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 마음을 품으라(프로네오) (빌립보서 2:5-11)
고난주간을 앞둔 종려주일, 우리는 빌립보서 2장을 통해 그리스도의 마음을 묵상합니다. 에베소서가 ‘빛의 자녀’라는 정체성을, 로마서가 ‘성령을 따르는 생각(프로네마)’이라는 내면의 원리를 말한다면, 빌립보서는 그 생각이 맺는 열매, 곧 그리스도의 마음을 품는 ‘프로네오’로 완성됩니다. 이는 의지적으로 ‘그리스도의 마음을 품고’ 생각의 방향을 정하는 태도입니다.
바울은 다툼과 허영으로 흔들리던 공동체를 향해 생각의 방향을 바꾸라고 권면합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신을 높이려 하지만, 예수님은 하나님과 동등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않으시고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취하시며 끝까지 낮아지셨습니다. 이는 겉모습의 변화가 아니라 존재의 비움이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그렇게 낮아지신 그리스도를 지극히 높이셨습니다. 이것이 하나님 나라의 역설입니다. 붙잡는 자가 아니라 내려놓는 자를, 높아지려는 자가 아니라 낮아지는 자를 하나님께서 세우십니다.
그러므로 성도는 ‘당연함’을 내려놓고 그리스도의 마음을 품어야(프로네오) 합니다. 그때 공동체는 회복되고, 삶에는 생명과 평안이 임합니다. 십자가의 길은 내려가는 길이지만, 하나님께서 가장 높이시는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