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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놀이의 즐거움
보지 못하는 답답함, 놀이로 승화시키다 까막잡기놀이
귀가 크다는 것은 작은 소리도 잘 듣는다는 뜻이고, 귀가 두 개인 것은 소리가 나는 곳을 잘 파악하기 위해서이다.
글. 권태룡 (한국아이국악협회 지도교수)
눈을 가리고 하는 놀이, 모든 감각을 동원하여
놀이에서는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을 ‘까막눈’이라고 불렀는데, ‘눈뜬장님’, ‘까막눈이’, ‘‘뜬소경’, ‘ 청맹靑盲’이라하기도한다. 즉 눈을 뜨고 있지만 실제로 보지는 못하는 사람, 무엇을 보고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이란 유럽에서는 이 놀이가 다양한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눈먼 파리’, 독일에서는 ‘눈먼 암소’, 스웨덴에서는 ‘눈먼 수사슴’, 스페인에서는 ‘눈먼 암탉’, 그리고 프랑스에서는 중세 프랑스 영주의 이름을 따서 ‘콜랭마야르’라고 부른다.
이처럼 보지 못하게 눈을 가리고 즐기는 전래놀이가 바로‘까막잡기’라는 놀이인데, 눈을 가린 상태에서 이동하며 다른 사람을 잡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따라서 시각을 제외한 모든 감각을 총동원하여, 평소에 사용하지 않던 감각을 잘 활용해야 한다. 즉 놀이를 통해 다양한 감각을 훈련하게 되고 어떤 소리가 어느 쪽에서 나는가에 대해 주의를 기우려야 하므로 저절로 주의 집중력이 길러지며 빠른 상황 판단력과 결단력이 길러지게 된다.
까막잡기놀이. 매번 다르게 즐기기
이 놀이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정확한 기록이 없어 알 수는 없지만, 구한말 최영년(崔永年, 1856~1935)이 지은『해동죽지海東竹枝』를 살펴보면‘ㅺㅏ막잡기’라고 표기하고 있고 그 내용은 ‘舊俗兒童爲戱一人掩目衆人旋轉苦捉得爲勝稱之曰ㅺㅏ막잡기(옛날 풍속에 아이들이 놀이로 한 사람의 눈을 가리고 여럿이 그 주위를 빙빙 돈다. 이때 어렵게 장님이 한 사람을 붙잡으면 이기게 되는데 이를 까막잡기라 한다.)’, ‘ 兒童爲戱還多警笑春盲人不透神(아이들의 놀이가 도리어 경계 되는 점이 많다. 장님의 정신이 투명하지 못함을 웃으며 본다.)’, ‘ 尋常苦入盲人手開目難閉目人(어쩌다가 장님 손에 들어가기만 하면 눈 뜬 사람이 눈 감은 사람만도 못하다.)’하여 까막잡기하는 놀이 상황을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당시 여러 풍속화에 ‘까막잡기’ 모습을 그려 놓은 것으로 보아 당시의 아이들에겐 흔한 놀이였던 것 같다. 지방에 따라 놀이 방법이 상당히 다양하다. 이중 술래를 뽑아서 하는 방법은 가장 일반적인 놀이 방법으로, 예전에는 어른들이 두레나 품앗이를 하기 위해 모일 경우 일하러 가기 전에 심심풀이로 이 놀이를 했다고 한다. 일단 가위 바위 보로 술래를 한 명 정하고 술래의 눈을 수건으로 가린다. 그런 후 다른 사람들은 막대기나 손으로 툭툭 치기도 하고, 약간의 짓궂은 농담도 하면서 ‘날 잡아라, 날 잡아봐라’ 하고 놀려대거나 손뼉을 치면서 술래 주위를 맴돈다. 술래는 소리 나는 곳으로 가서 다른 사람을 잡는다. 만약 술래가 잡았다면 잡힌 사람의 얼굴이나 옷맵시를 더듬어 보고 그 사람의 이름을 대는데 맞추면 술래가 바뀌고 못 맞추면 계속 술래가 된다. 또 술래가 다른 사람을 잡으려다 넘어지거나 부딪치기도 하는데 이를 보고 한바탕 웃으며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즉 오히려 이 놀이를 통해 시각장애인의 어려움을 경험해봄으로써 그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하다. 마지막으로 까막잡기를 하며 부른 동요를 소개하면, 경남지역의 ‘봉사 봉사 떼봉사’, 북한지역의 ‘맴맴맴 매미 우는’, 1924년 『어린이』3월호에 실린 박팔양의 <까막잡기>에 곡을 붙인 동요가 대표적이다.
※ 참고문헌
서민의 한을 풀어주던 놀이,
비석치기
비석치기는 한국 고유의 구비전승 놀이로 현대까지 면면히 계승되어 오고 있는 놀이문화 유산 중 하나이다.
민족 고유의 특성을 가진 놀이
먼저 일정한 거리의 폭(3~4m, 연령에 따라 조절함)을 두고 땅 바닥에 두 줄을 긋는다. 가위 바위 보를 하여 두 편으로 나눈다. 이긴 편은 말을 던져 진편의 비석을 쓰러뜨린다. 이때 ‘던지기’ 는 줄을 그어놓은 출발점에서 말을 던지는 방법과 출발선에서 한발 뛰어 그 자리에서 말을 던지는 방법, 두발 뛰고 세발 뛴 자리에서 비석을 쓰러뜨리는 방법이 있다. 말을 한발 뛰기의 거리에 던져놓고 한발을 뛴 다음 말을 발등에 올려놓고 발로 차서 비석 쓰러뜨리기는 ‘차기’, 말을 머리에 올려놓고 말이 떨어지지 않게 조심조심 걸어가 비석을 쓰러뜨리는‘자세재기(치기)’도 있다. ‘자세재기’는 이밖에도 다양한 동작, 즉 말을 턱과 목 사이에 끼고 하기, 말을 어깨에 올려놓고 하기, 말을 겨드랑이에 끼고 하기, 말을 가슴에 올려놓고 하기, 말을 등에 올려놓고 하기, 말을 손등에 올려 놓고 하기, 말을 가랑이에 끼고 걸어가서 비석 앞에서 뒤로 돌아서서 하기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위와 같이 비석치기는 우리 민족 고유의 놀이이며, 머리에서 발끝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신체의 각 부위를 자극하는 감각동작 놀이로써 다양한 우수성을 지니고 있다. 첫째, 기본적으로 체력단련에 탁월하다. 둘째, 신체의 고정과 유연성의 조화를 조절해준다. 셋째, 거리측정 능력과 속도 조절능력을 요구하여 몸의 균형유지 기능을 향상시킨다. 다섯째, 수에 대한 개 념, 집중력, 관찰력, 판단력, 순발력, 예측력, 지구력, 침착성을 기를 수 있다. 여섯째, 유머와 재치를 길러주고 협동심, 공동체의식 등 사회성을 신장시켜준다. 일곱째, 비석이 쓰러질 때의 소리와 형태에 쾌감을 느껴 스트레스가 해소된다. 끝으로 인성교육 즉 양보심과 남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마음이 길러진다. 이와 같이 비석치기는 신체적, 사회적, 과학적으로 매우 훌륭한 놀이이다.
시대에 따른 놀이의 변천
하지만 요즘 아이들에게는 놀이를 할 시간과 장소가 허락되 지 않음은 물론, 이제는 비석이나 돌멩이 같은 놀이도구를 찾기 힘들어졌다.
비석치기를 다치지 않고 즐겁게 놀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새로 고안해 낸 방법(김숙경 제작)은 ‘팥 단지를 손바닥 반만 한 크기로 넓적하게 만들어 말로 사용하고, 비석으로는 나무토막 대신 우유팩 또는 음료수 깡통(각각 10~15개정도)을 활용하는 것이다. 변형 된 시대의 흐름에 따라 놀이도구는 변형 되었으나 놀이방법이 그대로 계승되고 있음은 너무나 다행스러운 일이다. 옛 선조들이 창안해낸 다양한 놀이문화 중에서도 통합교육성이 내포되어 있는 비석치기는 단연 강력하게 추천되어야 할 놀이라 생각한다. 요즘 어린이들이 비석치기를 통해 건강한 신체와 건전한 성격으로 성장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문화재청. 문화재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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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마음의 정원 원문보기 글쓴이: 마음의 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