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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바라 보다가] 06
씬/1 지수 잠적 인서트
C#1 광화문 사거리 옥외 광고판 (낮)
자막으로, <배우 한지수 결혼식 직전에 사라져>
C#2 우체국 후문 주차장 (낮)
팀장 차에 경애가 고개를 숙이고 앉아 있고 팀장이 운전을 하고 있다.
팀장 차를 한 무리의 기자들이 에워싸고 있다.
팀장은 ‘비켜요~ 비켜’소리를 지르고 클락션을 울리며 조금씩 빠져나간다.
C#3 신문 가판대 (아침)
스포츠 신문을 집어 드는 손, 1면 기사가 보인다.
메인 카피, <한지수 잠적 2일째, 예비신랑 구동백씨 문란한 사생활이 문제인 듯>
동백과 경애의 뽀뽀 사진과 심각한 표정의 지수 사진이 반반씩 있다.
C#4 동백 집 앞 (오후)
집으로 들어가려는 민지가 기자들에게 둘러쌓여 있다.
기자들 : 구동백씨 안에 있어요?/ 한지수씨랑 파경인가요? / 파경 맞습니까?
민지 : (괴로운 얼굴로) 몰라요~ 놔요~ 비켜요~
C#5 우체국 국장실 (저녁)
컴퓨터 모니터로 인터넷 뉴스를 보고 있는 국장과 팀장이 있다.
뉴스 내용, <한지수 잠적 3일째, 구동백씨와의 파경설 나돌아>
국장 : (안타깝다) 결국 결혼이 깨지는구만. 내가 걱정했던 게 바로 이거야.
팀장 : (괴로운) 국장님 어떡하면 좋습니까? (고개를 저으며 좌절한다)
C#6 야외 공터 (석양)
분노에 찬 얼굴로 동백의 턱에 주먹을 날리는 상철, 동백은 휘청 한다.
동백을 벽에다 밀어 던지는 상철, 동백은 벽에 부딪히고 주저 않는다.
동백의 멱살을 잡아 일으키는 상철, 동백에게 주먹을 날린다. 동백의 고개가 돌아가며 뒤로 풀썩 주저앉는다.
동백 : (주저앉은 채, 손으로 입을 닦는데 피가 묻어난다)
상철 : (주저앉아 있는 동백의 멱살을 잡고 소리친다) 일어나~ 일어나~
동백 : (상철에게 끌려 일어난다)
상철 : (동백의 멱살을 잡고 벽으로 밀어 붙이고, 버럭) 우리 누나 어딨어?!
동백 : (아무 말 못하고 가만히 있다)
상철 : 왜 대답 못 해! 결혼까지 할 사이면서 우리 누나가 어딨는 지도 몰라!
동백 : (여전히 아무 말도 못하고 가만히 있다)
상철 : (동백의 멱살을 잡고) 우리 누나 찾아내. 우리 누난 죽을 만큼 힘들면.. (입술이 떨린다) 숨어 버린단 말이야.
숨어서, 먹지도 자지도 않고 (소리치는) 그런단 말이야! 너.. 얼마나 힘들게 한 거야! 나한텐 아무 일도 아니라 그랬는데..
(버럭) 왜 사라진 거냐구!
동백 : ....
상철 : (분해서 벽을 주먹과 발로 마구 치며 소리친다) 아~~!! 아~~!!
동백 : (그런 상철을 본다) ... (속상하고 안타깝다)
상철 : (씩씩 거리며 동백을 노려본다) 너 같은 놈한테 속을 뻔 했어 내가.. (이를 악물고) 결혼하기 전에 미리 알아서 다행인데!
(잠시) 우리 누나한테 무슨 일 생기면.. 넌 내 손에 죽을 줄 알아.. (노려보고는 간다)
동백 : (벽을 타고 주르르 주저앉는다, 가는 상철을 보며 깊은 한숨) 하..
씬/2 강모 사무실 (저녁)
‘극동일보, 잘 부탁하네’라고 쓰여 있는 카드를 읽는 강모. 포장을 뜯으면, <대표 이사 김강모>라고 쓰여진 명패다.
대표 이사라는 글자를 보다가 속상해서 책상을 한 번 내리친다.
씬/3 고급 바 룸 (저녁)
연경 : (화가 난 얼굴로 술을 들이킨다, 강한 어조로) 너 어떻게 일을 이렇게 만드니?!
(버럭) 스캔들에 결혼에 지수가 얼마나 힘들었지 잘 알잖아 너?!
강모 : ...
연경 : 그래.. 물론.. 니 뜻 아니고 니 아버지 뜻이겠지! 그치만.. 한 번 정도는 니 아버지 이겨 봐야 되는 거 아니니?!
그래야 지수가 널 믿고 기다릴 거 아니야.
강모 : (괴로운지 술을 마신다)
연경 : (흥분을 가라앉힌다) ... (술을 따라 마신다) 대표 자리 그거 해결하고.. 지수 찾아내.. (일어나 가버린다)
강모 : (깊은 한숨)
씬/4 동백 방 + 밤 거리 (밤)
동백 : (입술이 터진, 벽에 기대 앉아 연경과 통화 중이다) 한지수씨는.. 아직 연락 없으세요..?
연경 : (밤거리를 걸으며 전화) 네.. 구동백씨가 자꾸 곤란해져서 어떡하죠?
동백 : 아니요 저는 뭐 괜찮습니다.. 한지수씨가 걱정이죠..
연경 : 잘 있겠죠 그래야죠.. 지수 연락 되는 대로 전화 드릴 게요.. 힘드시겠지만 좀 기다려 주세요.. (전화를 끊는다) ...
(버스 정류장에 환하게 웃고 있는 지수의 대형 광고판이 보인다) ... (속상하다)
동백 : (기운 없이 앉아서 전기면도기를 괜히 켰다 껐다 반복한다)
씬/5 동백 집 주방 (오전)
동백이 밥을 퍼서 반찬이 몇 가지 놓여 진 작은 밥상 위에 올린다.
씬/6 민지 방 (오전)
동백 : (작은 밥상을 들고 들어온다)
민지 : (속상한 얼굴로 누워 있다)
동백 : 민지야, 밥 먹어.
민지 : 안 먹어.
동백 : 너 어제도 아무 것도 안 먹었잖아.
민지 : (벌떡 일어나 동백 주머니를 뒤진다)
동백 : 왜 이래?
민지 : 핸드폰 줘. 지수 언니 번호 뭐야?
동백 : 너 왜 이러냐?
민지 : (화를 내며) 뭘 왜 이래? 내가 전화해서 미안하다고 오빠 용서 해 달라고 빌라 그런다 왜!!
(다시 주머니를 뒤지며) 핸드폰 줘! 내 놔!
동백 : (민지 손을 치우며) 아 진짜, 밥이나 먹어!
민지 : 지금 큰 소리가 나와?! 어떡할 거야?! 이대로 파혼 당할 거야?!
동백 : (머리가 아프다) 아... (은단을 찾아 먹으려는데 비어있다)
민지 : 평생 연애 한 번 못 한다고 걱정했더니 그거 깜쪽 같이 나 속인 거구나?! 어?! 이 연애 귀신아! 이대로 파혼 당하면
우리 이민 가야 돼! 알기나 해?! (울컥하며) 그렇게 면도 해 대면서 뽀뽀 좋아하더니, 결국 뽀뽀로 망하는 구나~!
동백 : (기가 막혀) 말이 되는 소리 좀 해라. (일어나 나가려 한다)
민지 : (소리친다) 어디 가!
동백 : (나가면서) 은단 좀 사올게. (나간다)
민지 : (소리친다) 마스크 쓰고 나가~ 사람들 알아보면 돌 맞아!
씬/7 동백 집 앞 (오전)
동백 : (문을 열고 나오는데, 경애가 문 앞에서 서 있다, 놀라) 박경애씨..?
경애 : (동백을 본다)
씬/8 동백 집 마당 (오전)
동백 : (문을 열고 들어오며) 들어오세요.
경애 : (조심스럽게 들어온다)
동백 : (평상을 가리키며) 이쪽에 좀 앉으세요.
경애 : (평상에 앉는다)
동백 : (평상에 조금 떨어져 앉고는) 근데.. 아침부터 저희 집에는 왜..?
경애 : (망설인다) ...
민지 : (맨발로 달려 나오면서) 지수 언니 왔어?! (경애를 본다) 누구..셔?
동백 : 어.. 우리 우체국..
민지 : (경애를 알아본다) 이 여자..? 내가 아는 여잖데..? (벌컥 화를 낸다) 이런씨!! 오빠랑 뽀뽀한 그 여자잖아~~!!
(때릴 듯 경애에게 달려든다)
동백 : 야야~~!! (경애 앞을 막아서며 민지를 몸으로 막는다) 민지야!!
민지 : (동백을 때리며) 비켜! 안 비켜?
동백 : 민지야, 너 들어 가!!
민지 : 이 여자 여기가 어디라고 와?! 이씨~~!! (동백 옆으로 해서 경애를 발로 차려고 하며) 남의 결혼 깨빡 내놓고?!
낯짝도 좋다! 낯짝도 좋아!
동백 : 안 되겠어요. 경애씨 우리 나가요.
민지 : (기막혀 동백을 노려보며) 경애씨, 우리, 나가요?! (소리를 버럭) 오빠 진짜 나 눈 돌아가는 거 볼라 그래?!
(경애를 확 밀어 버린다) 이씨~!
경애 : 아..! (일각에 있는 고무대야 위로 넘어져 엉덩이가 쏙 들어간다)
동백 : (정색하고 소리친다) 야!! 너 정말 왜 이래?
민지 : (기가 막혀 눈물이 그렁해서) 둘이 진짜 사귀냐?
동백 : (말없이 경애를 일으켜) 나갑시다.
경애 : (동백과 같이 나간다)
민지 : (주저앉아서) 미쳤어.. 우리 오빠 미쳤어.. 양다리..? 말도 안 돼..!
씬/9 동백 동네 도로변 (오전)
경애 : (속상한 얼굴로 손을 흔들며 택시를 잡고 있다)
동백 : (경애 눈치를 살피며) 죄송합니다. 동생이 좀.. 성격이 욱하는 게 있어서요.
경애 : (택시가 와서 멈춘다) 저 갈게요. (하고 택시를 탄다)
동백 : (꾸벅) 조심해서 가세요.
택시가 조금 가더니 멈추고 경애가 택시에서 내린다.
경애 : (소리친다) 저기요 구동백씨~!
동백 : (쳐다본다)
경애 : (결심한 듯 소리친다) 있잖아요..! 만약에요..! 결혼 잘 안 되시면요.. (잠시) 제가 구동백씨 책임질게요!
동백 : (깜짝 놀란다) 예?
경애 : 그 말 하려고 왔어요! (창피한 듯 택시에 올라타 가 버린다)
동백 : (놀라 얼어붙는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은 표정으로 택시를 한참 본다)
이때 뒤쪽에서 하하하~ 비웃는 백기자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동백 : (돌아보자 백기자가 서 있다. 무시하고 가려고 한다)
백기자 : (하하하~ 웃으며) 이게 웬 코미디야! 혼자 보기 너무 아까운데?!
동백 : (무시하고 걸어간다)
백기자 : (따라가며) 저 아가씨는 자기 땜에 이 결혼 깨진 줄 아나 보지? 하긴 전 국민이 다 그렇게 알고 있지.
동백 : (듣기 싫은 지 걸어간다)
백기자 : (동백을 따라가며) 구동백! 이대로 혼자 독박 쓸 거야?!
동백 : ....
백기자 : 한지수 왜 잠적 했는지 진짜 이유 알려 줄까?
동백 : (멈칫한다)
백기자 : (동백 앞으로 걸어 와서는) 김강모 알지? 한지수가 사귀는 남자, 당신 말고 실제로 사귀는 그 남자가,
지 장인 신문사 대표가 됐어. 그건 한지수가 제일 싫어하는 거 거든.
동백 : (그렇구나 하는) ...!
백기자 : 그 남자가 자꾸 달아나니까 한지수도 이 거짓결혼 하기 싫겠지. 이 결혼은 이제 끝났어. 근데 이대로 끝나면 당하는 건
(동백 어깨를 손가락으로 쿡쿡 찌르며) 구동백, 당신, 하나야! 그러니까 내 손 잡아.
그동안 있었던 일 사실대로만 말해주면 당신은 안 다치게 내가 도와 줄게.
동백 : (백기자를 쳐다본다)
백기자 : (달래듯) 음?
동백 : 죄송한데요.. 저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가던 길을 간다)
백기자 : (동백 뒤에 대고 소리치는) 사람들 이대로 다 코메디 하게 만들거야?!
동백 : (계속 걸어간다)
백기자 : 구동백! 지금 놓치면 더는 기회 없어!
동백 : (계속 걸어가는 얼굴 위로)
백기자 : (OFF) 이렇게 욕이나 먹다가 버려 질 텐데, 그래도 상관없다는 거야!
동백 : (계속 걸어간다)
씬/10 동백 집 앞 (오전)
동백 : (힘없이 걸어온다. 생각에 잠긴다)
백기자 : (OFF) 김강모 알지? 한지수가 사귀는 남자, 당신 말고 실제로 사귀는 그 남자가, 지 장인 신문사 대표가 됐어.
그건 한지수가 제일 싫어하는 거 거든.
동백 : 하.. (한숨을 쉬며 담에 기대선다. 맞은 편 담벼락에 고양이가 앉아 있다. 고양이를 잠시 보다가) 고양이 너 오랜 만이다.
어디 많이 돌아다니다가 왔어? 혹시 너 돌아다니다가 한지수씨 못 봤냐? 한지수씨가 숨어버렸거든.. (멀리 하늘을 보며)
혼자서 많이 힘들어 하고 있을 거거든.. 너 한지수씨 얼굴 알잖아. 봤으면 어딨는 지 얘기 좀 해 줄래..?
고양이가 야옹~ 하고 운다, 그 순간의 동백의 핸드폰이 울린다.
동백 : (생각 없이 받는다) 여보세요..?
지수 : (힘든 목소리로, OFF) 구동백씨..
동백 : (너무 놀라 잠시 머뭇거리는) 어.. 한.. 지수씨 지금 어디세요?!
지수 : (OFF) .. 절벽 끝에.. 서 있어요..
씬/11 괌 사랑의 절벽 (오전)
지수가 절벽 끝에 서서 바람에 머리를 휘날리며 슬픈 얼굴로 바다를 바라보며 서 있다. 핸드폰을 끊고 내려놓는다.
바람을 맞으며 서 있는 지수가 위태로워 보인다.
씬/12 동백 몽타주
지수 : (OFF) 구동백씨랑 의논 할 게 있어요.. 아무한테도 얘기하지 말고 혼자만 와 주세요..
C#1 인천공항 청사 안 (낮)
동백이 작은 트렁크를 끌고 사람들 사이를 전속력으로 달려간다.
C#2 비행기 안 (낮)
동백은 조급한 마음에 등을 의자에 기대지도 못하고, 손으로 앞 의자를 꽉 잡은 채 안절부절 못하는 얼굴로 앉아 있다.
씬/13 강모 사무실 (낮)
정욱 : (강모에게 소리친다) 그 아이 당장 찾아 내!
강모 : (지지 않고) 꼭꼭 숨어 버린 애를 어디서 찾습니까?!
정욱 : 몇 년을 알고 지낸 놈이 지 여자하나 어디 숨었는지 못 찾아!
강모 : 나한테 화 많이 났을 거예요.
정욱 : 그래서? 그게 뭐 어쨌다는 거야?
강모 : 지수가 결혼 취소해도, 아버지 받아들이세요.
정욱 : (기막혀) 뭐? 결혼을 취소해? 이게 무슨.. 헛! 너 극동일보 들어갈 때 대표 자리에 앉을 거 몰랐대?
상무는 되고 대표는 안 된다는 거야? 그게 말이나 돼?! 너 극동 일보 들어갔을 때 이미 포기 했던 거 아니야?!
강모 : (괴롭다)
정욱 : (책상 위에 있는 대표이사 명패를 손으로 꽉 쥐며) 널 이 자리 앉히는데 내가 5년을 공 들었다.
그거 전부 헛일로 만들지 마라. 찾아 내. 찾아내서 예정대로 결혼 시켜.
강모 : (힘들다)
씬/14 동백 방 (낮)
민지 : (기막힌 얼굴로 동백이 쓰고 간 메모지를 보고 있다)
동백 : (OFF) 민지야 오빠 며칠 어디 좀 다녀올게. 걱정하지 말고 밥 꼭 챙겨 먹고 제발..
씬/15 괌 국제공항, 도착하는 비행기 인서트 (오후)
씬/16 괌 국제공항 출국장 앞 (오후)
동백이 작은 트렁크를 끌고 전속력으로 달려 나온다.
한국인 여행사 직원이 피켓을 들고 서 있다가 동백에게 맞냐고 흔든다.
동백 : (급하게) 아니에요! (하고 달려 나간다)
여행직원 : (그런가 하다가 동백을 알아보고는) 어? 저 사람..? (하고 다시 본다)
씬/17 괌, 달리는 택시 안 (오후)
트렁크를 옆에 실고, 동백은 조급한 마음에 손으로 앞 의자를 꽉 잡은 채 언제 도착하나 청문 밖을 두리번거리며 앉아 있다.
씬/18 괌 리조트 입구 (오후)
동백이 탄 택시가 리조트 안으로 들어간다.
씬/19 괌 리조트 로비 앞 + 택시 안 (오후)
택시가 서 있다. 동백과 괌 현지인 운전기사가 실랑이 중이다.
동백 : (만 원짜리 지폐 3장을 흔들며) 맘이 제가 급해서 환전을 못 했거든요!
운전기사 : 노노~~!! 달러 달러~~!!
동백 : 아임 쏘 쏘리! 노 익스체인지! 코리안 머니 플리즈!
운전기사 : 노노~~!! 달러 달러~~!!
동백 : 디스 이즈 떠블 떠블!!
운전기사 : 노노~~!!
동백 : 따불이라니까! 에이씨! (돈을 운전기사 손에 쥐어 주고는, 트렁크를 잡고 쏜살같이 도망쳐 나간다)
운전기사 : (택시에서 내려 소리친다) 헤이~~!! 헤이 유~~!!
씬/20 괌 리조트 스위트 룸 앞 (오후)
동백 : (트렁크를 끌고 달려와 룸 앞으로 멈춰 선다) 여기 맞나..? (번호를 확인하고는 초인종을 누른다) ...
(대답이 없자 마음이 급해져 문을 두드리며) 한지수씨~ 지수씨~
(잠시 후에 문이 열린다. 야윈 얼굴의 지수가 모습을 드러낸다) ... (그런 지수를 보고 걱정스럽게) 지수씨..?
지수 : (힘이 드는 지 휘청하며 쓰러진다)
동백 : (놀라, 얼른 지수를 안으며) 지수씨!
씬/21 괌 리조트 스위트 룸 안 (오후)
동백이 지수를 침대에 눕힌다. 지수에게 이불을 덮어준다.
동백이 방을 둘러 본다. 커튼이 처져 방은 어둡고, 와인 병 여러 개가 바닥에 나뒹굴러져 있다.
동백은 힘없이 쓰러져 있는 지수를 안쓰럽게 바라본다.
동백 : (안타깝다) 며칠 새 사람 얼굴이 쏙 빠졌네..
컷 튀면, 동백이 널려있는 와인병들을 정리하고 있다.
동백 : 식사는 하면서 마신 건가..? (병들을 모아 일각에 정리한다. 바닥에 떨어진 옷가지를 집다가
떨어져 있는 커플링을 발견한다) ... (커플링을 집는다)
동백이 커튼을 확 열어젖힌다. 햇살이 쏟아져 들어온다.
지수 : (얼굴에 햇살이 닿자 얼굴을 찡그리며 눈을 뜬다) 커튼 쳐 버려요.
동백 : (돌아보면, 지수가 일어나 침대에 앉는 게 보인다) ... (일부러 웃으며) 햇살이 참 좋은데요, 아깝지 않습니까?! 하하~
지수 : 제발요.. (하고 일어난다)
동백 : (웃음이 가시고) 예! (커튼을 쳐버린다)
지수 : (쇼파로 걸어 와 앉고 힘없이) 앉아요.. 할 얘기 있어서 부른 거니까..
동백 : (맞은 편 쇼파에 와서 앉는다)
지수 : (눈을 내리깔고 가만히 있다)
동백 : (그런 지수를 잠시 본다)
지수 : (힘든 표정으로) 길을 잃었어요..
동백 : (안타까운 얼굴로 지수를 본다)
지수 : 이 결혼을 그만 두는 게 맞는 지, 하는 게 맞는지.. 이젠 모르겠어요..
동백 : ...
지수 : 처음엔 안 하려고 했어요.. 결혼해야 할 이유를 놓쳐버려서.. (힘이 드는지 테이블 위에 놓인 와인을 마신다)
동백 : (그런 지수를 보고만 있다)
지수 : (동백을 본다) 그런데 그것도 나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란 걸 알았어요.. 이 일은 처음부터 구동백씨하고 같이
시작한 거니까.. 지금까지 내 생각만 하고 너무 많이 흘러 와 버렸는데.. 이제는 구동백씨 생각을 들을 때가 온 거 같아요..
백기자한테 녹음 당한 거 책임 묻지 않을 게요.. 이 결혼 안 할 수 있다면.. 안 하시겠어요?
동백 : ...
지수 : 물론 지금 그만 두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안 하고 싶다면 그렇다고 말하세요..
이제는.. 이 결혼 무조건 해야 할 이유, 없으니까..
동백 : 어.. (잠시 지수를 보다가 밝게) 지금 꼭 그 대답해야 됩니까?
지수 : (동백을 쳐다본다)
동백 : (웃으며) 배가 고파서요! 뭐 좀 먹고, 얘기해도 그때 하죠.
지수 : (힘없이) 그럼 식사하고 오세요.
동백 : (씩씩하게) 저 혼자요? 저는 해외도 처음 나오고, 괌은 잘 몰라서요. 같이 좀 가주시죠. 그러면 제가 맛있는 거 사 드릴게요.
일어나시죠?
지수 : (일어난다)
동백 : (반가워 웃는다)
지수 : (침대 쪽으로 기운 없이 걸어가며) 난 생각 없으니까 드시고 오세요.
동백 :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바뀐다, 그런 지수를 본다)
지수 : (침대로 가서 힘든 지 침대 헤드에 기대앉는다)
동백 : (다시 밝게) 에이.. 우리 친구 아닙니까? 어떤 친구가 친구를 혼자 밥 먹게 합니까? 같이 먹으러 가시죠! 네?!
지수 : (앉아 눈을 감은 채로 대답이 없다)
동백 : (그런 지수를 낭패라는 듯 보다가 뭔가 생각이 난다. 씩씩하게 침대 옆으로 걸어오면서)
지수씨, 저희 결혼 아직은 완전히 깨진 거 아니니까요 세 가지 소원 그거 유효하죠?
지수 : (눈을 뜬다)
동백 : 첫 번째 소원, 지금 쓰겠습니다. (잠시) 저랑 밥 같이 먹읍시다!
지수 : (동백을 본다)
씬/22 괌 리조트 레스토랑
랍스타, 스테이크, 샐러드 등이 잔뜩 차려져 있다.
동백은 음식을 맛있게 먹는다. 지수는 못 먹고 가만히 앉아 있다. (챙이 큰 지수의 모자가 옆에 놓여 있다)
동백 : (먹으면서) 제가 소원 얘기하면 다 들어 주신다고 분명히 그러셨습니다. 이거 다 드세요.
제 소원은 (강조) 같이, 밥을, 먹는 겁니다. (포크를 고르며) 이 포크 어떠세요? 맘에 드세요?
지수 : (동백을 쳐다본다)
동백 : (지수의 손에 억지로 쥐어 주며) 그럼 이걸로 쭉 드시면 됩니다.
지수 : (포크를 들고만 있다)
동백 : (그런 지수를 보며) 서울에선 민지 놈이 밥을 안 먹더니만, 괌에 오니까 지수씨가 안 드시네?
지수 : (그 말에 미안해지는) 미안해요.. 내가 말도 없이 사라져서..
동백 : 그 얘기가 아니라 밥을 먹어야 된다는 얘긴데 하하~ 아, 제가요 언제 의학 다큐멘타리에서 봤는데요,
지수씨 놀라지 마십시오. (대단한 얘기를 하듯이) 사람이요, 밥을 안 먹으면, 죽는 답니다.
지수 : (그 말에 힘없이 웃음이 나온다)
동백 : (지수가 웃자 조금 마음이 놓인다. 열심히 맛있게 먹는다) 맛있다! 난 많이 먹고 오래 살 거야!
지수 : (그런 동백을 보다가 방울토마토 하나를 찍어 먹는다)
동백 : (흘끔 보다가 좋아서) 방울토마토 좋아하시나 봐요?
지수 : .... (천천히 먹기 시작한다)
동백 : (지수가 먹자 신나서 더 열심히 먹는다)
씬/23 괌 해변 1 (해질 무렵)
석양이 지는 해변을 동백과 (챙이 큰 모자를 쓰고 있는)지수가 산책 중이다.
지수가 앞서 걷고 동백은 뒤따라 걷는다.
지수 : (석양을 보려는 듯 멈춘다)
동백 : (지수가 멈추자 멈춘다) ... (옆에 조금 떨어져서 석양을 바라본다)
지수 : (석양을 보며) 이제.. 대답 해 줄래요?
동백 : (지수를 본다)
씬/24 괌 해변 2 (저녁)
동백과 지수가 바다를 보며 모래사장에 나란히 앉아 있다.
동백 : (밝게 웃으며) 지수씨, 제 별명이 뭔 줄 아십니까?
지수 : (동백을 본다)
동백 : 작년에.. 고등학교 졸업한 지 15년 만에 처음 반창회를 갔었는데요.
(회상 인서트)
C#1 레스토랑 야외 테라스 (낮)
동백의 동창생(35세) 10여명이 맥주잔을 들고‘건배~~’하고 있다.
동백 : 얘들아~ 오랜만이다!
동창들 : (일동 쳐다보면 동백이 서 있다. 동백을 알아보지 못하는 얼굴들이다)
동백 : (웃으며 조심스럽게 아는 척) 복건이 너 살 많이 쪘다.
복건 : (동백을 못 알아보지만 아는 척 웃으며) 어어..
동백 : 너! 김인종! 맞지?
인종 : (동백을 모르겠다. 얼결에) 어.. 그래..
동백 : (승현, 은철, 재훈 가리키며) 배승현! 이은철! 변재훈! 니들 진짜 그대로다. 15년이 지났는데 어떻게 하나도 안 변하냐.
뭐 좋은 거 먹어?
승은재 : (동백을 전혀 모르겠다) 어.. (서로 눈치를 살핀다)
동백 : (자신을 못 알아보자 기운이 빠져서) 난 많이 변했지?
승은재 : (동시에) 어 / 아니.. (서로 틀린 대답을 하자 서로를 본다)
동백 : (민망한 듯 하~ 웃는다) 아우, 뛰어 왔더니 목이 말라서.. 맥주 좀 시켜야지.. 여기요~~ (대답이 없자) 안 들리나?
잠깐만.. (나간다)
C#2 레스토랑 안 (낮)
동백 : (웨이터에게) 여기 맥주 좀 주세요. (다시 테라스를 향해 간다)
복건 : (OFF) 누구냐? 우리 반 맞아 쟤?
동백 : (움찔 멈춰 선다) ....
인종 : (OFF) 몰라. 난 전혀 모르겠는데.
승현 : (OFF) 근데 어떻게 우리 이름을 다 아냐?
동백 : (씁쓸하다) .... (들어갈까 말까 고민하며 서 있다)
인종 : (이제 생각이 났는지) 아! 생각났어!
동백 : (반가운) ....!!
인종 : (OFF) 있으나 마나!
동창들 : (이제야 알겠다는 듯 일제히) 아~~ 있으나 마나! / 맞다 맞다!
승현 : (OFF) 근데 쟤 이름이 뭐지?
동창들 : (OFF) 이름? (조용하다)
동백 : (기억 해 내 주길 바란다는 표정으로 서 있다) ....!
동백 : (회상에서 돌아와 낄낄 웃는다) 부끄럽습니다만 아무도 제 이름을 모르더라구요. 한지수씨를 만나기 전까지 제 인생이
그랬습니다. 그래서 전 사람들 관심 속에 사는 지금이 참 좋습니다. 힘든 일도 있고 불편하기도 하지만 좋은 일이 더
많습니다. 우리 국장님은요 취직하고 한 번도 뵌 적이 없었는데, 아침마다 부르셔서 귀한 차도 한 잔씩 주시구요.
점심도 혼자 먹을 때가 더 많았는데 다들 저한테 먼저 달려와서 같이 먹자고 하고.. 식당에 가면 어떤 줄 아세요?
다들 알아봐 주시고 반가워 해 주시고 주인아줌마가 밥도 더 주구 반찬도 더 주고..
지수 :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하지 말고.. 조금만 더 신중하세요. 구동백씨 인생이 걸린 문제잖아요. 평생 한지수랑 결혼했다
이혼한 남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아야 될지도 모르는데.. 그래서 평생 슬퍼하면서 살지도 모르는데..
동백 : (밝게) 살면서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하거나, 감당할 수 없는 나쁜 일이 생기는 게 슬픈 인생이 아닙니다.
후회 할 일이 생기면 교훈을 얻을 수 있고요. 나쁜 일이 생기면 좋은 일의 소중함이라도 깨달을 수 있으니까요.
제 생각에는요.. 진짜 슬픈 인생은.. 살면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겁니다. 그게 진짜 슬픈 일 아닐까요?
지수 : (동백을 본다)
동백 : (밝게 웃으며) 그러니까 제 인생은 절대 슬프지 않을 겁니다.
지수 : ...
동백 : 결혼을 할지 말지 그건, 지수씨가 결정하십시오. 제 입장은 전혀 신경 쓰실 필요 없습니다.
지수 : (깊은 한숨) 하... (고민스러운 얼굴로 바다를 바라본다)
동백 : (웃다가 그런 지수를 안타깝게 바라본다)
이때 바람이 불어 지수의 모자가 바다로 날아간다.
동백 : 어~! 지수씨 모자 날아간다~! (바다로 달려간다)
지수 : (이를 본다)
동백 : (바다에 빠진 모자를 보고) 모자 젖었겠네? (신발을 벗고 바다로 들어가 지수의 모자를 건져 올리다가,
해파리에 쏘였는지 소리 지른다) 아!
지수 : (놀라, 일어나며) 왜 그래요?
동백 : (오른쪽 발을 쏘여, 쩔뚝거리고 나오는) 아아.. 뭐지? 뭔데 이렇게 아프지? (하고 모래 위에 털썩 앉는다) 아.. 아..
(무척 아파한다)
지수 : (동백에게 달려와) 어떻게 아픈데요? (살펴본다)
동백 : 뭐에 쏘인 거 같은데.. 아아.. 너무 아프다..
지수 : 해파리에 쏘인 거 아닌가?
동백 : 해파리요..? (하는데 일각에 <해파리 주의 표시판>이 보인다) 저거.. 저건가? 해파리 조심하라는 그림 같은데..?
씬/25 괌 리조트 일각 (밤)
지수 : (동백을 부축해서 걸어간다)
동백 : (아파하고) 아아.. 마비가 오는 거 같아요.. (리조트 매니저가 다가온다)
매니저 : (영어로) 무슨 일입니까?
지수 : (영어로) 해파리에 쏘였어요. 의무실이 어디죠?
매니저 : (영어로) 이쪽으로 오세요. (하고 안내한다)
동백 : (아파하며) 한지수씨 영어도 잘 하시네요..
씬/26 괌 리조트 야외 의무실 앞 (밤)
지수 : (수영장 근처 길에서 동백을 기다리고 서 있다)
동백 : (왼쪽 엉덩이를 문지르며 엉기적 엉기적 걸어 나온다)
지수 : 어떠세요? 좀 괜찮으세요?
동백 : (지수 옆에 서서) 예.. 뭐.. 제대로 알아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아주 쎈 놈은 아니라고 한 두 시간 지나면 괜찮을 거라고
그러는 거 같아요..
지수 : 다행이네요.
동백 : (엉거주춤 우습게 걸어가며) 주사를 오른쪽에 놓으라고 그럴 걸.. 왼쪽은 엉덩이가 아프고 오른쪽은 발바닥이 아프고..
해파리냉채 내가 진짜 좋아하는데.. 해파리 이 놈들 내가 다 잡아먹어 버릴 거야..
지수 : (우습게 걸어가는 동백의 뒷모습을 보자 웃음이 터진다)
동백 : (돌아본다)
지수 : (고개를 숙인 채 웃는다)
동백 : 한지수씨는 웃기세요? 저는 아파 죽겠는데요?
지수 : (고개를 든다) 네.. 웃겨요.. 이런 상황에서도.. (눈물이 고이며) 웃음이 나오네요.. 어떻게.. 이렇게 힘든데..
죽을 것처럼 힘든데.. 웃음이 나오죠? (눈물이 흐른다) 어떻게 웃음이 나올 수가 있죠?
동백 : (놀라) 지수씨..
지수 : (참았던 눈물이 터져 버린다, 울면서) 구동백씬 명쾌해서 좋겠어요.. 난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는데.. 어떻게 해야 되죠..?
난 어떻게 하죠..? (울면서 주저앉는다)
동백 : (그런 지수를 안타깝게 보다가) ... (안타까움에 크게 말해 버린다) 선거가 끝나면 그 분 돌아오시는 거 아닙니까?
지수 : (놀라, 고개를 들어 동백을 본다)
동백 : (크게) 신문사 대표 자리 같은 거.. 저 같은 사람은 모르는 복잡한 이유가 있었겠죠.
그 정도 일로 지수씨 사랑 포기하시는 겁니까?
지수 : ...
동백 : 이거 간단한 일 같은데요. 그 분 아직 약속 어긴 거 아니지 않습니까?
지수 : (눈물을 흘리며 동백을 바라본다)
동백 : (지수를 잠시 바라보다가 속상한 지 고개를 돌린다)
지수 : (울면서 자리를 피해 버린다)
동백 : (가는 지수를 안타깝게 바라본다)
씬/27 괌, 아가나 대성당 앞 (밤)
지수가 대성당 앞으로 걸어온다. 성당을 한 번 바라보고, 들어간다.
씬/28 괌, 아가나 대성당 안 (밤)
지수 : (성모상 앞에 멈춘다)
(회상 인서트, 1화 씬/22, 같은 성모상 앞, 낮)
지수 :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강모를 보고 있다)
강모 : (슬프다) 미안하다 지수야. (힘들게) 약혼.. 해야 될 거 같아.
지수 : (눈물이 주르르 떨어진다)
지수 : (앞쪽 의자로 걸어가 앉는다)
(회상 인서트)
강모 : (슬프지만 강하게) 선거만 마무리되면.. 그러면 너한테 돌아올 거야. (주머니에서 반지를 꺼내 지수의 손에 끼운다)
약속할게. (지수의 손을 잡는다) 많이 힘들겠지만.. 기다려줘..
지수 : (눈물을 흘리며 손에 끼워진 반지를 본다)
지수 : (목걸이에 걸어 둔 강모의 반지를 만지며 생각에 잠긴다)
씬/29 고급 바 룸 (밤)
괴로운 얼굴로 혼자서 술을 마시고 있다.
강모 : (이미 많이 마신, 한 잔을 더 마신다. 테이블 위에 놓인 핸드폰을 힘없이 집어 들어 동영상을 본다.
동영상 내용은 지수가 괌 해변에서 하프플라워를 들고 있는 모습을 강모가 찍은 것이다)
지수 : (카메라를 향해 하프플라워 두 개를 들고) 이 꽃이 내가 얘기했던 그 하프플라워야. 봐봐요. (꽃을 합치며) 이렇게 두 개를
합치니까 꽃 하나가 되지? 꼭 우리 같지 않아? (동영상을 찍는 강모를 잡아당기며) 나만 찍지 말고 같이 찍자.
(강모가 화면으로 들어오면 지수가 하프플라워 한 송이를 강모에게 주며) 우리 둘이 이렇게 하고 찍어요.
(하며 하프플라워를 둘이 합치며 웃는데서 화면이 멈춘다)
강모 : (슬픈 눈으로, 핸드폰 속 지수의 얼굴을 매만진다) 지수야..
씬/30 괌 리조트 야외 수영장 (밤)
동백이 수영장 가에 앉아 빈 수영장을 바라보고 있다.
동백 : (피식 웃고는) 수영장 보니까.. 지수씨랑 스캔들 처음 낸 날 생각나네.. (고개 끄덕이며 쓸쓸히 웃는다)
그래.. 처음부터 지수씨 도와준다고 시작한 일이잖아.. 지수씨랑 지수씨가 기다리는 그 사람이랑 당연히 잘 돼야지.
그 말 잘 한 거야. 잘 했어. (쓸쓸해지는) 가서 잠이나 자자.. 왜 이러고 축 처져 있냐..
(하고 오른발에 힘을 주고 일어나다가 발이 아픈 지) 아, 이 발은..! (중심을 잃고 수영장에 퐁당 빠진다) ...
(물 밖으로 푸악~ 고개를 내밀고, 얼굴에 물을 쓸어내리며) 해파리냉채 밤낮으로 먹을 거야 내가..
씬/31 김정욱 자택 외경 (밤)
씬/32 김정욱 자택 서재 앞 (밤)
강모 : (술에 완전히 취해 비틀거리며 서재를 향해 걸어간다)
씬/33 김정욱 자택 서재 (밤)
정욱 : (연설문 원고를 사인펜으로 찍찍 그으며 수정을 하고 있다)
노크 소리 후, 술에 취한 강모가 들어온다.
강모 : (들어오자마자 바닥에 주저앉는다)
정욱 : (그런 강모를 본다. 애처롭다)
강모 : (술에 취해 슬픈 얼굴로) 아버지.. 대표 자리.. 물러 주세요.. 이제.. 아버지 혼자만으로도 충분히 능력되시잖아요..
제가 더 돕지 않아도 되잖아요. 지수.. (눈물을 흘린다) 지수.. 걔 없이는 안 되겠어요..
정욱 : (자리에서 일어난다) ... (강모 앞에서, 강하게) 일어 설 수 있냐?
강모 : (정욱을 올려다본다)
정욱 : (강하게) 일어 설 수 있으면 니 힘으로 일어나.
강모 : (잠시 정욱을 보다가 비틀거리며 일어난다)
정욱 : (강모를 잠시 바라본다) 강모야..
강모 : ...
정욱 : 내 마지막 목표가 뭘 거 같냐? 서울 시장? 그거 아니야.
강모 : (기막혀 하며) 그럼.. 대선이라도 나가시겠다는 겁니까?
정욱 : (강모를 보며) 내 마지막 목표는.. (잠시) 너다!
강모 : (놀라 정욱을 본다)
정욱 : 세상의 모든 아버지는.. 이런 거다. 제 자식한테.. 인생에서 맛 볼 수 있는 좋은 것들은 다 맛보게 해 주고 싶은 거야.
그게 돈이 됐든.. 권력이 됐든.. 전부 다!
강모 : (너무 놀라 아무 말도 나오질 않는다)
정욱 : (강모를 똑바로 보며) 그렇게 불가능 한 일이라는 얼굴로 보지 마라. 니가 가진 조건이면 얼마든지 가능해.
내가 권력에 욕심이 나서.. 시장 선거에 나섰다고 생각하니..?
강모 : (기막혀) 그럼.. 그게 다 절 위해 하시는 일이란 말씀이세요?
정욱 : 왜 내가 니 새 어머니하고 재혼했을 거 같니? 날 위해 한 거 같아? 니 생각해서.. 그래서 한 거야!
반쪽짜리 집안에서 자랐다는 흠조차 만들어 주고 싶지 않았어! 난 너한테 완벽한 배경이 되어 주려고 지금까지 살았다.
니가 여기서 꺾이면.. 나도 꺾겠다..
강모 : (말도 안 된다는 듯 고개를 젓는다)
정욱 : 내가 되면..! 너도 되는 거야..! 아니, 넌 나보다 더 잘 될 수 있어!
(강모 어깨를 강하게 잡으며) 그러니까.. 이 정도 일로 쓰러지지 마라. (하고 나간다)
강모 : (한 방 얻어맞은 얼굴이다) ... (기가 막혀 실소가 터진다) 하!! (눈물이 쏟아진다) ...
(쇼파를 손으로 집고, 고개를 숙인 채 흐느낀다)
보좌관 : (잠시 후, 들어와 그런 강모를 안쓰러운 듯 바라본다) 상무님..
강모 : (고개 들어 보좌관을 보며) 알고 계셨어요? 아버지가.. 나한테 어떤 기대를 하고 계셨는지.. 보좌관님도 알고 계셨어요..?
(울면서 쏟아 붙는다) 저는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어요.. 지금까지 아무 것도..
저는 어떡하죠?! 지수한테 한 약속들은 다 어떡하죠?! 보좌관님!
씬/34 달리는 강모 차 (밤)
보좌관이 운전을 하고, 강모는 슬픈 얼굴로 보조석에 앉아 있다.
씬/35 강모 집 앞 + 강모 차 안 (밤)
강모의 차가 와서 멈춘다. 강모와 보좌관이 잠시 말없이 앉아 있다.
보좌관 : 김상무님을 안 지가 김상무님 나이만큼 됐습니다.
강모 : (가만히 듣고 있다)
보좌관 : 김의원님께서 김상무님을 얻으시고 하신 말씀이 아직도 전 생생합니다.
강모 : (보좌관을 바라본다)
보좌관 : ‘이 녀석을 보게.. 내 아들을 한 번 좀 봐.. 잘 생기지 않았나..? 난 아들을 얻고.. 비로소 내 인생의 비전을 얻었네..’
강모 : (눈물이 고인다)
보좌관 : 괴로워하지 마십시오. 이건 배신이 아닙니다. 그저 조금 힘든 선택일 뿐입니다.
강모 : (힘들다) ... (슬픈 눈으로 창밖을 바라본다)
씬/36 괌 리조트 전경 (아침)
씬/37 괌 리조트 스위트 룸 (아침)
동백 : (쇼파에 아무렇게나 누워 잠들어 있다) ... (몸을 뒤척이다가 쇼파 아래로 떨어진다) 아..! (눈을 뜨고 일어나 앉으며)
아, 허리야.. (고개를 흔들어 정신을 차리고는 오른발을 움직여 본다) 괜찮네..? (조용히 일어나 침대 쪽을 본다)
지수씨는.. 일어나셨나? (침대가 비어 있다)
씬/38 괌 리조트 야외 수영장 (아침)
지수가 힘차게 수영을 한다. 수영장 끝에 서서 숨을 몰아쉰다.
지수 : (기운을 내려는 듯 맑은 하늘을 한 번 본다) 하.. (하고는 배영을 하듯 물 위에 누워 하늘을 바라본다) ...
(한결 기분이 나아진 표정이다)
씬/39 괌 국제공항 청사 안 (아침)
강모 : (가방을 들고 걸어 나온다, 고민에 쌓인 얼굴이다)
보좌관 : (OFF) 김상무님 말씀대로, 한지수씨 괌에 계십니다. 확인했습니다.
씬/40 괌 리조트 내 산책로 (오전)
지수가 원피스 차림으로 걷고 있다.
씬/41 괌 리조트 로비 앞 (오전)
강모의 오픈카가 들어와 멈춘다.
강모 : (마음이 복잡한 지, 내리지 못하고 괴로운 얼굴로 앉아 있다)
씬/42 괌 리조트 내 계단 (오전)
지수 : (걸어온다. 계단을 내려가려다 멀리 강모가 오는 걸 보고 멈춘다)
강모 : (계단을 향해 걸어오다가 괴로운 지 멈춰서 하늘을 보고 한숨을 쉰다)
지수 : (그런 강모를 보고만 있다)
강모 : (다시 계단을 향해 걸어온다. 계단을 올라가다가 중간쯤에서 지수를 알아보고는 멈춰 선다. 지수를 올려다본다)
지수 : (강모를 내려다본다)
두 사람은 서로를 한 동안 바라만 본다.
지수 : (천천히 계단을 내려온다)
강모 : (내려오는 지수를 바라본다)
지수 : (강모 옆에 멈춰 선다)
강모 : (안타까운) 지수야..
지수 : ... (말없이 강모를 스쳐 지나 두 계단을 더 내려간다)
강모 : (그런 지수를 본다)
지수 : (강모를 뒤에 두고 앞을 보며) 강모씨.. 나한테서 이만큼 멀어졌어요. 약혼했을 때 한계단.. 극동일보 대표 되서 또 한계단..
(돌아서 강모를 본다) 그래도 이 정도는 괜찮은 거 같애. 손을 뻗으면 잡을 수 있으니까.
(손을 내밀면서) 선거가 끝나면 꼭 돌아온다고 한 번 더 약속해 줘요. 그러면 다시는 흔들리지 않을 게.
강모 : (미안한 얼굴로 지수를 잠시 본다) ...
(그런 지수에게 죄스럽다. 제 자리에 선 채, 힘들게 손을 내밀어 지수의 손을 꼭 잡아 준다)
지수 : 여기 있는 거 어떻게 알았어요?
강모 : 내가 너였어도 여기로 왔을 테니까.
지수 : (미소 지어 보인다)
이때 동백이 주변을 살피며 계단 아래쪽에서 온다.
동백 : (지수와 강모가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을 본다, 뭔가 싶은) 어..?
강모 : (계단 아래쪽에 서 있는 동백을 본다, 놀란다) ... (얼굴이 굳어지며 손을 놓는다, 작게) 구동백 저 사람이.. 여기 왜..?
지수 : (돌아보면 동백이 서 있다)
동백 : (누군가 싶어) 지수씨..? (하면서 계단을 올라온다)
지수 : (강모의 눈치가 보인다) 아.. 저기.. (당황스럽다) 인사 하세요.. (강모를 보며) 저.. 이 사람은..
강모 : (얼른 손을 내밀며) 지수 선배입니다.
지수 : (그 말에 강모를 본다)
동백 : 아, 그러십니까? (반갑게 웃으며 악수한다) 반갑습니다. 저는 구동백이라고 합니다.
강모 : 알고 있습니다. 유명하시잖아요.
동백 : (멋쩍어 웃으며) 아이구, 유명하기는요 하하~
지수 : (그런 동백의 눈치가 보인다)
씬/43 괌 리조트 뷔페 레스토랑 앞 길 (오전)
동백, 지수, 강모 순으로 나란히 걷고 있는 세 사람.
강모 : (유쾌하지 않다) 한국을 발칵 뒤집어 놓고 여기들 와 계셨군요?
동백 : 예? 아.. 저희가 좀 물의를 일으켰죠? 하하~ (지수 눈치를 살피고는) 근데 어떻게 이런 데서 지수씨 선배를 다 만나네요?
하~ 세상 참 좁습니다. (웃으며) 그쵸 지수씨?
지수 : (웃는 동백에게 미안한 마음이다) 네..
강모 : 지수한테 들었습니다. 두 분 결혼.. 결국 하시기로 하셨다고요?
동백 : (놀라 지수를 본다)
지수 : (고개를 끄덕인다)
동백 : (웃으며 크게) 아.. 예! 그렇습니다! 결혼 하기로 했습니다! 좀 유난스럽게 결혼을 하죠 저희가? 하하하~
(어색하게 지수 어깨에 손을 얹으며) 괜히 싸워 가지구.. 그쵸 지수씨?
지수 : (미안하고 난처하다)
강모 : (지수 어깨에 올려 진 동백의 손을 보고는 한심해 하며 무시한다)
동백 : (지수의 팔을 잡아 슬슬 뒤로 빼며, 강모와 거리를 두고, 지수에게 작게) 하시기로.. 확실히 결정하신 거예요?
지수 : (강모를 의식하며) 네.
동백 : (작게) 그럼 제가 저 선배 앞에서 남편인 척 잘 해야겠네요? (의욕에 차서) 알겠습니다! 가시죠!
(지수의 팔을 잡고 걸어간다)
지수 : (미안한 표정이다)
씬/44 괌 리조트 뷔페 레스토랑 안 (오전)
동백, 지수, 강모가 들어온다.
동백 : (일부러) 뷔페식당이구나?! 야, 맛있는 거 많네.. 과일들 형형색색..
강모 : (비웃음이 나온다)
동백 : (강모에게) 저희가 결혼한다고 식사까지 다 사 주시고 고맙습니다. 지수씨, 참 좋은 선배님을 뒀네?
(지수에게) 두 분 많이 친했어요?
지수 : (난처한 지, 접시를 집어 동백에게 준다) 동백씨..
동백 : (남편인 척 다정하게) 어어, 고마워요. (어색하게) 자기..야. (하고는 접시를 들고 얼른 가며 쑥스러워 한다)
강모 : (지수에게, 작게) 저 사람한테 내 얘기 안 하는 거 불편하니?
지수 : (강모에게 접시를 주며, 마음에 안 드는) 꼭 그래야 되나 싶긴 해.
강모 : (접시를 받으며) 편하게 좀 지켜보고 싶어서. 처음 보잖아 난 저 사람.
지수 : (내키진 않지만) 알았어요.
동백이 음식을 뜨고 있는데, 강모가 옆으로 온다.
동백 : (강모를 알아보고는) 아, 선배님! 요거 요거 맛있을 거 같은데 좀 뜨십시오.
(많이 뜬 것을 보여주며) 저는 이 만큼이나 떴습니다.
강모 : (표정을 숨기며) 예.. (마지못해 뜬다)
동백 : 그러고 보니까 제가 아직 선배 분 성함을 못 여쭤 봤네요?
강모 : (잠시) 그냥 지수 선배니까, 김 선배 정도로 하죠.
동백 : (이상한 듯) 예.. 김 선배요?
강모 : 구동백씨는 여기 언제 오셨습니까?
동백 : 아, 저요? (약간 자신 없게) 제가.. 어제 왔습니다 어제.. 지수씨가 여기 숨어 있어 가지구 한참 찾았습니다 하하..
(말 해 놓고 걱정스러운) 그럼 계속 뜨십시오. (하고 지수를 찾아, 지수에게 종종종 걸어간다)
지수 : (음식을 뜨고 있다)
동백 : (지수에게 와서, 접선하듯 작은 소리로) 지수씨, 김선배가 저 여기 언제 왔냐고 물어 봐서 어제 왔다구 했거든요.
(강모가 오나 안 오나 살핀다) 지수씨 숨어 있는 곳 찾는데 오래 걸렸다 그랬으니까
그렇게 서로 말을 맞춰야 될 거 같습니다.
지수 : (억지로 웃으며) 네.. 알겠어요.
동백 : 하필 여기서 아는 사람을 만나 가지구, 지수씨도 힘드시죠? 밥만 먹고 얼른 헤어지시죠 뭐.. (하고는 간다)
지수 : (그런 동백을 본다)
씬/45 괌 리조트 뷔페 레스토랑 테이블 (오전)
강모 : (음식 접시를 놓고 앉아 있다)
지수 : (테이블에 접시를 내려놓고 앉는다)
강모 : (음식을 뜨는 동백을 보며) 근데 좀 놀랐다 나. 저 사람 여기 있어서.
지수 : 내가 어제 불렀어요. 이 결혼 할 지 말 지 그거 의논하려고.. (미안한 듯 강모를 보며) 처음엔 안 할 생각 했었어..
강모 : 그랬구나.. (잠시 말없이 있다가) 저 사람은.. 뭐라 그래? 너 사라지고 힘들었을 텐데.. 순순히 다시 결혼 해주겠다고 해?
지수 : 음.
강모 : 다른 얘기 없고?
지수 : (끄덕인다)
강모 : (멀리서 지수를 찾고 있는 동백에게 손을 들어 보이며) 구동백씨!
동백 : (반갑게) 아~! 거기들 계셨구나? (음식을 잔뜩 담은 접시를 들고 오며) 좋은 자리 맡으셨네요?
(지수 옆에 앉고는) 창가 자리로.. (괜히 오버로 다정하게) 많이 들어요, 지수씨.
지수 : 네.
동백 : (다정하게) 아, 이거 방울토마토.. 맞다 이거 줘야 된다. (자기 접시에 있는 방울토마토를 지수 접시에 놔 주며 강모에게)
우리 지수씨가 이 방울토마토를 참~ 좋아합니다. (지수에게 다정하게) 어떻게 더 줄까요?
지수 : (불편하다) 제가 알아서 먹을 게요.
동백 : (도와주질 않자 어색해져서) 하하.. (강모와 눈이 마주치자) 이런 게 매력이죠 우리 지수씨는.. 하하..
(밝게 웃고는 지수 볼을 얄밉다는 듯 손가락으로 살짝 튕긴다)
지수 : (순간 표정 관리가 힘들다)
강모 : (비웃듯 고개를 숙여 음식을 먹는다)
동백 : (분위기가 싸늘하자 민망하다)
세 사람은 한동안 말없이 식사를 한다.
동백 : (분위기가 어색한 지 괜히) 아, 근데 김 선배님은 여기 무슨 일로..?
강모 : 개인적으로 일이 있어서요.
동백 : 일 때문에 오셨구나! 이런이런 (혀를 차며) 쯧쯧.. 이런 데는 저희처럼 연인끼리 휴가를 즐기러 와야 되는 데요.
여자 친구 분은 있으세요?
지수 : (불편하다)
강모 : (지수를 보며) 예..
동백 : 역시 있으시구나. 하긴 이렇게 멋진 분을 가만 둘리가 없죠. 하하~ 안 그래요 지수씨?
지수 : (아무 것도 모르고 있는 동백에게 미안한 마음이다, 얼른) 동백씨 저 커피 한 잔만.. 부탁해요.
동백 : (반가운) 아, 커피요? 블랙으로! 늘 그렇듯이! (하고 간다)
씬/46 괌 리조트 뷔페 레스토랑 커피 머신 앞 (오전)
동백 : (커피를 받으며) 지수씨 오늘 왜 이렇게 안 도와주는 거야? 나만 힘들어 죽겠네.
씬/47 괌 리조트 뷔페 레스토랑 테이블 (오전)
강모 : 서울엔 언제 들어 갈 거니?
지수 : 서울..? (고민스러운지 한숨을 쉬고는) 하.. 생각하니까 머리 아프다..
(잠시 있다가) 나 그냥 여기서 결혼 해 버리고 들어갈까?
강모 : (지수를 본다)
지수 : 사진만 몇 장 찍고 결혼했다고 하면 되잖아요. 결혼 기사 먼저 내고 들어가면 덜 시끄러울 거 같은데..
서울 가서 결혼식 또 하기도 그렇잖아. 어때요?
강모 : 그래.. 그게 편할 거 같으면, 그렇게 하자.
지수 : (고개를 끄덕인다)
씬/48 괌 리조트 스위트 룸 + 지수 집 거실 (낮)
지수 : (침대에 앉아 전화를 하고 있다) 언니 나야.
연경 : (쇼파 옆에 서서, 반갑기도 하고 화도 난다) 지수 너?! 하..! 어디야? 너 괜찮은 거야?!
지수 : 음, 괜찮아.
연경 : 내가 지금 갈게.
지수 : 여기 괌인데, 강모씨랑 구동백씨랑 같이 있어.
연경 : (놀라는) 뭐? 어떻게.. 그렇게 다들 같이 있어?
지수 : 그렇게 됐어. (하고는) 부탁할 게 있는데 언니, 조금 있다가 결혼하는 사진 보낼 거야. 그걸로 나 결혼했다고 기사 좀 내줘.
연경 : 결혼하는 사진?
지수 : 예복만 빌려서 대충 사진 몇 장 찍으려고..
연경 : 하.. 결혼 결국 하기로 한 거야? 강모랑 잘 해결 된 거야?
지수 : 음. 사진도 강모씨가 찍어 주기로 했어.
연경 : (놀라) 걔가 직접?
지수 : 음, 다른 사람 개입시키기 싫대. 사진 보내고 다시 전화 할게. 언니는 보도 자료 좀 만들어 줘. 부탁해.
(전화를 끊는데 동백이 들어온다)
동백 : 에어콘 빵빵 틀어 놓으셨네요? 후~~ 시원하다.
지수 : 구동백씨?
동백 : 네?
지수 : 한 시간 쯤 있다가요.
동백 : (웃으며) 예!
지수 : 결혼 할 거예요 우리.
동백 : (놀라) 예?!
씬/49 우체국 정문 앞 (낮)
윤섭과 태완이 완전히 망가져 목이 덜렁거리고 낙서와 욕설로 엉망이 된 동백 안내판을 세우고 있다.
국장, 팀장이 다급하게 달려 나온다.
팀장 : 무슨 소리야~~ 우리 구동백이 안내판이 어떻게 됐다고?!
윤섭 : (안타까워 하며) 이렇게.. 됐어요.. 팀장님..
국장 : (하늘이 무너지는 듯) 아이쿠야! 이를 어찌하면 좋은가? 이게 사람들이 생각하는 우리 우체국의 현재의 모습이야!
태완 : 안에 있는 것도.. 다 망가졌습니다..
국장 : (또 놀라는) 아이쿠야!
팀장 : (동백 입간판을 안으며 울상) 우리 동백이를 어떡하면 좋냐? (소리치는) 뭐해 니들!! 가서 테이프 가져 와!!
윤섭, 태완이 안으로 뛰어 들어간다.
국장 : (화가 나서) 고팀장, 박경애씨 당장 불러 들여! (안으로 들어간다)
팀장 : 알겠습니다! (동백 안내판을 옆으로 안고, 목이 자꾸 떨어지려 하자 올려붙이며) 모가지가 이게 달랑달랑하네..
동백이 이 자슥아.. 넌 우체국에도 안 나오고 어디서 뭐하고 있냐?
씬/50 괌 리조트 웨딩 채플 안 (낮)
턱시도를 차려 입은 동백이 서 있다.
동백 : (떨리는 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손도 비벼보고, 장식된 꽃을 하나 집어 가슴에 꽂아 봤다가) 튀나? (하고 다시 내려놓는다)
지수 : (OFF) 꽂는 게 더 나을 거 같은데요.
동백 : (돌아본다) 아, 지수씨?
지수 : (심플한 드레스 입고, 부케를 안고, 동백을 향해 걸어오면서 장식된 꽃을 하나 집어 들고 와 동백의 가슴에 꽂아준다)
턱시도는 어떠세요? 잘 맞으세요? 급하게 빌린 거 치고는 괜찮아 보이네요.
동백 : 예에.. 좋습니다.
지수 : 편하게 사진 몇 장 찍는다고 생각하세요. 이 홀에선 결혼식 분위기로 찍을 거구요.
신혼여행 분위기로 나가서 몇 장 더 찍을 거예요.
동백 : 아, 예 알겠습니다. 근데, 그 김 선배.. 그 분이 찍어 주신다고?
지수 : 네.
동백 : (나름 걱정이 되는지) 아...
지수 : 왜요?
동백 : 걱정이 좀 돼서.. 저희가 식을 안 올리고 이렇게 사진만 몇 장 찍는 걸 이상하게 생각하면 어떡하죠?
그 분이 한국 가서, 한지수 결혼 그거 조금 의심스럽다.. 뭐 이딴 소릴 하고 다닐까봐..
지수 : 그런 건 걱정 안 하셔도 되요. 제가 잘 얘기 했으니까요.
동백 : 아, 그래요? 믿을 만한 분 맞나요? 그거 확실해야 되는데. (들어오는 강모를 보고는, 얼른 작게) 옵니다!
강모 : (카메라를 들고, 둘을 향해 걸어온다)
동백 : (괜히 웃으며 너스레를 떤다) 우린 참 번거로운 게 싫어서.. 이렇게 사진만 찍습니다. (어색하게) 하하하~
강모 : (무표정하게) 준비 되셨으면, 찍겠습니다.
동백 : (바로 웃음이 가시며) 예!
컷 튀면, 동백과 지수가 나란히 서서 웃으며 포즈를 취한다.
강모가 사진을 찍는다. 찰칵 소리와 함께 화면 스틸.
아름다운 채플을 배경으로 몇 장의 사진이 더 찍힌다.
씬/51 괌, 사랑의 절벽 입구 (낮)
오픈카가 사랑의 절벽을 향해 달리고 있다. 강모가 운전을 하고, 뒷좌석에는 커플룩을 입은 동백과 지수가 앉아 있다.
동백은 커플룩이 쑥스러운 표정이다.
오픈카가 사랑의 절벽 입구에 멈춘다. 일동 내린다.
씬/52 괌, 사랑의 절벽 (낮)
동백과 지수가 앞서 걷고, 강모는 뒤따라간다.
동백 : (커플룩이 쑥스러운 지) 아.. 옷이 이게..
지수 : (동백을 보며) 옷이.. 왜요?
동백 : (강모를 의식해서, 작게) 제가 이런 낯간지러운 걸 해 본 적이 없어 가지구요. 사람들이 다 우리만 보는 거 같고..
(살짝 뒤돌아보고) 김 선배 보기도 좀 쑥스럽고.. 하하~
지수 : 신혼여행 분위기 내려면 이게 확실할 거 같아서요.
동백 : 아예! 필요하면 해야죠. (관광 안내 책자로 부채질을 하며) 덥네.. (뒤따라오는 강모를 의식하고는 일부러 지수에게
부채질을 해 준다) 지수씨 많이 덥죠? (뒤를 흘끔 더 보고는, 작게) 제가 연기가 조금 늘었죠?
지수 : (미안한) 그렇게까지 연기 안 하셔도 돼요.
동백 : 해야죠! 들키면 어떡하려구요? (강모에게 보란 듯이 관광 안내 책자로 지수 얼굴의 햇빛을 가려주며) 우리 와이프 얼굴
너무 타면 안 되는데.. 배운데 우리 와이프..
강모 : (그런 동백이 가소롭다) 하..!
지수 : (그런 동백이 신경 쓰인다)
씬/53 괌, 사랑의 종 아래 (낮)
동백과 지수가 종을 치는 등의 포즈를 취하고 강모가 몇 장의 사진을 찍고 있다.
하얀 원피스를 입은 귀여운 원주민 소녀(8세)가 온다.
소녀 : (하프 플라워 두 송이를 들고 와서는) 하파데이!
동백 : 하파데이~ 아이 꼬맹이 이쁘다~
소녀 : (영어로) 이건 하프 플라워인데요. (꽃 두 송이를 합쳐 보여주며) 이렇게 두 송이가 합쳐져야 꽃 한 송이가 되는 거예요.
동백 : 와! 두 개가 합쳐지니까 한 송이가 되네? 신기하죠 지수씨?
지수 : (표정을 숨기며) 아.. 네..
소녀 : (영어로) 선물로 드릴게요. (동백, 지수에게 각각 한 송이씩 내민다)
동백 : (꽃을 받고) 땡큐~
지수 : (받고는 힘없이 웃어준다)
소녀 : (영어로) 두 개 합쳐서 사진 찍으세요. 그러면 행복해진대요.
동백 : (강모를 의식하며) 아~ 행복해진다고? 그러면 그렇게 사진 찍어야지. 자, 지수씨 꽃 합쳐서 찍읍시다.
지수 : (강모 눈치를 살피다가, 할 수 없이 꽃을 합친다)
강모 : (찍으려고 카메라를 든다) ... (카메라 앵글 속의 꽃을 든 두 사람의 모습이 보이자, 찍지 못하고 카메라를 내려놓는다)
지수 : (그런 강모가 신경 쓰이는 듯 본다)
동백 : (얼른 찍으라는 듯) 김 선배님~!
강모 : (마음을 다 잡고, 사진을 찍는다)
씬/54 괌, 사랑의 절벽 일각 (낮)
강모가 앞서 걷고 있다.
소녀가 준 하프 플라워를 손에 각각 쥔 동백과 지수가 뒤따라 걷는다.
동백 : 날씨도 더운데 오늘 수고 많으셨습니다~
강모 : (고개를 살짝 돌리고) 예.. (하고 걸어가 버린다)
동백 : (지수에게 작게) 김 선배님 더워서 많이 힘드셨나봐요? 표정이 좀 안 좋은 거 같은데요?
지수 : (억지로 웃으며) 그런 거 아닐 거예요. (하고는 아무렇지 않게, 하프 플라워를 옆에 있는 담(혹은, 아무 구조물) 위에
올려놓고 간다)
동백 : (지수가 올려놓은 하프 플라워를 본다) ... (왠지 섭섭한 마음이 든다. 지나쳐 가려다, 다시 버려진 하프 플라워를 보고는
지수 몰래 집어 자신의 하프 플라워와 함께 주머니에 넣는다)
씬/55 괌 리조트 비즈니스 룸 (낮)
동백과 지수가 함께 찍은 사진들이 모니터에 떠 있다.
강모 : (무거운 마음으로 사진을 본 후, 전송한다)
씬/56 지수 집 앞 (낮)
백기자 차가 서 있다.
백기자 : (지수 집을 바라보며) 한지수씨.. 영영 안 나타나실 겁니까..? (상철의 오토바이가 와서 멈추는 게 보인다.
상철이 핼맷을 벗자, 상철을 알아보고는) 어? (차에서 내린다)
상철 : (집으로 걸어가는데)
백기자 : (OFF) 당신.. 한지수 동생 맞지?
상철 : (돌아보면, 백기자가 걸어오는 게 보인다)
백기자 : (명함을 내밀면서) 나 이런 사람이야.
상철 : (명함을 쳐다만 보며) 꺼져. (하고 집 쪽으로 간다)
백기자 : (피식 웃고) 동생이면, 누나 어딨는지 모르나?
상철 : (대꾸 없이 걸어간다)
백기자 : (상철의 팔을 잡으며) 한상철!
상철 : (확~ 돌아보며) 너 뭐야?!
백기자 : 나? 니네 누나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야.
상철 : 그래? 나보다 낫네. 난 우리 누나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데.
백기자 : (OL) 누나가 진짜 구동백 그 사람 땜에 잠적 한 거 같애? 두 사람이 진짜 사랑해서 결혼하려고 했을까?
니가 봐도 안 어울리잖아 그 둘!
상철 : (화를 내며) 당신 그렇게 우리 누나한테 붙어서 드럽게 먹고 살아야 겠어? 꺼져..! 이 파파라치 씨..!
백기자 : (웃으며) 그래. 오늘은 분위기가.. 무슨 얘기를 해 줘도 안 믿을 거 같고. (명함을 상철 옷 주머니에 꽂아주며)
다음에 찾아 와. 뭔가 궁금한 게 생길 테니까. (뒷걸음질 치며) 다음에 보자. 꼭! 꼭 봐!
상철 : 미친 자식.. (무시하고 집으로 간다) ... (초인종을 누른다) ... (대답이 없자 비밀 번호를 누른다)
씬/57 지수 방 (낮)
상철 : (지수 방을 뒤지며) 어디로 사라진 거야 도대체..! 뭐든 좀 나와라씨..! (하며 계속 뒤진다)
씬/58 민지 방 (낮)
민지 : (머리를 싸매고 누워 있다)
승은 : (민지 옆에서 닭다리를 들고) 한 입만 먹어 봐. 민지야 한 입만 좀!
민지 : (기운 없이 축 쳐져서) 치워.. 이대로 말라 죽게 날 그냥 냅둬..
승은 : 죽기는! 너 그렇게 말 막 할래?! 동백이 오빠가 한지수랑 결혼 못 하면 인생 끝이야?
이 세상에 여자가 한지수 하나냐? 나도 있고..! 어?!
민지 : (승은 노려보며 일어나 앉는) 넌 우리 오빠 결혼 깨진 게 좋아 죽겠지?! 입맛이 막 돌지?!
(소리치는) 너 오늘 닭다리 몇 개 뜯어 먹었어!
승은 : (기가 막혀) 허! 이게 어디다 화풀이야? 야, 관둬! 먹지 마! 지 생각해서 영계로 튀겨 왔더니만 씨..!
(들고 있던 닭다리를 뜯어 먹는다)
민지 : (핸드폰이 울린다, 신경질적으로 받는) 여보세요?! 숙희 뭐?! 왜 전화질이야? (듣다가 놀라 눈이 동그래진다)
뭐?! 우리 오빠가.. 한지수랑.. 괌에서 결혼을 했어? 기사가 났어?!
승은 : (놀라 민지를 본다)
민지 : (흥분해서 승은을 발로 차며) 야! 야! 인터넷 좀 켜봐!
컷 튀면, 민지와 승은이 인터넷으로 결혼사진과 기사를 보고 있다.
민지 : (신나서 기사를 읽는) 런어웨이 브라이드 한지수! 단순한 신부 우울증으로 괌으로 도피!
하지만 신랑 구동백씨의 열렬한 구애를 받아들이고.. (신나 소리친다) 괌에서 깜짝 결혼!!! (만세 부르며) 예~~~!!!
(신나 승은을 뒤에서 껴안고 난리다) 깜짝 결혼!!
승은 : (실망한 얼굴에)
민지 : (OFF) 우리 오빠가 이렇게 멋있는 남자였다니! 이건 세기의 결혼이야! (닭다리를 뜯으며) 아하하~~ 아하하~~
입맛이 막 돌아~~ 니네집 닭다리 진짜 맛있구나 하하하~~!!
씬/59 우체국 국장실 (낮)
국장 : (뒷짐을 지고 근엄한 얼굴로 창밖을 보고 서 있다)
팀장 : (경애에게 연설문이 적힌 종이를 내민다)
경애 : 이게.. 뭐예요?
팀장 : 국장님께서 직접 작성하신, 대국민 사과 성명서야.
경애 : (놀라) 예..?
국장 : (근엄하게) 한 번 읽어보게!
경애 : (난감한) 하.. (읽는다) 저 박경애는 매우 송구스런 마음으로 이렇게 국민 여러분 앞에 섰습니다.. 한지수씨와 구동백씨의
축복 받아 마땅할 결혼이.. 저의 한 순간의 욕정으로.. (기막혀 국장을 본다) 국장님?!
국장 : (근엄하게) 계속 읽게!
팀장 : (작게) 끝까지 읽어.
경애 : 하.. (할 수 없이) 한 순간의 욕정으로 인해.. 파경까지 이르게 한 죄를 어찌 다 갚겠습니까?
한지수씨는 부디 제 얼굴에 침을 뱉으시고.. (국장을 노려보고) 구동백씨에 대한 오해를 풀어 주시길 바랍니다.
국장 : (돌아선다) 고팀장 어떤가? 이 정도면 한지수씨가 마음을 푸시겠나?
팀장 : 침을 뱉으시고 보다, 돌을 던지시고는 어떻습니까 국장님?
국장 : 돌을 던지시고? (생각에 잠기며) 돌을 던진다.. 던진다.. 돌을.. 침보다 돌이 낫다..? 세다..? 음..
경애 : (답답해 미치겠다)
명진 : (뛰어 들어오며 흥분해서 소리친다) 국장님~~!! 팀장님~~!! 구동백씨가 괌에서 한지수랑 결혼했데요!!
국장,팀장 : (놀라서) 뭐?
명진 : 경애야, 너 살았어!! 둘이 결혼 했대!! 사진 다 떴어!!
경애 : (화가 나서 성명서를 마구 찢는다)
씬/60 일식집 룸 (낮)
정욱과 수연이 마주 앉아 식사를 하고 있다.
수연 : 근데 강모씨가 전화가 안 되요 아버님.
정욱 : (웃으며) 어.. 내가 일 땜에 외국엘 잠깐 보냈다.
수연 : 그래요? 그럼 나한테 연락 좀 하고 가지.
정욱 : 그 녀석이 원래 일을 할 때 그거에만 빠져드는 스타일이야. 니가 이해해라 아가야. (핸드폰 문자가 온다, 확인을 한다.
‘한지수씨, 괌에서 결혼 했답니다’, 안도의 미소를 짓는다) 하하~! 우리 새 아기 강모 없을 땐 나라도 잘 챙겨 줘야지.
많이 먹어라.
수연 : 강모씨가 아버님 반만큼만 자상했으면 좋겠어요.
정욱 : 하하~! (웃는다)
씬/61 백기자 사무실 (낮)
백기자 : (인터넷에 지수 결혼 기사를 보며 고개를 젓는다) 하..! 그래 재밌다..! 재밌게들 만들고 있어..!
(사진 속에 웃고 있는 동백과 지수를 보며) 그래 마지막엔 누가 웃나.. 보자..!
씬/62 지수 방 (낮)
상철 : (지수 방을 여기 저기 뒤지다가 한숨을 쉬며 기대 앉는다) 대체 어디로 사라진 거야? 이제 그만 나와. 누나..하..
(기운 없이 서랍장 한 두 개를 열어보다가 봉투를 발견한다) ...? (봉투에서 이혼서류들을 꺼내 본다, 놀라) 뭐야..? 이혼..?
(구동백 이름과 도장을 확인한다, 놀란다)
씬/62-1 지수 집 현관 (낮)
연경 : (들어오다가, 상철의 신발을 발견하는) 어..? 상철이 왔나?
씬/62-2 지수 방 (낮)
상철 : (떨리는 손으로 이혼서류를 보고 있다) ...?
연경 : (OFF) 상철이 왔니?
상철 : (급하게 서류를 주머니에 집에 넣는다)
연경 : (들어온다)
상철 : (놀란 채) 누나..?
연경 : 여기서 뭐해?
상철 : (정신없는 얼굴로) 어? 누나가 어딨는지, 뭐라도 찾을 수 있을까 해서.
연경 : 지수, 구동백씨랑 결혼했다.
상철 : 뭐?
연경 : 괌에서 두 사람 좀 전에 결혼 했어. (웃는다)
상철 : (말이 나오질 않는다)
씬/63 삭제
씬/64 괌 리조트 채플 안 (저녁)
지수 : (채플 안을 둘러보고 있다. 구두 소리가 들린다. 돌아본다. 강모다)
강모 : (지수에게 걸어온다)
지수 : 여기 어때요?
강모 : ...
지수 : (창가로 걸어가 창밖의 바다를 내다보며) 선거 끝나면.. 나 여기서 진짜 결혼, 하고 싶어. 괌은 나한테.. 약속의 섬이니까.
(강모를 본다)
강모 : (쉽게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 (무거운 마음을 추스르고) 그래..
지수 : (강모를 보고 미소 짓는다)
강모 : (그런 지수의 모습이 보기 힘든지 고개를 돌리며) 스파 하러 가자.
지수 : 스파?
강모 : 음. 구동백 그 사람도 같이.
지수 : 그 사람 강모씨랑 같이 있는 거 힘들어 해. 나도 보기 그렇고..
강모 : 앞으로 너랑.. 함께 지낼 사람이잖아. 더 얘기 해 보고 싶어서 그래.
지수 : (어쩔 수 없다)
씬/65 괌 리조트 스위트 룸 (저녁)
동백 : (호텔 전화로 통화 중이다) 그래 민지야.. 맞아.. 어어.. 그러니까.. 진정 좀 하고.. (소리치는) 야! 오빠 얘기 좀 하자! (잠시)
오빠 내일 들어간다. 그럼. 지수씨랑 같이 가지. 거기.. 많이 난리 났냐? 그래? 장난 아니야? 알았다. 국제 전화라 끊는다.
(끊는) 휴.. 난리 났구나.. 이제 진짜 시작 됐네.. (하다가 주머니에서 하프 플라워 꽃송이 두 개를 꺼낸다) ...
(꽃송이를 합쳐 본다) ... (가방에서 여권을 꺼내, 여권 사이에 꽃송이 두 개를 잘 펴서 놓고는 여권을 닫는다)
지수 : (들어온다)
동백 : (깜짝 놀라) 아..! (여권을 얼른 가방에 쑤셔 넣고는) 오셨어요?
지수 : 좀 쉬셨어요?
동백 : 예!
지수 : (내키지 않지만) 스파 좋아하세요?
동백 : 스파요? 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데?
씬/66 괌 리조트 스파 안 (밤)
동백과 지수가 들어오는데, 강모가 서 있는 게 보인다.
동백 : (깜짝 놀라며, 지수에게 작게) 김 선배도 같이..? 스파..?
지수 : (미안한) 네..
동백 : (힘든지 찌푸려지는) 아.. (강모와 눈이 마주치자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든다) 하하~ 김 선배님~
(하고는 일부러 다정하게 지수 옆에 있는 나뭇가지를 치우며 길을 만들어 준다) 아, 지수씨 나뭇가지 조심.
지수 : (미안해진다)
씬/67 괌 리조트 스파 복도 (밤)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가운을 입은) 지수, 동백, 강모가 걸어간다.
직원이 멈춰 서서 손으로 방을 가리킨다.
강모 : 구동백씨는 저랑 같이 받으시죠.
동백 : (놀라) 예?
지수 : (불편하지만 외면하고 직원을 따라 다른 방으로 간다)
동백 : (어리둥절하다) ... (강모를 따라 방으로 들어간다)
씬/68 괌 리조트 스파 테라피실1 (밤)
강모 : (자연스럽게 의자에 앉아 풋베스에 발을 담근다)
동백 : (어색해하며) 저는 스파가 처음이라.. 발 여기다 담그는 건가요? (강모를 따라 발을 풋베스에 담근다)
꽃도 띄워 놓고.. 발 담그기 아깝네..
테라피스트1,2가 들어 와 둘에게 인사를 한다.
동백 : (얼른 의자에서 일어나 같이 인사를 한다)
강모 : (가만히 앉아 있다)
테라피스트1,2가 무릎을 꿇고 앉아 두 사람의 발을 마사지 한다.
동백 : (불편한 지) 아.. 발을.. 닦아 주시나? (엷게 웃으며) 괜히 미안해지네요.. 저는..
강모 : (익숙한 듯) 댓가 지불하는데요 뭐..
동백 : (웃음이 가시며) 아.. 예..
씬/69 괌 리조트 스파 테라피실2 (밤)
지수가 베드에 엎드려 있고, 테라피스트3이 지수를 마사지하고 있다.
지수 : (동백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다) ... (잊으려는 듯 눈을 감는다)
씬/70 괌 리조트 스파 테라피실1 (밤)
동백과 강모가 베드에 엎드려 있고 테라피스트1,2가 마사지하고 있다.
동백 : (테라피스트1이 오른쪽 다리를 마사지 한다) 아아.. 오른 발.. 시원하네요.. 제가 어저께 바다에 갔다가 해파리한테
여기 오른발을 쏘였거든요. 혹시라도 김 선배님 해파리 그려진 안내판이 있으면 절대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
강모 : ...
동백 : (대답이 없자 어색해져 가만있다)
강모 : 우체국에 다니시죠?
동백 : 아, 예..
강모 : 거기 다니시기 힘들진 않으세요?
동백 : (왜 묻나 싶은) 예? 아니요 뭐.. 그런 거 없습니다.
강모 : 혹시 사업 쪽은.. 관심 없으세요?
동백 : 사업이요? 에이 제가 뭐.. 전 돈도 없구요.. 하하~
강모 : 돈이 문제시면.. 제가 투자를 해드릴 수도 있는데요.
동백 : (웃어넘기는) 아닙니다. 하~ 사업 같은 거, 저는 뭐.. 못 합니다. 괜히 투자하셨다가 돈 다 날리십니다 하하~
강모 : 웃어넘기지만 마시고 진지하게 한 번 생각해 보세요. 한지수 남편이라는 타이틀이면 얼마든지 사업 하실 수 있습니다.
동백 : 신경 써 주시는 건 감사합니다만 저는 우체국 다니는 게 좋습니다.
우체국 다니는 거 말곤 다른 건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하하~
강모 : 지수 입장에서 생각해 보시면, 우체국 직원 보단.. 사업가 정도가 낫지 않겠습니까?
동백 : (왜 그러나 싶어, 고개만 돌려 강모를 본다)
테라피스트1,2가 마사지를 끝낸다.
테라1 : (영어로) 나가시면 자쿠지가 있습니다.
강모 : (일어나며) 자쿠지 하러 가시죠?
동백 : (일어나며) 자쿠지요? 저는 뭐 됐습니다. 김 선배님 혼자 다녀오세요.
강모 : 그러세요 그럼. (하고 가운을 입고 나간다)
동백 : (나가는 강모를 보고 심호흡을 한다) 휴, 불편한 사람이야. 사업은 왜 자꾸 하라 그래?
자쿠지가 뭔진 모르겠지만 오래 하고 왔으면 좋겠다.
씬/71 괌 리조트 스파 야외 자쿠지 (밤)
강모가 자쿠지로 온다. 지수가 자쿠지에 들어가 있다.
강모가 자쿠지 안으로 들어가 지수 맞은 편에 앉는다.
지수 : 구동백씨는요?
강모 : 안 하겠대.
지수 : 둘이 무슨 얘기 했어요?
강모 : 우체국 그만 두고 사업 한 번 해보라고 했어.
지수 : (놀라서) 왜요?
강모 : 조직에 있잖아 그 사람. 얽혀 있는 사람들 많아서 좋을 거 없을 거 같은데.. 개인 사업하는 게 너희들 결혼 생활하는 데도
수월하지 않겠어?
지수 : 겨우 몇 달 때문에.. 그 사람 하던 일까지 그만 두라고요?
강모 : 널 위해서야.
지수 : 날 위한 거라면, 안 해도 돼.
강모 : 지금 당장 결정하라는 건 아니야. 생각해 보라고.. 나중에 얘기하자.
지수 : 나중에 얘기 할 것도 없어. 그건 싫어.
강모 : 지수야..!
지수 : 난 지금 이 상황도 너무 불편해서 싫어. 우리 둘이서 구동백씨.. 아무 것도 모르는 바보 만들고 있는 거잖아요.
씬/72 괌 리조트 스파 테라피실1 (밤)
테라피스트1이 동백의 몸에 코코넛 마사지를 해 주고 있다.
테라1 : (영어로) 끝났습니다. 샤워하고 오세요.
동백 : 샤워? 샤워 오케이~ (하고 일어나 나간다)
씬/73 괌 리조트 스파 야외 자쿠지 + 일각 (밤)
지수 : 지금이라도.. 그 사람한테 강모씨라고 얘기 했으면 좋겠어.
강모 : 이제 와서, 더 우습잖아.
지수 : 그 사람 강모씨 앞에서 연기하느라고 진땀 빼는 거, 너무 불편해서 못 보겠어.
강모 : (짜증스러운 듯) 그냥 조용히 넘어가자. 다시 볼 사람도 아닌데.
지수 : 하.. (그런 강모가 마음에 안 드는 듯 일어나 나간다)
강모 : (따라 일어난다) 지수야! (가는 지수의 팔을 잡아 세우고 안는다)
동백 : (걸어오다가, 일각에서, 서로 안고 있는 강모와 지수를 보고 멈춘다)
강모 : (지수를 안고서) 이러지 말자.
지수 : 오늘 같은 날.. 나도 강모씨랑 싸우고 싶지 않아.
동백 : (강모라는 말에 매우 놀라) ...! (몸을 벽 뒤로 숨긴다)
강모 : (지수를 안고서) 미안하다.
동백 : (놀란 얼굴로 서서히 고개를 내밀어, 서로를 안고 있는 지수와 강모를 보는 데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