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천년온천 수안보에서 6만km 걷기를 축하하다
걷기행사 6일째인 4월 6일, 아침 일찍 숙소에서 나와 어제 도착지점인 충주감영 앞에 있는 대구왕뽈때기식당으로 향하였다. 생선인 대구의 볼때기를 끓인 지리와 믿반찬이 먹을 만한데 어떤 이는 매워서 먹기 힘들어 하기도.
식사를 마치고 다시 숙소로 돌아와 가방을 챙긴 후 오늘 출발지점인 충주감영으로 이동하였다. 출발장소에는 이형구 충주시청 문화체육과장과 경찰차가 환송과 길안내를 위해 미리 나와서 가다리고 있다. 이형구 과장은 의미 있는 조선통신사 걷기 행사가 아무쪼록 잘 진행되기를 바란다며 가는 길이 평안하기를 기원하였고 3년째 길안내를 맡는 교통경찰은 시내통행을 원활하게 유도하여 걷기속도를 상당히 단축시켜주었다. 아침식사를 준비한 식당아주머니는 아버지가 일본에서 오래 살았다며 일행들에게 친밀감을 느낀다며 손을 흔들어 배웅해주고.
50여분 걸어 번잡한 시내를 벗어나니 나라를 세운 대학, 건국대학교라고 크게 새긴 대학의 정문에 이른다. 어느 대학인들 나라를 세운 인재양성의 요람이 아니리요, 후학들을 잘 양성하여 나라와 사회의 기둥으로 키워주기를.
수안보쪽 길로 접어들어 잠시 걸어가니 조선 인조 때의 명장 충렬공임경업장군의 사당이 나온다. 조선통신사 일행이 이곳을 지나며 참배하였다는 곳을 우리도 잠시 들러 주변을 돌아보고 행진을 계속하였다. 달천동 주민센터가 있는 인근의 큰길가에는 충청북도의 도 나무로 택한 510년 된 소나무가 오랜 연륜을 자랑하는데 충주감영에는 똑같은 수령의 오래된 느티나무가 서 있기도. 거목처럼 나라를 지켜낸 장군과 그보다 오랜 세월의 고목이 인접해 있음은 충절의 고장을 상징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임경업장군은 충주출신으로 그의 묘소도 인근 4km지점에 있다.
달천이라는 큰 강줄기를 따라 걷는 가로에는 수양버들이 돋아나고 남녘보다 보름쯤 늦게 산수유가 피어있다. 일본인 엔요 교코는 산수유를 처음 보는지 무슨 꽃이냐고 묻고. 11시 30분에 휴식하기 전 '요맘때'라는 아이스 케잌을 한 입씩 물고 걷는데 날씨가 더워서 땀이 나는 터라 요맘때라는 이름이 딱 어울린다.
세성3거리를 지나 14km쯤 걸어가니 점심때가 되었다. 도로변에 시골밥상이라고 적힌 약수터식당이 점심장소, 계란찜과 돼지 쌈, 채소류 등이 싱싱하고 정갈하다. 우리 일행 말고도 손님들이 많이 들고.
오후 1시 반에 식당에서 출발하여 갈마재를 넘어 중앙경찰학교를 지나는 길을 경찰이 안전하게 인도해준다. 갈마재는 통신사들이 갈 때 말을 갈아타는 곳이었다고. 이 길을 걸으며 마쓰무라 도시코 씨와 영어로 대화를 나누노라니 35년 전 일본에서 교포를 만났을 때 서로 말이 통하지 않아 영어로 대화했던 일이 떠오른다. 그녀는 내년에 배를 타고 세계를 여행하고 싶고 2년 후에는 조선통신사 길을 다시 걷겠다고 말하기도.
일행 중 가장 젊은 김도형 씨는 회사에서 건강관리기간으로 휴가 중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였는데 행사도 걷기행사 자체도 뜻 있거니와 체질개선에도 도움을 주어 일석이조라며 밝은 표정이다. 은행에서 일하다가 퇴임한 손형권 씨는 나이보다 젊어 보이는 건강한 모습인데 선두에 서서 깃발을 들고 열심히 걷는다. 그와 동갑인 최영미 씨는 손형권 씨와 용인의 같은 아파트단지에 사는 이웃인 것을 뒤늦게 알았는데 오늘은 기수를 번갈아 하며 계속 선두에서 걷고 있다.
월악산이 한 눈에 들어오는 호젓한 길을 두 시간여 열심히 걸어 수안보에 이르니 오후 3시 40분, 천년온천을 자랑하는 단지 입구에 면장을 비롯한 수십 명의 지역유지와 주민들이 도열하여 서서 일행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따뜻하게 환영한다. 면장의 환영인사와 반가운 마음을 다은 기념품을 전해주는 시골인심이 순박하다. 원주에서 응원하러 온 걷기회원들이 일본인들에게 막걸리와 참이슬, 비타민 음료를 선물하는 모습도 아름답고.
주민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한 후 숙소(글로리아 모텔)에 여장을 풀고 일부는 온천탕에서 목욕을 하고 더러는 온천장 입구에서 족욕을 즐기기도.
호텔 맞은편에 있는 향나무집 식당에서의 저녁식사 시간에는 특별한 이벤트가 있었다. 일행 중 아베 유타카 씨가 77세 생일을 맞이하였는데 이를 축하하며 특별히 그의 국제걷기공인기록 6만km 돌파를 경축하는 깜짝 세레머니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치러졌다. 6만km는 지구를 한 바퀴 반이나 도는 엄청난 거리, 쉽게 달성하기 어려운 기록을 새긴 아베 씨가 대단하다.
천년온천도 자랑할 만한데 6만km 걷기 돌파는 더 어려운 일, 조선통신사들도 온천에 몸 담그며 쉬어갔을 장소에서 걷기 챔피온을 기리는 일이 즐겁다. 항상 좋은 날이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