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작고 못생긴 외모를 가졌지만 누구보다 비범했던 인물 강감찬. 그의 인품을 보여주는 일화를 소개한다.
거란족과 맞서 대승을 거두고 돌아온 강감찬. 당시 왕이었던 현종은 큰 연회를 열어 그의 노고를 치하했다.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각종 산해진미가 푸짐하게 차려진 가운데 연회는 무르익어갔다. 왕도 신하들도 모두 흥에 겨워 먹고 마시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을 때 강감찬 장군이 잠시 볼일이 있다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리에서 물러난 강감찬 장군은 한쪽 구석에 서 있는 내시를 향해 따라오라는 눈짓을 보냈다. 내시는 얼른 강감찬 장군의 뒤를 따라 나갔는데... 강감찬은 주위를 살폈다. 지나가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그제야 안심한듯 강감찬이 말했다.
" 이보게. 내가 밥을 먹으려고 뚜껑을 열어보니 글쎄 빈 그릇이더구먼."
화들짝 놀란 내시는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내시는 연회의 주인공인 강감찬에게 미안하고 죄스러워 어찌할 바를 몰랐다. 한편으로는 걱정이 앞섰는데 이 같은 사실이 현종의 귀에 들어가기라도 하는 날에는 그 자리에서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감찬은 의외의 반응이었다.
" 당황할 것 없다. 내게 한 가지 묘안이 있으니 그리 한다면 별 문제가 없을 것이다. " 강감찬은 내시에게 당부를 하고 다시 자리로 돌아와 연회를 즐겼다. 잠시 후 내시가 다가와 말했다. " 장군님, 진지가 많이 식은 듯 하옵니다. 따끈한 새 밥으로 다시 올리겠습니다. " , " 그래 주겠나? 고맙네. " 빈 밥그릇을 들고 조용히 사라졌던 내시는 잠시 후 다시 연회장 안으로 들어왔다. 그의 두 손에는 하얀 쌀밥이 소복하게 담긴 밥그릇이 들려 있었다.
- 출처 -
※ 맛있는 인생 - 「국방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