즈카 8,20-23; 루카 9,51-56
+ 오소서, 성령님
오늘은 성 예로니모 사제 학자 기념일입니다. 예로니모 성인은 성 암브로시오, 성 그레고리오, 성 아우구스티노와 함께 서방 교회의 4대 교부 중 한 분으로 존경받고 계신데요, 347년경 태어나셔서 420년경, 73세의 나이로 선종하셨습니다.
예로니모라는 이름은 그리스어 ‘히에로니모스’에서 유래했는데요, ‘거룩한 이름’이라는 뜻입니다. 예로니모 성인의 가장 큰 업적은 신구약 성경을 라틴어로 번역하여 ‘불가타’ 번역본을 완성하신 일입니다. 성격이 불같으셔서 ‘불가타’ 번역본이라고 부른다는 말도 있지만, 라틴어로 ‘불가타’(vulgata)는 ‘널리 퍼진’, ‘대중에게 알려진’이라는 뜻으로서, ‘불가타 성경’은 ‘대중에게 통용되는 성경’이라는 의미입니다.
당시에 라틴어로 번역된 성경은 이미 있었지만, 지역마다 번역이 달랐고 문체도 거칠어서 통일성이 없었습니다. 이에 다마소 1세 교황님은 예로니모 성인에게 완벽한 새 라틴어 번역본을 만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예로니모 성인은 386년 로마를 떠나 베들레헴에 정착하여 수도생활을 시작하셨고, 404년에 번역을 완수하셨습니다. 성인은 돌아가실 때까지 34년간 베들레헴에 머무시며 성경 번역 외에도 저술과 번역 활동에 몰두하셨습니다.
성인께서는 이사야서 주해 서문에서 “성경을 모르는 것은 그리스도를 모르는 것이다.”(Ignoratio Scripturarum ignorantia Christi est.)라고 하셨는데요, 이로써 말씀 안에서 그리스도를 만나 참된 신앙에 이르도록 우리를 초대하십니다.
오늘 제1독서는 즈카르야 예언서의 말씀인데요, 지난 주에 들었던 하까이 예언자처럼 즈카르야도 바빌론 유배에서 돌아온 후, 하느님의 성전을 다시 지어야 한다고 외쳤던 예언자입니다.
제1독서에서 즈카르야는 장차 올 메시아 시대의 행복을 예고하면서, 다른 민족들이 예루살렘으로 만군의 야훼를 찾으러 올 것이라고 말합니다. 하느님께 선택된 민족은 이스라엘이었지만, 이제 이민족들이 동참함으로써 선택된 백성이 확대되리라는 예언입니다.
마지막 단락에 “그때에 저마다 말이 다른 민족 열 사람이 유다 사람 하나의 옷자락을 붙잡고, ‘우리도 여러분과 함께 가게 해 주십시오. 우리는 하느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계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라는 말씀은, 예루살렘에 성전이 다시 지어지면 하느님께서 그 성전 안에 계실 것이기 때문에 ‘하느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계시다’는 말을 이민족들이 하게 될 것이라는 예언입니다.
그 성전의 주인이신 예수님께서 이제 예루살렘으로 올라가기 시작하시는 장면을 오늘 복음은 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마리아인들이 예수님을 맞아들이지 않는데요, 이로써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서 반대받으시리라는 것이 이미 예고되고 있습니다.
야고보와 요한이 그것을 보고, “주님, 저희가 하늘에서 불을 불러 내려 저들을 불살라 버리기를 원하십니까?”라고 예수님께 여쭙는데요, 이는 열왕기에서 엘리야 예언자가 하늘에서 불을 내려 아하즈야의 부하들을 심판하는 장면과 연관이 있습니다. 야고보와 요한은 하느님의 사람을 믿지 않는 이들에게 불의 심판을 내리자고 제안한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야고보와 요한을 꾸짖으시고 다른 마을로 가십니다. 오늘 복음이 루카 복음 9장인데, 놀랍게도 10장에서 예수님께서는 착한 사마리아 사람의 비유를 드십니다. 또한 요한복음 4장에서는 사마리아 여인을 구원으로 이끄십니다.
이처럼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맞아들이지 않는 마을에 심판을 내리시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선포하십니다. 마침내 사도행전 8장에서 필리포스가 사마리아에 복음을 전합니다.
예로니모 성인은 성경에 자신의 평생을 바치며 우리에게 말씀 안에서 그리스도를 만나는 길을 열어주셨습니다. 즈카르야 예언자는 하느님께서 성전을 통해 ‘여러분과 함께 계시다’라고 말했는데, 하느님의 성전 자체이신 그리스도께서는 이제 성체 안에서 우리와 함께 계실 뿐 아니라 말씀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우리 안으로 오시는 그리스도를, 우리는 사마리아 사람처럼 때때로 거절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심판으로 답하지 않으시고, 인내와 온유로 일하시며 우리가 마음을 열고 당신을 받아들이도록 섭리하십니다.
그리하여 성전에 계시던 하느님은 그리스도 안에 계시고, 그리스도는 말씀과 성체로 우리 안에 계시기에 이제 우리가 세상 안에서 새로운 성전이 됩니다. 내가 그리스도처럼 말하고 그리스도처럼 행동할 때, 예수님은 이 세상에 새롭게 현존하십니다.
지오반니 벨리니, 성 예로니모, 1505년
출처: File:Giovanni Bellini St Jerome Reading in the Countryside.jpg - Wikip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