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심회 사건 공판이 열린 중앙지법. 재판정 입장 중 휴대전화, 피켓, 태극기 반입을 막는 법원 경위들과 애국단체 회원들 간에 마찰이 일기도 했다. 기자들 또한 노트북, 카메라 등의 취재장비 반입이 불허됐다. 법원은 지난 21일 민노당원들에 의한 법정 소란을 우려해서인지 경찰 수십 명을 주변에 배치하기도 했다. ⓒkonas.net | |
일심회 사건으로 재판이 진행 중인 장민호씨에 대한 두 번째 공판이 열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부는 28일 오후 2시 서울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장민호 씨에 관한 검찰심문공판을 열었다.
이날 장민호씨는 밀입북, 북한 대외연락부 요원을 만나 각종 정보를 제공했던 일, 북한 대외연락부 요원으로부터 국내 정보를 넘기기 위한 프로그램을 받고 홍콩에 사서함을 설치하는 등 각종 편의를 제공받은 일에 대해서는 혐의를 시인했으나 "자신은 북한의 지령을 받거나 한 적이 없으며 동등한 지위에서 통일운동에 관해 논의했다"며 간첩 혐의를 부인했다.
이날 검찰 신문 중 장민호씨는 ▲재미교포 김윤성을 만나 '통일운동'에 대해 논의한 것 ▲체코, 스위스를 거쳐 밀입북, 지시를 받은 것 ▲손정목씨, 이진강씨 등으로부터 사회단체와 민노당에 대한 각종 정보를 받아 북한에 제공한 것 ▲'통일운동'의 논의를 위해 비밀조직을 결성한 것 등의 혐의를 시인했다.
장씨의 진술에 따르면 일심회는 장민호씨를 중심으로 다른 조직원들과 1:1로 만나 '사업'을 추진했으며 상대방들은 서로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별도의 하부 조직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렇게 만난 사람들이 바로 이진강씨, 손정목씨 등이었다. 손정목씨는 최기영씨를 통해 민노당 상황을 파악하는 한편, 민노당 내에 일심회의 하부 조직을 결성하려고 했다. 이진강씨는 '반미청년회' 출신이라는 점을 살려 소위 '시민단체'들에 대해 정보를 파악, 보고했다는 것이다. 장민호씨는 이렇게 모인 정보를 취합해 북한 대외연락부에 보고했다.
장민호씨가 북한에 보고한 내용 중에는 4.15총선과 5.31지방선거 전후의 국내 상황, 민노당 주요 간부 260여 명의 인적사항 등의 정보와 함께 먼저 민노당 내부를 움직일 수 있는 조직을 만들고 이를 통해 통일연대, 녹색연합 등 소위 '시민사회단체'들과 연대해 광범위한 反한나라당 통합조직을 결성해야 한다는 여러가지 기획안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장민호 씨는 검찰이 묻는 질문 상당수에 대해 자신이 작성한 자료들임에도 불구하고 '당시의 상황이 복잡했다''과장되어 있다''기억이 나지 않는다''다른 사람들이 착각한 것 같다''기억을 추스려 보겠다'며 답변을 회피하는가 하면 검찰측에서 사용한 단어 하나하나에 이의를 제기하는 등 자신의 공소사실에 대해 그다지 수긍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검찰이 심문 중에 '공작원''사상학습''포섭''지령''하부조직'보고' 등의 단어를 사용하자 그때마다 '북측''토론''논의'라고 말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또 자신은 "북한에게 포섭되어 지령을 받고 조직을 결성하고 사람들을 포섭한 것이 아니라 북한과 대등한 입장에서 통일운동에 대해 논의했다"며 자신이 만난 사람들이 북한 사회과학원의 학자들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검찰 측에서는 "어떻게 (범죄사실을 설명하면서) 그렇게 아름다운 말을 사용하느냐"고 지적하면서 "지금 피고는 증거사진이 있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모두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혹시 다른 조직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답변을 모호하게 하는 거냐"고 추궁했다.
이날 재판을 통해 드러나는 것은 북한 김정일 정권이 민노당을 친북반미 투쟁을 위한 거점으로 삼기 위해 그 내부에 별도의 '지도핵심체계(지핵체계)'를 만드는 한편, 총선, 대선, 지방선거에 개입하고자 했다는 의혹이었다.
이날 재판은 세 시간 이상 길어졌으나 장민호씨가 핵심혐의를 부인하고 시종일관 모호한 답을 하는 바람에 별다른 진전은 없어보였다. 이날 재판정에는 지난 21일 1차 공판 때와는 달리 애국단체 회원들이 대거 몰려 피고를 지지하는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애국단체 회원들이 '북한에나 가라''빨갱이'며 피고를 성토하자 피고측 변호인이 '저 인간들 인적사항 알려달라'고 맞받으며 방청객을 비웃어 한동안 고성이 오고가기도 했다.
▲뉴라이트 청년연합과 활빈단은 오후 1시 서울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21일 법정소란을 일으킨 민노당원의 사법처리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konas.net | |
한편 재판이 진행되기 전인 오후 1시, 뉴라이트 청년연합과 활빈단 회원들은 서울중앙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1일 공판 당시 소란을 피웠던 사람들에 대한 사법처리를 요구했다. 재판정 입장 중에는 휴대전화와 태극기 반입 문제로 법원 경위들과 애국단체 회원들 간에 마찰이 일기도 했다. (konas)
전경웅 코나스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