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2. 28.
며칠 전 풍산역에서 하행선 에스컬레이터에 오른다.
에스컬레이터를 타면 손잡이를 잡아야 하는데 아직은 코로나
시대라 감염에 조심하고자 남이 만진 손잡이를 잡지 않는 게
습관이 되었다.
시선을 앞에 두다가 감탄을 한다.
바로 몇 미터 앞에 생머리를 한 팔등신 미녀가 서있는데, 몸에
착 달라붙은 레깅스를 착용하였기에 늘씬한 자태가 내 시선을
사로잡는다.
풍산역은 주택가에 있는 역이라 이 시간이면 몇 사람만 타고
내리는 한적(閑寂)한 역이다.
이 역에서 저렇게 아름다운 자태를 소유한 여인이 타다니,
나는 시선을 다른 데로 돌리지 못하고 뒷자태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다행히 선글라스를 썼으니 저 여인이 내 시선을 의식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든 지 불과 10여 초도 지나지 않아
억! 소리도 내지 못하고 내몸은 역의 밑바닥에 나뒹군다.
여인의 뒷모습에 흠뻑 빠졌다가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릴
타이밍을 놓쳐 균형을 잃고 미끄러지며 자빠진 거다.
휴! 망신(亡身)도 개망신이다.
다행히 다른 사람은 없고, 옆에서 상행선을 고치던 젊은 기술자
두 명이 나를 힐끗 보더니 관심이 없는지 시선을 돌린 채 자기
할 일에만 집중을 한다.
약 5초가 지난 후 일어나면서 조금 민망하기에
100% 중국산인 에스컬레이터를 바라보며 쓴웃음을 짓는다.
1 호칸에 앉으니 하필이면 그 여인이 내 맞은편에 곱게 앉아있다.
시선처리를 어떻게 하여야 할까.
내가 선글라스를 낀 채로 살짝 훔쳐보는 걸 의식하지는 않겠지.
11;05
강동역 1번 출구 상행선 에스컬레이터에 오른다.
그날과 마찬가지로 오늘도 팬티 라인까지 선명한 레깅스 차림의
늘씬한 아가씨가 내 시야를 압도하며 성고문(性拷問)을 한다.
다행히 선글라스를 끼었으니 눈동자를 안 굴려도 되지만
'안심거울'과 'CC TV'가 저위에서 감시 중이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촬영을 하는 등 성관련 범죄는 순식간이다.
아름다움을 즐기는 것과 성범죄는 순간의 선택이자 화투장에서
말하는 한 끗발에 불과한데,
젊은이들이 이런 상황이라면 유혹을 어떻게 감당할까.
부드러운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고 마음이 살살 흔들린다.
춘심(春心)은 여심(女心)이 아니고 바로 남심(男心)인 모양이다.
이 나이에도 늘씬한 여인을 보면 아름다움을 느끼니
내 마음속엔 아직도 한 줌의 청춘이 남아있는가 보다.
2023. 2. 28.
석천 흥만 졸필
첫댓글 보고 침흘리는 건 죄가아냐^^
아직 살아있구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