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도진미 10선
- 권갑하
〈이문 설농탕〉
아니 먹고는 못 견딜 그런 추억 있다면
그런 인연의 향기 허기처럼 밀려온다면
푹 고은 역사 한 그릇 훌훌 말아 드시라
〈의정부 부대찌개〉
눈물겨운 일이 어디 잘린 조국뿐이랴
아픔이 맛 들지 않으면 어찌 우리 것이랴
동서양 어우러진 맛 라면까지 땀 뻘뻘
〈 춘천 막국수〉
막돼먹은 사람이라도 막말은 말아야지
막그릇에 막걸리 한 잔 막정은 넘쳐흘러
순메밀 '막'자 항렬에 앞서듯 줄을 서네
〈병천 순대〉
아우내가 병천(竝川)이라 영호남 함께 모여
다함께 태극기 들고 3 · 1만세 불렀던 곳
순대 속 조화론 융합 어찌 혼자 먹을까
〈옥천 어탕국수〉
아는 사람만 알고 깨달은 이만 찾아오는
가마솥에서 끓여낸 걸쭉한 어죽 한 그릇
청산(靑山)*을 돌아온 옥천(玉川) 그 기운도 서렸네
* 옥천군 청산면
〈전주 비빔밥〉
고추장으로 분칠한 다문화 나물 축제장
속정 물씬 풍겨나는 살아 있는 맛과 향
곰삭은 사투리 한 자락 그 맛 어이 빠질까
〈담양 대통밥〉
길은 게걸음치는 데 바벨탑을 쌓는 나무
죽력과 죽황 스민 대쪽 같이 푸른 기운
떡갈비 덤이라지만 굽자마자 바로 먹세
〈안동 간고등어〉
어두울수록 더 깊이 어둠 찾아 나서는
캄캄한 생각 하나 노릇노릇 익어가는
자르르 짭조름한 맛, 그게 '정신' 아닌가
〈마산 아구찜〉
이실직고하면 살보다는 뼈가 더 많제
미나리와 콩나물 많이 주면 좋아들 해
탕보다 찜이라지만, 글쎄 탕 먹어봤어!
〈제주 갈치국〉
한 번 맛보면 다시 찾는다는 갈치잖아
구이나 조림보다 싱싱해서 맛이 깊은
한 사발 호박갈치국 가을에 더 향긋한
ㅡ『나래시조』(2020, 여름호)
*******************************************************************************
텔레비전 프로그램 중에 '팔도밥상'이란 게 있는데요
전국의 유명한 음식을 찾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어서 제법 볼만 합니다
권갑하 시인이 소개하는 팔도진미 중에 몇 가지나 드셔보셨나요?
아니 자기가 소개하고 싶은 지역 특별음식에 뭐가 있나요?
오늘 저녁 자매문협인 삼척에 가서 해변시낭송회에 참석하고자 하는데
그곳 곰칫국도 별미였다는 걸 떠올립니다^*^
장마철이어도 압맛에 맞는 음식을 생각하며 후텁지근함도 잊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