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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기인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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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웰빙/요리 스크랩 장담거기
바다향 추천 0 조회 52 06.09.15 18:49 댓글 1
게시글 본문내용


바람이 분다. 제법 서늘한 바람이다. 황금빛 콩잎을 떨구어낸 바람이 콩 꼬투리를 살짝 벌리고 달아난다. 벌어진 콩깍지 사이로 보이는 콩알도 황금빛인 걸 보니 이제 수확을 해도 좋겠다. 깍지 속 둥근 콩알이 여물기도 여물다. 노란 콩 한 알 한 알에는 비옥한 땅과 따사로운 볕의 손길과 바람의 노랫소리가 함께 들어 있다.
가마솥 콩 삶는 냄새 구수하다. 장작은 타닥타닥 잘도 타들어간다. 달큰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마침맞게 삶아진 콩을 절구에 찧는다. 절벅궁절벅궁 절구 가락에 힘든 줄도 모른다. 치대고 보듬어 메주를 만든다. 메주가 잘 뜨도록 손가락으로 구멍을 뚫는 것도 잊지 않는다. 짚 새끼줄에 매달린 메주는 미생물들과 몸을 섞으며 황토방에서 겨울을 날 것이다.


 


정월 보름. 장 담그기 좋은 때다. 볕도 좋고 물도 깊다. 예로부터 음력 정월 말날인 오일(午日), 그믐, 손 없는 날, 병인일(丙寅日), 정일이 장 담그기 좋은 날이라 하였겠다. 메주는 노르스름한 붉은 빛을 띄고 있다. 거죽은 말라 있지만 속은 말랑말랑한 걸 보니 마침맞게 떠졌다. 미리 닦아 반질반질 윤이 나는 항아리 속에 메주를 차곡차곡 담고 소금물을 붓는다. 간수를 빼 놓은 소금과 지하 암반수로 만든 소금물이다. 좋은 물은 청명일과 곡우일의 강물, 가을철의 이슬물, 눈 녹은 납설수라 했지만, 요즘 같아서야 바위가 깊을수록 물이 맑지 않겠는가. 먼 곳에 장 담그는 어떤 이는 고로쇠 물을 쓴다고도 하고 찻물을 우려 쓴다고도 한다. 물이 맑아야 장도 맑다는 걸 아는 게다. 계란이 동동 뜨는 것이 염도도 잘 맞추었다. 숯과 대추와 고추를 띄우고 뚜껑을 덮는다. 금줄을 치고 숯과 고추를 매단다. 흰 버선본은 장을 더럽히는 귀신들을 가두어 줄 것이다. 잔설이 녹는가 싶더니 어느새 꽃잎 분분히 날리는 봄이다. 노란 산수유꽃 송화가루 바람 타고 날아든다. 날을 세지 않아도 장 가르기 할 때를 알 수 있다. 흩날리는 봄꽃들이, 볼을 쓰다듬는 햇살의 농도가 날을 알려준다. 간장과 된장을 갈라 정성스럽게 옹기에 담으면,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한 셈이다. 이제 모든 것은 자연의 손에 달려 있다.
옹기는 숨을 쉬며 햇살을 끌어들인다. 간혹 송화가루 살포시 그 속으로 들어가 속살거리기도 한다. 햇살이 어루만지고 바람이 들고나고 해가 바뀌는 동안 옹기 속에서는 맛과 향이 깊어진다. 장맛이 어떨지는 자연만이 안다. 해와 공기와 미생물들만이 안다. 장은 그렇게 자연이 만들어낸다.





황토 파서 금토 놓고 삼 일 기도 바란 후에 이 장 저 장 다 담그니, 간장 빛은 짙어지고 된장 빛은 우려주소, 이 장 저 장 다 먹어도 꿀맛같이 달아주소. 일 년 하고도 열두 달에 독사배가 막아 주소, 영양 부정도 막아 주소, 찔레꽃은 만발해도 꽃가지 꽃은 피지 마소, 어히여루 지신아 장독지신 울리자, 꿀치자 꿀치자 이 장독에 꿀치자, 강원도 벌이 날아와 이 장독에 꿀치네, 꼬장은 매워야 지렁장은 짭아야, 막장은 달아야 된장은 누렇어사, 잡귀잡신은 물알로 만복은 이리로. 「동래 지신밟기」 중 ‘장독풀이’
빗방울 떨어진다. 싸한 흙냄새 코끝을 파고든다. 비 듣기 전 장 뚜껑 닫으라고 엄마가 일렀는데, 아이는 노는 데 정신 팔려 까맣게 잊고 있었다. 혼쭐 날 생각하니 정신이 아득하다. 비에 젖는 것도 모르고 신발이 벗겨지는 것도 모르고 정신없이 내달린다. 대문을 열자마자 장독대로 향한다. 다행히 누군가 뚜껑을 덮어 놓았다. 아이는 흙투성이 맨발로 항아리 밑둥치를 툭툭 차며 괜한 분풀이를 한다.

엄마는 왜 허구헌날 장독 뚜껑을 열었다 닫기를 반복하는지, 반질반질 윤이 나는 항아리를 왜 자꾸만 닦아대는지, 새벽녘이면 물 한 그릇 떠 놓고 항아리 앞에 앉는지, 아이는 알 수가 없다. 아이에게 장독대는 그저 무료함을 달래주는 놀이터일 뿐인데.
항아리 속을 들여다보면 그 속에 아이의 얼굴이 보인다. 찌푸린 얼굴, 웃는 얼굴, 덧니를 드러낸 얼굴, 볼을 부풀린 얼굴, 삐죽거리는 얼굴. 그 얼굴 뒤로 파란 하늘이 보이고 구름이 지나가고 감나무 감이 주홍빛으로 물든다. 항아리 뚜껑 하나하나를 열고 그 속을 들여다보기도 한다. 달큰한 간장, 고추씨 훌훌 뿌린 된장, 매큼한 고추장, 향도 색도 다양하다.
장독 순례를 마치면 항아리에 기대고 앉아 귀를 들이댄다. 독에서는 어떤 깊은 울림이 들려온다. 먼 곳에서 아이를 찾는 엄마 목소리 같기도 하고 깊은 숲 바람 소리 같기도 하다. 그러다가 까무룩이 잠이 들 때도 있다. 따뜻하게 데워진 항아리의 온기가 꼭 엄마 품 속 같다. 아랫목 차지한 청국장처럼 그리움이 발효되는 오후.






즙장
늦가을이나 초겨울에 담가 열흘 정도 익혀 먹는 장. 유지로 봉하고 항아리를 진흙으로 발라 두엄 속에서 삭혀 먹었다.

청태장
청태콩을 시루에 쪄서 떡 모양으로 하고 콩잎을 이용해 발효시키는 장.

두부장
물기를 제거한 두부를 으깨어 주머니에 넣고 된장이나 고추장에 박아서 오래 묻어 두었다가, 꺼내 먹는 장으로 사찰음식의 하나.

비지장
날씨가 선선할 때 콩비지로 담가 먹는 장. 비지를 띄워 배추김치를 넣고 끓여 먹는 장으로 부드럽고 구수하다.

어육장
쇠고기 말린 것·생치·도미·전복 등을 항아리에 차곡차곡 담고, 메주로 간장 담그듯 소금물을 붓고 담그는 장.

지례장
‘지름장’이라고도 하는데 우선 지레 먹는 장이라는 의미다. 메주를 빻아 보통 김치 국물을 넣어 익히면 맛이 좋다.

나주집장
누룩을 띄워 가루를 낸 뒤 찐 찹쌀을 섞어 하룻밤 재운다. 여기에 가지 오이·고춧잎 등을 섞어 퇴비 속에 묻어 익힌다.

제주 조피장
조피잎을 잘게 썰어 된장에 버무려 오지그릇에 꼭꼭 눌러 담아 두었다가 이틀쯤 지나서 먹는다.

경상도 등겨장
시금장이라고도 하는데 보리 속겨를 쪄서 띄운 다음 쇠죽솥에서 하루 익혀 먹는다.
부안 찌엄장 고춧잎이나 김치 무를 넣고 짠지국물로 메주가루를 버무려 담는다.


독을 닦는다. 독을 닦으며 시름을 놓는다. 타박네 설움도, 울컥 울컥 솟는 화도 독을 훔치며 풀어낸다. 잘 숙성된 된장. 오래전 친정어머니는 머리가 깨져도 배가 아파도 된장을 발라주곤 했지. 된장을 만병통치약으로 알고 살던 내 순박한 어머니. 벌에 쏘여 퉁퉁 부은 얼굴에 된장 바르던 기억에 절로 웃음이 난다.
찬밥에 푸성귀 조금 썰어 넣고 된장 넣어 쓱쓱 비벼 먹자. 물 오른 고추 몇 개만 있으면 금상첨화다. 뚝배기에 호박 넣고 두부 넣고 바글바글 된장찌개도 끓이자. 알알한 고추, 매운 고추장 듬뿍 찍어 베어 물면 속이 펑 뚫릴 테지.
장은 팔진(八鎭)의 주인이라 했다. 모든 음식의 으뜸이 장이거니와, 잘 담근 장만 있으면 다른 반찬 필요 없다. 장 속에 박아 놓은 고추며 깻잎이며 콩잎이 얼마나 풍성하냐. 향긋한 산더덕, 잘 마른 굴비 장 속에 박아 놓았으니 귀한 손님 걱정 없다. 고추장 굴비 꺼내 짝짝 찢어 상에 올릴까, 찹쌀가루에 된장고추장 넣어 장떡 한 장 지져볼까. 봄날 입맛 돋우는 냉이에 모시조개 넣어 냉이 토장국 끓여도 좋겠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풍성해지는 장항아리. 오래 묵을수록 깊어지는 장맛처럼, 둥글고 어진 항아리 쓰다듬으며 세월을 다독인다. 마음을 다독인다.




수진원
무농약 유기농법으로 직접 키운 태광콩과 지하 200미터에서 퍼올린 암반수로 장을 만든다. 장독 근처에 심어진 산수유나무며 소나무에서는 봄마다 꽃가루를 날려 장맛을 돋운다. 물 좋고 경치 좋고 바람 햇살 좋은 수진원에서 익은 장은 그야말로 자연이 만든다. 된장은 3년, 간장은 5년 이상된 것만 판매한다. 봄날 수진에 가면 아무데고 주저앉아 쑥을 캘 수 있고, 숲내음을 맡을 수도 있다. 한켠에는 궁중요리연구가 황혜성씨의 장독대도 있다. 031-773-3747/www.suzinwon.com

나종년 농장
백운산 고로쇠 물로 담근 장을 판다. 고로쇠 물은 당분과 철분?망간겺?톩미네랄 성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피로회복겱키延? 위장병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활력을 주는 물로 알려져 있는 고로쇠 물로 장을 담그면 짠맛이 덜하고 깔끔한 맛이 난다고 한다. 061-762-3937

호산죽염식품
충북 괴산군 청안면 질마재 고갯길을 돌아 괴실마을에 가면 호산죽염된장집이 있다. 이집 된장 맛의 비결은 물맛 좋은 옻샘물과 죽염이다. 죽염을 넣어 된장을 만들면 장맛도 깊고 구수하면서 건강에도 좋단다. 043-832-1388/ www.ihosan.com

통도식품
통도사 서운암에서 전통 사찰장의 맥을 잇는다. 성파스님이 90년대 사찰식 장맛을 재현하여 일반인들에도 판매하기 시작했다. 영축산의 기운과 햇살 바람이 어우러져 빚어진 된장은 몇백 년을 이어온 맛이다. 055-383-8888/ www.seowoonam.co.kr

향적원
순창 전통고추장 제조 기능 보유자인 한봉순 씨의 전통 장집이다. 순창의 지하수와 부안산 천일염을 사용해 재래식 전통 제지기법으로 장을 담근다. 063-653-3997/www.shunchang.co.kr

옹고집 장집
호박보리된장, 버섯보리된장 등 독특한 된장을 만드는 집. 된장 뿐 아니라 돌게장도 담근다. 조선간장과 진간장을 섞어 장을 만드는데 특이하게 민들레가루가 들어간다. 민들레가루를 넣어 만든 간장게장은 지나치게 짜지 않고 특유의 비린내도 없다.
063-453-8877/www.ongojip.co.kr

큰기와집
반가 내림음식 전수자인 주인 한영용씨가 운영하는 전통 한정식집. 7년된 간장으로 만든 간장게장은 별미 중의 별미다.

별궁식당
냄새 안 나는 청국장을 개발했다고들 하지만 청국장은 단연 꾸릿한 냄새가 진미. 버섯,두부,호박 등을 넣고 보글보글 끓여낸 청국장은 코를 킁킁거리며 찾아들게 만든다. 02-736-2176

찹스
한국음식의 세계화를 내걸고 만든 한국식 패밀리레스토랑 찹스에서는 청국장 가자미찜을 자체 개발했다. 각종 콩을 넣고 걸쭉하게 끓인 청국장과 담백한 가자미 살이 잘 어울린다.
02-542-9800

시골밥상
팔당댐을 지나 정약용 묘로 가는 길에 있는, 그야말로 시골밥상집이다. 순박한 한상차림도 차림이지만 돌판에 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내오는 장떡을 맛볼 수도 있다. 031-576-8355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보약 된장의 달인들』
글 이진랑 | 사진 이경우 | 지오북
음식칼럼리스트 이진랑 씨와 사진가인 남편 이경우 씨가 전통 장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일 년 반 동안 전통 장맛의 달인을 찾는 긴 여정을 떠났다. 장 만드는 달인들을 직접 만나 비법들을 엿보고 장의 종류, 된장 건강법, 장 문화와 풍속 등 장에 관련된 지식들을 수록했다.

『종가집 시어머니 장 담그는 법』
한복려·한복진 공저 | 둥지
궁중요리연구가 한복려·한복진 자매가 팔도의 전통장에서부터 현대 식생활에 맞는 장 담그기까지 자세하게 설명한 책. 그밖에 냉이토장국, 각종 장아찌, 홍합초 등의 레시피도 함께 실려 있다.

『몸에 좋은 된장 요리 65』
글 최승주 | 리스컴
토속 음식에서부터 퓨전요리까지 된장을 다양하게 응용한 요리를 보여준다. 된장소스 안심스테이크, 된장 샐러드 등 건강 요리가 군침을 돌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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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06.09.15 22:06

    첫댓글 장에 대하여 몽땅 모아놓은 자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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