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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장 마령호피(魔靈虎皮) 약 반 시진 정도 몸을 날린 백산은 뇌룡현에 있는 장 노인의 대장간에 도착했다. "저 왔습니다, 사부님!" 오랜만의 만남이라 백산은 최대한 공손하게 자신의 사부를 불렀다. "왔으면 냉큼 들어오지 않고 뭐하냐." 마치 올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덤덤하게 백산을 맞았다. "저 노인네는 일 년이 넘었어도 반가운 표정 하나 없어요." 백산은 쌜쭉거리면서도 사부라고 큰절을 올렸다. "내놔라!" 가타부타 없이 백산의 눈앞으로 활짝 펴진 팽무도의 손바닥이 다가왔다. "뭘요? 산에서 지금 바로 온 제가 무슨 선물을 가져왔을 거라고 내놓으라는 겁니까?" 느닷없는 사부의 말에 백산의 표정이 흠칫했으나 그래도 할 때까지는 해보려는 모양이었다. "이놈이? 네놈이 마령호 잡을 때 수거한 것 있잖아? 마령호 처럼 영물은 내단을 가지고 있을 테고 분명히 네놈이 챙겼을 것 아니냐. 네놈 같은 좀생이가 그걸 그냥 두고 올 리가 없잖아, 빨리 내놔!" "나 참! 다 늙어 곧 저위로 올라갈 노인네가 내단이 왜 필요한데요. 예? 사부님보다는 저에게 더 필요한 것이 내단(內丹)이라고요. 생각해 보십시오. 앞으로 강호에 나가서 할 일이 태산인데 나쁜 놈 새끼들과 싸워 부상이라도 당해서 목숨이 위험할 경우에는 어떻게 치료하냐고요? 그때 사용할 비상약은 있어야 할 것 아닙니까?" 백산이 마령호 내단을 하나라도 건져보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두 개의 내단 중 하나는 사부를 주어야 한다는 것을 백산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나머지 하나는 자신이 꼭 먹고 싶은 생각에 잔머리를 굴리고 있는 것이었다. "다쳐? 목숨이 위험해? 에라! 이 나쁜 놈아 네가 왜 다치냐. 왜 목숨이 위험하냔 말이야 이놈아. 다치기도 전에 그 광풍노산(狂風努山)인가 뭔가 하는 것을 펼쳐서 도망갈 놈이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엥? 나만의 비전인 광풍노산을 어떻게 아셨어요?"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서 재빠르게 자신의 무공에 대한 이야기를 끌고 가려고 했으나 씨도 안 먹히는 소리였다. "잔소리 말고 내단 빨리 내놔!" 팽무도의 협박에 어쩔 수 없이 백산은 자신의 품에 있던 내단 하나를 꺼내서 사부에게 내밀었다. "왜 하나야? 빨리 내놔." "알았어요, 주면 되잖아요. 전부 다 주면 되잖아요. 하여간 사부라는 인간이 제자 잘되는 꼴을 못 봐요. 자요! 다 가져가라! 다 가져!" 백산이 팽개치듯 내단을 내밀자 그것을 붙잡고 천천히 살펴본 팽무도는 자신의 품속에다 집어놓고서도 여전히 백산을 향해서 손을 내밀고 있었다. "또 뭐요?" 백산이 눈을 치켜뜨며 팽무도를 향해서 소리를 팩 질렀다. "임마, 영물의 쓸개는 남자의 거시기에 무지하게 좋다는 소리 못 들었냐? 그것을 혼자서 다 처먹지는 않았겠지? 이 사부 주려고 남겨온 것 빨리 내놓으라고, 장 노인 오기 전에 빨리 먹게." 백산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이 빌어먹을 영감이 그것까지 원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 다 늙은 노인네가 힘 쓸 일이 어디 있다고. 속으로는 열불이 터지면서도 겉으로는 태연한 척 나가기로 했다. "아! 그 놈의 쓸개하고 간이요? 이 녀석 잡고 나서 힘도 들고 배도 고프고 해서 먹을 것을 찾는데 있어야죠. 살은 너무 질겨서 먹지도 못할 것 같고, 그때 쓸개와 간은 고기도 연하고 괜찮다고 해서 제가 다 먹었죠 뭐." "뭐라고? 이런 나쁜 놈 그런 몸에 좋은 게 있으면 사부를 먼저 생각해야지 지가 먼저 처먹어! 그래 맛있더냐? 혼자 다 처먹으니 맛있더냐고. 호랑이 쓸개도 아니고 백호도 아니고, 그 영물 중에 영물이라던 마령호의 쓸개와 간을 지 혼자서 다 처먹어? 아-이-고! 아-이-고! 내가 제자 헛 키웠지, 헛 키웠어. 무려 십 년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뒷바라지 해놓으니까 그 귀한 걸 혼자서 먹어? 그래 이놈아 너 혼자 잘 먹고 잘 살아라, 이 나쁜 놈아." 팽무도도 나름대로 계산이 있었다. 저 녀석은 지가 잡은 마령호라고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어서 엄청나게 비싼 저 마령호 가죽을 자기 것이라고 우길 것이 분명했다. 이렇게 해놓지 않으면 자신에게 준다는 소리는 죽어도 하지 않을 놈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미리 선수를 치고 있는 것이었다. 백산은 미칠 지경이었다. 마령호에서 가장 중요한 내단까지 주었는데 그것도 먹고 싶은 것을 얼마나 참았던가. 그런 것을 꾹 참고 내놓았더니 이제는 쓸개 안 가져 왔다고 내놓고 억지다. "그래도 사부님 생각해서 마령호 호피를 가져왔잖아요. 이것만 팔면 사부님의 노후는 아무런 걱정 없을 것 같은데요?" "형님! 누가 왔습니까?" 그때 밖에서 장 노인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서 오게, 아우." "오! 백산이 왔구나. 그동안 많이 컸구나. 이 녀석 훌륭하게 자랐어. 너의 아버지도 저승에서 기뻐하겠구나. 정말 장하다, 이 녀석." 백산은 조용히 장 노인에게 큰절을 하자 장 노인이 백산을 껴안으며 눈물을 글썽였다. "그런데 밖에서 듣자하니 두 사제가 다투는 것 같던데 무슨 일입니까, 형님?" "아니야. 다투기는 누가 다퉈. 이 녀석이 나 준다고 마령호의 호피를 가져왔어. 그래서 이야기를 하고 있던 중이었네." 그래도 타인 앞에서는 제자의 욕을 하기는 싫었던지 팽무도가 백산을 칭찬하고 나섰다. "아, 글쎄. 이것이 저놈이 가져온 호피라네."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팽무도가 백산이 가져온 호피를 번쩍 치켜들었다. 그 순간 그 안에 들어있던 마령호 뼈와 일곱 개의 유골들이 바닥으로 우수수 떨어졌다. 팽무도와 장 노인의 얼굴에는 놀라움과 황당함이 어리고 있을 때, 마령호의 뼈라도 지키기 위해서 백산의 머리는 맹렬하게 회전하고 있었다. "아이고! 아이고! 아버지 이일을 어쩌면 좋습니까? 간신히 아버지를 찾아서 제일 위로 모셨는데 저 소갈머리 없는 사부 때문에 이렇게 작살이 났으니 어떻게 아버지를 찾아서 어머니 곁에 모실 수가 있습니까. 아이고! 아버지 이 불효자식을 용서하여 주십시오, 아이고!" 백산이 사부의 눈치를 보면서 '아이고!'를 연발하고 있자 난처한 표정으로 백산을 쳐다보던 팽무도가 무척 아쉬운 표정으로 백산을 향해 소리쳤다. "치사한 자식 같으니, 그래 알았다 이놈아. 이 마령호 뼈는 너 가져라." 백산이 입가에 미소를 배시시 지으며 마령호 뼈를 한쪽으로 조심스럽게 치웠다. "백산아, 그런데 이 살덩이는 무엇이냐? 그놈은 너무 오래 살아서 살은 질기고 맛이 없을 텐데, 또 쓸개나 간이라면 모를까." 아직도 쓸개와 간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팽무도가 백산이 가져온 마령호(魔靈虎)의 상징을 보고 물어왔다. 하기야 이렇게 거대한 것을 보고 그것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였다. "아참 이것을 잊고 있었네? 아무 것도 아닙니다. 암시장에다 고기나 좀 팔아볼까 하고 가져온 것이라고요." 자신이 먹는 것도 좀 찜찜하고 해서 암시장에 내다 팔려는 마음에 백산이 고기라고만 둘러댔다. 그러나 한때 의술을 알고 있었던 장 노인에 의해서 그 꿈은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가만, 이거 그 호랑이 놈의 그것이구먼. 엄청 실하게 생겼네. 이런 대단한 것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써보지도 못했으니 그놈도 행복한 놈은 아니었구먼?" 장 노인이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내고 말았다. "그럼 이놈이 마령호의 그것이다 이 말이지? 지금." 엄청난 크기의 상징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지으며 장 노인을 쳐다보던 팽무도가 백산을 칭찬하기 시작했다. "내가 제자 하나는 잘 키웠구나. 이 사부를 위해서 쓸개보다 더 값진 것을 가져오다니. 수고했다, 백산아." "사부 연세도 생각하셔야지요. 그 나이에 이런 것 드셔서 무얼 어떻게 하겠다는 겁니까. 팔십 년 동안이나 녹슬어 있는 검에 기름칠을 한다고 그것이 검 노릇을 할 것 같습니까?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것입니다. 사부! 그러니 이것 암시장에 가져다 팝시다. 예?" 팽무도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했다. 이런 싸가지 없는 놈이 남자의 가장 아픈 곳을 건드린 것이다. 물건 달고 있는 남자라는 동물은 모든 욕은 다 용서해도 자신의 상징을 비하하는 발언을 하게 되면 나이에 상관없이 참지를 못한다. 퍼억! "잔소리하지 말고 나가서 술이나 사와! 새꺄." 벌게진 얼굴을 하고 백산이 술을 사러나가고 방에는 팽무도와 장 노인 둘만 남아있었다. "남궁아우, 이것은 육회로 먹는 것이 가장 효과가 있겠지?" "아마 그럴 것 같은데요?" "자네 혹시 빙공(氷功) 아는 것 없나?" "저는 아는 것이 없는데. 형님, 그 빙공(氷功) 있잖습니까?" "그런데 그것이 조금 불안해서 말이야. 이것 상하면 큰일이잖나. 또 너무 많이 얼리면 맛이 없어질 것 같기도 하고, 자고로 육회는 살짝 어는 듯했을 때가 가장 맛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래야 효과도 가장 클 것 같고." 팔십이 다된 두 노인네가 마령호(魔靈虎)의 거시기를 놓고 어떻게 보관하느냐 하는 것과 가장 효과적으로 먹는 방법에 대해서 열심히 토론하고 있었다. 좌우지간 남자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다 똑같은 놈들이다. 모든 것이 수습되고 마주앉아 백산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두 사람이 탄식을 하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허허! 아우, 어떻게 방법이 없겠나?" "뭐, 저 상태로는 누가 누구인지 알 수도 없고, 그렇다고 무슨 표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이거 정말 웃지도 울지도 못할 경우를 당했군. 난감하군요, 정말." 장 노인이 혀를 끌끌 차면서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헛기침만 연발하고 있었다. "이 녀석아. 그러기에 평소에 마음 씀씀이가 좋아야지. 도대체 얼마나 성질이 고약하면 이런 경우가 생기냐 그래." "이게 누구 때문인데요. 그때 사부님이 이놈을 잡았더라면 이런 개떡 같은 일은 생기지 않았을 거라고요." 또다시 백산과 팽무도의 말다툼이 시작되었고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느라 연신 침을 튀기고 있었다. "형님, 그만 하세요. 백산아 너도 그만두고! 그것보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 생각들은 안하고 뭘 그렇게 싸우십니까." "글쎄 저 녀석이 자꾸만…." 두 사람을 보다 못한 장 노인이 팽무도와 백산을 나무라며 말을 막았다. "과거에 제가 들은 것이 있는데요. 천사맹의 사령귀혼대법(邪靈歸魂大法)이라는 사술이 죽은 자의 혼백을 불러들일 수 있다고 하더군요. 확실치는 않지만…." "그래 맞아. 나도 들은 적이 있는 것 같아. 될지는 모르지만 그 방법밖에 없는 것 같군." 옆에서 듣고 있던 백산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두 사람을 향해서 물었다. "그러니까 천사맹인가 뭔가 하는 데서 사령귀혼대법을 익힌 놈을 잡아다가 시켜보면 아버지의 유골이 어떤 것인지 알 수가 있다 이거죠? 확실한 거죠?" 일단은 방법이 있다는 것에 대해서 안심하는 백산이었다. "참, 그리고 사부님이 아까부터 남궁 아우라고 말하는 것 같던데, 그것이 저에게 할 말이라는 것과 관계가 있나요?" 백산의 물음에 팽무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다가 갑작스레 근엄한 표정으로 변했다. 사부가 이런 표정을 지을 때는 가만히 있어야 된다는 것을 몸으로 체득한 백산은 조용히 사부와 장 노인의 얼굴을 쳐다보며 다음 말을 기다렸다. "여기 네가 장 노인이라고 알고 있는 이분은 원래 남궁세가(南宮世家)의 사람이다. 나와 같은 백살대(百殺隊) 출신이지. 그도 쫓기다 어떻게 목숨을 구하여 이곳으로 흘러들었고. 나와 만난 것이 이십 년 전이었다. "그 다음부터는 제가 이야기하겠습니다, 형님!" 백살마대의 일원으로 강호인 들로부터 쫓기다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장강의 상류였다. 그곳에서 남궁세우(南宮細雨)는 일단의 무림인들과 조우하게 되었다. 그 속에는 아버지인 남궁일몽(南宮一夢)도 포함되어 있었다. 남궁세우는 아버지를 향해서 전음으로 자신들의 결백을 밝혔다. 그의 아버지는 그를 믿어주었고 너를 살리기 위해서 이곳에 왔노라고 했다. 그리고 자신을 만나게 해준 하늘에 감사한다면서 그에게 검을 던졌다. 아버지의 검은 심장 쪽으로 정확하게 박혔고 남궁세우는 장강으로 떨어졌다. 그는 바로 귀식대법(龜息大法)을 펼쳐 장강 하류까지 밀려갔다. 심장이 오른쪽에 있었던 것 때문에 살아났던 것이다. 그것을 알고 있던 그의 아버지가 다른 사람보다 먼저 남궁세우의 왼쪽 가슴으로 검은 던져버렸다. 그곳에서부터 낮에는 굴을 파서 숨고 밤으로만 이동하여 이곳까지 흘러들었다. 이곳에 와서 그는 이름을 장 노인으로 바꾸고 살아가다 이십 년 전에 사문의 일로 이곳을 찾은 팽무도를 만났다. 그 이후로 장 노인은 그렇게 피를 갈구하게 된 이유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한때나마 신수신룡(神手新龍)이라는 별호로 불렸던 것처럼 그는 의술에도 제법 조예가 깊었다. 천무맹(天武盟)에서 지급한 영단은 겉보기에는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나타난 증세는 사령마단(邪靈魔丹)을 복용했을 때와 같은 증세를 나타내었다. 사혈마강시(邪血魔疆屍) 제조에 쓰이는 사령마단은 피를 보면 볼수록 인간을 광기에 휩싸이게 하여 자신의 모든 잠력을 끌어올리게 되고, 결국에는 죽음에 이르게 하는 마단이다. 천무맹은 그 마단에 보유하고 있던 영약을 섞어 영단이라며 백살대에게 복용시켰던 것 같았다. 그 당시 그들은 완전하게 미치지도 않았고, 또한 잠력이 고갈되어 죽지도 않았다. 결국은 의술에 능한 사람이 마단과 영단을 섞어서 약을 만들어냈다는 말이 된다. 그런 예측이 가능한 이유는 당시 천무맹에는 의천약가(醫天藥家)라고 하는 의가가 편재되어 있었는데 그들의 실력이라면 얼마든지 가능했을 것이다. "이건 단지 나의 추측일 뿐이지만 거의 사실일 것이다." 그런데 알 수 없는 것은 천무맹에서 그런 마단을 어떻게 구했느냐 하는 것이었다. 아무리 생각하고 머리를 짜내보아도 그것만은 아직도 알 수가 없었다. 기구한 사람들이었다. 죄라면 강호 최대 세력이었던 세가에서 태어난 것밖에는 없다. 그런 사람들이 자신들의 모든 것을 잃고 세상을 등진 채 이름마저 버리고 살아가고 있다. 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복수도 할 수 없는 그들. 자신들의 원수가 부모, 형제들인데 누구에게 복수를 한단 말인가. 백산의 생각으로는 이해할 수 없었다. 아무리 가문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자식을 내치면서까지 지켜야할 가치가 있는 것인가. 금수(禽獸)조차도 자식은 끔찍하게 아낀다. 자식을 구하기 위해서 어미가 목숨을 버리는 경우는 있어도 자신이 살기 위해서 자식을 버리는 경우는 없다. 가문을 지킨다는 것이 뭔지, 성씨를 내림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성(姓)이 없는 백산으로서는 알 수는 없었지만, 인간으로서 할 짓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일 내가 강호에 나갔을 때 두 분을 내친 그곳에서 아직도 사부님과 장 할아버지를 원망하고 있으면 용서치 않을 것입니다. 가문이라는 것이 자식보다 더 중요한 것입니까? 아니면 자신의 명예를 위해서 가문을 지키는 것입니까?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내가 죽는 경우는 있어도 가족을 살리기 위해서 자식을 죽여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투박하고 무식한 말이지만 당연한 생각이었다. 사랑하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는 얼마든지 자신을 희생할 수 있다. 그러나 가족이 살아야 하니까 네가 나가서 죽으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백산이 생각하기에는 팽무도와 남궁세우가 후자에 속하는 것 같았다. 하북팽가라는 가문과 남궁세가라는 두 가문을 지키기 위해서 가문의 사람들이 작당을 하여 이들을 죽인 것이다. "그래 어쩌면 네 녀석의 말이 다 맞는 것인지도 모르지. 그렇지만 말이다 인간이 지켜야할 도리가 있듯이 가문이란 것도 지켜야할 가훈이 있는 것이다. 나는 자의든 타의든 그것을 어겼고 그래서 이렇게 되었다. 누구를 원망하고 그럴 처지는 못 된다. 그것은 아마 내 동생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팽무도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지고 옛일을 회상하는지 그의 눈빛은 아스라이 멀어지고 있었다. "무련(武蓮)일 말씀하시는 겁니까?" "아마도 죽었을 게야. 그 애는 무공이 약해서 그 마단(魔丹)을 견디지 못했을 테니까." "구 형님이 구했을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그 녀석이 구했다 하더라도 방법이 없었을 것 아닌가." 두 사람의 표정을 보다 백산이 안 되겠다 싶었는지 화제를 돌렸다. "참 사부님 저의 아버지를 해친 놈들에 대한 단서는 찾았나요?" 무공을 익힐 때 사부에게 부탁했던 일이었다. "그것은 내가 이야기해주마." 남궁세우가 그 일을 맡았었는지 백산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백산의 아버지가 살해당했을 당시 이곳 뇌룡현에서는 투신전이 한창이었고, 모든 무인들이 만상투인루에 있었기에 외부에서 들어온 무인은 발견할 수 없었다고 한다.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가장 유력한 곳은 만상투인루의 부하들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었다. "아마 그 당시에 새로운 무인들이 들어왔다면 바로 알려졌을 것인데 아무도 없었다 하더구나." 팽무도에게 백산의 소식을 듣자마자 조사했던 내용이었다. 대장간의 단골고객이라기보다는 이웃에 더 가까운 사람이었기에 서둘러서 알아보았다. "정확한 것은 아니니까 네가 가서 조사해 보아라." "감사합니다, 할아버지." 고마움이었다. 자신과 하등의 관련도 없는 사람이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서 바로 조사를 해주었고 자신이 무공을 완성하기를 기다려서 전해주었다. "사부님. 이 호피 말입니다. 아무래도 중원을 나가야 팔 수 있겠지요?" 이제는 할 일도 정해졌고 다시 현실적인 문제로 돌아왔는지 호피 파는 문제를 상의하자는 것이었다. 이곳에도 암시장은 있지만 그곳에다 팔자니 헐값밖에 쳐주지 않을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아니다, 이곳에서 팔면 된다." 팽무도의 침울했던 눈동자가 갑자기 빛나기 시작하며 백산에게 꽂혔다. "이곳에 이것을 살 만한 그런 부자가 있습니까?" "있는 것이 아니고 중원에서 이곳으로 와 있다. 만금돈노(萬金豚奴) 석숭(石崇)이란 자라고 하더구나. 그 자에게 가면 제값을 쳐줄 것이야." "이할! 그 이하면 안 가요." "이런 소도둑놈 보았나. 이할이면 얼마인지 알아? 은화로 천 냥은 된다, 이놈아. 순 날강도 같은 놈. 오부로 해 이놈아 오부도 많이 생각해준 거야." "일할 오부 아니면 그 노구를 이끌고 직접 가든지요. 탁 까놓고 얘기해서 이게 제 거지 어디 사부님 겁니까. 저에게 강탈한 거지." 백산이 최후의 수를 던졌다. "좋다 양보하마. 일할로 하자, 일할. 딴소리하면 정말로 내가간다. 알았냐?" 취익! "좋습니다. 제가 가죠. 나중에 딴소리 없깁니다. 아셨죠?" 백산이 침을 한번 뱉어내며 팽무도에게 확인을 하고 있었다. '만금돈노 석숭이라… 만금돈노 석숭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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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독 입니다
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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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감하고 감니다
즐감합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잘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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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