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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바람이 몹시 불고 아주 추운 어느 일요일, 방송에서는 연일 몇 십 년 만의 기록적인 추위라며 더욱 움츠리게 하던 날이었다. 점심을 먹고 티비를 보며 반쯤 졸고 있을 때 셀폰에 “딸랑” 한통의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 친구가 모친상을 당했다는 것이었다. 해가지면서 바람은 점점 세어지고 기온이 내려가는데, 눈까지 내려 도로가 빙판으로 바뀌고 있었다. 크고 작은 교통사고 소식이 뉴스로 전해지고, 정말 외출을 하고 싶지 않은 그런 날이었다. 갈까 말까 몇 번을 망설이다가 “날씨가 워낙 험악하니 친구도 이해하겠지, 그냥 부조금만 보내지 뭐” 하고 속으로 중얼거리고 있을 즈음에 이번엔 또 다른 친구가 같이 문상가자고 연락을 해왔다. 그제서야 자의반 타의반으로 용기를 내어 상봉역에서 출발하는 전철을 타고 춘천으로 문상을 갔다. 초저녁엔 제법 북적이더니 밤이 깊어지며 문상객이 뜸해졌다. 매섭던 겨울바람이 수그러들며 소복소복 눈이 쌓이는 겨울밤의 정취는 낭만을 느낄 만도 하련마는, 장소가 상가인지라 죽음이라는 엄숙한 현실 앞에서, 숙연하게, 소주잔을 기울이며, 이런저런 이야기로 무료한 시간을 죽이고 있을 즈음에, 그렇게 가깝지 않은 후배한사람이 불쑥 다가오며 말을 건넸다.“선배님은 그 어려운 기술사 공부를 어떻게 하셨어요, 저도 해봤지만 쉽지 않던데?” “단지 자격증을 받으려고만 생각하지 말고 공부하는 습관을 길러 보게. 그리고 그 속에서 보람을 느끼려고 노력해보게. 그러다보면 자격증은 저절로 얻어지지. 기술사 공부란 참으로 보람 있는 일이라네. 맘을 비워놓고 수양하는 기분으로 탐구에 열중하게, 합격이 늦어질수록 배우는 게 많다고 생각하면 억울하지 않지. 설령 끝까지 합격을 못하더라도 얻는 것이 많으니 손해 볼 것은 없다는 생각을 갖게나. 나는 그 공부를 하면서 몸도 마음도 더욱 건강해지고 세상을 사는 자신감도 얻었다네. 공부를 하면 정말로 얻는 게 많아. 첫째로는 본인의 전문분야 지식을 심화시키는 일이지. 사실 공부를 하면서, 내가 이런 것도 모르고 여태까지 버텼구나, 하고 스스로에게 부끄러울 때도 많았다네. 둘째로는 자식들에게 공부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여. 그리고 셋째로는 모든 일에 자신감이 생긴다는 것이라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남에게 보여줄 자격증이 덤으로 생긴다는 것이지. 돌이켜 보면 내 인생에서 기술사 공부하던 시간들이 가장 행복 했었다네.” “선배님이야 공부하시는 게 취미니까 그러시겠지요, 공부 하시는 게 재미있으세요?”“ 이 사람아! 누가 공부가 재미있다고 했나? 공부하는 과정이 보람이 있다고 했지. 공부할 때의 보람이란 정말 말로 다 표현하기 힘들어. 정말로 뿌듯하고 행복하다네. 한번 느껴보시게나!” “기왕에 말 나온 김에 기술사에 도전하는 사람의 마음가짐과 답안작성의 노하우를 모두 털어놓을게, 잘되면 술이나 한잔 사게나, 하지만 나의 노하우는 옛날버전이니 업데이트해서 쓰시게.” 라고 말하며, 그날 밤 그 후배에게 털어놓은 얘기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목표를 세우라.
목표야 말로 꿈이요, 희망이요, 미래인 것이다. 꿈과 희망과 미래가 없는 삶이란 얼마나 무의미한 것이겠는가? 내가 처음 기술사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은 온전히 타의에 의한 것이었다. 91년 정초 집안 어른께 세배를 갔었다. 식구와 세배를 드리고 나니 “올해에는 기술사에 도전해 봐라. 앞으로는 자격증이 없으면 행세를 못하게 될 것 같더라.”라고 말씀하신다. “예? 예.” 예상 밖의 말씀이라 얼버무리고 그 자리를 모면 하였다. 돌아오는 길에 식구가 말을 건넨다. “한번 해봐요 .” 여자들이란 단순하여서 오히려 순수할 때도 있다. “한번 해봐요, 할 만 하니까 하라 시겠지.” 대답이 없자 바짝 따라오며 내 눈치를 살핀다. “기술사가 뉘 집 애 이름이야?” 더 이상 말해봐야 본전도 못 찾을 것 같았던지 식구도 입을 다물어 버렸다. 그러나 그분말씀이 자꾸만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하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다. 마치 날개가 퇴화된 수탉더러 날아보라고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되었다. 결국 다음날 같이 근무하던 동료직원 “ㅈ”씨의 지지를 얻고서야, 겨우 함께 도전하기로 결심하였다. ( 좀 더 일찍 목표를 세우고 도전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
둘째, 바로 시작 하라.
Do it now.(지금 당장 그 일을 처리해라) 이 얼마나 간결한 표현인가? 영어가 뜻글임을 잘 나타내주는 감칠 맛 나는 표현이다. 우리 속담에도 쇠뿔은 단김에 빼라고 했다. 나는 성질이 급해서인지 이 말을 아주 좋아한다. 드디어 그주(91년 2월 8일)에 “ㅈ”씨와 나는 서울에 있는 주말 반 학원에 등록을 하였다. (당시 나는 대전에 근무하고 있었다.)학원비와 차비, 식대 등 매월 30만원이 넘는 비용과 15시간이 넘는 주말의 황금시간을 몽땅 투자하면서 별로 자신도 없는 일에 승부를 걸었다. 그리고 8개월간 주말의 모든 행사를 뒤로한 채 오직 시험 준비에 만 열중하여 그해 10월에는 제법 자신을 갖고 응시 하였으나 보기 좋게 낙방 하였다. 시험발표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어느새 슬며시 예전의 생활로 돌아와 있었다. 그래도 일단 시작은 한 셈이다.
셋째, 과감히 투자하라.
무슨 일이든 투자 없이 되는 일이 없겠지만 특히 학원비 만큼 돈의 위력을 실감케 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운전학원을 예로 들어보자! 할아버지, 할머니도 시간이 지나면 면허증을 쥐고 나오지 않던가? 각설하고..., 인사이동이 끝난 2월초 날씨도 몹시 우중충한 어느 날 나는“ㅈ”씨 와 또 다른 동료직원“ㄱ”씨 를 집으로 불렀다. 장시간 논의 끝에 다음날부터 일과 후엔 독서실로 출근(?)하기로 결정하였다. 퇴근시간이 지나서 식사를 하고 독서실에 도착하면 그때가 대략 저녁 8시전후 쯤. 전날에 공부한 부분을 복습하고 학습일정에 따라 그날의 진도를 나간다 . 어떤 때는 한참 졸다 보면 내 앞자리에 앉은“ㅈ”씨가 뒤에 앉은 나를 돌아보고 웃고 있다. 시험장에 가면 저 녀석도 결국 경쟁자 아닌가? 정신이 퍼뜩 난다. 그렇지만 밤 11시쯤 되면 어김없이 누군가가 바람을 잡아 집으로 향하지만, 공휴일에는 각자 한 분야씩 맡아서 세미나 형태로 진행 한다 .한사람은 발표하고 두 사람이 들으며, 발표하는 사람이 막힐 때 까지 질문한다. 이렇게 독서실에서 보낸 세월이 2년, 시간으로는 2000여시간, 경제적으로는 삼백여만원이 투자되었다. 어디 이것뿐이겠는가? 서울에 있는 주말반 학원을 1년2개월을 쫓아 다녔으니 또 다시 900여시간과 사백여 만원이 투자 되었다.
넷째, 끝까지 버텨라
무슨 일이나 그렇지만 특히 기술사시험에 도전 하려면 끈기와 오기가 필요하다. 92년에도 2번의 도전에서 우리는 모두 낙방 하였지만 당시는 합격률이 2-3% 정도여서 낙방이 별로 문제되지 않았다. 특히, 92년 하반기 시험에서는 전체응시자 300여 명 중 단 한사람의 합격자도 탄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93년에 접어들면서 “ㅈ”씨가 다른 사무소로 발령을 받았다. 그리고 상반기 시험에서 우리3명중 처음으로 필기시험에 합격 하였다. 꿈이 현실로 나타난 신선한 충격이었다. “ㄱ”씨와 나는 다시 서울에 있는 학원에 등록 하여 무더운 여름을 잊고 지냈다. 그런데 더욱 충격적인 사건은 그 다음에 일어났다. 하반기 시험에서 “ㄱ”씨마져 합격한 것이다. 주위 사람들은 “나이는 못 속이는 거야, 다음엔 당신 차례 구만” 하고 위로해 주었다. 그러나 당시엔 정말로 감당하기 어려웠다. 말벗도 없고 보니 독서실도 가기 싫어 괴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던 터에, 이번엔 신나는 일이 생겼다. “해외 비즈니스 교육생으로 선발된 것이다” 그전 같으면 시험 준비 때문에 망설였겠지만 이번엔 도망이라도 가고 싶던 참이라. 얼마나 좋았던지...., 2개월간 영국에서 신나게 교육을 받고 귀국하니 어느덧 93년이 저물었다. (타인의 영향을 좀 받았지만 끝까지 버티길 정말 잘했다.)
다섯째,마음을 비우라.
귀국하여 시차에 적응하며 보고서를 쓰는 동안 해가 바뀌었다. 새해가 되고나니 다시 망설여지기 시작하였다. 그럭저럭 세월을 보내고 있던 어느 일요일 “ㅈ”씨와 “ㄱ”씨가 위로 차 방문하였는데, 혼자 낙오자가 되어 위로를 받는 처지가 되고 보니 마음이 착잡하였다. 그땐 정말 식구 보기가 민망스러웠다. 그 다음날은 지난해에 함께 학원에 다닌 적이 있는 다른 기업체의 “ㅇ”씨가 방문, 함께 다시 도전해 보자고 했다. 보고만 있던 식구도 거들었다. 나는 못이기는 척 학원에 등록 하고 다시시작 하였다. 마음을 비우고 나니 그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 된 바에야 100번인들 도전 못하랴. 설령 합격을 못한다 하더라도 많은 것을 새로 배우지 않겠는가? 언제까지라도 이 걸음으로 가리라. 토요일은 학원에 출석하고 일요일엔 식구와 함께 산행에만 열중했다. 그리고 모임에도 가능하면 빠지지 않도록 노력하였다. 계룡산 쌀개봉에 진달래가 만발할 때 쯤(94년 4월 3일) 상반기 시험이 치러졌다. 아주 덤덤하게 연습처럼 응시했다. 합격자가 발표되는 2개월 동안에도 토요일에 학원가고 일요일엔 등산하며 마음 편하게 지냈다. 그리고 합격하였다.
여섯째, 과정도 중요하다.
세상일은 결과 보다 과정이 중요한 것도 많다. 똑 같이 고기를 잡는 일이라도 어부에게는 결과(잡은고기)가 중요하지만 낚시꾼에게는 과정(재미)이 더 중요하다. 기술사 공부도 결과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나는 공부를 하면서 몸과 마음이 전보다 더욱 건강해 졌다. 모르던 것을 깨우치게 되었을 때 ,독서실에서 공부를 끝내고 나올 때, 비록 합격은 못했어도 점수가 상승되었을 때의 뿌듯함은 느껴본 사람만 알리라. 사람이 동물과 다른 것은 자유로운 생각의 세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생각의 세계에서 “나만의 텃밭”을 일구어보라, 그리고 희망 이라는 묘목을 심어놓고 노력이라는 거름을 주며 가꾸어보라 . 그러나, 진정한 행복은 남과의 경쟁에서 승리했을 때 느낀다고 했던가?
답안 작성시 참고사항
(1) 필기능력을 기른다.
기술사시험은 주관식으로, 100분씩 4교시 (6시간 40분) 동안 신속하게 필기 할 수 있어야 한다. 답안작성은 0.7미리 흑색 볼펜(일반 사무용)을 사용해야하므로 샤프로 필기하는 버릇이나 눌러서 쓰는 버릇은 즉시 고쳐야 한다. 훈련이 안 된 사람은 1, 2 교시만 치러도 손가락과 팔이 아파서 더 이상 쓸 수 없게 된다.
(2) 객관적인 답안을 작성한다.
좀 이상한 얘기지만 주관식 답안은 객관적으로 작성해야 한다. 답안지는 3명이 독립적으로 채점하는데 어떤 채점자는 특정 분야에서 수험생보다 문외한 일수도 있다. 따라서 아무리 일반적이라 생각되는 사항이라도 꼭 기술해야한다. 즉, 채점자가 일반상식만 갖춘 고등학생 정도라고 생각하고 답안을 작성하면 부담이 적을 것이다.
(3) 점수에 따라 시간을 배정한다.
매 교시 마다 3-4문항이 출제되는데 배정점수는 100점이고, 배정시간은100분이며, 답안지는10면( A4 세로용지)이다. 즉, 1면이 10점씩 이고 10분이내에 기술해야한다. 그러므로 10점짜리 문제는 1면을, 30점짜리 문제는 3면을 기술하여야 한다. 잘 알고 있는 내용이라 하여 신나게 쓰다보면 결국 시간이 부족하게 된다.
(4) 수치 제시에 주의한다.
수치는 특별히 꼭 필요한 경우에만 제시 한다. 부적합한 수치는 확실한 감점의 요인만 제공할 뿐이고, 일반화 되지 않은 수치는 채점자의 주관에 따라 좌우될 수 있으며 , 오히려 바르게 기술된 답안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5) 최신경향, 향후전망 등을 기술한다.
최신정보에 민감해야한다. 해당분야의 최신 동향은 언제나 좋은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본론부분에 출제자가 요구하는 내용을 기술한 다음 , 결론부분에 향후기술동향이나 현재 운용되고 있는 국내외 실정 등을 기술한다. 채점자 에게는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동시 본론부분에 미처 기술하지 못한 사항이 떠오르고 추가로 기술할 기회가 된다.
(6) 원본을 함께 보관한다.
최신정보는 각종협회지나 전문 잡지 등에서 수집하되 요약한 후에도 원본을 함께 보관한다. 시험 준비를 시작하는 초기에는, (공부하는 사람의 지식이 부족하여) 요약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내용이 빠지고 빈껍데기 만 남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요약할 때나 연습 시에도 시험지와 같은 양식을 사용하여 시험지에 익숙해지도록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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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에구구 어려워라~~~ㅎㅎ
기술사되길 꿈꾸시는 분들께
아주 달달한 정보일 것같아요.
근디 제가 보기엔 공부에 맛들리신 오라비님같어유...ㅎㅎ
에궁 여기까지 오셔서 이글도 읽어 주셨군요.
기술사 뿐만아니구 뭣이든 관심과 노력이라고 생각해유.
스칼릿님은 취미가 무엇이신가유?
@오라비 저는 음악 듣는거 무자게 좋아하구
글 끄적거리기 기타 등등이구유.
오라비님 취미는 아직 글에서 못 본거같은디유... ㅎㅎ
@스칼릿 스칼릿님이 부럽네요. 나는 악기를 만질줄아는게 하나도 없어요.
그래서 아들은 바이올렌을 6살때부터 10년간 가르쳤구.
딸은 피아노를 6살때부터 14살까지 가르쳤답니다.
나는 아직 악기하나 탈줄 모르는 멍충이랍니다.
@오라비 에궁... 멍... 그거 맞나 벼요 오라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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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음악 듣는거 좋아한다꼬 했지
악기 잘 다룬다고 한적은 없잖아유.
저도 제대로 다루는 악기 하나 없응께 멍해야겠네요.
@스칼릿 나는 음악듣는것두 잘 몰라유,
요즘 애들이 현대음악을 틀어놓으면
나는 그저 크래식으로 바꾼답니다.
그러면 애들이 촌티난다, 딱딱하다
그러면서 무시한답니다. 듣는것도 기술인가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