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40여일 앞두고 나라가 ‘팬들의 공화국(Republic of Fans)’으로 바뀔 만큼 진영대결의 구도가 날로 강화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팬들의 공화국에서 눈에 띄는 현상은 충성 경쟁입니다. 충성이 강제하는 의무속에는 내집단에 대한 편애가 핵심입니다.
포퓰리즘적 정치체재에 대해 다양한 연구를 통해 관찰한 정치학자 이반 크리스테브와 스티븐 홈즈는 “꺼진 불빛”이란 저서에서 이렇게 묘사했습니다. “팬들의 환호는 소속감을 반영한다. 소란스런 경탄은 비판적 논쟁을 대체한다. 손뼉을 치지 않는 사람은 배신자이다.”
“충성이라는 함정”의 저자 라이너 한크는 ‘포퓰리즘적 민주주의는 ‘비자유주의적 민주주의’라고 부를 수 있으며, 카리스마적 지도자에게 굴복한 부족이 표하는 충성 다운 강한 충성을 요구한다. 포퓰리즘적 민주주의는 팬충성이라는 강한 접착제를 사회와 민중 그리고 국가로 전파한다.”
인간 사회에서 건전한 관계란 서로 독립적이고 느슨한 유대속에서 유지되고 발전되어 왔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에릭 프롬은 “사랑의 기술에서” “사랑에 있어서는 두 존재가 하나로 되면서도 둘로 남아 있다는 역설이 성립된다” 라고 했습니다. 즉 사랑은 남녀가 서로 독립적으로 개성을 유지한 상태에서 하나가 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시인 칼릴 지브란 도 “예언자”에서 ‘함께 서 있으라. 그러나 너무 바투 서 있지 말라. 사원의 기둥들도 서로 떨어저 있는 것을. 참나무, 사이프러스 나무도 서로의 드리워진 그늘속에서 자라지 못하느니라’면서 결혼생활에서 부부가 독립적인 지위를 유지해야 한다는 이상론을 펼치고 있습니다.
서양 속담에서도 “Familiarity breeds contempt.” 에서 상호유착을 경계한 반면 “Distance lends charm.”이라 하여 인간 사회의 관계 유지에 있어 일정한 거리 두기 즉 상호 독립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강한 유대가 아니라 구성원들이 독립적이면서도 약한 유대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세계 제 2차 대전이 발발했을 때 독일의 정보 기관이 미국의 정치제도에 대한 부정적인 정세분석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내용인 즉 미국의 민주주의가 정치적으로 매우 둔감하여 전쟁을 성공적으로 이끌기에 적합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독일정보기관은 “미국은 제도상 신속하고 효율적인 국가정책을 결정할 수 없으며, 다양한 목소리로 이루어진 사회이기 때문에 신속한의사 결정을 방해하고, 이기적이며 사적인 이해 관계로 인하여 자본주의가 마비될 지경’이라고 독일 정보 기관이 평가했습니다. 반면 독재는 위에서 아래로 전달하는 명료한 수직적 명령체계로 위에서 결정된 것을 막힘 없이 실행할 것을 강요받는 체재입니다. 독일정보기관의 미국에 대한 부정적인 정세보고서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전쟁에서 이겼습니다. 전쟁 중에도 국민의 비판과 반대를 장려하는 민주주의의 특징 때문에 미국이 승리를 거둘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것이 합리적인 해석일 것입니다.
총선이 임박해오자 정치가들은 유권자들에게 표를 얻기 위해 선심성 정치적 선물 꾸러미를 펼쳐 보이며 유권자들을 유혹하고 있습니다..
유권자들은 여야 정치인들의 유혹의 공세가 성경에 나오는 “바리사인들의 누룩”인지를 현명하게 판단해야 할 것입니다.
유권자들은 정치인들이 유권자들을 현혹시킬 구호를 만들어 유혹의 피리를 불 때 그들의 위장된 몸짓에 속아 넘어 가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성경에 나와 있는 율법학자와 바리사이들의 위선행위는 아래와 같습니다(마태복음 23장 1-28절 축약):
“그들(율법학자와 바리사이들)의 행실은 따라 하지 마라. 그들은 말만 하고 실행하지 않는다. 또 그들은 무겁고 힘겨운 짐을 묶어 다른 사람들 어깨에 올려놓고, 자기들은 그것을 나르는 일에 손가락 하나 까딱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들이 하는 일이란 모두 다른 사람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성구갑을 넓게 만들고 옷자락 술을 길게 늘인다. 잔칫집에서는 윗자리를, 회당에서는 높은 자리를 좋아하고, 장터에서는 인사 받기를, 사람에게는 스승이라 불리기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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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하여라, 너희 위선자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아! 너희가 잔과 접시의 겉은 깨 끗이 하지만, 그 안은 탐욕과 방종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눈먼 바리사이야! 먼저 잔 속을 깨끗이 하여라. 그러면 겉도 깨끗 해 질 것이다.
불행하여라. 너희 위선자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아! 너희가 겉은 아름답게 보이지만 속은 죽은 이들의 뼈와 온갖 더러운 것으로 가득 차 있는 회칠한 무덤 같기 때문이다. 이처럼 너희는 겉은 다른 사람들에게 의인으로 보이지만, 속은 위선과 불법으로 가득하다.”
국회 의원에 후보로 나선 인물들은 저마다 자기를 뽑아 주면 지역민원을 해결하겠다면서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려고 합니다. 4월10일 총선을 앞두고 국회의원의 사명에 대해서 잘 설명한 글이 있어 여기에 축약하여 소개합니다. 각 선거구에서 국회의원을 뽑는 유권자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국회의원은 입법부의 구성원이면서 각자가 하나의 헌법기관이다.
국회의원은 위원회와 본회의에 발언하고, 질의하고 표결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또한, 다른의원과 공동으로 국정조사를 요구할 수 있고, 실제로 국회재적의원 1/4이상이 공동으로 국정 조사를 요구할 수 있고, 실제로 국정 조사를 행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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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은 기본적으로 국민의 대표로서 국민의 의사를 국가의 의사결정에 반영하여 할 책무를 진다. 국회의원은 선거구 지역주민의 대표 또는 정당의 대표 보다는 국민전체의 대표로 활동하여야 한다. 그러나 실제에 있어서 국회의원은 정당의 거수기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시정하기 위하여 당론의 관행을 없애고, 국회의원의 표결은 원칙상 공개하여야 한다. 국회의원은 지역민원의 해결 기관이 아님에도 지역민원을 해결하고, 개발사업을 유치한 것을 자랑으로 여기는 것이 현실이다. 한지역의 개발 사업을 유치한다는 것은 다른 지역에 배정될 수 있었던 개발 사업 또는 예산을 가져왔다는 말도 되므로 지역사업을 잘한 것이 자랑만 할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선거권자인 국민도 지역의 일꾼이 아니라 국민의 대표가 될 수 있는 의원을 뽑아야 한다. 국회의원이 지역의 사정에 밝기 때문에 지역의 사정과 입법과 예산에 반영할 수 있도록 전달하는 것은 용납하지만, 지역이기주의의 대변인이 되어서는 안된다.
위자료는 박균성교수님이 쓴 “경세치국론”중 ‘국회의원은 지역의 대표인가, 국민의 대표 인가’중에서 인용한 것입니다.
시너지(synergy)란 두개 이상의 개체가 상호작용을 하여 각각이 가지는 개별적인 역량의 합보다 더 큰 역량을 발휘 할 때 이를 두고 시너지효과라고 부릅니다. 예를 들면 축구의 경우 대표 선수 11명 개인 경기력의 산술적인 총화기 1100이라면 상호 작용하여 하여 대한민국 대표팀으로서 경기력이 110,000에 이를 경우 이를 두고 시너지가 작동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아시안 컵 준결승전 요르단과 경기전날 주장 손흥민이 멱살을 잡자 이강인이 주먹으로 손흥민을 때렸다는 주먹싸움의 내용이 최근 보도되었습니다. 국민들은 우리나라 축구대표팀이 요르단 전 에서 대표팀 내부의 적과 싸우다 요르단에게 승리를 헌납 한 것을 알고 허탈해 하고 있습니다. 팀내 불화가 있는 상태에서 상호 작용에 의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연목구어(緣木求魚)격입니다.
논어 학이편에 예지용(禮之用),화위귀(和爲貴) 즉 예(禮)가 가져오는 효능가운데 조화를 가장 귀하게 여긴다는 말이 있습니다.
예(禮)란 타인의 편리를 위해서 내가 양보하고, 배려하고, 절제히며 희생하는 것을 말합니다. 국회의원 공천 심사와 관련하여 지금까지 상황을 정리해보면 국민의 힘보다 더불어 민주당 쪽에서 비명계를 중심으로 공정한 경선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며 불평 불만을 솥아 내고 있는 실정입니다. 국민의 힘의 경우 오는 29일 본회의에서 재표결예정인 김건희 특검법을 포함하는 쌍특검법 재표결 때문에 공천작업의 속도를 일부러 늦추고 있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습니다.
아무튼 공천작업과 같은 중대한 문제에 대해서는 여야의 공천 신청인은 “총론 찬성, 각론 반대”의 딜렘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준석의 개혁 신당의 경우 김종인 위원장을 공천관리심사위원장으로 모셔와 세인의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과거 김종인 위원장의 활동 무대가 주로 여당과 야당의 거대 정당이 였다는 점에서 신생 군소 정당에서도 김종인 위원장의 매직이 통할 지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이번 총선의 관전 포인트는 뭐니뭐니 해도 윤석열 대통령의 정부 여당이 150석 이상의 국회의석을 확보하여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뒤 받침 할 수 있을지에 쏠리고 있습니다.
여야의 공천 작업이 마무리되고 낙천한 의원들의 탈당 등 이합집산이 끝나면 4월 총선에 임하는 국민의 힘과 더불어 민주당 그리고 개혁신당과 비례정당 등의 임전태세가 보다 선명하게 드러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음주에 윤곽이 드러날 주요 정당의 관심지역 공천 상황을 차분히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악마의 변호인(Advocatus Diaboli)은 가돌릭교회의 성인 추대 과정에서 비롯된 개념입니다. 성인으로 추대된 인물의 반대편에 서서 부정적인 의견과 근거를 제시하며 시성, 즉 성인 반열에 오르는 것을 막는 직책을 칭합니다.
공당에서 사적인 이해 관계가 작동하여 후보 검증을 철저히 하지 않고 정실에 입각한 사천을 하게 되면 유권자가 악마의 변호인 역할을 하여 의혹이 많은 후보자를 검증하는 번거로움을 떠 안아야 합니다. 이는 유권자에게 대한 크나큰 불충입니다. 공당에서는 자격 있는 정당인을 철저한 검증을 통하여 유권자들에게 책임을 지고 추천하는 형식의 공천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이것이 총선에 임하여 공당이 유권자들을 배려하는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