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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투자 전문가 대부분은 내년 경기가 올해보다 나아지면서 투자하기에 좋은 환경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오는 20일부터 21일까지 서울 대치동 SETEC(무역전시장)에서 본지 주최로 열리는 '2013 대한민국 재테크 박람회'에 참여하는 자산관리전문가(PB) 80명에게 내년 재테크 기상도를 설문조사했다. 그 결과 대부분의 전문가가 돈을 안전자산에 묶어두기보다 적극적인 투자를 권유했다. 투자 대상 가운데 주식을 추천하는 의견이 가장 많았고, 해외에 투자할 경우엔 선진국 위주 투자를 추천했다. 부동산은 가격이 올라갈 것이란 의견이 내려갈 것이란 의견보다 많았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내년 시장 상황을 비관적으로 전망하면서 안전자산 위주의 신중한 투자를 주문했다.
◇전문가 89.7%, 주가 상승 예상
우선 '내년 경기를 어떻게 전망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78%가 '올해보다 나아질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김탁규 기업은행 PB고객부 과장은 "미국·유럽 등 선진국 중심의 경기 회복 영향을 받아 제조업이 발달한 우리나라가 수혜를 입으면서 경기 회복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경기 호전에 가장 큰 수혜를 입는 투자 대상은 주식이 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내년에 수익률이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투자 대상을 묻자, 75%가 주식을 꼽았다. 다음으로 부동산(14.7%), 저축성보험(7.4%) 순이었다. 이남룡 삼성증권 책임연구위원은 "채권 중심 투자에서 주식 중심 투자로 대전환이 일어날 것"이라고 했고, 이호원 미래에셋생명 부장은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둔화되고 위험자산을 선호하는 심리가 생기면서 주식의 수익률이 가장 높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주식 투자에 대한 추천이 많은 것은 내년 주가 상승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내년 코스피 지수를 예측해 달라는 질문에 58.8%가 2000에서 2200포인트 사이를 꼽았다. 또 30.9%는 주가가 2200포인트를 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의 89.7%가 주가 상승을 예상한 것이다. 지난 13일 코스피 종가는 1962.91포인트였다.
해외 투자를 할 경우엔 선진국 증시를 추천하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75.7%가 선진국 증시를 추천했고, 아시아가 11.4%로 뒤를 이었다.
김현수 우리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차장은 "미국은 양적 완화(채권을 사들여 시중에 돈을 푸는 것) 축소에도 불구하고 점진적인 성장을 이어갈 것이고 유럽도 더디지만 회복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며 "선진국 경기의 지속적인 회복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부동산 가격 상승 의견이 더 많아
부동산 시장에 대해선 좋아질 것이란 의견이 나빠질 것이란 의견보다는 많았다. 수도권 아파트 가격을 예상해 달라는 질문에 상승(16.2%) 강보합세(23.5%) 보합세(33.8%) 약보합세(19.1%) 하락(4.4%) 등의 분포로 나타났다. 보합세를 중립적인 의견으로 본다면, 상승 쪽에 베팅을 하는 의견이 하락 쪽 의견보다 많은 것이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 팀장은 "정부 대책 등에 힘입어 주택 시장 거래 회복이 예상된다"며 "실수요가 많은 중소형 평형 중심의 가격 상승세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투자 목적의 부동산을 추천해 달라는 의견에는 토지(9.9%) 재건축 아파트(21.1%) 상가(28.2%) 오피스텔(9.6%) 단독주택(4.2%) 기타(26.8%) 등으로 나타났다.
재건축 아파트와 상가에 대한 의견이 가장 많았지만, 어느 한쪽으로 추천 물건이 크게 집중되지는 않았다.
전세 가격에 대해서는 올라갈 것이란 의견이 44.1%로 가장 많았다. 또 강보합세는 30.9%로 나타났다. 75%가 상승 쪽 의견을 제시한 것이다.
안치만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아파트 구매 심리에 반전이 나타나기엔 아직 한계가 많다”며 “전세 공급보다 수요가 과다한 상태가 지속되면서 전세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비관론자들 ‘신중해야’
전반적으로 시장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는 의견이 주류를 이뤘지만, 부정적인 전망과 함께 신중한 투자를 주문하는 전문가들도 있었다.
원종훈 국민은행 WM사업부 팀장은 “많은 전문가의 예상과 달리 주택시장 침체는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워 경기 부진이 오래갈 것으로 우려된다”며 “내년 주가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니 투자자들은 채권과 예·적금 위주의 안전한 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림 하나은행 세무자문위원은 “경기가 올해보다 나아질 유인이 없는 상황에서 주가와 부동산 가격 모두 상승하기 어렵다”며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박유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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