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01.27 10:02
이학재 출판기념회 사회 본 김행 뭐하나
김행 전 청와대 대변인이 25일 이학재 새누리당 의원의 출판기념회 사회를 봐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지난달 31일 청와대 대변인직에서 사퇴한 이후 공개 석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입니다. 25일 만입니다. 김 전 대변인이 이 의원 행사에서 사회를 본 이유가 뭘까요.
박근혜 측근 이학재 출판기념회 사회 본 김행, “개인적 인연”
먼저 이 의원에게 전화를 해봤습니다. 이 의원은 6·4 지방선거에서 인천시장에 출마하기 위해 준비 중입니다. 출판기념회도 인천에서 열었습니다. 이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비서실장을 했고, 대선후보 시절에도 비서실장을 해 박 대통령 측근 의원 중 한명으로 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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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행 전 청와대 대변인이 25일 이학재 새누리당 의원 출판기념회에서 사회를 보고 있다./뉴스1
그는 전화통화에서 “사회를 누구에게 맡길까 논의하다가 누군가 ‘김행 대변인 어떠냐’고 했다. 내가 잘 아는 사이였다. 그래서 부탁했는데 김 대변인이 흔쾌히 들어줬다”고 과정을 설명했습니다.
김 전 대변인과의 인연에 대해선 이렇게 말했습니다. “서로 알고 지낸 건 한 5,6년전쯤 부터다. 가깝게 지낸 건 지난 대선 즈음이다. 둘이 모두 박근혜 대통령을 돕는 입장이다 보니 가까워졌다. 대선 이후 김 전 대변인이 청와대 들어가면서 더 가까워졌다. 또 김행 대변인 시댁이 인천이다. 그러다 보니 만날 때마다 좀 더 살갑게 만나게 됐다.”
김 전 대변인에게도 전화를 해봤습니다. 김 전 대변인 설명도 비슷했습니다. 다만 김 전 대변인은 자기 얘기가 기사화 되는 것을 상당히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는 “개인적인 친분이 있어 부탁이 왔길래 사회를 봐준 것”이라고 했습니다. 일부 언론에서 김 전 대변인이 이날 행사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정치)활동을 하는 게 아니냐는 식으로 보도한데 대해 “개인적으로 사회를 봐준 것이 무슨 본격 활동이냐”고 했습니다.
“백수가 과로사한다”전화를 한 김에 김 전 대변인에게 근황을 물어봤습니다. 그는 주저주저 하다가 몇 마디 했습니다.
―대변인 사퇴후 어떻게 지내나.
“조용히 쉬면서 재충전을 하고 있다. 믿을 지 안 믿을지 모르겠지만 이런(쉬는) 시간이 축복의 기간이다. 인생에 과속방지턱이 없으면 어떻게 되겠느냐. 가다 보면 잠시 쉬었다 가야 한다. 제가 신앙인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지금의 시간이 평안의 시간으로 생각된다.”
―주로 뭐 하면서 쉬나.
“‘백수가 과로사 한다’는 말이 있지 않나. 책도 보고, 주변에서 진짜 고생했다고 밥 사주겠다는 사람 많더라. 인생이 수지 맞았구나 생각한다. 감사한 일이다. 저를 위해주는 목사님도 만나고 스님도 만나고 그랬다.”
“
‘결국 한 줌, 결국 한 점’ 책 여러 번 본다””
―무슨 책 읽나.
“성경책도 읽고 스님들이 주신 책도 있다. 자기 전에 보는 책 중에 박근혜 대통령이 쓴 아주 얇은 책이 하나 있다. ‘결국 한 줌, 결국 한 점’이라는 책이다. 그 책이 절판된 것 같더라. 그래서 복사한 책을 갖고 있다. ‘인생이 결국 한 점 아니겠나. 순간 순간 주어진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들어 있다. 그 책을 자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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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행 전 청와대 대변인이 대변인 시절 춘추관에서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질문을 받고 있다.
김 전 대변인이 언급한 박 대통령의 책은 1998년 출간됐습니다. 박 대통령이 대구 달성군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당선된 때가 그해 4월이니 박 대통령이 정계입문 직전 쓴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종의 자전적 에세이입니다. 박 대통령은 이 책에서 “긴 역사의 흐름 속에서 보면 한 인간이 살다가는 기간은 작은 한 점에 불과하다”고 적었습니다.
박 대통령은 이 책 내용을 몇 차례 언급했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중국을 국빈 방문 중이던 지난해 6월29일 칭화대 학생들에게 강연한 뒤 질의 응답 시간에 이 책 내용을 소개했습니다. 한 학생이 ‘여성 지도자가 되는 데 있어서 직면했던 도전’에 대해 질문하자 박 대통령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아주 고통스러웠던 시절 제 마음을 풀어내는 수필을 쓰면서 마음을 다스렸다. 그때 쓴 책 중의 하나가 ‘결국 한 줌, 결국 한 점’이다. 인생사의 이런 저런 일을 겪으면서 살다 가면 한 줌의 흙이 되지 않느냐. 아무리 100세 이상을 산다고 하더라도 긴 역사의 흐름에서 본다면 딱 점 하나도 안 될 것이다. 그러나 그 한 점이 어떻게 남느냐에 따라서 두고두고 욕을 먹기도 하고 또 두고두고 인류에 공헌하기도 하고 그렇기 때문에 참 바르게 살아야 된다. 진실 되게 살아야 된다는 생각을 했다.”
“이정현, 시어머니 32년 모신 것 어떤건지 알았다고 하더라”김 전 대변인이 사표를 냈을 당시 그 이유를 두고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역할을 주지 않아 갈등을 빚었기 때문이 아니냐는 관측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아니라고 했습니다.
―대변인 그만둔 이유에 대해 여러 얘기가 나왔는데.
“언론에서 이상한 내용 많이 썼는데 그게 아니다. 너무 상상의 나래를 펴지 마라. 그만둘 때 이정현 수석이 나보고 ‘시어머니를 32년 동안 모시고 살았다는 게 어떤 건지 김 대변인 보고 알았다. 정말 고마웠다. 다른 대변인들하고 다르더라’라고 하더라. 그럼 된 것 아닌가. 내가 시어머님을 오래 모시고 산 걸 이 수석이 알고 한 말이다. 대변인 그만둘 때 내가 기자들에게 보냈던 편지에서 했던 말 그대로다. (대변인을 했던 시간은) 정말 영광스럽고 행복했던 기간이었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뭐 이런 건 있다. 청와대 대변인 했던 사람으로서 대통령에게 누가 되는 행동은 하지 않는다. 행동을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 또 어떤 역할을 하던 간에 박근혜 대통령이 성공하는 데 도움이 돼야 한다는 원칙이 있다.”
그는 구체적인 계획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여권 내에선 김 전 대변인이 머지 않아 어떤 역할이라도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새누리당 한 친박(親朴) 핵심 의원은 “김 전 대변인이 청와대에서 무슨 문제가 있어서 그만둔 것이라면 이학재 의원 출판기념회 사회를 쉽게 볼 수 없었을 것이다. 박 대통령의 측근인 이 의원 출판기념회 사회를 봤다는 건 청와대와 편안한 관계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김 전 대변인이 언제 어떤 형태로 돌아올지 궁금해지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