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기는 열왕기와 달리 다윗의 범죄에 초점을 맞추지 않습니다. 도리어 다윗이 자신의 범죄에 대해서 철저하게 대가를 치르는 것을 말씀합니다. 오르난(아라우나)의 타작마당에서 다윗이 재물을 드릴 때 “드리겠다”가 아니라 “내가 대가를 지불하리라”라고 말합니다(사무엘하 24:24). 역대상에서는 다윗이 처음부터 “충만한 값”을 지불할 것을 오르난에게 말합니다(역대상 21:22, 개역성경 “상당한 값”). 다윗은 오르난의 타작마당을 무상으로 받지 않을 뿐 아니라, 그에 걸맞는 충만한 대가를 치르겠다고 처음부터 명백하게 말합니다.
사무엘하 24:24절에서는 “타작마당과 소들”을 은 오십 세겔로 샀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역대상 21:25절에서는 “장소”(히브리어 마콤, 개역개정은 기지로 번역)값으로 금 육백 세겔을 주었습니다. 역대상은 번제를 드리는 마당과 소에 대한 값이 아니라, 성전이 세워질 “장소”에 대한 값으로 금 육백 세겔을 지불했음을 강조합니다. 그만큼 장소가 중요하였던 것입니다.
사라를 장사하기 위하여 헷 사람들에게 매장지를 구하던 아브라함은, 에브론이 막벨라 굴을 그저 주겠다고 제안하자 정중하게 거절하고 은 사백 세겔이라는 엄청난 값을 지불했습니다(창세기 23:11~13). 아브라함은 경제적 시각으로 박벨라 굴을 보지 않고, 그곳이 나중에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땅이 될 것임을 바라보고 그 가치에 걸맞는 돈을 지불한 후 확실하게 자신의 땅으로 만듭니다. 그 후 야곱도 세겜의 밭을 은 일백 세겔을 주고 샀는데 같은 의미입니다(창세기 33:19).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본 사람은 자신의 온 소유를 팔아서도 그 밭을 사는 법입니다(마태복음 13:44). 다윗은 오르난 타작마당이 가지는 장소로서의 가치, 즉 후에 성전의 터가 되고, 예수님이 이곳에서 죽게 될 일을 내다보고 땅을 비싼 값을 치르면서까지 샀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신의 인구 조사에 따른 죄의 값을 비싸게 치르고자 하였던 일입니다. 결국 다윗이 자신의 죄에 대한 대가를 다 지불하였을 때 비로소 하나님께서 천사들의 예루살렘을 향하였던 칼을 제거하게 하십니다(역대상 21:27).
죄는 그냥 넘어갔으면 좋겠지만 대가를 치르는 일이 필요합니다. “샬롬”이 동사로 “살렘”입니다. 뜻은 “대가를 치른다”입니다. 대가를 치러야 평화가 옵니다. 우리가 상처는 아프지만, 그 아픔의 시간이 지나면 상처가 아물고 새살이 돋습니다. 고통 이후에 새살이 돋습니다.
다윗이 자기 죗값을 치른 이후에 성전 건축의 자리를 발견하게 됩니다. 역대상 22:1절을 보면 “이는 여호와 하나님의 성전이요 이는 이스라엘의 번제단이라”라고 말씀합니다.
역대하 3:1절을 보면 “솔로몬이 예루살렘 모리아 산에 여호와의 전 건축하기를 시작하니 그곳은 전에 여호와께서 그의 아버지 다윗에게 나타나신 곳이요 여부스 사람 오르난의 타작마당에 다윗이 정한 곳이라”라고 말씀합니다. 오르난의 타작마당이 있는 장소가 모리아 산입니다.
창세기 22:2절을 보면 모리아산은 아브라함이 독자 이삭을 번제물로 바친 곳입니다. 하나님은 그곳에서 아브라함이 숫양을 가져다가 아들을 대신하여 번제로 드리게 합니다. 예수님이 우리의 죄를 대신하여 십자가에서 죽으셨는데, 그곳이 모리아산입니다.
모리아산이 어떤 곳입니까? 하나님의 심판이 멈춘 곳입니다. 성전이 있는 곳입니다. 예수님이 바로 이곳에 죽으심으로 더 이상 성전이 없어도 하나님께 나아가는 길을 누구나 나아갈 수 있도록 활짝 열어 놓으셨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죽으심으로 더 이상 심판받지 않도록 만들어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