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항공업종 영업손실 기록, 전년대비 6천억원 이익 증발
항공사들은 역대 최악의 성수기를 보냈다. 대한항공을 제외하면 모두 3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국적사들의 합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6천억원이 급감했다. 저비용항공(LCC) 4사는 작년 3분기 867억원의 영업이익에서 올해는 600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올해초 저비용항공사들은 국제선 부문이 과잉공급 국면에 들었고, 양대 국적사는 화물 물동량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7월 한일 관계 악화에 따른 일본여행 보이콧과 경기 둔화, 원화 약세 등 대외환경 악화가 겹쳐지면서 성수기가 무색한 실적 쇼크로 이어졌다. 4분기에는 여객시장이 비수기에 접어들면서 손실폭은 더욱 커질 것이다. 올해 항공업종의 연간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1조원이 증발할 전망이다.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로 치솟았던 2013년보다 더 부진하다.
4분기 건너뛰고 2020년 이익 턴어라운드까지 길게 볼 시점
영업적자 가능성은 일본 여행 보이콧 영향이 처음 나타나기 시작했던 7월부터 점쳐져 왔다. 한편으로는 성수기인 3분기에도 손실이 나면서 비수기인 4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은 일찌감치 사라진 모습이다. 대신 2020년 실적을 바라보면 기저효과에 무게가 실린다. 양대 국적사를 저비용항공사보다 먼저 주목해야 한다. 해외여행 수요가 단기 회복되더라도 근거리 국제선은 LCC 중심의 공급과잉이 더 문제다. 이익 정상화를 위해서는 공급 구조조정이나 M&A와 같은 시장 재편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화물의 경우 좀 더 편안하게 바닥잡기가 가능할 것이다. 미중 무역갈등과 브렉시트 등 불확실성이 피크를 지난 모습이고 IT 시황 역시 기대요인이 더 많아 보인다. 무엇보다 양대 국적사 모두 2017년 이후 화물 공급을 줄여왔다.
위기는 분명, 그만큼 항공사들의 전략 수정도 빠를 전망
지난 10월 국적 저비용항공사들의 국제선 운항 수가 처음으로 전년대비 역신장을 기록했다. 가동률을 낮추는 한편 항공기 기재도입 계획을 늦추고 있다. 제주항공은 내년 4분기까지 항공기가 2대 줄어들 전망이다. LCC들에게는 B737 Max가 허가되지 않는게 오히려 다행인 상황이다.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지만 양대 국적사와 이스타항공이 무급휴직을 시행했고, 업계 전반적으로 비용절감에 더 신경쓰는 2020년이 될 것이다. 더욱 중요하게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을 기점으로 추가 M&A와 구조조정 등 시장 재편의 시계는 빨라질 전망이다. 2017년 이후 주가 수익률을 살펴 보면 아이러니하게도 아시아나항공이 가장 좋았다. 올해 주가도 악재가 피크이던 9월에 이미 바닥을 드러냈다. 이제는 구조조정 이벤트에 대해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판단된다
대한항공: 유일한 영업이익이지만 기대를 하회
대한항공의 3분기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4% 감소한 3조 3,829억원, 영업이익은 76% 줄어든 964억원을 기록했다. 국적사 중 유일하게 흑자를 유지했지만, 화물사업의 부진과 비용관리의 어려움을 겪으면서 당초 기대했던 천억원의 영업이익 달성에 실패했다. 국제선 공급(ASK)은 2% 늘었고 수송실적(RPK)는 4% 증가해 유일하게 탑승률이 상승했다. 하지만 전반적인 경쟁 심화 영향으로 운임은 4% 하락했다. 저비용항공사들의 공급이 일본의 부진을 피해 동남아 노선으로 쏠렸고 아시아나항공은 저가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화물 부문이다. 2분기에 이어 물동량이 10% 이상 줄었든데다가 운임도 3년만에 하락했다. 또한 정비비와 일회성 인건비, 부대비용 등이 크게 증가함에 따라 영업이익률은 3%로 악화됐다. 화물 수요의 부진과 단위비용 증가는 4분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화물의 기저효과에 따른 영업이익 턴어라운드는 2020년으로 길게 봐야 한다
제주항공: 아시아나는 잊고 다양한 가능성 열어둬야 할 때
제주항공의 3분기 매출액은 3,688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5% 증가하는데 그쳤다. 국제선 공급을 30%나 늘렸는데 탑승률은 2%p, 운임은 17%나 급락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여객시장의 가장 큰 성수기인데도 174억원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3분기 손실은 사업초기를 제외하고 2010년대 들어 처음이다. 유류단가와 공급단위비용(CASK)는 오히려 하락했지만 해외여행 수요 자체가 꺾이면서 과잉 공급경쟁에 빠지면서 운임에서 큰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9월에 대부분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10월도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4분기 영업손실 폭은 3분기의 두 배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항공업은 고정비 부담이 커 단기에 공급을 줄이더라도 절감할 수 있는 변동비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7월부터 적자 조짐을 보여왔던 만큼 올해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진 지 오래다. 향후 관건은 M&A와 구조조정 등 시장 재편 가능성에 달려 있는데, 제주항공은 1위 LCC로 펼칠 수 있는 운신의 폭이 넓다는 점에서 기회라고 판단된다.
진에어: 국토부 제재 해소되더라도 지나친 기대감 경계할 필요
진에어의 3분기 매출액은 2,239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9% 줄어 컨센서스를 8% 하회했다. 지역별로 일본이 54%나 급감했고 동남아와 대양주 역시 각각 6%, 21% 줄었다. 국토부 제재로 경쟁 LCC들과 다르게 공급을 늘리지 못 하고 있다. 반대로 국제선 탑승률이 0.6%p 빠지는데 그쳐 가장 선방했지만 운임은 마찬가지로 18%나 악화됐다. 그 결과 13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마찬가지로 4분기에는 비수기 계절성이 더해져 더욱 부진할 전망이다. 다만 국제선 공급도 3분기보다 더 가파른 폭으로 줄고 있어 손실폭은 다른 LCC 대비 선방할 것이다. 한편 국토부 제재 영향으로 올해는 연간 매출도 전년대비 9% 감소할 전망이다. 이미 진에어가 할 수 있는 경영문화 개선 노력과 소명은 두 달 전에 끝냈다. 해제 시점은 다시 예측의 영역을 떠났다. 이제는 공급과잉이 더 큰 고민거리다.
아시아나항공: 경영 공백과 무관하지 않을 실적 쇼크
아시아나항공의 3분기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1% 감소한 1조 8,351억원을 기록했다. 여객부문은 비교적 선방했지만 화물 물동량이 6% 줄었고 운임은 3% 하락하며 부진했다. 올해부터 연결실적으로 반영되는 에어부산의 매출액도 7% 감소했다. 에어부산의 국제선 운임은 20% 이상 하락했다. 이에 따라 비수기인 2분기와 유사한 수준으로 19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별도기준 451억원, 연결기준 570억원 적자를 시현했다. 올해초 내부 회계감사 기준의 변경과 최대주주 변경을 앞둔 경영 공백 등으로 이익 전망에 대한 가시성이 국적사 중 가장 많이 낮아진 상황이다. 투자판단과 밸류에이션 역시 매각 이벤트를 따라 움직이고 있어 주가의 변동성은 앞으로도 계속 클 것이다. 단기적으로 인수 관련 모멘텀이 소멸되었고, 유일하게 돈을 벌어야 할 3분기마저 적자를 기록한 탓에 연간 수천억원의 순손실이 예상되는 만큼추가 조정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
한투 최고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