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나라 위열왕(威烈王) 때부터 제후가 된 위나라 문후(文侯)에게는 격(擊)이라고 하는 태자가 있었다. 후에 무후(武侯)가 되었다. 격은 문후의 가르침을 받아 사람됨이 공손하고 검소했다. 어느 날 격은 마차를 타고 가다가 길에서 아버지의 신하인 전자방(田子方)을 만났다. 격은 마차에서 내려와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 그런데 전자방은 인사를 받지도 않고 힐끗 한 번 쳐다보고는 그대로 지나가 버렸다. 격은 속으로 화가 났다. 벼르다가 어느 날 전자방에게 말을 했다. "내가 모처럼 마차에서 내려와 인사를 했는데 당신은 받지도 않으니 대체 부귀한 사람이 빈천한 사람에게 교만한 것입니까, 빈천한 사람이 부귀한 사람에게 교만한 것입니까?" 전자방은 격의 말뜻이 무엇인가를 잘 알고 있었다. 젊은 사람이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러한 마음을 지금 고쳐주지않으면 후일 문후의 뒤를 이을 수가 없다고 전자방은 생각했다. 그래서 전자방은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그건 가난하고 미천한 사람이 거만한 법입니다. 돈 있고 지체 있는 사람이야 무엇 때문에 거만하겠습니까? 생각해 보십시오. 한 나라의 임금이 거만하다면 백성들의 신뢰를 잃게 되어 마침내 나라를 망(亡)하게 할 것입니다. 또 대부가 거만하다면 인심을 잃어 벼슬을 지탱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뜻이 고상한 가난한 선비는 맞지 않으면 휙 떠나면 그만입니다. 마치 헌짚신을 내던지듯 말입니다. 그러나 부귀한 사람은 그렇게는 못하지요." 그러나 격의 꽁한 마음은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