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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을 이기기 위해 악이 되자는 글을 썼더니 댓글에서 매우 의미 있는 토론들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사실 제 글은 이런 토론을 통해 하나의 접점을 찾자는 것이었으니 일단은 계산이 맞아 들어가고 있습니다. 앞서 올린 포스팅에서도 언급했지만 상당한 논란을 각오한 것이었으므로 어떤 의견도 다 소중한 의견들이라는 것을 일단 말씀드립니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은 ‘악을 이기기 위해 악이 되자’하는 표면적 구호에만 함몰되는 것 같은 것입니다. 사실 이 표면적 구호는 ‘승리’라는 아이덴티티를 위해 내것, 나, 우리를 조금 더 포기하자는 내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의 글쓰기 능력 부족으로 이 내면은 잘 드러나지 않고 표면만 보이게 했습니다. 이점 매우 아쉬워서 일일이 개별적으로 댓글 응수를 하지 않고 이렇게 별도의 글을 올립니다.
앞선 글에서도 축구와 브라질은 간략하게 언급했는데 ‘승리’를 말하기 위해서는 스포츠를 인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야구든 축구든 프로 스포츠 팀은 프렌차이즈 시스템이 확고해야 기업으로서의 가치도 높아지고 절대다수의 서포터스도 구축됩니다. 그런데 스포츠 팀이 프렌차이즈 시스템으로 정착하는데는 프렌차이즈 출신 스타선수가 매우 큰 몫을 차지합니다.
우리나라는 프로야구가 그렇습니다. 프로축구도 지금 한창 프렌차이즈 시스템이 정착되어가고 있는데 이를 서울팀, 수원팀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에 성남의 연고지 이전 논란 중에 벌어진 성남 축구팬들의 이전반대 투쟁을 보면서 축구도 조만간 프로야구에 버금가는 프렌차이즈 시스템이 정착되겠구나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프렌차이즈가 정착되어도 연고지 소속팀의 성적이 좋지 않으면 연고지 팬들의 외면을 받게됩니다. 특히 연고 의식이 강할수록 팀 성적은 더 중요합니다. 올해 10년 만에 프로야구 패넌트레이스 2위를 한 서울연고 LG트윈스와 8위를 한 광주연고 기아 타이거즈, 4강에서 탈락한 부산연고 롯데 자이언츠에 대한 팬들의 지지가 극명하게 갈린 예가 그렇습니다.
현재 프로야구 팬들 그룹 안에서 LG트윈스 팬들은 공적입니다. 왜 일까요? 그들이 LG트윈스의 성적이 좋지 않았던 지난 세월의 상실감을 만회하고자 성적이 좋은 올해 타 팀 팬들과 너무 많은 척을 진 때문입니다. 하지만 LG트윈스 팬들의 이런 심경을 이해하지 못할 것도 없습니다. 지난 수 십년 이들이 받았던 상실감은 그 팀 팬이 아니고는 상상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프로야구 구단들은 팬들의 이 같은 승리 염원을 위해 스토브 리그 동안 팀 전력 향상을 위한 배전의 노력을 기울입니다. 자체 육성 시스템을 통한 루키가 없을 경우 금전적 출혈을 하면서 현금 트레이드도 하고 실력파의 FA(프리에이전트)선수에게 거액을 배팅하면서 영입합니다. 이런 선수 영입 작전은 선수들의 전 소속팀이 어디든 상관이 없습니다. 특히 라이벌 연고팀 선수면 더 기를 쓰고 잡으려고 합니다.
물론 전 소속팀은 빼앗기지 않으려고 하죠. 이런 전쟁 끝에 선수가 팀을 옮기면 옮겨진 팀의 팬들은 새로 영입한 선수에게 어떤 차별도 없는 극렬 응원을 합니다. 여기서 출신지든, 전 소속팀이든, 전 소속팀에서 뛸 때 자기가 응원하는 팀에게 어떤 손해를 끼쳤든 상관하지 않습니다. 외려 자기가 응원하는 팀을 더 많이 괴롭혔던 선수가 자기 팀으로 오면 더욱 반깁니다. 그 선수로 인해 자기 팀이 괴롭힘을 당하지 않게 되기 때문입니다.
올시즌 페넌트레이스 우승팀인 삼성 라이온스의 4번 타자 최형우는 전북출신이며 대구야구의 아이콘 이승엽은 부친이 전남 강진 출신입니다. 이 팀의 수호신 오승환은 서울출신입니다. 2위를 한 LG트윈스의 4번 타자 정성훈은 광주일고 출신이며, 기아의 이범호 차일목은 대구출신입니다. 그러나 이들은 출신지와 상관없이 팀의 연고지 야구팬들에게 영웅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구단이 누굴 데려오든, 신인 드레프트에서 뽑은 선수가 어디 출신이든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뽑힌 선수는 소속팀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팬들은 그들의 이력과 상관없이 사랑합니다.
이게 ‘승리’라는 이념이 작용하는 순기능입니다. 정치도 이 순기능을 정착시켜야 합니다. 특히 야권에서 지금부터라도 그런 노력을 해야 합니다.
여권은 이미 목적이 하나이므로 그 목적을 위해 이를 제대로 접목하여 쓰고 있습니다. 정치세력만이 아니라 지지층도 똑 같습니다. 영입된 인사는 자기가 새로 소속된 조직의 이익을 위해 이전 조직에서 얻었던 경력과 상관없이 새 조직의 이익을 위해 일합니다. 그러면 더 잘하라고 응원하고 그를 앞세워 적진을 공격합니다.
하지만 야권은 적진에서 넘어 오면 일단 색안경을 끼고 보면서 그가 잘 하려고 해도 못하게 막습니다. 진보 개혁…이런 이데올로기의 체득 없이, 그걸 하겠다는 각오 없이 어찌 전향을 결심하겠습니까? 그러나 야권은 전향자들이 설 자리를 만들어주지 않습니다. ‘그동안 내가(우리가) 어떤 고생을 하면서 만든 자리인데 지금까지 따뜻한 곳에서 따뜻한 밥만 먹다가 찬밥되려 하니까 변절해놓고 내(우리)자리 빼앗으려고? 어림없어’ 심리 때문에 견제를 일삼고 노골적 비난도 서슴치 않습니다.
저는 이것을 말한 것입니다. 열린 마음이 아니면 어떤 새로운 힘도 배가 시킬 수 없다는 전제, 닫아 놓고, 닫은 상태에서 정의니 선이니 진리니 변절이니 갑론을박은 언제나 그 자리가 아니라 조직의 퇴보만 가져올 수 있다는 말을 그렇게 한 것입니다.
진보진영의 테크노크라트라고 칭할 수 있는 486들…그들은 자신들이 20대 때 했던 것을 지금 4~50대에도 하려고 합니다. NL, PD… 그럼 NL만 있고 PD만 있습니까? NL안에도 주사파가 있고 반주사파가 있으며, PD안에도 민중계와 민주계로 나뉘고 더 깊이 들어가면 수많은 분파들이 있습니다.
운동권은 운동권이란 이름 자체가 ‘안티세력’입니다. 안티는 안티일 때 힘을 발휘합니다. 안티끼리는 서로 힘을 합치기도 합니다. 그러나 주류가 되면 각각 분산합니다. 그래서 주류가 되었을 때 힘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안티조선의 예를 하나 들겠습니다. ‘안티조선’ 세력이 모두 조중동 반대세력입니까? 아닙니다. 그 중에는 동아맨도 있고 중앙맨도 있고 한겨레 경향맨도 있습니다. 이들은 조선일보의 힘을 빼고 조선일보 죽이기가 성공하면 그 낙수를 자기들이 받을 수 있는 이익을 노립니다. 그래서 안티조선으로는 뭉치지만 그 운동이 성공하면 뿔뿔이 흩어집니다. 태생부터 그 개연성을 내포하고 있었기 때문에 안티조선 운동은 실패했습니다.
노동운동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비정규직 문제, 정말 민주노총이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을 바라고 있습니까?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현재의 정규직 노동자가 어떤 식으로든 조금은 손해를 봐야합니다. 그럴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습니까. 정규직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손해 없이 자본주가 돈을 더 써야 한다. 정부가 예산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만 합니다. 자본주는 한정된 인건비나 복지비용을 조금 늘리더라도 정규직에게 상응하는 손해를 감수하라고 요구합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정부투자기관은 결국 국민들의 조세부담 문제라고 말합니다. 극민들은 그러나 조세부담 증가는 누구도 반대합니다.
하나의 문제만 놓고 봐도 각자의 이익이 첨예하게 상충하는 사례들입니다. 이런 사례는 현재 핵심 사회문제인 전세값, 집값, 중고등학교의 수월성교육, 사교육비, 의료비 연금 보험료 등 수를 셀 수도 없이 많습니다. 즉 누군가가 이익을 보면 누군가는 손해를 봐야 하는 구조…결국 논점은 하나로 모아집니다. 힘 없는 쪽 보다 힘 있는 쪽의 더 많은 양보가 이뤄져야 한다입니다. 이걸 누가 만들 수 있습니까? 결국 정치의 문제입니다.
그런데 이런 문제가 정치 안으로 들어오면 원래 안티였던 측은 안티의 성격을 버리지 못합니다. 주류였을 때 해결 능력을 갖고 있지 않다는 말입니다. 조정과 강압의 힘을 적절하게 사용해보지 않은 때문에 정치에서 필수적으로 필요한 조정과 강압의 순기능까지 망치는 것입니다. 그 극명한 예가 노무현 정권이었습니다. 그걸 체험한 국민들은 그래서 조정보다는 강압을 더 좋아하고 쉽게 사용하는 이명박근혜파에 기울어버린 것입니다.
표면을 보지 말고 내면도 읽자는 말은 바로 이것입니다.
국민 다중의 눈높이, 같은 편, 늘 만나고 교류하는 쪽만이 아니라 국민 다중의 눈높이에서 보자는 말입니다. 촛불에 참여하고 지지하는 쪽만 보지 말고 불꽃놀이에 환호하는 국민들과 야구장에서 환호하는 국민들을 보자는 말입니다. 그들이 악에게 표를 준다고 질타하지 말고 그들에게서 표를 얻을 수 있게 다가가자는 말입니다. 표를 얻기 위하여 적진을 붕괴시켜야 한다면 적진의 핵심 인사도 빼올 수 있는 열린 마음을 갖자는 말입니다. 이것이 악을 이기기 위해 악이 되자는 담론입니다. 이런 토론이 활발하게 이뤄질수록 우리는 희망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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