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교와 사병에 대한 처우가 지나칠 정도로 차별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러한 지적을 뒷받침해 주는 자료가 나왔다. 최근 5년간 군 간부와 사병에 대한 복지예산 집행 내역이 그것이다. 군 복지예산 95.7% 간부가 독식 국회 국방위 소속 민주당 김광진 의원이 최근 5년간 군 복지시설 확보사업 예산 집행내역을 분석한 자료를 공개했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방부가 집행한 군 복지예산은 1597억600만원. 이중 95.7%가 군 간부들을 위해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체력단련을 빙자한 골프장 건설에 1339억원, 휴양시설 확보에 169억원, 콘도 회원권 매입으로 19억원을 지출했다. 이 모두 군 간부들만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다. 사병들을 위한 복지예산 지출은 말 그대로 쥐꼬리만도 못했다. 복지회관 건립에 18억원, 복지매장에 4억원, 풋살 경기장 조성에 45억원 등 68억800만원을 집행했을 뿐이다. 군 전체 복지예산의 4.3%에 불과하다. 간부 복지예산 사병의 20배, 병력수는 사병의 1/15 군 간부들을 위한 복지예산이 사병들보다 20배나 많다는 얘기다. 2012년 통계에 따르면 영관급 이상 군 간부의 수는 약 31000명인 반면, 사병과 부사관 수는 44만1498명에 이른다. 수로는 사병이 간부에 비해 15배나 많은데도 불구하고 복지예산은 1/20에 지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엄청난 불균형이다. 사병을 이렇게 푸대접하고도 군사기 진작 운운하는 국방부가 한심할 뿐이다. 사병 복지매장 예산에 주목해 보자. 5년간 4억원을 지출했다면 연간 8000만원을 PX시설 개선 등에 썼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십만 명이 이용하는 사병 PX 시설개선에 고작 연 8000만원만 투자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반면 골프장을 만드는 데는 1339억원을 쏟아 부었다. 수십만 사병 이용하는 PX 시설개선에 연 8천만원이 고작 군 간부 복지예산의 10~20%만 PX 시설 개선에 사용해도 지금보다는 훨씬 쾌적한 환경에서 양질의 물건을 싸게 공급하는 PX를 사병들에게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국방부는 제 역할을 하려 들지 않고 PX 민영화에만 매달리고 있다. 국방부는 2010년부터 PX 민영화를 시범 실시했다. 대기업 편의점 업체인 GS리테일에 매년 40억원의 군 복지기금을 받는 조건으로 해군 매점 242곳의 운영권을 넘긴 상태다. GS리테일 측은 해군 PX 214개 중 매출 1천500만원 이상인 ‘장사 잘 되는 PX’ 37곳에 직접 직원들을 투입해 운영하고 있다. 사병 PX 대기업에 줘 가격 20~50% 인상돼 결과는 어떨까. 국방부의 주장대로 민영화가 장병 복지에 기여하고 있는 걸까. 정반대다. 민영화의 폐해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물품 가격이 급등해 몇 만원 봉급을 받는 장병들에게 그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SBS 등 언론의 취재결과 군이 직영하는 육군과 공군 PX보다 민영화된 해군 PX의 판매가격이 크게는 두배 이상, 평균 20~50% 정도 더 비싼 것으로 밝혀졌다. 국방부는 민영화의 폐해를 인정하면서도 ‘민영화는 국방의 흐름’이라며 포기할 생각이 없다고 강변한다. 해군과 동일 조건으로 육·공군까지 PX 민영화를 확대할 경우 국방부가 챙길 수 있는 위탁수익료는 858억원인 반면, 물품 가격 인상으로 장병에게 돌아갈 부담금은 1164~1945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PX 민영화 당위성? 웃기는 얘기다 위탁수익료를 챙기는 국방부와 민영화에 참여하는 대기업에게는 이득이 되겠지만 정작 PX 이용자인 사병들에게는 고통을 주는 게 민영화다. 대기업을 PX까지 불러들여 장병들의 호주머니를 탈탈 털겠다는 심산인가. 논란이 되자 국방부가 PX 민영화를 일단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일시 중단한 것일 뿐, 민영화를 포기한 것은 아니란다. 국방부가 민영화를 고집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PX 관리병사 2700명을 일선 부대로 배치해 전력 운용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병사들에게 더 좋은 물품과 쾌적한 서비스를 제공해 장병 복지 수준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앞뒤가 안 맞는 주장이다. PX 관리 병사를 없애는 방법은 민영화 말고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민간인 군속 등을 배치하면 될 일이다. 고용 증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는 방법 아닌가. 쾌적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민영화가 꼭 필요하다는 주장은 더욱 말이 안 된다. 고작 연간 8000만원을 수십만 장병들이 이용하는 PX시설 개선에 쓰면서 ‘쾌적한 서비스’ 운운하다니 뻔뻔하기 짝이 없다. 간부들에게 편중돼 있는 복지예산 일부를 사병 PX 개선사업에 사용한다면 민영화 이상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장교 무죄, 사병 유죄’ 이게 군 형벌 장교와 사병에 대한 처우에 있어 사병에게 인격적 모멸감이 들만큼 차별적이라면 군 민주화는 말할 수조차 없는 게 된다. 대한민국 군대가 그렇다. 대표적인 사례가 있다. 군 범죄 기소율과 실형 선고 비율이 그것이다. ‘장교 무죄, 사병 유죄’ 이게 군 형벌의 특징이다. 동일 범죄를 저질러도 계급이 높으면 구속기소되거나 실형을 선고 받은 비율이 낮지만, 사병의 경우에서는 기소율과 실형비율이 높게 나타난다. 영관급 이상 군 간부 기소율은 17%(2009년)에 불과한 반면 사병과 부사관의 경우 이 보다 두 배 높은 30.4%에 달했다. 실형 선고율에서는 더 차이가 벌어진다. 영관급 이상에서 실형선고율은 2%였지만 사병과 부사관의 경우 이보다 15배 높은 29.7%을 기록했다. 군 민주화 첫걸음은 ‘존경 받는 간부' 아무리 계급화된 사회라 해도 간부와 사병의 처우가 이토록 차이가 나는 건 분명히 잘못된 일이다. 간부들에게는 사병을 훈육해야 할 책임뿐 아니라 사병들에게 효과적으로 군 복무를 할 수 있는 체계와 환경을 조성해 줄 책무도 따른다. 군림하고 독식하려는 상급자를 따를 하급자은 없다. 하급자는 배려하고 나눠주며 모범을 보인는 상급자를 존경한다. 대한민국 군대가 민주화되기 위한 첫걸음은 군 간부들의 자세에 있다. 존경받는 간부가 돼야 한다. 더 나은 군대, 더 강한 군이 되려면 사병들의 인권도 존중되는 군대이어야 한다. 부끄러운 간부들 밑에서 사기충천한 사병이 나올 리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