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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Mascaram Setaba
2 Yekermo Sew
3 Evil Ways
4 Cry Me a River
5 Joshua Fit the Battle of Jericho
6 Sookie Sookie
7 Besame Mucho
8 연안부두
2011 / 비트볼
작성자 백비트
국내에 림지훈처럼 소울/펑크(funk)에 ‘제대로’ 천착해온 뮤지션도 드물다. 그는 아소토 유니온으로 시작해 펑카프릭 & 부슷다로 활동을 이어오면서 펑크(funk), 소울 재즈 등 고전적인 흑인 음악을 추구해왔다. 어번(urban)의 감성으로 시작해 예스러운 사운드를 파고들어 간 모양새는 윈디 시티의 김반장과 비슷해 보일지 모르지만, 림지훈은 철저히 연주자의 관점에서 접근했다는 것이 다르다. 림지훈 이전에 한국에서 미터스(Meters)나 조지 클린턴(George Clinton)의 ‘팔러먼트-펑카델릭(Parliament-Funkadelic)’ 류의 음악으로 하나의 앨범을 채운 경우는 거의 없었다.
사실 펑크(funk)는 국내에서 편협하게 다뤄져왔다. 대부분의 프로페셔널 연주자들이 익히지만 기술적인 접근에 그치는 것이 보통이고, 고유의 정서에 깊이 있게 접근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춤을 추면서 즐겨야 제격일진데, 아카데믹한 접근이 이러한 감상을 방해한 면도 있다. 반면 림지훈은 자신의 흥으로 관객을 춤추게 하고 때로는 웃음 짓게 하는 명민한 연주자다. 그런 그는 첫 솔로 앨범 [Organ Orgasm]에서 트로트, 즉 뽕짝의 정서를 시도했다. 림지훈이 다루는 해먼드오르간은 카바레에서 들릴법한 ‘나이트용 오르간’과 지미 스미스(Jimmy Smith) 오르간 트리오와 같은 블루지한 소울 재즈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오간다.
[Organ Orgasm]의 정서는 뽕짝이지만 그것을 풀어헤치는 방법은 재즈다. 이러한 방식은 ‘에티오피아 재즈의 아버지’라 일컬어지는 물라토 아스타케(Mulatu Astatke)의 오리지널을 커버한 ‘Mascaram Staba’와 ‘Yekermo Sew’에서 잘 나타난다. 이 곡의 멜로디는 누가 들어도 ‘뽕’이지만 외국곡이라는 사실이 흥미롭다. 트로트의 음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테마와 솔로를 운용하는 림지훈의 연주는 우리에게 친근함으로 다가온다. 이러한 한국적인 정서는 스탠더드 넘버인 ‘Besame Mucho’와 ‘Joshua Fit the Battle of Jericho’, 산타나(Santana)를 커버한 ‘Evil Ways’에도 잘 드러난다. 특히 산타나의 곡에서 색소폰을 담당한 손성제는 이판근 프로젝트에서도 펼친 바 있는 뽕끼 가득한 연주로 림지훈과 찰떡궁합을 이룬다.
앨범에 트로트의 정서만 있는 것은 아니다. ‘Sookie Sookie’는 흥겨운 소울 재즈 스타일로 연주되고 있다. 또한 손성제의 플루트와 림지훈의 해먼드오르간이 몽롱한 하모니를 이루는 ‘Cry Me A River’는 원곡의 스산함을 잘 살린다. 즉 [Organ Orgasm]은 일관된 정서를 가지는 것 같지만 그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양한 스타일이 혼재돼 있다. 이러한 양상은 림지훈의 기민한 멜로디 감각에서 기인하는 것이기도 하다.
림지훈의 연주는 세련됨과 키치를 자유자재로 오간다. 세련된 어법이 진행될라치면 키치가 허를 찌르고, 뽕짝이 나올라 치면 유려한 멜로디가 불쑥 튀어나온다. 놀라울 것은 없다. 이것이 림지훈의 스타일인 것이다. 군데군데 절묘한 보이싱은 림지훈의 내공에서 기인하는 것이리라. 내공에 더해진 뽕끼는 공감으로 다가온다. 애잔함으로 눈물짓게 하는 연주. 그리고 림지훈은 이러한 시행착오를 통해 자신의 오리지널리티에 한걸음 더 다가선 것으로 보인다.
덧1. 트로트와 다른 장르를 외줄타기 하듯이 오가는 림지훈의 연주 스타일 때문인지 정통 트로트의 정서를 담은 마지막 곡 ‘연안부두’는 더욱더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앨범을 순서대로 들으면 이 곡이 그렇게 가슴을 파고들 수 없다.
덧2. [Organ Orgasm]은 해먼드 오르간이 주는 성인 무드를 표현하기 위해 일본 AV배우 호조 마키가 내한해 직접 앨범 자켓을 촬영했다. 이러한 커버아트는 음악의 분위기와 조화를 이루며 앨범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오하이오 플레이어스(Ohio Players)의 [Honey]처럼 말이다. (권석정)
첫댓글 사실 펑크(funk)는 국내에서 편협하게 다뤄져왔다. 대부분의 프로페셔널 연주자들이 익히지만 기술적인 접근에 그치는 것이 보통이고, 고유의 정서에 깊이 있게 접근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춤을 추면서 즐겨야 제격일진데, 아카데믹한 접근이 이러한 감상을 방해한 면도 있다. 반면 림지훈은 자신의 흥으로 관객을 춤추게 하고 때로는 웃음 짓게 하는 명민한 연주자다. 그런 그는 첫 솔로 앨범 [Organ Orgasm]에서 트로트, 즉 뽕짝의 정서를 시도했다. 림지훈이 다루는 해먼드오르간은 카바레에서 들릴법한 ‘나이트용 오르간’과 지미 스미스(Jimmy Smith) 오르간 트리오와 같은 블루지한 소울 재즈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