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무엇을 하느냐
信天함석헌
너는 무엇을 하느냐
내사랑아
내 맘을 태우는 사랑하는 너야
이 밤에 너는 무엇을 하느냐
으악 소리를 치는 미친바람이
늙은 나무의 꼬부라진 가지를 울리는 이 밤
너는 무엇을 하느냐
울다 못해 기진맥진 바람도 쉬고
퍽퍽 쏟아지는 함박눈 밑에
오막살이의 외로운 등잔이 잠이 드는 이 겨울밤
너는 무엇을 하고 있느냐
너도 미친바람에 우느냐
너도 그 추위에 움츠리느냐
너도 그 고적에 조느냐
끄물거리는 등잔 밑에 언 손을 비비느냐
책상머리에 눈물짓기도 하느냐
그렇지 않으면
사립에 부서지는 향 없는 꽃의 떨어지는 그 소리를
누구의 발지취인 양 여겨
문을 열고 내다보다 스스로 웃느냐
울부르며 떨던 세계를 흰 솜으로 덮은 후
칼날처럼 갈아낸 새벽하늘에
파란 별들이 말없이 눈만 깜작이노나
내 사랑아
너는 올 줄 갈 줄을 모르고
천심을 우러르고 서느냐
모압 들판에 구부린 나오미의 눈같이
사랑하는 자의 무덤을 영원히 뒤에 두고
차마 못 돌아서는 그 눈같이
처창한 빛을 띤 섣달 그믐달이 돋아온다
사랑아
너도 눈물 머금어 저 달을 보느냐
아아
너와 나 사이에 천리가 있고나
세월이 물처럼 흘러가노나
사랑아
너는 무엇을 하고 있느냐
흘러가는 이 시간에
아득하고나
까맣코나
답답하고나
안타깝고나
쓸쓸해, 슬퍼, 무서워
텅 빈 허망이 무서워
너는 깨느냐
너는 자느냐
부는 바람, 우는 가지, 쓰다듬는 눈, 떠는 별, 입술 깨무는 달
그도 저도를 모르고
너는 침을 질질 흘리며
곤한 잠을 자느냐
찬 꿈을 맺느냐
아니지
그렇지 않을 테지
사랑아 안 그렇지
결치는 내 가슴의 높은 고동이
삼백 만 네 털구멍마다 가닿지 스며들지
요동을 치지
네 가슴을 흔들지
너는 그것을 느끼지
그렇지 그렇지 정녕 그렇지
그렇다 그럼 그렇다
달려가 네 두 젖통 사이를 흔들고
갑절이나 하는 격동을 거기서 더 받은 후
나갔던 밀물처럼 거푸거푸 파동 쳐오는
돌아오는 내 영파(靈波)의 걷잡을 수 없는 진동을
나는 느낀다
깜깜한 들판에 홀로 서는 갈대 같은 내 몸에
분명히 확실히 느끼고 있다
내 사랑아
"너는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나는 다시 안 물으련다
천만 리기로 그 무엇이냐
억만 년이 흐르기로 제 어쩌느냐
너와 나 사이에야 그것이 무엇이냐
사랑하는 너와 사랑하는 나 사이에야
사랑하는 사이에야
그 모든 것이 무엇이냐
사랑 사이에야 무엇이 틈을 타
사랑 앞에야 무엇이 막아서
사랑 안에야 무엇이 변해
영파는 가고
영파는 오고
심금(心琴)은 울고
심금(心琴)은 대답하고
불꽃이 날아가고
불꽃이 날아오고
마주치는 불꽃에 천지가 환하고 세계가 울린다
노래 부르자
내 사랑아 일어나라
이 추운 겨울밤
섣달 그믐밤이 다가는 이 새벽
일어나라
노래 부르자
내 사랑아
너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