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환자에게 운동은 혈당 조절과 전반적인 건강 관리를 위해 필수적이다. 규칙적인 운동은 인슐린 감수성을 개선하고 혈당과 체중을 관리하는 데에 효과적이기 때문. 또한 근육과 기초대사량이 줄어드는 것을 막고, 각종 심혈관계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도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간혹 운동을 열심히 했는데도 불구하고 혈당이 오히려 오르는 경우가 있다. 혈당을 떨어뜨리려고 한 운동인데, 오히려 혈당이 오르는 것을 보면 이해가 가지 않을 수밖에 없다. 운동 후에 혈당이 상승하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일까?
운동은 혈당 조절에 도움이 되지만, 과도한 운동이나 공복 운동은 혈당을 높일 수도 있다ㅣ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공복 운동이나 고강도 운동이 혈당 높여…인슐린 투여량도 확인
당뇨병 환자가 운동 후 혈당이 높아졌다면, 혹시 장시간 공복 상태에서 운동을 한 것은 아닌지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공복 운동은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는데, 당뇨병 환자는 오히려 공복 운동 후 혈당이 높아지는 경우가 많다. 보통 식후 혈당이 높을 때 운동을 하면 근육이 혈액 속 포도당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면서 혈당이 서서히 낮아지게 된다. 그런데 포도당이 충분하지 않은 공복 상태에서 운동을 하면, 간에 저장돼 있던 ‘글리코겐’이 포도당으로 전환돼 에너지원으로 사용된다. 글리코겐은 간과 근육에 저장되어 있는 복합 탄수화물로, 필요할 때 포도당으로 분해되어 혈당을 일시적으로 높인다.
만약 식사를 한 후 운동을 했는데도 혈당이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올랐다면 운동 강도를 점검해 보자. 고강도 운동을 하면 신체는 혈액 속 포도당을 빠르게 소모하고, 추가적인 에너지원을 필요로 하게 된다. 이때 에너지 요구량을 충족하기 위해 간에서 글리코겐을 분해해 포도당을 공급하면서 혈당이 오르는 경우가 있다. 또한 고강도 운동을 하면 자율신경계가 활성화되면서 코르티솔과 카테콜아민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이때도 자연스럽게 혈당이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당뇨병의 종류에 따라서도 운동 후 혈당 변화에 차이가 날 수 있는데, 특히 인슐린 치료를 하는 제1형 당뇨병 환자에게서 혈당 조절이 잘되지 않는 경우가 더욱 흔하다. 운동 전에 인슐린을 충분히 투여하지 않은 경우, 인슐린이 혈액 속 남은 포도당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해 운동 중 혈당이 급격히 상승할 수 있는 것이다. 안전하게 운동을 하기 위해서는 식후 혈당과 약물 투여량, 운동량 등을 충분히 고려하고, 몸에 이상이 느껴지지 않는 선에서 운동하는 것이 좋다.
혈당 너무 높거나 낮다면 더욱 주의…합병증 있다면 무리 말아야
대한당뇨병학회는 당뇨병 환자에게 최대 심박수의 50~70%에 해당하는 중등도의 강도로 주당 150분 이상, 주 3회 이상 유산소운동을 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근력운동의 경우 최대 강도(1RM)의 75~85% 강도로, 일일 8~10회씩 3세트를 주당 3회씩 하는 것이 좋다. 다만 이는 혈당 조절이 어느 정도 안정된 상태일 때의 권고 사항이다. 혈당강하제 등의 약물을 복용해도 조절되지 않는 고혈당 상태에서는 운동으로 인한 탈수가 혈당을 오히려 높이고, 급성 케톤산증과 같은 합병증을 유발할 수도 있기 때문에 운동을 하기 전 반드시 의사와의 상의가 필요하다.
반대로 혈당이 너무 낮은 저혈당 상태일 때에도 너무 격한 운동을 하지 않는 이 좋다. 운동 중 혈당이 급격히 떨어지면 저혈당 쇼크를 일으킬 수 있어서다. 만약 운동 중 △갑작스러운 피로감 △어지러움 △손떨림 △식은땀 △심한 배고픔 △급격한 심박수 증가 등의 증상이 나타났다면 즉시 운동을 중단하고 혈당을 측정해 봐야 한다. 이들은 저혈당의 대표적인 증상으로, 혈당이 너무 낮다면 빠르게 혈당을 올릴 수 있는 가벼운 간식이나 주스 등을 섭취하고 휴식을 취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만약 당뇨병 외에 고혈압이나 이상지질혈증 같은 심혈관계 질환을 동반하고 있거나 말초신경 합병증을 앓고 있다면 운동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 심혈관계 문제가 있는 환자는 운동 중 탈수나 심박수 상승이 더욱 위험할 수 있으므로, 운동 강도와 시간을 조절해 몸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말초신경 합병증이 있을 때는 발바닥에 감각이 저하되기 쉬운데, 만약 발에 상처가 생겨 세균에 감염되면 당뇨발과 같이 심각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발의 상태를 수시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안세진 하이닥 건강의학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