효과를 극대화했다. 런닝 타임 192분, 3시간 12분이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지만 조금도 방심할 여지를 주지 않는 것도 바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용병술 아니였나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 영화를 통해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무엇을 말하려 했을까. 첫째 가족의 의미였을 것이다. 영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흐르는 의미는 바로 가족의 가치이다. 서양 감독의 입장에서 가족의 의미는 무엇일까. 개인주의가 극성적으로 지배하는 이 세계에서 가족의 의미는 무엇일까. 특히 갈수록 희박해지는 가정에서 아버지의 위치는 무엇일까에 대한 진한 질문을 던진다. "가족을 지킨다. 고로 아버지는 존재한다."는 대사가 여러번 화면에 등장한다. 동양에서도 사라져 가는 가족 그리고 부모 자식간의 의미를 서양 감독이 나서서 부르짖고 있는 것이다.
두번째는 배려와 책임이다. 적이 노리는 핵심 인물이 숨어들어가는 곳은 바로 앞으로의 극심한 전쟁터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숨어 들어간 가족을 숨겨주는 부족은 필히 엄청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그런 위험성을 인지하고도 그들을 받아주는 부족, 그리고 그 부족이 위기에 놓였을때 끝까지 적에게 대응하는 그런 책임의식이 이 영화의 중요한 흐름을 이루고 있다. 부족은 하나의 국가를 의미한다. 지구촌이 지구 공통의 적에 대항해 공조를 이뤄야 한다는 뜻도 내재돼 있다. 자국의 이익만을 위해 이전투구를 벌이는 지구촌의 현 상황을 날카롭게 지적한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또한 판도라라는 행성을 자신들의 탐욕의 해결처로 만들려는 적들의 공격 다시말해 자연을 파괴하는 인간들의 간악한 행동을 처절하게 고발하고 있다.
이 영화는 특히 요즘 우주개발 나아가 우주 정복에 혈안이 돼 있는 미중러일 등의 행동에 일침을 가하고 있다. 우주 정복에 열을 올릴 것이 아니라 소중한 이 지구를 잘 보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강한 의미를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관객들 그리고 강대국들에게 보내고 있는 것이다. 우주보다 오히려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진 해양 자원의 보전과 효율적인 관리가 더욱 절실한 것이 아닌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기후변화와 에너지 그리고 해양보존과 지속 가능성에 관한 관심으로 다양한 환경 운동에 앞장 서는 인물이다. 해양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보유한 그가 광할한 바다를 소재로 어떤 영상미와 의미를 전달하는지는 영화에서 심도있게 표현돼 있다. 나는 3시간 이상 영화를 영화관에서 본 경험이 없다. 중간에 휴식시간이 있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도 했다. 아쉽게도 중간 휴식시간이 없다. 하지만 나이 많은 노년층 관객들이 거의 3시간 반 동안 어느 누구도 화장실을 가기 위해 이석을 하거나 휴대전화 울림소리가 없었다는 것에 정말 경이로움을 느낀다. 그리고 3시간 반 동안 정말 지루할 틈을 주지 않았던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영화 제작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오랫만에 찾은 극장에서 오랫만에 멋진 기분을 느껴 참 좋았다. 영화관을 나서는데 올 겨울들어 눈다운 눈이 펑펑 쏟아지는 광경은 <아바타: 물의 길>의 감흥을 더욱 오랫동안 간직하게 만들었다.
2022년 12월 15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