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제주도 4.3사건 기념일이라 주간보호센터가 쉰다고 합니다. 매일 등원 준비하듯 그렇게 조용히 준비시켜 데리고 나섰어야 했는데, 제가 아침 준비하면서 다소 미적거리는 게 표시가 났나봅니다. 태균이가 왜 주간보호센터 안가냐? 물어봅니다. 주간보호센터 오늘 안가는 이유를 설명해 주는데, 아차! 그 말을 준이가 들었습니다.
그 때부터 준이의 돌변! 샤워도 안한다, 옷도 안입는다, 나가지도 않겠다, 그러면서 뭐든 '아니야'의 연속... 속을 뒤집어 놓습니다. 비가 좀 내리기는 하지만 이승악오름 주변 벚꽃도 보고 둘레길도 걷고 하려했는데 이러다가는 준이하고 또 부딪칠 것 같아 포기하자 마음먹습니다.
이렇게 나올 때 집에 놔두는 것은 또다른 부정적 방향의 강화보상이 될 수도 있어 조심스럽지만 준이 덩치가 너무 컸기에 강제성은 이제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준이에게 유리한 보상 결정이 되는 것을 최대한 막아보기 위해 가능하면 늦게 돌아오기로 결심합니다. 준이 경기증세가 가라앉으면서 과거 원래 모습으로 복귀는 잘 되었으나 안타깝게도 준이의 원래 모습의 전형은 무기력+무의지+무관심 입니다.
하는 수 없이 태균이랑 둘이 나선 길, 비는 계속 오락가락. 어제 농협ATM기계에서 일을 보고는 카드를 그냥 기계에 두고 왔나봅니다. 가지러 오라고 친절하게 연락이 왔으니 그것부터 가지러가는 길에, 내일이 엄마생일이란다 설명해주니 태균이 열심히 듣습니다. 요즘은 알아듣는 게 꽤 훌륭해져서 뭐든 설명을 해주려고 노력합니다.
그렇게 농협에 들려 카드되찾고 나왔더니 입구에서 기다리던 태균이가 엄마를 보더니 바로 옆 파리바케트로 막 들어갑니다. 그러고는 케익을 사라고 손짓! 오 마이갓, 엄마생일을 챙겨주다니. 파바 주인에 따르면 계속 케익만 바라보고 있었답니다. 감격입니다. 이 장면을 아빠에게 사진으로 보내주며 기쁨을 만끽! 자기생일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으나... 그래도.
이리저리 드라이브하다가 서프라이즈 테마파크가 있어 궁금증에 들렸더니 SF영화에 나왔던 가상캐릭터들과 공룡 등 눈을 끌만한 대상들을 정크아트 방식으로 만든 작품 진열 공간입니다. 정크아트라는 말답게 폐자재들을 활용해 만든 일종의 고물작품들입니다.
정크아트지만 종류도 많고 크기도 꽤 큰 것들이 수두룩합니다. 고물작품 외에도 다소 조잡하긴 하지만 영상아트관도 있습니다. 사격총쏘기도 해보고... 비오는 날이라 관람객은 우리 둘 뿐!
비만 안 왔으면 그래도 여기저기 걸을 곳이 좀 있었는데 아쉽지만 잠깐의 눈요기로 끝을 봐야 합니다. 다시 올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러고는 다시 드라이브하는데 태균이 자꾸 먹자고 하는 메뉴, '양념갈비'입니다. 생일이라니 뭔가 거창한 것을 먹어야 되겠다고 작정한 듯, 막국수나 한그릇 먹자며 교래리 봉평막국수 집엘 갔더니 절대 아니랍니다. 양념갈비를 원한다는 것을 수없이 휴대폰에 써서 보여줍니다.
그래, 태균이생일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 엄마꺼랑 니꺼랑 합쳐서 때우자 싶습니다. 준이가 걸리기는 하지만 어떤 방식이든 집에서만 뒹굴려는 심사를 바꿔주어야 하기에 이럴 때 좀 냉정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그냥 태균이만큼만 같이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요? 어렸을 때의 경험들이 결국 커가면서의 세상대하기 태도를 결정합니다.
준이랑 함께한 거의 10년 세월, 제주도 오면서 이제는 주말도 함께 보내지만 그 전에는 주말에 꼬박꼬박 집으로 갔었습니다. 그 오랜 기간, 주말에 준이가 가족들과 어디를 간 적은 없는 듯 합니다. 준이 맡고나서 얼마안되어 준이를 에버랜드 데리고갔다가 사진 보내주었더니 그 전에 준이가 에버랜드 간 적이 딱 한번 있었다고 합니다. 준이 나이가 10살 때 제게 왔으니 준이의 야외활동은 짐작컨데 최소였던 것 같습니다.
참으로 만회하기 쉽지 않는 것이 어렸을 때의 경험치입니다. 제주도라는 좋은 환경에 있으면서도 아직도 준이를 바닷물에 들여보내기가 그토록 어려우니, 이런 점에서 아직도 아이가 어리다면 더 적극적으로 야외활동을 하도록 함께 해주길 바라게 됩니다.
양념갈비 식당을 제주도에서 찾는 것이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생선회, 갈치조림, 흑돼지구이 등이 너무 대세인지라 양념갈비 식당 찾는데 어찌나 어려운지, 겨우 하나 찾아서 해결했습니다. 알뜰하게 냉면까지 한~~그릇 다 비우고 만족한 식사를 하고나서는 운동가자는 태균!
신양섭지코지 해변을 산책했습니다. 화장실 다녀온다길래 다녀오라고 하고는 차 안에서 잠시 휴대폰 보는 사이 글쎄 태균이가 먼저 저만치 혼자 걸어가고 있습니다. 우비를 챙겨들고 열심히 따라가니 벤치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네요.
이 놈의 휴대폰이 문제입니다. 올레길 옆을 달리다보니 한 가족이 우비까지 입고 열심히 걷고 있는데 우습게도 각자 휴대폰을 보면서 걷고 있습니다. 신양섭지코지 카페에 앉아있는 남녀도 창 밖 멋진 풍경과 연인을 두고도 그저 휴대폰 삼매경!
태균이도 요즘 휴대폰 삼매경 모습을 자주 보입니다. 글쓰느라 엄마가 자주 들여다보니 태균이가 그대로 배우는 듯 합니다. 손에서 휴대폰을 놓치않으려 하니 좋은 방향으로 잘 활용하도록 해주어야 할 것인데... 태균이도 열심히 글을 쓰면 얼마나 좋을까요?
신양해변은 평화롭기 그지없습니다.
그러고보니 오늘도 태균이가 찍어준 엄마사진들, 포즈잡기 무섭게 후다닥 찍어버리는 찍사솜씨는 빠르기도 합니다.
오늘 태균이와 같이 너무 즐거운 시간이었고 뭐든 같이 해보려하니 고맙기도 합니다. 준이가 더 많이 변해주길! 더 많이 살갑고 어울리는 삶의 즐거움을 알기를 바라면서... 성산일출봉이 바라다보이는 우리의 바다멍 자리에서 한참을 풍경에 취해보았습니다.
첫댓글 내일이 생일이시군요. 생일 축하드려요~^^
대표님!!! 아들이 챙겨주는 생일케익이라니 정말 뜻깊은 생일이네요~~
태균씨 글 쓰기가 가능할것 같습니다.
일단 양념갈비 4 글자를 썼으니.
처음엔 한 줄
"오늘 양념 갈비를 먹었다."
이 귀절을 설명해 주고 이해하면 써 보도록 유도 하고
" 엄마 생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이것도 이해하면 여러번 쓰게 하고
다음 케익 사는 과정.
진열장 보면서 케익 선택 등등 한줄씩 넓혀 가면 충분히 가능 할듯 싶습니다.
듣기가 깊어 진다는건 생각이 작동된다는 건데. 훈련하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습니다.
태균씨는 꾸준한 성품이니요.
대표님, 생일 축하 드립니다.🙏🌻‼️
성산일출봉이 보이는 바다멍 자리
그저 부럽습니다~!
소박한 저만의 ~멍 자리를 찾아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