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쁜 남자 5>
주방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위해 따로 마련된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소파에 앉아 얘기를 하던 아줌마들이 유리를 반갑게 맞았다.
“왜 그렇게 헉헉 거려? 뛰어 왔어?”
“네. 주방장 아저씨 늦는 거 싫어하시잖아요.”
“우리야 저 성질 머리 면역이 되서 괜찮지만 김 양은 적응하기 힘들지?”
“노처녀 히스테리도 아니고 요즘 왜 저렇게 툴툴 거린담.”
“성질 머리가 못됐다니까. 김 양이 접시 깨 뜨렸을 때 생각 나?”
아줌마의 말에 유리가 회상에 잠겼다.
처음 주방에서 일하게 됐을 때 뭘 할지 몰라 멍하니 서 있다 주방장 아저씨와 눈이 딱 마주쳤었다.
“어이 너 걸리적 거려. 설거지라도 해.”
설거지를 마치고 거들어 줄게 있나 싶어 여기 저기 기웃거려 봤지만 뭘 해야 할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일러 주기 전에 눈치 껏 일 할 수 없어?”
“죄송해요.”
“알았으면 빨리 빨리 움직여.”
한 마디 쏘아붙이고 몸을 돌려 과일을 깎아 접시에 담은 아저씨가
유리에게 옮기라는 듯 고개짓을 했다.
접시를 옮기던 유리가 미끄러운 바닥에 발을 헛디디며 접시를 떨어뜨리자
소란스럽던 주방이 순간 조용해졌다.
바닥에 떨어진 과일을 주워 쓰레기 통에 넣자 못마땅하는 듯 혀를 찼다.
“사람 좀 구해 달랬더니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일을 이 따위로 하면서 월급은 꼬박 꼬박 받아 갈 거지?”
가시가 박힌 말에 아무말도 못하고 있자 그게 더 짜증이 난다는 듯 더욱 쏘아 붙였다.
“또 죄송하다고 해 보지 그래. 갑자기 벙어리라도 됐어?”
휘를 따라 주방에 간 첫날 인사를 했을 때 주방장 아저씨만 자신의 인사를 못 들은 척 했었다.
그때는 그저 성격이 무뚝뚝하다고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
자신을 싫어한다는 걸 숨기지도 않고 빈정거리니 숨이 턱 막혀 왔다.
“할 줄 아는 것도 없으면서 뭔 일을 하겠다는 건지.”
“그렇게 윽박지르기만 하면 어떡해.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딨겠어. 담배라도 한 대 피고 와요.”
보다 못한 아줌마들이 등을 떠 밀다 시피하자 마지 못한 듯 주방에서 나가 버렸다.
한마디 한마디 와닿던 말에 고개를 숙이고 있던 유리가
등짝을 후려치는 아줌마의 손이 어찌나 매운지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마음에 담아 두지 마. 성격이 직설적이라.”
신경쓰지 말라는 듯 유리의 어깨를 토닥이던 아줌마들이 뿔뿔히 흩어져 이내 자신의 일에 열중했다.
다행이 그 날은 더 이상 실수를 하지 않았고 일 주일이 넘어가자
눈치껏 일을 찾아서 할 정도로 주방일에 익숙해졌다.
“그러게. 장가를 못 가서 저러나? 좋은 여자 있으면 소개 좀 해 줘야 겠네.”
아줌마들은 별명이 투덜이 스머프인 주방장 아저씨를 두고
이야기 꽃을 피웠고 유리는 입고 있던 옷을 벗어 옷걸이에 걸어
사물함에 챙겨 넣고 작업복으로 갈아 입고 주방으로 갔다.
가게 영업 시간은 여유가 있었지만 주방은 손님 맞을 준비로 부산했다.
“지하에 가서 술 재고 확인하고 빠진 거 있으면 주문 해.”
“네.”
“말을 했으면 빨랑 움직일 것이지 뭐하고 있는 거야.”
개수대에 쌓인 설거지를 마저 하고 가려다 주방장 아저씨의 말에 얼른 고무 장갑을 벗었다.
“잠깐 기다려 봐. 오늘 오실 분들 위스키 좋아하신다니 위스키 재고 파악하고 헤네시도 남았나 살펴 봐.
없는 건 주임에게 물건 들여 달라고 말하고. 실수 하지 말고 잘해.”
“위스키요?”
“바빠 죽겠는데 뭘 멍청히 서 있어. 얼른 움직여.”
빠르게 말을 마치고 몸을 돌리는 주방장 아저씨에게
술 이름을 한번 더 물어 볼까 하다 어떻게든 되겠지하며 지하로 내려갔다.
처음 지하에 왔을 때 박스에 차곡차곡 쌓여 있던 맥주,양주, 이름 모를 술을 보고 놀랐던 기억이 났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보다 다양한 술의 종류와
보관하는 방법에 따라 술 맛이 달라 진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위스키라 그랬지. 근데 위스키 종류는 뭐가 있지? 이럴 줄 알았으면 술 종류도 좀 알아 둘걸.‘
“이런 술을 먹어 봤어야 이름이 생각나지. 헤? 헤헤헤 이건 아니고 뭐였지.”
가물거리는 기억을 더듬어 술이름을 떠 올려 보려 해도 입안에서만 맴돌 뿐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박스 외에도 빼곡히 들어찬 술병들을 확인해 봤지만
도통 알 수가 없어 시선을 술병에 둔채 걷다 쪼그리고 앉아 있던 사람에게 걸려 넘어질 뻔했다.
“아, 깜짝이야. 죄송합니다.”
유리의 사과에도 침묵하던 남자가 와인병을 들고 천천히 일어섰다.
눈을 가리는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일어난 남자는 무척이나 키가 컸다.
웨이터 복장이 아닌 걸 보면 웨이터도 아닌 듯 한데 대체 누구지?
“찾고 있는게 뭐야?”
굵직한 저음의 목소리를 듣고서야 그가 누군지를 알아 챌 수 있었다.
청바지에 편해 보이는 티를 입은 그는 꼭 다른 사람 같았다.
자연스럽게 흘러내린 머리칼 때문에 앳되 보여 소년처럼 풋풋해 보였다.
몇 걸음 떨어져 있는데도 이제는 익숙해진 듯한 애프터쉐이브 향기에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게 헤……. 다 찾았어요.”
“얼렁뚱땅 재고 파악하면 잔소리 꽤나 들어야 할 텐데. 확실해?”
“아뇨. 헤 뭐라고 하는 술이었는데.”
“이리 와 봐.”
“왜요?”
몸을 사리며 의심가득한 눈초리로 반문하자 그가 가까이 다가와 얼굴 쪽으로 손을 뻗었다.
몸을 움찔하며 살짝 비켜서자 한쪽 눈썹을 치켜 올리며 유리병을 꺼내 눈 앞에 불쑥 내밀었다.
“잘 봐둬. 이게 헤네시 파라다이스고 여기 위쪽에 있는 게 위스키야. 이거 찾고 있었지?”
“어떻게 아셨어요?”
“단골 손님 취향도 파악 못해서 이 장사를 어떻게 해. 위스키는 넉넉하니까
맥주나 서너 박스 주문해.“
“네. 감사합니다.”
깍듯하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말을 건네자 강 혁이 묘한 웃음을 띄고 빤히 봤다.
‘왜 저렇게 본 담.’
흔한 청바지를 입고 있는데도 근사해 보이는 그와 달리
헐렁한 작업복바지에 이마를 반 이상 덮어 답답해 보이는 모자도 괜스레 신경이 쓰여
그의 시선이 더욱 불편했다.
“왜 그렇게 빤히 보세요.”
“아무것도 아냐. 가 봐.”
딱딱한 양복을 입었을 때는 볼 수 없었던 편해 보이는 미소에 자꾸만
그의 얼굴로 시선이 가자 의식적으로 바닥만 뚫어져라 봐야 하는 상황이 불편하던 참에
가라는 말에 얼른 몸을 돌렸다.
“아.”
손목이 낚아 채이자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어정정한 신음 소리를 흘리며 그의 얼굴에 시선이 꽂혔다.
새삼 느끼는 거지만 그는 정말 잘 생겼다.
검은 눈동자를 홀린 듯 보다 시선을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애프터 쉐이브 향이라고 생각했던 건 착각이었나 보다.
바짝 다가선 그에게서는 인위적인 향이 아닌 상큼한 비누 향이 풍겼다.
어찌나 세게 잡고 있는지 잡혀진 손목이 아파왔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그에게 묻고 싶은 말이 있었으니까.
“일은 할 만해?”
“네.”
“그 때 왜 그러셨어요?”
“그 때 라니? 무슨 말이지?”
유리가 대답하지 않자 그는 더 이상 묻지 않고 사무적인 얼굴로 물어왔다.
“참 이번달 돈은 준비 됐어?”
기억조차 못하는 얼굴이다. 술에 취해서 잠깐 즐긴 여흥 정도 였나 보다.
까마득하게 잊어 버린 듯한 얼굴을 보니 짜증이 났다.
첫 키스였는데 그게 어떤 의미진 알 리가 없겠지.
말하지 않아도 날짜에 맞춰 돈을 마련하려고 노력중이다.
뭐 아직도 턱 없이 부족하긴 하지만 말이다.
그의 말을 똑똑히 들었지만 못 들은 척 하고 얼른 지하실을 벗어났다.
얼마나 긴장했었는지 손바닥이 땀으로 흥건했다.
돈을 줄 날이 채 이주일이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하자 마음이 무거워졌다.
되도록이면 그 사실을 잊고 살고 싶었는데... 휴우.
한숨을 쉬며 걷던 유리의 눈이 놀란 듯 커지다 소름이 돋는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어떤 미친 자식이.’
엉덩이를 주물럭 대는 손목을 비틀어 줄 생각으로 확 돌아서다
등 뒤에 선 남자의 가슴팍에 얼굴을 부딪혔다.
“역시 젊으니 탱탱한 게 좋군.”
느물거리며 엉덩이에서 손을 치우지 않는 쌍칼인가 부엌칼인가 하는 인간의 얼굴을 확인한
유리의 얼굴이 살기등등해졌다.
씩씩 거리는 게 보이지도 않는지 창백해진 얼굴을 보며 능글맞게 지껄여 댔다.
“자세히 보니 꽤 반반하게 생겼네. 그런데서 일하지 말고 홀에 들어가지 그래.
팁이 꽤 짭짤할텐데.“
“손 못 치워요.”
“호 고것 성깔있네.”
몸에 향수를 들이 부었는지 향수 냄새가 진동을 했고 스스로를 꽤나 매력적이라
생각하는지 눈웃음을 짓는 얼굴을 보니 속이 거북해져 왔다.
‘어떡하지. 어떡할까.’
대 놓고 대들면 이런 부류의 인간들은 더 괴롭힐 거란 생각이 스쳤다.
마음 같아서는 사정없이 걷어차고 꼬집어 주고 싶었지만 마음을 가다듬고 궁리 했다.
몸을 바짝 붙이고 서서 허벅지에 다리를 밀착해 왔고 몸을 빼려하자
양손으로 엉덩이를 잡아 자신에게 더욱 끌어 당겼다.
향수 냄새에 두통이 생길 지경이었고 아까부터 허벅지에 와 닿는 딱딱한 뭔가에 신경이 바짝 곤두섰다.
“이게 뭔지 알아? 가르쳐 줄까?”
“놔 주세요. 일하러 가야 해요.”
“내숭 떨지 말고 너도 알 건 다 알잖아. 느껴져?”
“지금 저한테 성교육이라도 하시겠다는 건가요?”
참을성이 바닥난 유리가 작업복 주머니에 손을 넣어 딱딱하게 찔러대는
쌍칼의 것을 손톱을 세워 사정없이 비틀었다.
“성 교육? 오 그것 말 되네. 잘 가르쳐 줄게. 아얏. 이 년이?“
사타구니를 감싸 안으며 외마디 비명을 지르던 쌍칼이 주먹을 들어 올리자 눈을 질끈 감았다.
악랄한 인간의 주먹질이 이어질 거란 예상과 달리 아무 느낌도 없자 살며시 눈을 떴다.
아픔 때문인지 분함 때문인지 허옇게 질린 채 쌍칼의 주먹은 허공에 멈춘 채 휘의 손에 붙들려 있었다.
“뭐하는 짓입니까?”
“넌 상관 말고 모른척 해. 이년 교육 좀 시켜야 겠어.”
“주방에서 일하는 사람인데 형님이 무슨 교육을 시키겠다는 겁니까. 형님 소관도 아니잖습니까?”
“빌어먹을. 너 네 눈에 안 띄게 조심해.”
바닥에 카악 침을 뱉은 쌍 칼이 어기적거리며 멀어졌다.
‘이 놈아 마음 같아서는 부러뜨리고 싶었지만 참은 건 줄이나 알아.’
“무슨 일입니까?”
멀어지는 쌍칼의 둿통수를 노려보던 유리가 휘의 말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아무 일도 아니에요. 저 바빠서 가 볼게요.”
“불미스러운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씀하십시오.”
‘그렇게 말하는 당신도 어차피 여기서 일하는 사람이니 저 인간과 별 다를 바 없을텐데 뭔 말을 해.
말해 봐야 달라질 것도 없을 테고.’
여기서 일하는게 내 인생에 불미스러운 사건이라고 톡 쏘아 붙이려다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주방으로 갔다.
담담한 얼굴로 휘에게서 멀어졌지만 주방이 가까워지자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 앉았다.
악의로 번들거리던 쌍칼의 눈동자가 떠 오르자 소름이 끼쳐 왔다.
제일 바쁜 시간인 11시로 접어들자 주방은 그야 말로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예약외 단체 손님이 한꺼번에 들이닥치자 일손도 모자랐고 웨이터들도 분주했다.
주문한 음식이 만들어졌지만 가지러 올 생각을 하지 않자 유리가 음식을 나르는 일을 맡았다.
푸짐한 회와 양주병이 든 쟁반을 들자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졌다.
쟁반을 조심스럽게 들고 이층으로 올라가자 남자 둘이 급하게 아래로 내려왔다.
쨍그랑.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계단을 뛰어 내려오던 남자 중 하나가 어깨에 부딪혔고
무게중심을 잃은 유리가 휘청거리다 쟁반을 놓쳤다.
계단을 굴러 내려간 양주 병이 산산히 부서졌고 바닥으로 떨어진 회는 제멋대로 흩어졌다.
“야 저 새끼 잡아.”
남자들을 따라 내려온 사내들이 아래층에 있던 검은 양복을 입은 사내들에게 외치자
도망가던 남자들의 목덜미를 낚아채 바닥으로 팽겨쳤다.
넘어지던 남자중 한 명이 홀에 장식된 화병 위로 넘어지는 바람에 화병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깨졌고
홀이 아수라장이 되 버렸다.
서빙을 하던 웨이터들과 룸으로 들어가던 아가씨들이 팔짱을 끼고 구경했다.
쓰러진 남자들에게 발길질을 하자 남자들이 비명을 질렀고 그 중 한명이 울며 다리를 잡고 매달렸다.
“잘못했습니다.”
“씹알 새끼가 술 쳐먹고 어디서 토껴. 오늘 한번 죽어 볼래.”
“긴말 필요 없고 얼마 있냐.”
“용서해 주십시오.”
“좇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 용서고 나발이고 필요 없고 좋게 말할 때 술 값 내놔라.”
험악하게 윽박지르자 남자들은 꿀 먹은 벙어리 마냥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살기등등한 얼굴로 이층에서 내려다 보던 사내들이 아래로 내려가 바닥에 쪼그리고 앉은
남자들을 에워샀다.
사람들 사이에 흐르는 팽팽한 긴장감에 마른침을 삼키며 쟁반을 치울 생각도 못하고 있던
유리가 조심스럽게 내려가 양주병을 치우기 시작했다.
“이 새끼들 끌고 가.”
기진맥진한 남자들을 끌고 가던 사내가 회를 밟고 미끄러질 뻔하자
인상을 쓰며 유리를 노려봤다.
“썅. 이건 또 뭐야. 단체 손님 올건데 얼른 치워라.”
“네. 죄송합니다.”
얼굴을 걷어 차였는지 피를 흘리며 끌려 가는 걸 보자 손이 떨려
마음먹은 대로 손이 움직여 주지 않았다.
손님들이 끌려 들어간 방 문 앞을 사내들이 팔짱을 낀 채 지키고 섰고
쿵쿵거리는 소리에 섞여 찢어지는 비명소리가 들려오자 심장이 미칠 듯 뛰었다.
비명 소리가 들리지 않는 곳으로 도망가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깨진 병을 주워 담았다.
“그 씹새끼 어디 있어? 안 그래도 기분이 엿 같은데 이 방이야?”
큰 소리로 욕을 하며 내려오는 쌍칼의 목소리에 쪼그리고 앉아
최대한 빠르게 회를 쓸어 담는데 쌍칼이 징그러운 면상을 들이 밀었다.
쌍칼의 얼굴이 코 앞으로 바짝 다가오니 이마에 흉터가 도드라져 보였고
눈가에 자잘한 주름이 눈에 와 박혔다.
“좀 거들어 줄까?”
“아뇨. 괜찮아요.”
딱 잘라 거절하자 입가를 씰룩이며 일어서 구둣발로 회를 으깨며 짜증을 부렸다.
“이 술이 얼마 짜린줄이나 알아? 병신 같은 게 이런 것도 하나 제대로 못 해?”
“죄송합니다.”
“죄송해야지. 암 그래야지.”
애꿎은 회만 떡이 되도록 뭉개던 쌍칼이 손님들이 끌려 들어간 방으로 들어갔다.
가슴을 쓸어내리며 주방으로 가자 아줌마가 유리의 손을 보고 고함을 질렀다.
“김 양아 손이 왜 그래. 피 나잖아.”
아줌마의 말에 손을 보니 유리에 배었는지 피가 바닥으로 뚝뚝 떨어졌다.
“치료하게 얼른 이리 와.”
“괜찮아요.”
“괜찮긴 피가 철철 나는데 어디 봐.”
주방장 아저씨가 억지로 의자에 앉히며 역정을 냈다.
“미련하기는. 덧나면 어쩌려고 그래. 어어. 왜 그래.”
자신을 에워싸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을 거니 하루 동안 겪었던 일들이 떠올라
숼새 없이 눈물이 흘렀고 유리의 눈물을 본 주방장 아저씨가 당황한 듯 말을 더듬었다.
“쯧쯧. 못볼 꼴 봤구만. 여기서 일할려면 그런 거에 익숙해 져야 하는데.”
“개 패듯이 사람 패는 걸 보니까 나도 심장이 울렁거리던데 김 양은 얼마나 놀랐겠어.”
“술 값 때 먹고 도망가는 놈들 잡으면 사람을 반 죽여 놓잖아. 그러게 돈도 없으면서 이런데를 왜 오누.”
“사흘들이 한번 이런 일이 있는데 에휴. 이 일을 관두던지 해야지.”
한마디씩 던지고 자기 자리로 가 일하는 사람중에 누구도 유리에게 얼른 일 하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다들 바쁠텐데도 마음 추스르라고 아무말도 하지 않는다 걸 알면서도 눈물이 그치지 않았다.
그렇게 심하게 사람이 맞는 걸 본적이 없었다. 사람을 때리면서 무표정하던 얼굴들.
이곳 헤븐은 상상했던 것보다 휠씬 끔찍한 곳이다.
“자 마셔.”
여전히 무뚝뚝한 얼굴로 차를 건네던 주방장 아저씨가 차를 받아 드는
유리의 손이 덜덜 떨리자 손에 잔을 쥐어 주었다.
“마시고 진정해.”
아줌마들이 바쁘게 일하는 걸 보니 더 이상 멍하니 앉아 있을 수 없어
좀 진정이 된 듯하자 자리에서 일어섰다.
“잠깐만. 손 좀 봐.”
밴드를 붙여 놓은 손바닥에서 피가 멈추지 않고 흘러나와 손바닥에 흥건히 고였다.
손을 등 뒤로 감추자 미간를 찌푸리던 아저씨가 앞치마를 벗고 손을 끌다 시피하며 홀로 데려갔다.
“앉아서 기다려. 얘기하고 올게.”
“혼자 갔다 올 게요.”
“혼자 가든 둘이서 가든 일단 얘기는 해야 해. 좀 기다려.”
생각보다 깊게 베였는지 상처가 욱씬 거려 왔고 피는 여전히 멈추지 않았다.
홀 한쪽에 마련된 소파에 앉아 입술을 깨문 채 기다리는 시간은 더디게만 가는 듯 했다.
말끔한 양복으로 갈아 입은 강 혁이 사장실로 가다 유리를 보고 시원한 걸음으로 다가섰다.
"한참 바쁠 시간에 여기서 뭐하는 거야."
지친 듯 소파에 몸을 기댄 모습을 건성으로 보던
강 혁이 대리석 바닥으로 떨어지는 피를 보고 얼굴이 굳었다.
사정 없이 손을 낚아채자 극심한 통증에 눈물이 핑 도는 걸 느낀 유리가
손을 빼려했지만 잡은 손을 놔 주지 않았다.
“손이 왜 이래.”
“아, 아파요.”
“이런 미안하군.”
얼른 손을 땐 강 혁이 양복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손바닥을 감싸며 유리를 일으켜 세웠다.
등 뒤에 서있던 휘에게 눈짓하자 휘가 밖으로 나갔다 다시 들어와 말했다.
“차 대기 시켜 놨습니다. 제가 모시고 갈까요.”
“내가 가지. 사파이어 룸에 오신 분들에게 술 안 떨어지게 각별히 신경 써. 다녀오지.”
“김 박사에게 전화 해 놓겠습니다. 다녀오십시오.”
유리를 번쩍 안아 올린 강 혁이 성큼성큼 걸어 헤븐에서 나와 대기하고 있던 차에 올랐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올만이네용. 아하하. 잘들 지내셨어요? 전 요즘 살이 뒤룩뒤룩 쪄서 다이어트 할려고
마음만 먹고 있어요. ㅜㅜ 살 빼기 넘 힘들어요.
좋은 다이어트 방법 아시면 추천좀 해 주세요.
행복한 하루 되시구요. 아 꼬릿말 달아 주시는 거 감상밥 남겨 주시는거 잊지 마세욤.
하하 협박인데 안 먹힐듯 한 불길한 예감이 팍팍 드는군요. ^ㅡㅡㅡㅡㅡㅡㅡ^
첫댓글 우와..넘 오랜만이네요..넘 반갑구요..저희어머님 말씀이 살은 때되면 빠진다는데요..ㅋㅋ
소저님 저도 반가워용. 그 때가 언제 일까요. 이러다 굴러 다닐까 심히 걱정이 되는 요즘이랍니당. ^^
.............. 앗싸! 저희함께살까기를,..,
하핫 살을 까요? 잘 까일까요. 대패로 좀 밀어서 없앨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반가워요.키케이님 ^^
... 오랜만이십니다; 중단하신줄 알고.. 운동만이 살길입니다! 저도 살쪄서 운동하는데.. 역시 장난이 아닙니다; ㅎ
운동하시기 힘들시지 않으세요? 열심히 운동해서 여름에 비키니를 입는 그날까지 홧팅입니다.근데 무슨 운동하세요??
엄청기달렸어여 ㅠㅠㅋㅋㅋㅋㅋㅋ 이제 자주자주써주세영 ㅋㄷㅋㄷ
그냥 기다리신 것도 아니고 엄청 기다리셨어요? 님의 말씀 넘 행복하네요. 자주 쓰려고 노력할게요. ^ ^
넘 잼있어요~~~~~~~~원츄~~~~담편도 기대할께요~~~~~~~~~~건필~~하세요~
원츄라니 오호호 감사합니당. 열심히 쓸게요. 힘이 하나도 없었는데 님 말씀에 힘이 부쩍 나네요. ^^
중단하신줄 알앗는데 써주셔서 넘 좋아요.. 완결까지 써주실거죠?
중단할려고 생각했었습니다만 완결까지만 가자고 마음을 다잡는 중입니다. 이제 시작이면서 말입니당. 대화명이 이쁘시네요. 웬지 귀여운 병아리가 연상되는 이름이네요. 감사합니당 열심히 쓸게요
엄머. 강혁씨 짱이여요!!!! 너무 멋있어요
ㅠㅠㅠ 빨리다음편보고시퍼요 ㅠㅠ
으핫 ㅜㅜㅜ 바리바리 올려주세영!! 작가님 파이팅 히히히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