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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장 다(多)쇠불알 백산
"이곳 뇌룡현(雷龍縣)에 있는 초인파(超人派)의 근거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흑웅(黑雄) 역기세(力氣勢)가 행동대장으로 있는 용지시장(龍池市場),
청목수라(靑目修羅) 부시온이 행동대장인 암시장… 현재 초인파(超人派)의 두목 두 놈이
모두 만상투인루에서 벌어지는 철혈투(鐵血鬪)를 구경하기 위하여 자리를 비운 지금이…
포위되어 있는 암시장은 쉽게 깨트릴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구두파(久讀派)의 근거지인 홍루(紅樓) 삼층 회의장에서 강구두와 오구 그리고 행동대장들이
한창 초인파 섬멸을 위하여 회의를 하고 있었다.
"석두 저 자식 원래 저리 똑똑했냐?"
석두가 이야기하는 것을 가만히 듣고 있던 백산이 자기 딴에도 석두의 말이
너무나 그럴싸하게 들렸는지 연신 감탄하며 일휘를 향해서 물었다.
"저 녀석을 형님이나 저의 수준으로 생각하면 안돼요.
지금 처지는 저래도 한때는 잘 나가는 귀족 집의 도련님으로 신동소리를 듣던 놈이래요."
"그래? 일휘! 그런데 거기서 왜 너와 내가 비교 대상이 되는 거냐?"
백산이 눈을 부라리며 일휘를 쳐다보았다.
"아이, 형님도. 비교를 하자는 것이 아니고 형님이나 나나 글을 모르는 것은 피차일반이라 이거죠."
"이 자식이? 그래도 나는 오백 자 이상이나 되는 글자를 알고 있어 임마. 너와 같냐?"
점점 백산의 목소리가 높아져가고 있었지만 일휘는 상태파악을 하지 못하고
폭탄의 심지를 건드리는 결정적인 소리를 하고 말았다.
"에이 형님도. 글자를 알고 있으면 뭐해요 쓸 줄을 알아야지. 한번 써보세요.
여기다 한번 써보라니까요?"
석두가 일휘를 쳐다보며 연신 입 다물라고 손짓을 했지만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버린 일휘는 멈출 줄을 모르고 백산의 염장을 질렀다.
별안간 흰자위가 번뜩이고 온몸을 부르르 떨던 백산이 일휘를 쳐다보자
일휘는 두 손으로 입을 딱 막으면서 뒤로 주춤주춤 물러났다.
그제 서야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었는지를 알아차린 것이다.
"혀- 형님!"
일휘는 때늦은 후회를 했지만 이미 떠나버린 나룻배요, 밥이 되어 버린 쌀이었다.
"그래, 이 자식아. 나 글 못쓴다. 한 자도 못쓴다.
나 글 못 쓰는 데 네가 보태준 것 있냐. 이 새끼야?"
백산은 일휘를 패기 시작했다.
퍼억! 퍽! 퍼버벅!
백산의 손과 발이 정신없이 날아가고, 일휘는 백산의 주먹과 발을 피해보려고 갖은 노력을
다했으나 오구가 이미 투신이라고까지 인정한 백산의 공격을 피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회의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어버렸고, 강구두와 오구가 간신히 백산을 뜯어말렸을 때
일휘는 이미 반쯤 걸레가 되어있었다. 그 잠깐 사이에 수십 번의 손과 발이 날아간 것이다.
"이보게, 백 공자. 참게, 자네가 좀 참아. 형이라는 사람이 이러면 되나?"
강구두가 백산을 한쪽으로 밀어붙이며 진정시키려 했다.
"저 새끼가 사람 속을 뒤집어 놓잖아. 제 놈이나 나나 글 못쓰는 것은 똑같은데
같은 처지에 있는 놈이 나를 무시해?"
백산은 여전히 씩씩대면서 일휘를 노려보았다.
그 모습에 강구두와 오구는 어이가 없어 웃을 수밖에 없었다.
* * *
"이게 다 너 때문이야 이 새끼야. 왜 그렇게 잘해 가지고."
"내가 왜? 하기야 내가 좀 똑똑하기는 하지."
홍루(紅樓)의 한쪽 구석에는 표정이 잔뜩 구겨진 일휘와 얼굴에 웃음기를 머금은
석두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일휘의 얼굴은 퉁퉁 부어서 숫제 얼굴을 알아보기가 힘들었고,
그 옆에서 석두가 미소를 지으며 달걀을 하나씩 건네주고 있었다.
"야 임마! 그렇다고 형님의 성질은 왜 건드리냐."
"아 쓰발 내가 그렇게 될지 알았냐? 말하다보니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된 거지.
아무리 그렇다고 동생을 이렇게 걸레를 만들어 놓냐?"
"그나저나 정말 대단하다. 어떻게 그 짧은 순간에 너를 이렇게 만드냐?"
석두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독종이야 독종. 요즘도 계속해서 지하 연무장에서 살아.
철구 움직이는 것과 원수가 졌나 거의 광인이라니까? 잠이나 자나 몰라."
오구가 더 이상 가르칠 것이 없다고 했는데도 백산의 연습은 끝날 줄을 몰랐다.
특별히 상대해줄 사람이 없자 수십 개의 인물상을 양쪽으로 세워놓고 그 사이를 달리며
원하는 부위를 철구로 치는 연습을 하고 있었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치고 사연 없는 사람이 있겠냐?
형님은 형님대로 그렇게 살아야할 사연이 있겠지. 얼굴에 흉터 봐라."
자신들도 사연이 있는데 백산이라고 없을 것인가.
더구나 얼굴을 가로지르며 나 있는 흉터는 섬뜩한 기분마저 들게 했다.
잘생긴 사람들은 그런 흉터가 생겨도 더욱더 강하게 보인다는 둥 하면서 좋아하는데
생긴 것이 없는 사람에게 얼굴에 난 흉터는 그야말로 재수덩이다.
차라리 복면을 쓰고 다니는 편이 정신건강에 더 이롭다. 백산의 흉터가 그렇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네가 이렇게 되었지."
얼마나 강해졌는지 알 수가 없다. 형님 동생 가릴 때는 움직임이 보였는데
이제는 아예 보이지도 않았던 것이다.
* * *
다음날부터 뇌룡현에서는 조폭들의 피 비린내 나는 싸움이 시작되었다.
그 싸움의 제일 선두에는 언제나 열두 개의 철구를 휘두르는 백산이 있었다.
다른 사람이 해도 될 싸움마저 모두 백산이 도맡아서 하고 있었다.
그리고 백산에게 다쇠 불알이라는 희한한 별호도 생겼다.
싸움방식 때문이었다. 백산이 용지시장 패거리와 싸울 때 한꺼번에
열두 명이나 되는 초인파(超人派) 패거리들의 불알을 박살내버린 사건이 일어났다.
모름지기 남자라는 동물은 팔이나 다리보다는 아랫도리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팔이나 다리 없는 남자의 마누라는 남아있지만, 아랫도리 부실한 남자는
무조건 혼자 살아야 하는 것이 동서고금의 진리다.
그런 남자들의 불알을 한꺼번에 열두 명씩이나 박살을 내버렸으니,
용지시장의 흑웅(黑雄) 부하들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도망치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으리라.
그 이후로 초인파 패거리들이 백산을 부를 땐 다쇠불알이라 부르게 되었고,
남들은 하나밖에 없는 불알이 열두 개나 된다고 했다.
지난 두 달여에 용지시장과 투전로 쪽을 정리하여 구두파(久讀派)로 병합시켰다.
이곳에 온 지 어느덧 삼 개월, 이제는 백산에게도 어느 정도 건달들의 습성이
몸에 배기 시작해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지를 못하고 한쪽 다리를 건들건들한다든지,
침을 '취익!' 하고 뱉는다든지, 쓸데없는 것으로 온몸을 무장하고 있었다.
용지시장과 투전로를 구두파로 흡수한 강구두 일당은 청목수라(靑目修羅) 부시온이 있는
암시장을 향해서 손을 뻗치기 시작했다.
이제는 제법 싸움에 이력이 붙었는지 혼자서 상대를 찾아다니던 백산에게
청목수라의 부하들 십여 명이 반병신이 되어버렸고,
이에 격분한 암시장 패거리들은 혈안이 되어 백산을 찾고 있었다.
그러나 오리무중, 어느 곳에서도 백산은 찾을 수가 없었다.
초인파(超人派)의 등살에 견디다 못한 장사치들이 아버지와 같이
여러 번 이곳에 와서 물건을 사가곤 했던 백산을 기억하고는 암묵적으로 도와주고 있었던 것이다.
오늘도 백산은 암시장의 한쪽에서 조그마한 만두가게를 하고 있는 장 노인의 가게에 와서
만두를 먹고 있었다.
"백산아, 괜찮겠냐. 네가 이렇게 나서서 우리를 도와주는 것은 고맙지만
잘못되면 네 아버지를 어떻게 보냐. 그러니 부디 조심해라."
장씨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백산에게 만두 한 판을 더 내주면서 물었다.
"참! 할아버지도 걱정하지 마시래도요? 저놈들은 저의 상대가 안 되요.
제가 이렇게 피해 다니는 것은 혹시라도 장사하시는 분들에게 피해가 갈까봐 그러는 거라고요."
암시장의 최대 상회인 만물전(萬物廛) 뒤, 만두가게를 나서면 언제나 이 길을 이용한다.
골목을 따라서 천천히 걷고 있는 그에게 이상한 느낌이 전해지고 있었다.
'이거 왜이래, 기분이 영 찜찜하네. 어째 뒤통수가 가려운 것 같기도 하고.'
사냥과 싸움으로 단련된 백산의 감각에서 무엇인가가 자신을 노리고 있다고 신호를 보내왔다.
아마도 청목수라의 패거리가 자신을 찾아낸 것 같았다.
백산은 자신의 몸을 최대한 이완시키며 서서히 전투 상태로 만들어 갔다.
'한두 놈이 아니다. 이 자식들이 아예 떼거지로 몰려왔나 보구나. 공터까지 나가면 불리하다.
이곳에서 끝을 봐야 한다.'
지금 백산이 걷고 있는 곳은 두 개의 담이 마주보고 있는 골목이다.
골목을 지나가면 십여 장 정도의 공터가 있는데 그곳까지 가면 위험하다는 생각에
이곳에서 승부를 결하려 하고 있었다.
"나와라!"
계속해서 걷던 백산은 갑자기 우뚝 멈춰 서서 전방을 향해 소리쳤다.
잠시 후 백산의 앞뒤에서 칼과 쇠몽둥이 등으로 무장한 일단의 무리들이 천천히 걸어 나오고 있었다.
"네놈이 다쇠불알이라는 그 애송이 놈이냐.
이번에 우리 애들을 많이 건드렸더구나. 이제 그 대가를 치를 시간이다."
그 무리의 수는 대략 이십여 명 정도 되어보였다.
"너희들 정도로 날 어찌 해보겠다고. 꿈도 크군. 얼마든지 상대해주마. 자 와라."
좁은 골목에서는 제아무리 많은 사람이 공격을 해도 앞뒤로 네 명밖에 안 된다.
그 정도의 공격으로는 자신을 잡을 수 없다는 것을 암시장 패거리들은 모르고 있었다.
"지금부터 암시장이 어떤 곳이라는 것을 보여주마. 전부 공격해라!"
백산의 앞뒤에 있던 패거리들이 공격을 시작했다.
맨 앞에 있던 도를 든 두 명이 백산의 다리 쪽을 쓸어오고
그들의 뒤쪽에 있던 또 다른 두 명이 자신의 앞에 있는 패거리를 뛰어넘으면서
백산의 상체 쪽을 공격해왔다. 뒤쪽에 있던 패거리들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야 이거 굉장한데. 마치 진법을 보는 것 같아. 연습 많이 했겠어?"
다급한 와중에도 백산은 주절거림을 멈추지 않으며 양손을 앞뒤로 거칠게 휘둘렀다.
카가캉!
앞뒤에서 날아오던 네 개의 도가 백산의 철구에 맞아서 골목의 벽 쪽으로 날아가 부딪치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곧이어 바닥을 힘있게 차며 공중으로 떠오른 백산이 양쪽다리를 일자로 펴면서
그대로 회전을 하자 발목에 달려있던 여섯 개의 철구가 바람소리를 내며 허공을 갈랐다.
빠악! 뻑! 퍽! 빡!
몇 번의 타격음과 함께 공격하던 패거리 중 네 명이 그 자리에 쓰러졌다.
'적이 틈을 보이면 그때는 인정사정없이 공격하라. 그래야 목숨이 보존된다.
우리 같은 싸움꾼에게는 상대에 대한 어쭙잖은 동정심은 금물이다.'
오사부가 해주었던 말이다.
곧바로 옆에 있는 벽으로 돌진했고 그 벽을 타고 돌면서 회선각(回線脚)을 이용해
오른발을 사정없이 휘둘렀다. 상대의 상태를 확인함도 없이 다시 한 번
그의 동체가 앞으로 물레방아가 돌듯이 회전하며 왼쪽 발을 아래로 내려찍는다.
여기저기서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리며 단 두 수만에 암시장파 여섯 명이
그 자리에 쓰러졌다. 한번 공격을 시작한 백산은 연속동작으로 공격해나갔고,
패거리들은 우왕좌왕하다 이렇다 할 대항 한번 못해보고 모두 그 자리에 쓰러졌다.
취익!
* * *
나른한 오후.
백산이 암시장을 워낙 거칠게 휘젓고 다니는 바람에 요즘 들어서는 암시장 패거리들이
거의 나타나지 않자 모두들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단 한 사람만 제외하고.
지하 연무장.
연무장 안을 가득 채운 인형들 사이를 무서운 속도로 움직이며 손과 발을 휘젓고 다니는 인물이 있었다.
백산이었다. 인형들의 상태를 확인한 백산이 못마땅한 듯 고개를 흔들었다.
왼손은 턱 바로 아래쪽에, 오른손은 허리 쪽에 붙인 채 손바닥을 하늘로 향해서 펴고 있는
입상의 인형들의 손과 머리 위에는 촛불이 하나씩 켜져 있었다.
철구를 이용하여 자신이 원하는 촛불을 꺼뜨리는 연습을 하고 있었다.
다시 한 번 자세를 잡으며 전진하려는 순간 무도장 문이 열리며 석두가 들어왔다.
"형님, 잠깐 나와 보십시오."
밖으로 나온 백산을 기다리는 것은 조그마한 어린애였다.
"어? 소팔아. 네가 여기까지 웬일이냐?"
소팔이는 백산이 자주 가는 암시장의 장 할아버지의 만두가게에서 심부름하는 아이였다.
소팔이가 사색이 된 표정으로 백산을 향해 울먹거렸다.
"형, 큰일 났어요. 할아버지, 할아버지가 그 자식들한테 잡혀갔어요."
소팔이가 백산에게 서찰 한 장을 내밀었다.
백산이 석두를 향해 눈짓을 하자 석두가 재빨리 종이를 건네받아 읽어 내렸다.
다쇠불알 보아라.
만두가게 장 노인을 우리가 데리고 있다.
이 노인네를 살리고 싶거든 지천으로 와라.
혼자서 지금 당장.
-청목수라(靑目修羅) 부시온.
"이런 개새끼들, 죽으려고…."
석두가 읽어주는 편지의 내용에 얼굴이 하얗게 변한 백산이 곧장 밖으로 뛰어나가고 있었다.
"형님, 잠깐요. 갈 때 가더라도 이야기나 좀 하고 가요."
석두가 백산이 나가는 것을 막고 나섰다.
"비켜!"
무심하게 변해버린 백산의 섬뜩한 말투에 무슨 말인가를 하려했던 석두가 아무 소리 못하고
자신도 모르게 옆으로 비켜서고 말았다.
순간적인 느낌이었지만 알 수 없는 공포가 그의 몸을 내리누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바로 살기였다. 무공을 익힌 무인에게서 나오는 살기가 아니라
육식을 하는 동물들에게서나 볼 수 있는 전율적인 살기가 백산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던 것이다.
"형…님!"
간신히 말을 꺼냈으나 백산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나가버렸다.
이 각 정도 지난 후 백산이 도착한 곳은 지천(池川),
그 곳에는 삼십여 명에 달하는 무리들과 청목수라 부시온이 입가에 비웃음을 흘리며
백산을 기다리고 있었다.
"장 할아버지는 어디 있느냐?"
백산은 도착하자마자 만두가게 장 노인을 찾았다.
"저쪽에 있다. 뭘 좀 알아볼 것이 있어서 물었더니 대답을 않더군. 그래서 잠깐 만져주었지."
청목수라 부시온이 가리킨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온몸에 피를 뒤집어쓴 혈인 한 명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할아버지!"
그쪽으로 뛰어간 백산이 장 노인 끌어안았다.
온몸이 부서져서 팔다리가 흔들리고 있는 노인의 몸은 차갑게 식어가고 있었다.
"으으윽, 백산이냐? 이 녀석 네가 왔구나. 무엇 하러 왔느냐,
저런 무식한 놈들한테 무슨 봉변을 당하려고."
그 상태가 되어서도 백산을 걱정하고 있었다.
"할아버지 말씀하지 마세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끌어안고 쳐다보는 일밖에는 아무런 손도 쓸 수가 없었다.
"백산아, 매사에 웃으면서 살아야 한다.
웃음이란 놈은 말이다 행복을 가져오게 하는 씨앗이야 씨앗."
갑자기 목소리가 커진 장 노인이 백산을 향해서 생생한 목소리로 하는 말이었다.
백산을 가만히 쳐다보던 장 노인의 얼굴에 미소가 어리더니 힘없이 떨어졌다.
이곳 뇌룡현에서 몇 안 되는 친인 중의 한 사람이었다.
아무런 힘도 없고 불쌍한 노인이었다.
가진 것이라고는 만두가게 하나, 자식도 없는 그가 평생을 걸쳐 이루어놓은 유일한 것이었다.
자식이 없어서인지는 몰라도 유독 백산에게 잘해주셨던, 마치 친할아버지 같은 분이셨다.
그런 장 노인이 자신의 품에서 엉망으로 망가진 채로 돌아가시고 말았다.
자신 때문에 돌아가신 것이다.
장 노인을 안고 있던 백산의 온몸에서 살기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고,
그 살기는 주변을 모두 태워버릴 것 같은 혈광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온몸을 태워버릴 것 같은 분노에 의해서 자신도 모르게 혈풍뇌전심법(血風雷電心法)이 운용되고 있었다.
"죽인다! 이 불쌍한 노인을 이렇게 만든 놈들은 다 죽인다."
이곳에 와서 백산은 단 한 번도 내공을 운용하지 않았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무공연마의 연장이라 생각했지 조직들 간의 싸움에는
애당초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내공을 운용함이 없이 순수한 힘만으로 싸웠던 것이다.
어쩌면 내공을 운용한 상태에서 적과 싸우다 보면 실수로 사람을 죽일 수도 있기 때문에
그것만큼은 피하고 싶었다.
그런 백산이 자신도 모르게 내공을 운용하고 있는 것이다. 내공을 운용함에 따라
그의 철구들도 조금씩 붉은 색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런 백산의 모습을 쳐다보던 초인파의 패거리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백산에게서 뿜어지는 투기와 살기에 자신들도 모르게 위축되어 뒤로 한 걸음씩 물러나고 있었다.
이 모습을 본 청목수라 부시온이 다급하게 소리를 질렀다.
"어디 실력이 있으면 죽여 봐라. 여기 있는 이들은 초인파의 최정예로 삼십 명이다.
지금까지 네놈이 용지시장에서 상대했던 그들과는 차원이 다른 친구들이란 말이다.
다쇠불알이라고 했던가, 오늘 이 자리에서 죽을 놈이 바로 네놈이야 알았나?"
청목수라의 말에 동요하던 초인파 패거리들이 표정을 풀며 백산을 향해 다가서기 시작했다.
기껏 한 놈에게 위축되었던 자신들에게 더욱 화가 났음이다.
더군다나 자신들의 인원수는 삼십 명이고 이미 싸움이라면 이골이 난 실전의 명수들이 아닌가.
그럼에도 그들은 그만두었어야 했다.
자신들 삼십 명을 한꺼번에 물러나게 했던 백산의 살기를 너무 무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 우리는 삼십 명이고 저놈은 혼자다. 밟아 버리자! 더 이상 두 다리로 설 수 없도록!"
누군가의 외침에 고무된 무리들이 살기(殺氣)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죽여라!"
청목수라 부시온의 외침에 따라서 삼십 명의 인간들이 백산을 향해서 밀려들었다.
"크크크! 크 핫핫핫!"
백산의 입에서 분노한 광소(狂笑)가 터져 나오고
눈동자가 투명한 유리처럼 변해가며 뒤이어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자신을 향해서 달려드는 한 인물을 향해 그는 오른손을 원을 그리듯이 휘둘렀다.
일순 무엇인가가 깨지는 소리가 들리며 달려들던 인물의 얼굴과 양다리가 그 자리에서 부서지고
사방으로 피가 튀기 시작했다.
너무나 약했다.
무공을 익히지 못한 삼류건달들의 몸놀림은 백산에게 아무런 위협도 될 수 없었다.
한 번에 한 놈씩, 열두 개의 철구로 오로지 한 번에 하나씩이었다.
교대로 뻗어가는 그의 팔과 다리는 앞에 있는 인간이건 뒤에 있는 인간이건 모든 것을 부셔버리고 있었다.
철구의 움직임에 따라 하늘을 향해 퍼져나가는 핏물이 석양빛을 받으며
더욱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투명해진 눈으로 오로지 전방만을 쳐다보며 백산의 붉은 철구가 날아가고
그 끝에는 언제나 죽음과 파괴가 있었다.
일방적인 도살은 거의 반 시진 이상이나 계속되었고,
청목수라 부시온을 제외하고 서 있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참혹했다.
온 사방에 널려있는 살점들, 마치 맹수 떼가 습격하고 지나간 자리처럼
모든 것이 찢겨져 있었다. 그러나 백산의 표정은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오직 분노만이 지배하고 있는 그의 투명한 백색 눈동자는 수없는 죽음을 대하고도 무표정하기만 했다.
부시온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의 아랫도리는 이미 축축하게 젖어서 알싸한 냄새를 풍기고 있는데도
자신의 모양새를 알지 못한 채 떨리는 목소리로 울부짖었다.
"악마 같은 놈, 네놈은 인간도 아니야!"
부시온은 공포 속에서 더 이상 서 있을 수도 없었다.
힘이 풀려버린 그의 두 다리는 자신의 것이 아닌 것처럼 아무런 감각도 느낄 수 없었던 것이다.
"왜, 청목수라. 조금 전 그 기세는 전부 어디 갔나.
자 어서 와라. 장 할아버지의 사지를 부러트린 것처럼 나에게도 그렇게 해봐라. 자 부시온."
나지막하니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에 짙게 배어있는 감정은 모든 것을 잘라버릴 듯한 살기였다.
"으아악!"
두려움에 견디다 못한 부시온이 비명에 가까운 고함을 지르며 백산을 향해서 돌진했다.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달려드는 것이 아니었다.
극한에 이른 살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고,
뼛속까지 스며드는 두려움을 이기기 위해서였다.
"그래! 그래야지."
부시온을 바라보는 백산의 입가에 살소가 맺혔다.
그의 철구가 움직일 때마다 사지가 하나씩 부러져나갔다.
이미 전의를 상실하고 이성마저 마비되어버린 부시온은 자신의 두 팔이 부러지는 데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어떤가! 부시온, 두 팔이 움직이지 않는 기분이. 이제는 네놈의 두 다리야, 기대해도 좋아."
시뻘건 백산의 철구 하나가 부시온의 왼쪽 발목을 갈랐다.
빠악!
뼈가 부러지는 소리임에도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것인지
아니면 인지하지를 못하는 것인지 몸이 기우뚱거리면서도 비명소리가 없었다.
"아아! 안되지, 아직 아니야."
다시금 백산의 철구가 그의 오른쪽 발목을 부셔버렸다.
"으윽! 죽여라, 이 악마 같은 놈."
부시온은 혀를 깨물어 자살한다는 것도 잊었는지 백산을 향해서 죽여 달라고만 외치고 있었다.
"네놈들이 불쌍한 노인네를 그렇게 만들 때는 어떤 표정이었나?
지금과 같은 표정이었나? 아니면 즐겁게 웃고 있었나. 그때의 표정을 지어봐라, 부시온.
그럼 빨리 죽여주겠다."
백산의 철구가 부시온의 양 무릎을 부숴 놓았다.
그는 그 자리에 무릎이 꿇고 이제는 더 이상 소리 지를 힘도 없는지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백산을 쳐다보며 애원하고 있었다.
그때 강구두와 그 일행이 지천에 도착했다.
저 멀리서 혈광이 이는 것을 보고 정신없이 달려왔다.
그러나 현장에 도착해서 벌어진 끔찍한 광경에 구두파 모두는 그 자리에서 몸이 굳어버렸다.
일부는 한쪽에서 고개를 숙이며 구역질을 해대고 있었다.
그들의 눈앞에는 온몸에 일부러 피를 바른 것처럼 핏물이 뚝뚝 떨어지고,
머리며 어깨 등에는 인간의 살점으로 보이는 고깃덩어리들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백산의 모습이 있었다.
"자 빨리 웃어라, 부시온. 장 노인을 고문할 때의 표정을 지어라.
어서 어서 지으란 말이야 이 새끼야!"
다시금 백산의 철구가 날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이곳저곳 가리지 않고 부시온의 온몸을 강타하고 있었다.
단 한군데 얼굴만 빼고 온몸의 뼈란 뼈는 모두 다 부러진 채로 부시온은 그렇게 죽었다.
잠시 그대로 서 있던 백산이 뒤쪽에서 나는 인기척에 돌아섰다.
온몸이 경직되어 있는 채로 얼굴이 하얗게 탈색되어 있는 일행을 보고는
살소인지 미소인지 구분하기 힘든 웃음을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위로 올라가는 붉은 철구.
"갈! 정신 차려라!"
백산의 미소가 살소였다는 것을 알아차린 강구두가 고함을 내지르자
비로소 정신이 들었는지 눈동자가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이제 다 끝났다. 그만 하자, 백산아."
그래도 두목이라고 가장 강단이 있는 강구두가 백산을 향해 다가가서 어깨를 감싸 안았다.
"장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나 때문에…."
강구두에 안겨 가면서도 계속해서 자신의 잘못이란 말만 되풀이하고 있었다.
"네 잘못이 아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진정해라."
백산을 위로하느라 말은 하고 있지만 자신도 떨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어육덩어리로 변해버린 암시장 패거리들의 시체들, 마치 거대한 괴수가 훑고 지나간 자리처럼
처참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저들을 처리할 때 보여준 백산의 상태는 그를 당혹스럽게 했다.
'도대체 그것이 무슨 현상이란 말인가!'
자신도 한때는 무림인이었기에 무림인의 몸에서 나온 살기에 대해서 알고 있다.
그러나 백산의 몸에서 발산되는 것은 무림인들의 몸에서 나온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생명을 멸하지 않으면 결코 사라지지 않을 엄청난 살기였다.
그리고 인간의 감정이 전혀 담겨져 있지 않은 백색 투명한 눈, 쳐다보는 것만 해도 오금이 저렸던 것이다.
"가자!"
그러나 두려움에 젖어있는 부하들을 데리고 이곳을 빠져나가야 한다.
석두와 일휘가 떨리는 몸을 이끌며 장 노인의 시신을 조심스럽게 안고는 백산의 뒤를 따르고,
구두파 일행은 천천히 살육의 현장에서 멀어져 갔다.
백산이 저지른 최초의 살인이었다. 자신도 주체할 수 없는 분노가 만들어낸 도살이었던 것이다.
* * *
원단(元旦).
세상 어디에서나 신년은 새로운 시작과 희망을 가지고 있겠지만,
이곳 뇌룡현(雷龍縣)에서 새해는 일반인들의 신년과는 사뭇 그 의미가 다르다.
세상의 중심인 중원(中原)으로부터 쫓겨와 더 이상 피할 곳도, 숨을 곳도 없이
이곳에 정착한 수많은 사연들, 그 사연들이 소원을 비는 때가 원단이다.
올해는 제발 중원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그리하여 이곳 뇌룡현에서 중원이 가장 가까운 곳을 '중원을 향하는 길'이라는 뜻의
'추중로(追中路)'라 명명했다 한다.
홍루 삼층 회의장, 그곳에는 커다란 제사상이 차려져 있고,
그 앞에서 많은 무리들이 절을 올리고 있었다.
"먼저 향을 태우고, 그 다음은 술을 따르고 그리고 절을 두 번 하거라."
관혼상제(冠婚喪祭)란 말은 들어본 적도 없는 이들이 강구두의 지시에 따라서 경건하게 절을 하고 있었다.
태생이야 비천하든 아니든 다 같은 인간일진데 자신을 낳아주신 부모도 모른 채
지금껏 살아왔던 많은 인생들이 엄숙하게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비록 부모를 알지 못한다 할지라도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은 누구인가가 너희들을 낳아주었다는 것이다.
너희들이 살아오는 동안 그 만큼 원망했으면 이제는 용서들 하거라.
더 이상의 원망은 자신을 해칠 뿐이다."
그 무리들 속에 백산과 석두 그리고 일휘도 있었다.
백산은 오늘 강구두의 새로운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그냥 건달패로만 보이던 강구두가 이런 자리까지 마련하다니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다른 이들과 같이 절을 하던 백산의 머릿속에 세상을 향해 꿈을 꾸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랐다.
'아버지, 꿈이 조금씩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아버지와 제가 꾸었던 그것을 이루기 전까지는 결코 쉬지 않을 것입니다. 지켜보십시오.'
아버지의 꿈, 백산의 꿈, 그리고 사부의 꿈. 그 꿈을 이룰 때까지는 쉬지 않을 것이다.
내일이란 사치에 불과할 뿐이다. 오늘만이 존재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갈 것이다.
제사를 끝내면 으레 그러하듯 모두들 둘러앉아 제사음식과 술을 마시며 신년을 즐기고 있었다.
"그동안 수고했다. 자 한잔 받아라."
"형님! 제 술도 한잔 받으십시오!"
그 뒤를 이어서 일휘가 술 한잔을 백산에게 권했다.
"형님! 형님! 형님!"
이어지는 구두파 동생들의 술 한잔, 초인파 일당 삼십 명의 몰살 사건 이후로
백산의 무서움에 슬슬 피해다니던 구두파의 조무래기들도 이제는 어느 정도 안정이 되었는지
백산에게 술을 권했다.
분위기가 분위기인지라 어쩔 수 없이 거절하지 못하고 전부 받아 마실 수밖에 없었다.
다음날 깨질 듯한 머리를 싸안고 들어선 식당에는 강구두를 필두로
구두파의 핵심 인물이라 할 수 있는 이들이 모여 있었다.
"어이 잘 왔다, 백산아. 안 그래도 지금 깨우러 사람을 보낼 참이었다."
"새해부터 무슨 역적모의를 하려고 이렇게 다 모였소? 좀 쉬엄쉬엄 하지."
"지금 상황이 그렇게 한가한 때가 아닙니다, 형님."
"무슨 일인데?"
"저쪽에서 싸움을 걸어왔습니다."
"그럼 한판 하면 되지 무슨 문제냐고?
왜 별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새해부터 이렇게 호들갑이야, 재수 없게스리."
"그쪽에 있는 두목들이 과거 무림인(武林人)이었네."
흑부 야무기였다.
"초인파의 두목은 두 명일세. 실질적으로 초인파의 두목이라고 할 수 있는
살인비도(殺人飛刀) 마천택(馬千擇)과 그냥 명목상으로 마천택을 도와주고 있는
섬전수(閃電手) 장한수(張漢洙)라고 하는 자이네.
살인비도 마천택은 최대 열두 개의 비도를 날리는 자로,
지금까지 다섯 개 이상의 비도를 날려본 적이 없다고 알려져 있네.
물론 무림인이 아닌 우리들의 기준이지만…."
섬전수 장한수는 청성파(靑城派)의 검술인 단섬쾌영(斷閃快影)을 극한까지 익히고 있다는
소문은 있으나 지금껏 그가 검술을 펼치는 것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한다.
과거 한때 그래봐야 두 달 전이지만 그래도 한솥밥을 먹었다고
야무기가 초인파 두목들에 대해서 상세하게 알고 있었다.
모두들 심각하게 굳어있는 얼굴을 보고도 어제 먹어본 술이 맛있었던지
혼자서 몇 대접을 꿀꺽꿀꺽하더니 급기야는 점심때도 되지 않아서 그대로 곯아떨어지고 말았다.
벌써 이틀째 아침이면 머릿속에서 울리는 북소리를 들으며 백산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무공(武功)을 익힌 놈들이라, 무공…무공…검술…비도술….'
"으악! 미치겠네. 삼류건달들 간의 싸움에 왜 무림인(武林人)이 있냐고!"
백산은 팩 고함을 지르며 침대 위를 뒹굴었다.
자신의 철구-백산은 뇌룡철구(雷龍鐵球)라고 우긴다-가 과연 무림인(武林人)에게도 통할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이제는 철구를 마음대로 다스리고 자신의 손보다도 더 능숙하게 다루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무엇인가 부족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어떤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수십 개의 인형들 손에 촛불을 켜놓고 하던 연습도 끝이 났다.
이제는 철구를 마음대로 다룰 자신이 생겼다.
그러나 무공을 익힌 무림인에 대해서는 아직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자신도 무공이란 것을 익히고는 있지만 아직은 미지의 영역이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불안감이 자신을 옥죄여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에라 모르겠다. 밥이나 먹으면서 생각하자. 무슨 수가 나겠지 뭐.'
꿈을 찾던 아버지의 몸부림에서 배운 것이 있다면 능력 밖의 일은 빨리 포기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할 수 있는 준비는 한다. 할 수 있는 것만.
"구두 아저씨! 초인파의 마천택에게 도전장을 보내요. 날짜는 두 달 후로 하고요."
이제 구두파에서는 백산이 가장 강자였다. 강구두만이 검술을 좀 하기는 했으나
어느 순간부터 백산에게 밀리기 시작했다. 더구나 상대는 무림인이라 한다.
조금이라도 무공을 익히고 있는 백산이 나설 수밖에 없다.
"그건 그렇고 우리 애들 중에 비도술(飛刀術) 좀 하는 애들 열 명만 골라놔요."
"이 정도에서 협상을 하면 투전로를 공동으로 관리를 하는 것으로 끝날 수도 있는데,
협상을 한번 해보는 것은 어떻습니까?"
석두가 백산을 걱정스러운 듯이 바라보며 협상의 가능성을 타진했다.
"너 같으면 네 밥그릇 뺏어간 놈이 한 이불 덮고 자자면 같이 잘 수 있겠냐.
도대체가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머리 좋다는 놈이 왜 이래 이거?"
"그건 백산의 말이 맞다. 그들은 한때는 무림의 고수라는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무림인 하나 없는 우리들이 무엇이 무서워서 이익을 나누겠느냐.
어차피 머리만 없애면 나머지는 모두 그들에게 다시 돌아갈 텐데."
그래도 이 바닥의 생리를 잘 알고 있는 오구가 백산의 말에 동의를 했다.
"이곳은 어차피 동전의 양면과 같은 곳이다. 즉 전무(全無)가 아니면 전부(全部)이다.
죽든지 살든지 싸워야 한다. 그것만이 우리들의 살길이다."
다시 이어지는 오구의 말에 모두들 동의하는지 입을 다물고 말았다.
그러나 표정들이 굳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이미 일은 시작했고 끝을 보아야 한다.
그런데 상대가 무림인이라 하고 있다. 물론 그들을 몰랐던 것은 아니었지만
야무기의 말을 듣고 보니 더 큰 위압감으로 작용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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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독입니다
즐~~~감!
즐감하고 감니다
즐독 입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잘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오구 백산이~~~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