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컨택트>
내가 감상한 영화는 콘택트이다. 콘택트의 장르는 SF로서, 드뇌 빌뇌브의 작품이다.
영화의 내용은 이렇다. 12개의 외계 비행체(쉘)이 미국, 중국, 러시아 등을 비롯한 세계 각지 상공에 자리하게 된다.
갑작스레 나타난 미확인 물체는 사회 전역에 혼란을 주기 시작했고, 군 대령인 웰버는 이들과 소통하기 위해 주인공이자 언어학자인 루이스에게 그들이 보내는 언어 감문을 부탁한다. 그러자 루이즈는 직접 대면해야 자세히 알 수 있을 것 같다며 외계 비행체가 위치한 몬태나 주로 향하게 된다.
현장에 도착한 주인공 루이즈와 군에서 섭외한 이론 물리학자 이안은 경탄을 금치 못한다. 외계 비행체의 높이는 약 450m. 근처에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와 연구를 위해 군대가 주둔하고 있으며, 나머지 11대의 셸(외계비행물체)이 있는 장소와 통신을 통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정보를 교환한다. 루이즈는 외계 생명체들과의 소통 및 언어 해석을 위해 화이트 보드와 마커를 들고 쉘로 향한다.
그곳에서 외계인을 마주한 루이즈는 화이트 보드에 'HUMAN'이라는 인간의 문자를 써서 보여준다. 그러자 놀랍게도 외계인들은 그 단어에 반응하여 촉수에서 먹물을 뿜어내 소통하려 했다. 그 먹물은 인간의 문자와 같은 방식이 아닌 비선형으로 나타났고, 그들의 연이은 문자 사용에서 포착한 문자의 차이점은 비선형으로 그려진 원형의 문자가 모양이 조금씩 다르다는 것이었다. 루이즈와 이안은 매일 셸에 방문해 필담의 형식으로 외계인들에게 인간의 언어와 문자를 알려주고, 이를 통해 외계인들이 사용하는 기초적인 어휘부터 배우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웨버 대령과 마찰이 있었지만 오역 없이 소통하려면 이게 그나마 가장 빠른 방법이라는 루이즈의 의견에 웨버 대령은 동의해 준다.
여기서 이안은 생각한다. "인간의 사고는 사용하는 언어에 따라 형성된다는 학설이 있는데, 그렇다면 외계인들의 문자를 배우고 있는 루이즈도 그들과 같은 사고 방식을 가지게 되는 것일까?"
여기서부터 영화의 핵심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주관적인 시선으로 이 영화를 바라봤을 때, 감독은 언어와 사고 방식의 상관 관계에 대해 설명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직접적이다 못해 노골적으로 느껴질 만큼 뚜렷한 그의 시선은 이야기를 어떻게 매듭지을지 궁금하게 했다.
루이즈는 그들의 언어를 쓰고 읽을 수 있을만큼 능숙해진다. 그러자 루이즈는 이따금씩 자신의 미래를 볼 수 있게 된다. 그 외계인들은 과거, 현재, 미래를 동시에 인지하는 종족이며, 지구에게 언젠간 필요할 것이라며 무기를 준 것이 바로 그들만의 언어였던 것이다.
영화를 다 보고 나니 감독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 것 같다. 영화를 보기 전엔 평범한 SF 장르의 흔한 내용의 우주 영화일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이 시놉시스를 짜고 스토리를 짜기까지 얼마나 큰 고심을 했는 지 알 것 같다.
일차적으로 감독은 영화 속에 언어의 중요성을 내포하고 있다. 사용하는 언어가 사고 방식에 큰 영향을 미치고, 그에 따른 생활 방식도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바뀐다고 말이다. 사실 여기까진 누구나 생각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영어와 한글처럼 나라의 고유한 언어에서 사용되는 문장 배치 순서에 따라 사고 방식도 달라진다는 수많은 연구 사례를 한번쯤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작품 속에서 등장하는 외계인들은 선형이 아닌 비선형 방식의 동그란 형태의 언어를 사용한다. 이 말은 무엇을 뜻할까 생각해보았다. 내가 발견한 점은 처음과 끝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들은 제각각 모양이 다른 문자를 사용하지만, 전부 원이며 처음과 끝이 같으며 동시에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인은 보통 '나는 밥을 먹었다.' 라는 예문에서 나는 = 나(현재 혹은 과거 혹은 미래) 밥을 = 음식(현재 혹은 과거 혹은 미래) 먹었다. = 먹는 행위를 완료했다. (과거) 라고 느끼며, 문장마다 무의식적으로 느끼는 시제가 달라진다. 그만큼 시작과 끝 문장이 문장의 시제를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끼친다. 그런데, 작품 속에서 등장하는 외계인들은 처음과 마지막이 존재하지 않는 비선형 형태의 문장을 사용하기 때문에 과거, 현재, 미래를 동시에 인지할 수 있는 것이다.
영화의 흥미를 돋구기 위해 사용한 소재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는다. 감독이 정말 말하고 싶은 주제를 간절하게 표현하는 느낌을 받았고, 이 영화는 내게 인상을 남기기 충분했다. 영화 컨택트는 우리의 언어 방식이 만일 좀 더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방식으로 사용되거나, 어쩌면 인간이라는 종족 자체가 작품 속 외계인들처럼 비선형 문자를 사용했다면? 이라는 의구심이 뇌리를 감돌게 했다. 어쩌면 우리가 발전시켜야 할 부분은 공학이나 과학이 아닌 언어가 아닐까. 사실 난 이미 이 감독에게 감화되었다. 앞으로도 난 언어의 중요성을 기억하며 살아갈 것 같다.
시간이 남는다면 <컨택트>라는 영화를 보고 언어에 대한 고찰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