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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판( welcome everybody) 스크랩 앙카라 테러 현장에서 사먹은 터키의 국민빵 `시미트`
한강의 언덕 추천 0 조회 149 15.10.14 22:48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앙카라 테러 현장에서 사먹은 터키의 국민빵 '시미트'

-빵 한 조각에도 만족하는 백성들...

글 | 장상인 JSI 파트너스 대표

     
우리나라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알랭드 보통(Alain de Botton)'은 저서 <뉴스의 시대>(최민우 譯)에서, 해외 뉴스의 중요성 두 가지를 '정확한 정보를 모으는 것'과 '비극적이거나 끔찍한 사건'으로 꼽았다.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별나고 끔찍한 일들이 새로운 뉴스가 되어 우리의 안방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지난 10일. '터키의 수도 앙카라에서 집회 도중 폭탄 테러가 발생해서 128명이 사망하고 240여 명이 다쳤다'는 뉴스가 그가 적시한 두 번째에 해당된다. 피투성이가 된 터키인들의 비명(悲鳴)이 주요 뉴스의 반열에 올랐고, 이러한 뉴스를 접한 온 세계인이 경악하고 있는 것도 비중 있게 다뤄졌다. 연간 3,500여만 명의 관광객이 모여드는 터키라서, 긴장의 강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급기야 외교부에서는 터키를 '여행 유의 국가'로 경보 발령을 했다.
 
필자가 얼마 전 앙카라(Ankara)를 여행할 당시 시위대들과 경찰들이 맞섰던 곳이 바로 그 근처였다. 이방인(異邦人)인 필자가 길을 가다가 억울하게 최루탄 가스를 마시며 눈물을 흘리던 그 곳에서 일어난 폭탄 테러인 것이다. 시위는 어느 나라 어느 곳에나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선량한 민간인에 대한 폭탄 테러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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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르스 광장 네거리의 터키인들-

아무튼, 터키 사람들은 대체로 열정적인 기질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걸음걸이도 무척 빠르다. 필자는 터키인들의 빠른 걸음을 좆아서 앙카라(Ankara)의 구도심 울르스(Ulus) 광장까지 갔다. 물론, 시위 군중이 아닌 평범한 시민들을 따랐다. 이 광장은 우리의 시청 앞 같은 곳이다. 광장의 중앙에는 터키 건국의 아버지 '무스타파 케말 파샤 아타튀르크(Mustafa Kemal Atat?rk, 1881-1938)'의 동상이 말 위에 근엄하게 앉아있다. 과거의 명성이 다소 사라지긴 했어도, 이 광장은 여전히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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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한 복판에서 군중을 등지고 시미트를 파는 할아버지

필자는 울르스(Ulus) 광장 도로에서 사람들을 등지고 길거리 빵 '시미트(Simit)'를 팔고 있는 할아버지를 만났다. 그리고, 그와 눈인사를 하면서 '시미트' 한 봉지를 샀다. 묵묵부답(??不答). 필자는 그와 말이 통하지 않아서 '맛이 있습니다'는 감사의 표시도 못하고 돌아서고 말았다.
 
'오르한 파묵'의 작품에도 등장하는 '시미트(Simit) 빵 장수
 
이 시미트(Simit) 빵은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 '오르한 파묵(Orhan Pamuk)'의 자전적 에세이 <이스탄불, 도시 그리고 추억>에도 등장한다. 실감나게 묘사되는 도시의 그림이 참으로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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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한 복판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시미트 빵
"두 명의 신비스런 남자, 칸딜리(Kandili) 언덕에서 곰을 훈련시키는 남자와 탬버린을 치는 그의 조수, 혹은 '술탄 아흐메트 광장'의 중앙에 있는 많은 군중과, 짐을 실은 진짜 이스탄불 사람처럼 기념 건축물을 모르는 듯 천천히 걸어가는 남자, 같은 그림의 한구석에서 군중을 등지고 발이 세 개 달린 탁자 위에 시미트(Simit)를 놓고 파는 장수..."
 
'시미트(Simit)는 어떤 빵일까'.
 
고리같이 둥근 빵이다. 값 또한 무척 싸다. 터키 사람들이 출근길이나 점심시간 또는, 퇴근길에 자주 사먹는 빵이라서 붙여진 이름이 있다. '국민 빵-' 서민들은 이렇게 값이 싼 길거리 빵에도 만족하면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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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미트 빵(1) - 사진 : 에롤 오다르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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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미트 빵(2) - 사진 : 에롤 오다르씨
 
터키 국민 빵 '시미트'는 다소 딱딱하기는 해도 바삭바삭하고 참깨가 잔뜩 발라져 있어서 맛이 아주 고소하다. 이스탄불에는 길거리 빵 장수들을 자주 접할 수 있지만, 앙카라에는 이스탄불처럼 시미트 빵을 파는 장수들이 많지 않다.
 
값싸고 맛이 좋아서 인기 끌어
 
필자는 처음에는 '시미트(Simit)'를 거리 음식이라서 관심을 갖지 않았었다. 그런데, 터키 사람들이 줄지어 사먹는 것을 보고서 한 봉지 사서 먹었다. 4-5년 전 이스탄불에서의 일이다. 하지만, 이제는 이 빵과 정(?)이 들었다. 빵뿐이 아니다. 빵을 파는 사람들에게도 정감(情感)이 갔다. 특히, 시장터에서 아슬아슬 시미트를 머리에 얹고 팔러 다니는 빵장수에게 더욱 정(情)이 느껴졌다. 빵도, 사람도, 소박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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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과물 시장에서 빵을 머리에 얹고 팔러다니는 터키인-

그렇다고 해서 '시미트(Simit)'를 길거리에서만 파는 것이 아니다. 제과점에서도 많이 판다. 그러나, 제과점의 여러 종류 빵 속에서도 '시미트'가 유난히 눈에 띈다. 그만큼 인기가 있다는 증거다. 그토록 인기가 있는 것일까. 한국과 터키를 오가며 터키 전문 여행사를 운영하고 있는 '아흐멧 에르킴(Ahmet Erkam·36)'씨의 말을 들어봤다.
 
"이 빵은 터키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습니다. 값도 싸고 맛이 좋아서 그렇습니다. 가격은 대체로 1리라(400원)인데, 약간 고급스러운 시미트는 2리라(800원)정도 합니다. 말씀하신대로 터키 전 국민이 좋아하는 빵이라서 '국민 빵'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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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덕에서 빵을 굽는 터키 요리사
터키 레스토랑(파샤)에서 일하고 있는 터키인 '에롤 오다르(Erol Odar·33)'씨 역시 시미트 빵의 열혈 팬이라고 했다. 그는 "시미트 빵의 고소한 맛에 한 번 빠지면 끊을 수 없다"면서 "한국은 빵 값이 너무 비싸다"고 했다.
 
터키에 '시미트' 빵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담백하면서 달콤한 맛의 '에크멕(Ekmek)', 이글거리는 용광로 같은 화덕에서 달궈져 나오는 둥글납작한 '라와시(Lavas)'...이름을 댈 수 없을 만큼 수 많은 종류의 빵이 있다.
 
화덕에서 막 구워 나오는 '라와시(Lavas)'도 맛이 일품이다. 이 빵은 케밥(Kebap)이나 야채 등을 우리의 상추쌈처럼 싸서 먹기도 한다. 무더운 여름날, 뜨거운 화덕 앞에서 땀을 흘리면서 빵을 만들어 내는 요리사의 모습에서도 용맹스런 토이기(土耳其) 용사의 모습이 연상된다.
 
인류는 신석기 시대부터 빵을 먹었다?
 
"nu ninda-an ezzatteni vadar-ma- ekutenni"
(당신은 빵을 먹을 것이며, 물을 마실 것이다.)
 
500년 동안 아나톨리아를 호령했던 히타이트(기원전 1700년-1200년) 제국의 제문에 새겨져 있는 글이다. 빵의 역사는 히타이트보다 훨씬 더 오랜 신석기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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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타이트 제국의 수도였던 하투샤 유적지의 전경

<밀의 원산지인 메소포타미아(Mesopotamia) 지역에서 12,000년 전인 신석기 시대에 밀을 거칠게 빻아 물과 섞은 반죽을 굽기 시작한 것이 빵의 시초라고 추측된다. 밀가루를 발효시켜 만드는 오늘날의 빵은 고대 이집트(B. C 4000년)에서 그 원류를 찾을 수 있고, 빵의 제조법은 고대 로마에서 비약적으로 발전했다.>(중앙백과사전/Eureka)
 
또한, 기원전 12세기 경, 이집트인들이 '타(Ta)로 불리는 납작한 빵을 길거리에서 사서 먹었다'는 기록도 있다. 길거리 빵도 그만큼 긴 역사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터키의 빵이 값이 싸고 맛이 있는 것은 아나톨리아(Anatolia)의 광활한 산악성 농경지 때문이다. 신이 내린 대자연에서 대량으로 생산되는 밀이 바로 맛 좋고 값이 싼 빵의 원천인 것이다.
 
식물학자 '찰스 B. 헤이저 2세'는 저서 <문명의 씨앗, 음식의 역사>(장동현 譯)에서 '밀과 빵의 관계성'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밀은 주곡(主穀)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밀은 글루텐이라는 특별한 단백질의 질과 양 때문에, 빵을 만드는데 있어서 다른 어떤 곡물보다 널리 쓰이고 있다. 빵 반죽이 잘 뭉쳐지게 만들고, 또 공기를 함유하는 능력을 주는 것이 바로 글루텐이다."
 
이 모두가 빵이 인류의 역사와 그 궤를 같이 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백성들은 단백질의 양과 질에 관계 없이 한 조각의 빵에 만족한다. 위정자들은 '선량한 백성들이 거리의 빵 한 조각에 만족하면서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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