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출타에서 돌아오자마자 내가 했던 게,
어느새 10년도 훨씬 지난 옛날에 냈던(2010년) 책 '자전거 아저씨'를 들춰본 일이었다.
왜냐면 이번에 다니면서도 나는(특히 출발했던 첫날엔),
모처럼 한 번 나왔더니 그 전과 하나도 다를 바 없구나...... 하는 생각이 너무 강했기 때문에,
내가 그 당시(2005년) 처음으로 자전거를 타고 서울을 빠져나가(경기도 양평 쪽으로) 2박 3일 만에 돌아온 뒤,
'죽는 줄 알았다'는 표현을 썼던 걸 다시 한 번 확인해보고 싶어서였다.
정말이다.
이번에도, 죽는 줄 알았다.
그리고 그 다음 날,
여행 중에 '음성' 숫고갯길에서 점심을 얻어먹었던 자매들에게 내 '자전거 아저씨 1, 2권'을 보내주면서 돌아오는 길에 장까지 봐왔는데,(그 다음 날 우체국 택배로부터 '배달 완료' 문자를 받았다.)
어? 이건 확실히... 이번 자전거 여행의 덕을 본 거 같은데! 하고 놀랐던 건,
내가 우리 앞 아파트 오르막길을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올라오고 있어서였다.
그게 무슨 말인가 하면,
일반적으로(평상시의 나는, 그리고 지난 여름 내내), 기운도 없고 넘어질 것 같아(위험하기도 해서) 장을 봐 올 때마다 그 오르막은 아예 자전거를 내려서 끌고 올라오곤 했던 길인데,
끄덕없이 그리고 상당히 가볍게 그 길을 자전거로 올라왔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또, 그동안 잘 빠지지 않던 '나잇살(똥배)'이 좀 홀쑥해진 것 같기도 하는 등,
건강상으로만 봐도, 요즘 뭔가 조금 나아진 것 같은 느낌인 것이다.
물론 이번의 출타(자전거로 떠난 '되는 대로 여행')는 상당한 위험을 내포한 '모험길'이기도 했던 걸 부정하지는 않는다. 다 늙은 나이에......
게다가 한 닷새는 하려고 했는데 중간에 돌아왔기 때문에 뭔가 하다가 만 느낌도 없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비를 맞으며 다니다 겪었을 '처량함'과 '위험성'은 자초하지 않았기에 육신을 성하게 보존해온 꼴이기는 했다.
그러면서도 내 스스로,
그저 우두커니 아파트 베란다에서 하늘만 바라보고 있는 것에 비한다면, 충분히 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일 아니었을까? 하는 자위에다,
어쨌거나 이번 여행에서 얻어온 게 있다면? 하고 묻지 않을 수 없는데,
'그래도 아직은 다닐 수 있다'는 자신감은 가져온 거 같다.
'이제는 너무 늙었다'며 망설이느라(정말 자신이 없었다.), 어쩌면 그렇게 다시는 자전거로 떠나는 여행을 하지 못할 줄 알았는데(그렇게 영영 끝날 수도 있었는데),
'그래도 한 번 떠나본 뒤, 마지막일지(더 이상 하지 못할지) 확인해 보자'는 각오로 떠났던, 내 자신에 대한 시험 무대이기도 했던 출타였는데,
어찌됐든 결코 또 짧지만은 않았던 여정에서 얻어온 얘깃거리도 적지 않았던 여행으로 남았잖은가 말이다.
그럼 됐다.
아직은 내가 이 세상을 내 두 다리로 다닐 수 있다는 걸 확인한 것만으로도 만족이다.
나에게 (적어도 시들어가던)삶의 활력을 찾아준 것일 수도 있잖겠는가 말이다.
그러기 때문에 나는 이런 나들이를, '행복하고 즐거운 여행'이라고 여기지는 않는다. 결코.
왜냐면, 나에겐 절실하고도 간절하고 비장한 자세로 어쩔 수 없이 하는(?) '자구책'이기도 하니까.
첫댓글 여행을 통해 새로운 활력을 찾았으니 대만족입니다.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