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람 하나 없는 낯선 부서에서 일하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는 않네요. 하루에도 수십 번씩 생각이 바뀝니다. 이 힘든 상황을 이겨내야 하는 건지, 아니면 접어야 하는 건지…. 하지만 꾹 참을 겁니다."
217일의 파업을 중단하고 업무에 복귀한 지 13일 보름째를 맞는 보건의료노조 가톨릭중앙의료원지부. 이제 자주 만날 수 없는 조합원들은 노조 홈페이지(www.cmcnojo.org)를 통해 안부를 묻는다. 요즘 가장 많이 올라오는 내용은 부서 이동으로 힘들어하는 조합원들의 호소다.
"3개(여의도, 의정부, 강남) 병원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파업에 최종적으로 남은 간호사 조합원을 상대로 부서 이동을 하고 있습니다. 외래에 있던 조합원이 교대근무를 해야 하는 병동에 보내집니다. 특히 7, 8년 수술실에서 일한 사람이 병동으로 이동되기도 합니다. 수술실은 특수한 훈련이 필요한 곳이에요. 7, 8년 전문가를 병동으로 보내면 병원에서 오히려 손실인데도 이를 감수하고 부서 이동시키는 것을 보면 보복성이라고 밖에 볼 수 없어요."
강남성모병원지부 한 간부는 "의료원은 하나도 변한 게 없다"며 답답해한다. 현재 의정부 에서 10여명, 여의도에서 20여명 조합원이 부서를 옮긴 상태며 강남도 15∼16일 대대적인 전환배치가 이뤄진다고 한다. 특히 의정부성모병원의 경우 △불법파업에 참여했고 △인사위원회 조치에 따르겠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자술서를 작성케 해 물의를 빚고 있다.
"업무에 복귀를 했는데도 병원은 여전히 대화에 나서지 않고 부서 이동 등 부당노동행위만 하고 있습니다. 또 다시 노사 갈등이 발생한다면 전적으로 약속을 지키지 않은 병원의 책임입니다." 여의도지부 한 간부가 목소리를 높였다.
CMC노조는 부서 이동 등 부당노동행위 관련 자료를 모으고 있으며 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 조기 실시 요청과 함께 새 집행부가 들어선 보건의료노조 차원의 면담도 진행하는 등 적극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가톨릭중앙의료원의 한 관계자는 "의료원 차원에선 원직 복귀가 기본 원칙이지만 현장에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며 "담당 의사들이 (간호사를)거부하고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간호사들과의 관계 문제도 있어 부득이 부서 이동이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의정부, 여의도가 지부장 선거를 앞두고 있는 만큼 노조 지도부 구성이 완료되는 이달 말이나 2월초 대화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