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갈없는 겨울
하루하루 지나는 일이 비숫비숫한 일로 되풀이입니다.
하루이틀도 아니고 매일 그런일로 되풀이 하고 있기 때문에 지겨울
수가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하나의 조건이며 일반적인 상황입니다.
새 해 들어 용운동 국제수영장에서 수영을 배우고 있습니다.
한시간 동안 배우고 나면 몸이 가뿐하고 머리가 맑습니다.
그리고 용운도서관에 들러 시간을 보내고 책도 빌려 오기도 합니다.
금년은 예년과 달리 연일 영하의 날씨이고 눈까지 많이 내려 도로가
얼어 붙어 오후에 한 두시간씩 자전거를 타거나 운동을하던 시간이
없어졌습니다.
며칠을 그렇게 지나다 보니 저녁마다 몸이 무겁고 마음도 공허 하고
지루한 느낌입니다.
생명을 움띄우는 흙을 가까이 하면 똑같은 일을 해도 지루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일단 대지로부터 이탈되면 일을 반복 해도 지겹습니다.
텃밭에 냉이와 민들레가 소복히 푸른 잎새를 내밀고 웃는 모습을
보면서 붐이 오면 냉이국을 끓이고 민들레 잎새로 나물을 무쳐
주겠다던 마누라가 눈속에 파묻힌 것을 보고 다행스러워 합니다.
따뜻한 이불이 된 흰눈이 고맙기도 합니다.
온 산하가 백설탕을 뿌려 놓은 듯 흰눈으로 하얗게 물들었습니다.
색갈없는 겨울이 되버린 텃밭에 맑은 햇살 오기만을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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