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 경제 안착은 이민자 덕분”
불체 포함 이민자 증가가 침체없는 물가안정에 도움
불법이민 저임금 의존 속 반이민 강경책에 ‘우려’
(한국일보 이진수 기자) = 미국 도시의 많은 부분이 암묵적으로 불법 이민자들의 값싼 노동력에 의존해 유지되고 있다. 식당은 불법 이민자의 저임금에 의존하는 대표적인 직종으로 꼽힌다. 특히 저가 경쟁을 하는 식당일수록 인건비 절감을 위해 불법 이민자를 고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같은 상황에서 경제적으로만 보면 불법 이민을 포함한 이민 증가가 최근 몇 년 새 미국 경제에 큰 도움을 준 것으로 평가된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도 미국 경제가 이례적으로 경기침체 없이 물가를 잡을 수 있었던 주된 공로로 이민자 증가를 꼽기도 했다.
그는 앞서 지난 3월 연방 하원 증언에서 이민자 유입 증가가 2022∼2023년 미국 경제에 주목할 만한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물가상승률을 낮추면 실업이 늘어나는 게 기본적인 경제 원리인데, 이민 유입 증가 덕에 이례적으로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 이민자 문제는 경제 문제를 넘어 정치·사회 문제가 된 지 오래다. 단순히 일자리를 빼앗긴다는 차원을 넘어 불법 이민자 유입이 공동체 가치를 훼손하고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는 인식이 커진 것이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정부가 사실상 남부 국경을 개방하면서 범죄자와 테러리스트 등이 미국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대통령도 불법 이주민 급증 문제가 대선 이슈로 떠오르고 비판도 커지자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와 같은 강경책을 꺼내 든 상태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불법 이민자 대응을 위해 유입자 수가 일주일 단위로 하루 평균 2천500명이 넘으면 남부 국경을 폐쇄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기도 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집권 시 취임 첫날 남부 국경을 봉쇄하고 불법 이민자들을 대거 추방할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첫 대선 후보 TV토론 이후 인지력 논란을 빚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과의 지지율 격차를 벌리며 앞서나가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건 강도 높은 반이민 정책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인플레이션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고율의 관세 부과와 더불어 이민 관련 정책이 고용시장 초과수요를 자극해 물가상승률이 다시 높아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일각에선 미국 경제의 현실을 고려할 때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이 발언 그대로 실행되긴 어렵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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