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재벌 2·3세 머니게임’ 제동 LG 구본호·한국타이어 조현범씨 참여 ‘동일철강 유상증자’ 취소
재벌 2, 3세들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이용해 특정 종목들의 주가를 단기간에 끌어올리는 ‘머니 게임’을 하면서 증시를 혼탁하게 만들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개인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되자, 금융감독당국이 이들의 행태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범한판토스 2대 주주인 구본호(32)씨와 조현범(35) 한국타이어 부사장 등이 대주주로 참여하는 동일철강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취소시켰다. 구씨는 고 구인회 엘지그룹 창업주의 동생인 구정회씨의 손자이며, 조 부사장은 조양래 한국타이어그룹 회장의 차남이다.
구씨가 최대주주로 있는 동일철강은 지난 8월27일 구씨와 조 부사장 등이 대주주로 참여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재벌 2, 3세들의 유상증자 참여 사실이 알려지면서 동일철강 주식은 ‘황제주’로 떠오르며 8월27일 39만1800원에서 지난달 11일 145만8400원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금감원은 동일철강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승인 요청을 검토한 끝에 최근 부적격 의견을 냈고, 동일철강은 지난 16일 이를 철회했다. 금감원이 재벌 2, 3세들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제동을 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감원의 한 국장은 28일 “재벌 2, 3세 등을 포함한 특정 인물들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재테크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앞으로 검증 과정에서 철저히 들여다 볼 방침”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8월11일 이뤄진 코스닥 상장기업 코디너스(옛 엠비즈네트웍스)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도 재벌 2, 3세들이 참여해 큰 평가 차익을 거뒀다. 여기에는 조현범 부사장과 김영집(34·한국도자기 회장 손자) 코디너스 대표, 나성균(35·아남그룹 창업주 손자) 네오위즈 대표, 장선우(32·극동유화그룹 회장 아들) 극동유화 이사 등이 포함됐다. 이들도 코디너스 주가가 급등하면서 많게는 수십억원에서 적게는 수억원의 평가차익을 얻었다.
금융감독당국은 이런 재벌 2, 3세들의 행위가 시장 질서를 교란시키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들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재벌그룹의 후광에 힘입어 주가가 이상 급등하고 이들이 지분을 매각하면 주가가 곤두박질치는 일이 되풀이되기 때문이다. 증권선물거래소 시장감시본부 관계자도 “올해 들어 특정 재벌 2, 3세의 이름이 코스닥 종목의 대주주로 반복 등장하고 있다”며 “혐의가 있는 몇몇 사람들을 리스트로 만들어 특별히 관리하고 있으며, 불공정 거래 여부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구본호씨 쪽은 “동일철강의 유상증자는 철강 사업과 해외 자원 개발을 추진하기 위해 투자금이 필요했기 때문에 추진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조현범 부사장은 “구본호씨와는 옛날부터 잘 아는 사이며, 동일철강 유상증자 참여는 구씨의 권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익림 김경락 기자 choi21@hani.co.kr
☞ 제3자 배정 유상증자
기존 주주 전체를 대상으로 신주 인수권을 주는 게 아니라 회사의 임원 등 특정인을 지정해 주는 것이다. 이 방식은 기존 주주 배정 방식보다 절차가 간단하다. 주식을 배정받으면 발행 가격에 받은 주식 수를 곱한 가격만큼 자본금을 납입하면 되는데, 보통 발행 가격을 시장 가격보다 낮게 책정한다. 따라서 주가가 급등하면 막대한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다.
기사등록 : 2007-10-29 오전 08:28:45 | 기사수정 : 2007-10-29 오전 08:36: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