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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의 《선악의 저편》
프리드리히 니체는 탁월한 지적능력을 바탕으로 문학과 철학을 아우르는 수많은 고전을 집필했다. 니체의 저작에는 일반적인 저서와는 다른 독특함이 있다. 그의 저서는 일관성이 없고, 단편적이며, 독자들로 하여금 충격과 흥분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겉으로만 대강 봐서는 그 함의를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없고, 그가 말하고자 하는 심오한 깊이를 간략하게 정리하기란 쉽지 않다. 또한 이 책에는 여러 사람들에게 상당한 불쾌감을 야기할 수 있는 견해도 포함되어 있고 여러 가지 현상에 대한 다양한 철학적 통찰도 담겨있다. 한때는 이러한 니체의 사상을 파시스트들이 자신들의 지배를 합리화하는 데 활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부 나치주의자들이 니체의 사상을 그들의 이익을 위해 인용한 것은 그의 철학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까닭이다.
니체는 <선악의 피안>에서 근대성의 결점을 진단한 후 인간을 진보시킬 수 있는 사고방식을 피력한다. 그의 목표는 '자유정신'이라 불리는 길을 명확하게 밝히고 이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니체에 따르면 지금까지의 철학자들은 사물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이전까지 수많은 철학자들은 현상을 초월한 객관적 실재, 즉 절대적인 가치의 세계가 있다는 플라톤의 견해에 매몰되어 있다. 그러나 니체는 이러한 실체의 어두운 면을 폭로하고 비판한다.
제목의 함축적 의미
니체는 제목을 통해서 진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선과 악의 도덕적 흑백논리를 초월하여 진정한 도덕의 실체를 인식할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말한다. 니체는 도덕이란 삶의 근본적인 동력, 즉 권력에의 의지의 표현이라고 보았다. 오늘날 사람들이 소중히 여기는 가치는 단순한 동정이나 연민, 인류에 대한 보편적인 사랑 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권력의지의 근원에는 타인을 능가하고 지배하려는 욕구와 원초적인 잔인성이 있다. 니체는 자신의 저서를 통해서 미래의 철학자들이 도덕과 권력의 본질을 깨닫고, 지금까지 쌓아 올린 모든 가치를 재평가할 것이라 전망했다.
권력에의 의지
인간을 움직이게 하는 힘은 무엇인가? 니체에 따르면 권력에의 의지가 바로 모든 인간을 움직이게 만드는 기본적인 동력이다. 사람들은 이 세상에 만연해있는 착취와 억압을 제거하려 한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요소는 지금까지 세계를 구성하고 있던 근본적인 요소이다. 니체는 약자에 대한 강자의 억압을 삶의 본질적인 특징으로 이해한다. 즉, 권력을 향한 의지가 곧 삶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것들의 원천인 것이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생각하는 선행이나 자비 등의 가치들도 바로 이 권력에의 의지에서부터 시작된다. 니체에 따르면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이 거북한 진실을 숨기고 애써 무시하지만, 미래의 자유정신은 이러한 진실을 자연스럽게 수용할 것이다.
철학자들의 편견
니체는 근대성의 상징인 이성과 그 이성의 한계를 깨닫지 못하고 자신이 가진 편견을 합리화하는 데 급급한 철학자들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철학자들은 자신이 이미 가지고 있는 지식에 대한 이유만을 어설프게 둘러댈 뿐이다. 니체는 선대 철학자들의 견해를 차례로 반박하면서 자신이 제시하는 철학을 정당화한다. 그러나 이러한 니체의 철학도 객관성과 합리성의 총체로 평가될 수는 없을 것이다.
진리
니체는 선대 철학자들을 어떻게 비판했을까? 기존의 철학자들이 가진 주된 편견 중 한 가지는 바로 진리가 현상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니체는 진리와 현상의 절대적 대립관계를 배격한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림을 그릴 때 다양한 색조가 모두 독자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듯이 진리도 이분법적 구도가 아닌 상대적 진리성을 띠고 있을 것이다. 즉, 니체는 하나의 사물을 바라볼 때에는 다양한 관점이 존재하며 절대적인 의미의 진리적 관점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한편, 철학자들이 가진 두 번째 편견은 바로 우리가 진리를 알면 진리를 모르고 살 때보다 더 좋을 것이라는 가설이다. 니체는 이러한 통설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오히려 우리가 갈망하는 지식 중에는 인간으로 하여금 힘든 삶을 살아가게 할 위험하고 감당하기 힘든 지식이 있음을 주장한다. 인간은 떄로 진리를 부정하고 자발적으로 거짓을 받아들이기도 한다. 그 이유는 이것이 인간의 생존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의식적 사고과정이 가장 고귀한 가치의 근원이 될 수 있다는 니체의 통찰도 이러한 견해의 연장선상에 있다.
무의식
니체가 통찰한 무의식적 동인에 따르면, 인간의 도덕은 도덕 이전의 단계, 도덕의 단계, 도덕을 초월한 단계로 나뉜다. 첫 번째 단계인 도덕 이전의 단계는 오로지 행위의 결과만을 중요시하는 단계이고, 두 번째 단계인 도덕의 단계는 행위의 의도를 강조하는 단계이다. 그리고 인간이 세 번째 단계인 도덕을 초월한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도덕적 선과 악을 명확히 구분하고 이를 뛰어넘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니체는 인간의 행동 가치가 의식적 동기가 아니라 무의식적 동기에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종교
니체는 프로이트의 견해와 마찬가지로 종교를 일종의 신경증으로 이해했다. 그는 이 책에서 종교가 가지고 있는 위선과 심리적인 문제를 다룬다. 니체에게 종교는 기존의 철학자들이 무조건적으로 포용한 일반적인 가치가 아니다. 그에게 종교는 현존하는 모든 가치체계와 마찬가지로 철저하게 해부되어야 할 분석의 대상에 불과한 것이다. 그리고 그는 미래의 철학자들이 종교에서 비롯된 여러 도덕적 가치는 물론 종교 그 자체도 초월할 것으로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