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일생
양성우
꽃이 피기 전에 어찌 아픔이 없겠느냐
어떤 큰 몸부림의 뒤에 문득 눈 시린 꽃잎으로
피어나는 것이겠지
그 누가 부르지 않아도 절정은 그렇게 오고
나비가 오고
새의 날갯짓에 놀라기도 하지
왠일인지는 몰라도 꽃이 활짝 피면
기다렸다는 듯이 비바람이 치니
어찌 눈물 없이 꽃의 일생을 살았다고 말할까
사람도 한 때는 아무도 없는 곳에서 울고
술을 마시고
어둠 속을 헤맴은 흔한 일이라
그러다가 무엇을 두고 온 것처럼 오던 길을
잠깐 돌아보는 사이에
몸도 영혼도 시드는 것!
이와 같이, 저도 모르게 꽃잎은 지고
물에 떠서 흐르고
그 다음에는 언제나 또다시 긴 적막이 오겠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 같이
*작가약력*
1943년 전남 함평 출생
전남대 문리대 국문과 졸업
1970년「시인」지에 작품 발표
1975년 광주중앙여고 재직 중
겨울 공화국 사건으로 교사직 파면
1985년 제4회 신동엽창작기금 수상
시집으로
<발상법> <신하여 신하여>
<겨울 공화국>(1977)
<북치는 앉은뱅이>(1980)
<청산이 소리쳐 부르거든>(1981)
<5월제>(1986) <그대의 하늘길>(1987)
<세상의 한가운데>(1990)
<사라지는 것은 사람일 뿐이다>(1997)
<첫마음>(2000) <물고기 한 마리>(2003)
<길에서 시를 줍다>(시화집, 2007)
<꽃의 일생>(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