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이 발전하는데 있어 꼭 필요한 인프라 중에는 도로가 있다. 도로가 존재해야 화물 수송이 원활해지고, 사람도 오고 가면서 경제가 본격적으로 활성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도로가 급격하게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이를 관리하는 일도 따라서 늘어난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는 밤에도 운전자들이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조명시설 설치가 있다.
특히 외진 지역의 도로에 조명시설을 설치하려면 전력을 해당 지역까지 끌고 가야하므로 많은 인력과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만큼, 이를 관리하는 정부로서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영국의 공원에 시범적으로 설치된 가로등이 필요없는 도로 ⓒ inhabitat
그런데 만약 도로가 별도의 조명시설 없이도 스스로 빛을 낼 수 있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아마도 별도의 돈과 인력을 들이지 않으면서 운전자들은 안심하고 밤길 운전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일거양득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등장할 법한 기술이 영국에서 개발되어 화제가 되고 있다. 영국의 신소재 전문 기업이 개발한 이 기술은 캄캄한 밤 중에도 도로를 밝게 비추는 별과 같다고 해서 ‘스타패스(Star Path)’ 시스템이라고 불린다.
네덜란드에는 야광 도로 존재하지만 시간 짧아
별도의 전력을 제공하지 않으면서도 도로를 밝히는 기술이 사실 스타패스가 처음은 아니다. 이미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는 도로 양쪽을 야광으로 밝혀주는 ‘야광 도로’가 존재한다. 낮 동안 햇빛을 흡수했던 야광이 밤이 되면 환한 빛을 내뿜기 때문에 관광객들도 일부러 찾아가서 구경할 정도로 명소가 된 지 오래다.
페인트에 야광 가루를 일정 비율로 섞은 다음, 이를 도로에 발라주면 별도의 조명시설이 없어도 일정 시간 동안 빛을 내는 도로로 변신한다. 문제는 야광의 경우 빛을 스스로 내는 것이 아니라 밝을 때 빛을 머금고 있다가 어두울 때 빛을 방출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을 사용하지는 못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네덜란드에 마련되어 있는 야광 도로도 장시간 사용하지는 못하고 대략 1~2시간 정도 빛을 발하다가 점차 약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빛이 사라지는 나머지 시간의 안전 운행을 위해 간이 조명시설이 준비되어 있는 상황이다.
반면에 영국의 신소재 전문 기업인 프로테크(Pro-Teq)가 개발한 스타패스는 네덜란드의 도로에 그려진 야광 페인트보다 한 차원 더 높은 기술력을 자랑한다. 낮에 햇빛을 받아 흡수한 후 어두워지면 빛을 내는 원리는 야광도로와 비슷하지만 스타패스는 그중에서도 자외선을 흡수하여 빛을 발산하는 광 반응성 코팅 화합물로 이루어져 있다.
시공방법도 간단해서 폴리우레탄 베이스를 먼저 깐 후에, 반짝거리는 스타패스 알갱이를 분사하기만 하면 된다. 이후에 방수 물질로 코팅을 하면 모든 작업이 끝나게 된다.
현재 스타패스는 영국 케임브리지에 위치한 크라이스트피스(Christ’s Pieces) 공원의 산책로에 시범적으로 적용되어 있다. 시범적으로 시공해 본 결과 150㎡에 달하는 지역을 스타패스로 덮는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대략 30분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네덜란드에 조성되어 있는 야광 도로 ⓒ smithsonianmag.com
스타패스를 도로에 분사한 후 약 4시간 정도의 건조시간을 거치면 통행을 할 수 있는데, 날이 어두워진 이후의 크라이스트피스 공원 산책로는 마치 은하수 같은 별빛 길이 펼쳐지게 된다는 것이 개발사 측의 설명이다.
도로가 스스로 빛을 내는 발광 지속 시간이 10시간 정도 되므로 운전자나 보행자는 어두운 밤거리를 별도의 가로등 없이도 안전하게 지나갈 수 있다. 별도의 가로등이 필요하지 않은 만큼, 에너지 절감도 가능해지는 것이다.
개발사는 스타패스가 정부의 가로등과 관련된 예산을 대폭 줄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로등 설치에 필요한 비용은 물론, 유지하는데 필요한 전기료 및 인건비 등이 필요없기 때문이다.
‘스타패스’가 야간에 도로를 잘 보이게 함으로써 가로등 설치, 가로등 작동 시간 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또 자전거 도로 등에 적용될 경우 야간 사고의 위험을 줄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내놨다.
이에 대해 프로테크의 CEO인 ‘하미시 스콧(Hamish Scott)’ 대표는 “스타패스는 눈으로 보기에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자연친화적인 재료를 사용했기 때문에 2차 오염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라고 밝히며 “특히 자전거 도로 등에 스타패스를 적용할 경우, 야간 사고의 위험을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스콧 CEO는 자신들의 목표에 대해 “기후변화가 급격하게 발생하고 있는 이 시대에, 스타패스같은 친환경 기술을 통해 에너지를 절약하고 더욱 건강한 지구를 미래 세대에 물려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로 아닌 자동차 도장재로도 활용
스타패스는 도로가 아닌 자동차의 도장재로도 사용되고 있다. 낮에 운행할 때 흡수했던 자외선을 광 반응성 코팅 화합물을 통해 밤에 발광하기 때문에 도로를 돌아다니면 금방 눈에 띌 정도다.
자동차의 헤드라이트는 운행하는 도로의 상태를 확인하는 용도로 가장 많이 사용하지만, 상대방 운전자에게 자신의 자동차가 운행하고 있음을 알려주어 안전한 운전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기능도 갖고 있다.
스타패스는 도로 외에도 자동차 도장재로도 사용되고 있다 ⓒ inhabitat
그러나 스타패스를 칠한 자동차는 굳이 헤드라이트를 통해 차량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려줄 필요가 없다. 차체 전부가 빛을 내며 달리는 만큼, 식별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도료로서 스타패스의 장점은 내구성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도로의 경우 자동차 바퀴와의 지속적인 마찰 때문에 15년 정도면 발광 능력에 한계를 보이지만, 자동차 도장재 같은 경우는 마찰 과정이 없기 때문에 25년 정도는 거뜬하게 수명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개발사 측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