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동욱 정치평론가
2012년 12월 19일. 야권은 윷놀이 판 말 포개 업듯 하나같이 뭉친 채로 당선권으로 진격하고 있었다. ‘불만세력’의 총 규합이었고 총공세였다.
그 날 새벽은 영하 20도의 혹한이었다. 방송은 고령층의 투표율이 낮아질 것을 예측하고 있었고, 젊은 층의 투표율이 높아지는 오후가 되면 야권 후보가 유리하게 되리라는 근거 없는 전망들을 내놓고 있었다.
이런 소식을 접한 기성세대들은 누가 시킨 적도, 부탁한 적도 없었지만 겹겹이 옷을 꺼내 입고 혹한의 빙판길을 걸어 투표소까지 갔다.
그 날 대다수의 노인 세대는 ‘내 생애 마지막 투표가 될지도 모른다’는 비장감으로 자신이 기표한 투표지를 투표함 깊숙이 밀어 넣었다. 불안세력’의 총 반격이었다. 그 결과 여권의 박근혜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2.6% 차이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리고 1년이 흘렀다. 하지만, 그 날의 감각, 대한민국의 운명이 절체절명의 위기로 몰렸다는 그 불안한 기억은 여전히 현재형으로 실제하고 있다. 2.6%의 근소한 차이처럼 불안감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천주교 수원교구 공동선 실현 사제연대와
천주교 정의구현 수원교구 사제단이 6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기산성당에서 집전한 시국미사에서
신부들과 신자들이 '이명박 구속, 박근혜 퇴진' 이라고 씌어진
손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죽어도 다시 움직이는 그들은 좀비?
애국세력에 위협이 됐던 야권 후보들은 낙선 후 사라질 줄 모른 채, 여전히 시체가 되어서도 살아 움직이는 좀비처럼 거리를 배회하며 대한민국의 정치적 자산을 공격하는 중이다. 좀비들의 행진은 2002년 미군 장갑차 촛불 시위사건, 2008년 광우병 촛불 시위사건에 이어 2013년의 대선불복 촛불 시위에서도 되풀이 됐다.
2002년 사태와 2008년 사태에 견주어 보면 이번 대선불복 시위의 후반전에서도 어김없이 종교단체가 등장할 순서였다. 국민을 선동으로 이끄는 종북 세력의 시나리오에서 마지막 대목은 언제나 종교계의 종북들 몫이었다.
이런 예측은 어긋나는 법이 없었다. 2013년 대선불복 시위가 어느 정도 무르익던 가을부터 어김없이 하얀 사제복을 걸친 신부 복장의 천주교 임의 단체가 엄숙함과 경건함을 연출하며 덕수궁 정문 앞에서 시국미사를 집전해 눈길을 끌었다.
자칭 정의를 구현을 한다는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이런 퍼포먼스는 전국 성당을 순회하다 지난 11월 말, 전주 성당에서 대대적인 언론의 관심을 끌어내는데 성공했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을 옹호하고 "사퇴하면 국민행복, 거부하면 애비꼴 난다"는, 어이없는 푯말을 만들어 사제복 입은 신부가 들고 다녔다.
뒤이어 ‘실천불교전국승가회’라는 종북 승려들이 궐기했고,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소속의 개신교 목사들도 장단을 맞췄다.
종교계 시국선언은 여러 종교의 종교인들이 종파와 교단을 뛰어넘어 하나가 돼 정부를 규탄하는 듯한 모양새이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20년 넘게 연대활동을 벌여온 각 종교의 운동권 종교인들이 중심이다. ‘민족의화해와통일을위한 종교인협의회’를 함께 구성하고 있는 천주교의 정의구현전국사제단(정구사), 개신교의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목정평), 불교의 실천불교전국승가회(실승), 원불교의 사회개벽교무단이 그들이다.
정구사는 천주교는 물론 종교계를 대표하는 사회•정치운동 단체이다. 기독교 공동대책위는 20여개 단체가 이름을 걸고 있지만 목정평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조계종 시국선언을 주도한 것은 실승이다. 원불교 성명은 정치적 발언을 도맡아 하는 사회개벽교무단이 했다.
더 걱정은 대한민국 3대 종교라는 불교, 기독교, 천주교의 내면에 혹시 종북 바이러스가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점이다. 이런 조직들을 우리 사회가 뿌리뽑지 못하는 이유는 이들이 종교라는 성지(聖地)에 진지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종북 세력의 마지막 거점’은 종교계에 있다고들 한다. 이들은 누구인가. ‘종교계의 종북 삼총사’를 지목해 본다.
불교계 실천불교전국승가회(실천승가회)
간첩을 의사(義士), 통일열사로 미화하는 불교계내 종북 단체인 ‘실천승가회’는 1992년 결성됐다. 2년 뒤 조계종을 개혁한다는 명분으로 종권(宗權)을 장악했다고 알려져 있다. ‘실천승가회 ’ 의장을 역임한 승려 효림은 국보법폐지국민연대, 한총련합법화대책위, 송두율구속대책위, 친북단체 통일연대의 공동대표로도 활동했다. 2002년 대선 전에는 ‘민주개혁국민연합’이란 단체를 만들고 ‘병풍사기’의 주범이던 김대업의 기자회견장에 매번 등장하며 그를 비호했던 인물이다.
‘실천승가회’는 2002년 대선 무렵 ‘여중생 사망사건 관련 불교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미군 참회와 SOFA개정’등을 주장하며 반미(反美)선동에 나섰다. 2005년 5월에는 경기도 파주시 보광사에 소위 ‘애국통일열사 묘역’을 조성했다. 남파간첩을 ‘의사(義士)’, ‘애국통일열사’로 표현한 비문도 세웠다. 광우병 촛불난동이 한창이던 2008년 7월에는 ‘시국법회’를 열고 이명박 정부의 종교차별을 규탄하는 불교도 집회를 주도했다. 2013년 8월13일에도 실천승가회는 12개 불교단체와 연대해 서울 조계사 일주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규탄 불교시국회의’를 발족했다. 이를 통해 반정부투쟁을 전개 중이다.
기독교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NCCK’도 이적단체인 한총련을 옹호하고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며 꾸준히 대북지원을 해 온 기독교 계열의 종북단체다. 2004년에는 송두율 교수 석방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고(3월11일), 2007년에는 한총련이 이적단체로 규정된 데 대해 “반인권 반통일 악법인 국가보안법 폐지하고 모든 양심수는 석방돼야 한다”는 선언문을 발표했다(12월19일).
‘NCCK’는 김대중 정권시절부터 대북지원에 앞장서 왔다. 천안함이 폭침된 이후 정부의 대북 지원 중단이 강행되자 이를 무시한 채 2011년 5월 중국을 통해 밀가루 172톤을 보내기도 했다. 총선과 대선을 앞 둔 2012년 2월21일에는 한국교회인권센터와 함께 서울 연지동 기독교 회관에서 ‘국가보안법 폐지 기독교 원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김성복 목사(NCCK 정의평화위원회 부위원장)와 조화순 목사(당시 감리교 여성지도력 개발원 이사장)등을 포함 ‘왕재산사건대책위원회’ 관계자 등 14명은 “신앙과 양심의 자유를 가로막는 거대한 장애물로 국가보안법을 지목”하며 보안법 폐지를 주장했다.
가톨릭의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교회법으로 인준도 받지 못한 임의단체이지만 이들의 활동은 종교계 종북단체 중 최강이다.
1974년 유신반대하던 고 지학순 주교를 포함한 180여명이 검거되자 이에 반대하면서 명동성당에서 미사를 집전하며 등장한 단체다. 1987년 박종철군 고문 치사사건을 제보 받고 정의구현사제단의 이름으로 전파시키면서 전국민적 지지를 얻어 세력을 결정적으로 키우게 됐다.
그
해 말 치러진 13대 대통령 선거는 ‘컴퓨터 부정선거’라며 지금처럼 대선불복 운동을 1년 여 동안 이끌기도 했다. 그 후 국정조사 결과 사실 무근으로 밝혀졌으나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사과성명 한 번 낸 적이 없다. 이후 거의 모든 좌파적 이슈마다 앞장서며 종북의 뱅가드 역할을 해 왔다.
남한에 종북 종교단체가 있다면 북한도 이와 상대하는 가짜 종교단체가 있다. ‘조선불교도련맹’, ‘조기련(조선기독교연맹)’, ‘조선천주교인 협회’가 그 대표적인 조직이다.
이들은 대남공작부서인 통일전선부 산하 종교과의 지휘 통제를 받는다. 당연히 남한의 종교계 종북세력들과의 협력사업이 주된 임무다. 이로써 남한의 ‘실천승가회’, ‘한기협(NCCK)’, ‘정의구현사제단’ 등은 ‘부처님’, ‘하나님’, ‘천주님’의 신력(神力)을 빌어 악마의 왕국에 봉사하는 악업을 쌓는 중일까?
반정부 투쟁과 반미 투쟁의 현장에서 이들은 입만 열면 ‘인권’과 ‘사랑과 평화’를 설파하지만, 지난 12월, 김정은 정권이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을 학살한 데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한다.
평신도가 성직자를 걱정해야 하는가
종교의 핵심가치는 선악(善惡)의 구분이다. 선과 악을 제대로 구별 못하면 영혼이 병들었다고 할 수밖에 없다.
우리 종교계는 두 종류의 종교인이 뒤섞여 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동료를 대신해 아사
형을 선고 받고 세상을 떠난 막시밀리아노 마리아 콜베 신부처럼 성인의 반열에 드는 신부가 있는가 하면, 현실정치에 개입하여 거짓을 진실인양 호도하며 대중을 선동의 제물로 삼는 종북 추종 신부도 있다.
평범한 사람들은 종교에 귀의하지 않는다. 내면이 비범하거나, 비참한 사람들만이 자신의 소중한 삶을 종교에 바친다. 그리고 그 종교의 권위를 통해 자신의 희생으로 타인을 구원하거나, 타인의 구원을 빙자하며 자신을 구원하려 한다. 대한민국 종교계를 병들게 만드는 종북 성향의 종교인들은 어느 쪽에 속하는 것일까.
다가오는 2014년에도 이들의 병든 영혼은 고쳐질 리 만무하다. 좀비처럼 그들은 죽어도 다시 일어나는 죽음의 행진을 계속할 것이다. 북한 권력층의 동요와 남한 정치권의 선거열풍이 맞붙어 이상기류를 형성하면 정치불안은 가속화 될 것이다.
종북 영혼들은 제철 만난 듯 활동할 것이다. 2002년 미선, 효순양 추모 촛불시위 때나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현장에서의 그 짜릿한 쾌감을 회상하면서. 하지만, 이번만큼은 애국세력들도 만만찮다.
두 번에 걸친 학습효과도 단단히 한 몫 하고 있고, 정부와 청와대의 미온적인 지원이 아쉽지만, 대한민국의 내전(內戰) 아닌 내전의 현장은 과거와 달리 종북과 애국 간의 팽팽한 세력 균형이 형성돼 있는 것이다.
겨울이 깊어지니 봄이 다가오는 중이다. 봄을 기다리며 대치중인 애국세력에는 절박감이 묻어나고, 종북세력에는 무모함이 피어
오른다. 또다시 춘래불사춘(春來不思春)이 되지 않을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