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뿔소와 트레비아 나무를 통해 깨닫게 되는 '형통'의 의미와 신비 / 신성욱 교수

[좋은소식]

<코뿔소와 트레비아 나무를 통해 깨닫게 되는 ‘형통’의 의미와 신비>

[1] 네팔의 숲 속에 코뿔소가 살고 있다. 이 코뿔소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 하나 있다고 한다. 다른 동물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트레비아 나무의 열매를 좋아한다. 코뿔소는 트레비아 나무열매만 보면 먹을 수 있는 만큼 포식을 한 뒤 그 가지를 완전히 다 부셔놓고선 그 자리를 떠난다고 한다.
트레비아 나무의 입장에선 억울하고 속상하기 짝이 없다.

[2] 그간 열매를 맺기까지 수없이 많은 비와 바람과 폭풍우를 맞지 않았겠는가? 만일 트레비아 나무가 하나님을 알았다면 아마도 거센 불평을 늘어놓지 않았을까? ‘숱한 난관 속에서도 인내로 잘 자라 열매를 맺었건만 어찌 코뿔소에게 열매 다 잃고 가지마저 다 망치도록 내버려둘 수 있느냐?’고 말이다.
그런데 성경에 이 나무의 케이스와 아주 흡사한 경우의 한 사람이 기억난다.

[3] 요셉이다. 창세기 37장과 39장에 기록된 요셉의 이야기를 보면 참담하기 그지없다. 이복형들로부터 미움을 받아 애굽 땅에 노예로 팔려가는 신세가 되고 만다.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 하던 정든 집으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노예의 신분이 되어 애굽의 시위대장 보디발의 집에 도착한다. 노예로 팔린 것도 억울한데 안주인의 유혹을 뿌리친 후 강간미수범이란 누명까지 쓰고 감옥에 들어간다.

[4] 요셉에게 꿈을 주신 분이 누구신가? 하나님 아니시던가? 그런데 이방 땅의 노예로 팔려가는데도 못본 채 내버려두시면 어떡한단 말인가? 혈기왕성한 젊은 나이에 보디발 아내의 유혹을 뿌리치며 순결을 지켜내지 않았던가. 그런데 오히려 강간미수범이란 억울한 누명을 뒤집어쓴 채 감옥의 죄수 신세가 되고 말았다.
웬만한 사람 같으면 이런 불평을 토로하지 않았을까?

[5] ‘하나님이 주신 꿈을 버리지 않고 형제들에게 발설했다가 노예로 팔려오고, 안주인의 유혹을 거절하고 순결을 지켰거늘, 돌아온 건 죄수의 신세뿐이네요?’ 나 같으면 어떠했을까? 보다 강력한 말과 논리로 불평과 원망을 토해냈을 거 같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하나 있다. 이런 내용 말이다. “여호와께서 요셉과 함께하시므로 그가 형통한 자가 되어 그의 주인 애굽 사람의 집에 있으니”(창 39:2).

[6] 하나님이 요셉과 함께하셔서 그가 형통한 자가 되었다면 결과는 어땠어야 하는가? “그가 보디발의 집에서 풀려나 아버지가 계신 고향 집으로 돌아가니라.” 이런 내용이 이어져야 하지 않는가? 그런데 2절 마지막 부분은 뭐라고 하는가? “그의 주인 애굽 사람의 집에 있으니”라 되어 있다. 형통해봤자 여전히 주인 보디발 집의 노예 신세 그대로 였다는 말이다.
이게 우리가 생각하는 형통이 맞는가? 결코 아니다.

[7] 또 23절은 이렇게 기록한다. “여호와께서 요셉과 함께하시고 그에게 인자를 더하사 전옥에게 은혜를 받게 하시매 전옥이 옥중 죄수를 다 요셉의 손에 맡기므로 그 제반 사무를 요셉이 처리하고 전옥은 그의 손에 맡긴 것을 무엇이든지 돌아보지 아니하였으니 이는 여호와께서 요셉과 함께하심이라 여호와께서 그의 법사에 형통케 하셨더라.”
여기서도 하나님이 요셉과 함께하셔서 그의 범사에 형통케 하셨다고 한다.

[8] 요셉이 하나님이 함께하심으로 형통케 되었다면 감옥에서 풀려나 자유의 몸이 되었어야 하지 않는가? 그런데 형통한 자가 여전히 죄수의 신분 그대로이다. 이게 세상 사람들이 생각하는 형통이 맞는가? 결코 아니다.
그런데 어찌 성경은 여전히 억울함과 불편함과 괴로움이 존재하는 상황에 있는 자를 형통한 자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9] 여기서 트레비아 나무의 뒷얘기로 돌아가 보자. 코뿔소에게 처참하게 당한 트레비아 나무의 입장에선 억울하기 짝이 없는 일이지만, 그 다음 스토리를 들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트레비아 나무의 입장에서 볼 때 열매도 다 잃고 가지마저 다 부러지고 말지만, 그때부터 그 나무의 신비로운 생명의 역사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10] 코뿔소의 배속에 들어간 트레비아 나무열매는 다 소화되어 버리고 말겠지만, 그 속에 들어 있는 씨앗만큼은 소화시킬 수가 없어서 코뿔소의 배설물에 섞여 다시 세상으로 나오게 된다. 트레비아 나무 열매는 음지에서는 절대로 싹을 틔우지 못하는데, 바로 코뿔소에 의해서 음지에서 양지로 씨앗이 옮겨져 생존하고 번성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만일 네팔에 코뿔소가 다 멸망하고 만다면 그 다음부터 사람들은 트레비아 나무를 만날 수 없게 될 것이다.

[11] 결과를 알고 보면 트레비아 나무는 코뿔소에게 깊이 감사해야 한다.
물론 코뿔소가 아니라 하나님께 감사드려야 옳다. 코뿔소에겐 트레비아 나무를 위하는 마음이 전혀 없다. 오직 자기 배만 채울 뿐이다. 하지만 그런 코뿔소를 선용하셔서 양지 곳곳에서 씨를 퍼트리게 역사하시는 우리 하나님의 오묘한 섭리에 감사를 드려야 마땅하다.
요셉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12] 형들이 그를 애굽에 팔지 않았다면 어찌 되었을까? 보디발의 아내가 요셉을 강간미수범으로 뒤집어 씌워 감옥에 가도록 하지 않았다면 어찌 되었을까? 술 맡은 관원장이 2년이란 세월이 아니라 이후로도 계속 요셉을 기억하지 못했다면 어찌 되었을까? 요셉이 애굽의 총리가 될 수 있었을까? 그래서 자기 아비와 형제들을 애굽 땅에서 살도록 이끌 수 있었을까? 결코 아니다.
순간순간 억울한 일을 당할 때는 고통과 괴로움 속에 힘들어 했을 것이다.

[13] 하나님이 예비하신 복을 내다보지 못했다면 불평과 원망의 마음으로 가득 차게 되었을 것이다. 결과를 알고 보면, 요셉은 그를 애굽의 노예로 보낸 형들과 감옥으로 보낸 보디발의 아내와 은혜를 잊어버린 술 맡은 관원장에게 감사를 해야 한다.
물론 그들이 아니라 하나님께 감사드려야 한다.
형들이나 보디발의 아내나 술 맡은 관원장에겐 요셉을 위하는 마음이 전혀 없었다. 오직 자기들의 분풀이 상대와 도우미로만 생각했을 뿐이다.

[14] 하지만 그런 자들의 악하고 배은망덕한 행동을 선용하셔서 자기 백성을 그곳에서 살 수 있도록 요셉을 총리로 세우신 우리 하나님의 절묘한 섭리와 배려에 깊이 감사를 드려야 할 것이다. 우리의 생각대로 여호와께서 요셉과 함께하심으로 보디발의 집에서 풀려나 집으로 돌아가게 하셨다면 어찌 될 뻔했을까? 그게 진정한 형통일까?
또 여호와께서 요셉과 함께하심으로 감옥에서 풀려나 집으로 돌아가게 하셨다면 어찌 될 뻔했을까?

[15] 그게 참 형통이 맞을까? 그런 형통을 원하는가? 이젠 아니다. 트레비아 나무나 요셉의 경우를 보니 우리가 생각하는 형통의 개념에 문제가 많았음을 절감하게 된다.
우리 중에 지금 내 생각과 소원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는다고 하나님을 원망하는 이가 있는가? ‘왜 하나님은 내게 형통이 아니라 불통만 주시는가?’라고 따지고 싶은 이가 있는가? 비록 여전히 노예의 신분이고 죄수의 신분이라도 성경은 그런 상황을 '형통'이라 말한다.

[16] 여전히 암담한 상황이고 소망의 빛이라곤 전혀 보이지 않아도, 모든 것을 합력하여 선으로 인도하시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코뿔소와 트레비아 나무를 통해 요셉에게 임한 형통의 의미와 신비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됨을 감사드린다.
그렇다. 세상 만물은 다 성경의 진리와 영적인 신비를 드러내는 좋은 도구들이다.
세상 모든 피조물들이 하나님 나라의 신비를 깨닫게 하는 위대한 수단들임을 결코 잊지 말고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