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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더덕이 중장년 남성의 호르몬 충전에 좋은 이유
글 : 김연수 / 푸드테라피협회(IFTA) 회장 |
흔히 여성 갱년기만 생각하지만 비슷한 시기 남성에게도 반갑지 않은 손님인 갱년기가 찾아온다.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은 서서히 줄어들기 때문에 급격히 고갈되는 여성 호르몬과는 차이가 있지만 호르몬 감소가 사람의 몸과 마음을 늙게 만드는 근본 원인이 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없다. 대개 남성들은 50세가 넘으면서 테스토스테론 양이 줄기 시작하여 70세에 이르면 30세 때의 10-20%만 생성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많은 남성들이 쉰과 예순 고개를 넘으면 불가피하게 만나는 불청객이 있다. 고혈압, 당뇨병, 심장질환, 전립선질환, 퇴행성 관절염 등의 질환과 잦은 피로감, 기억력·집중력·성욕·발기력 감소, 우울감·초조감·불면·신체적 무력감 증가 같은 증상들이다. 이런 갱년기 증상을 개선하는 방법이야 개인마다 다르겠으나 공통적으로 필요한 것이 식습관 교정이다. 식사는 혈당과 호르몬 균형에 초점을 맞춘다는 느낌으로 매끼 준비하면 무난하다. 만약 혈압조절에도 좋고, 관절염에도 좋고, 뭐뭐에도 좋고, 하는 식으로 몸에 좋다는 특정한 음식만 찾다 보면 되레 식습관의 전체 균형이 깨질 수 있다.
우리나라 중장년 남성의 식습관에 대해 가장 안타까운 것은 정력식으로 소문난 음식들에 무턱대고 혹하는 현상이다. 이는 고지방·고칼로리 섭취의 지름길로, 갱년기 증상을 더 악화시키게 된다. 식사할 때마다 중시할 점은 혈당과 호르몬 균형을 꾀하는 메뉴 선택이다. 혈당이 안정되면 자연히 혈압도 안정되고 콜레스테롤도 떨어지고 체중도 조절되면서 호르몬의 흐름을 최대한 균형되게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조언을 더 보태자면, 체중 감량을 위해 무조건 칼로리를 따지기 전에 질 좋은 음식을 소량으로 자주 섭취하고, 매일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섭취하고, 혈당 지수가 높은 탄수화물을 절제하라는 것이다. 더불어 생선, 해산물, 살코기, 신선한 달걀, 우유, 콩처럼 단백질이 풍부한 식품을 매일 찾아 먹는 기분으로 꾸준히 섭취해야 한다. 질 좋은 지질(脂質)을 섭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심장질환과 동맥경화 등 혈관 질환이 우려되는 사람일수록 지질 섭취에 더 신경써야 한다. 쉽게 생각하자. 식사를 준비할 때 올리브유나 들기름, 아마씨유 같은 씨앗류 기름을 적극 활용하면 된다. 이런 식사 원칙들을 고려해 봄에 갱년기 남성의 밥상에 추천하고 싶은 식품 하나를 고르라면 더덕을 꼽고 싶다. 더덕을 겨울식품으로만 생각하기 쉬운데 봄더덕은 그 식감이 훨씬 보드랍고 연하고 맛있다. 더덕은 ‘가짜삼’으로도 불릴 만큼 약효가 뛰어나다. 그 약효는 사포닌에 있다. 더덕을 자르면 나오는 하얀 진액이 사포닌인데, 콜레스테롤과 혈압을 떨어뜨리고 호르몬 분비를 촉진하는 작용을 한다. 더덕 중에서도 봄더덕을 추천하는 것은 갱년기 남성들에겐 봄이 일시적으로나마 호르몬을 충전할 수 있는 적기이기 때문이다. 봄에는 테스토스테론의 생성활동이 겨울보다 왕성해진다. 뇌하수체에서 분비돼 고환에서 테스토스테론 생합성을 조절하는 역할은 황체형성호르몬이 한다. 이 호르몬은 겨울을 지나 봄이 되면서 기온이 급격히 올라가면 분비가 왕성해지며, 이에 따라 테스토스테론의 농도도 상대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춘곤증이라는 봄 피로에 시달리게 되면 호르몬 충전은커녕 갱년기장애가 더 심해질수 있다. 더덕의 사포닌은 이 피로 예방에 효과가 있는 것이다. 더덕을 먹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이왕 봄더덕 특유의 여리고 싱싱한 식감을 제대로 즐길려면 샐러드로 만들어 먹으면 좋을 것 같다.
필자 약력 - 김연수
푸드테라피협회(IFTA) 회장 E-mail : ifta@iftanet.com 연세대학교 생활과학대학을 졸업했다. 푸드테라피라는 개념을 국내 최초로 도입해 전파했으며, 푸드테라피스트라는 직업을 만들어 자신이 제1호 푸드테라피스트가 됐다. 의학전문기자 출신으로 강연, 방송, 컬럼 등 전방위적인 활동을 통해 건강하고 즐거운 먹거리의 새 길을 만들어가고 있다. MBN <엄지의 제왕> 패널, KBS TV 비타민 <장수밥상>, 올리브 tv <당신을 바꾸는101가지 레시피> 진행자로 활동했다. 풀무원 ‘바른먹거리교실’ 기획 및 운영위원, 딤채 홍보대사, ‘사찰음식의 세계화’ 패널 등 웰빙의 식문화 확산에 기여한 건강음식 전문가이기도 하다. 1995년부터 10여 년간 의학전문기자로 활동해오다 의학과 음식을 접목시킨 ‘메디컬푸드’라는 개념을 최초로 도입, 문화일보 ‘김연수의 메디컬푸드’를 통해 식재료를 우리 몸에 최적화시켰을 때 얻을 수 있는 건강비법을 소개해왔다. 이후 ‘몸을 치료하는 음식’으로 웰빙식문화의 신선한 바람을 일으킨 장본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진위를 가릴 수 없는 건강음식들과 어느새 트렌드처럼 흔해져버린 웰빙음식들이 넘쳐나는 현실이 역으로 건강을 망치는 독이 되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일에 나머지 인생2막을 걸었다.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가벼운 식재료들로 내 몸에 가장 적합한 치료음식을 만드는 방법을 전파해오면서, 사람을 위한 사람 안의 푸트테라피스트로써 그 참의미를 깨달아가고 있는 중이다. 저서로는 <4주간의 음식치료 고혈압>, <4주간의 음식치료 당뇨병>, <5kg 가볍게 5살 젊게 5시간 활기차게> <내 아이를 위한 음식테라피> 등 다수가 있다.
출처 : 조선일보 2014.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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