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박상훈
✺ 가장 좋은 것/ 로버트 브라우닝(Robert Browning·1812~1889)
한 해의 모든 숨결과 꽃은
벌꿀 한 봉지에 담겨있고
광산의 모든 경이로움과 풍요는
어느 보석의 중심에 박혀있고
바다의 온갖 빛과 그늘은
한 알의 진주 속에 맺혀있다:
숨결과 꽃, 그늘과 빛, 놀라움과 풍요
그리고-이것들보다 높은 곳에 있는-
진실, 보석보다 더 빛나는
믿음, 진주보다 더 순수한
우주에서 가장 빛나는 진실,
가장 순수한 믿음 -이 모든 것들이
한 소녀의 키스 속에 있었다
영국의 여성 시인 엘리자베스 브라우닝의 남편인 로버트 브라우닝의 마지막 시집에 수록된 “Summum Bonum”은 라틴어로 ‘가장 높은 선’을 뜻하는데 우리말로 ‘가장 좋은 것’이라 번역했다. 언제 누구를 생각하며 쓴 시일까? 로버트가 자신보다 여섯 살 연상인 병약한 엘리자베스를 처음 만난 것은 그녀가 서른아홉 살 때 일이니, 시에 등장하는 ‘소녀’는 엘리자베스가 아니라 다른 여자라는 합리적 추론이 가능하다.
만해의 ‘님의 침묵’에 나오는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을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시. 어떤 이들에겐 첫 키스가 생각하기도 싫을 만큼 더러울 수도 있으니…. 보석보다 빛나는, 진주보다 순수한 청춘의 입맞춤을 경험한 이들은 행복하여라. 죽기 전에 “우주에서 가장 순수하고 빛나는” 무엇이 한 소녀의 입맞춤과 함께 내게 왔다고 고백한 로버트를 엘리자베스는 용서해야 할 것이다.
✺ Summum Bonum (시 원문)
All the breath and the bloom of the year in the bag of one bee:
All the wonder and wealth of the mine in the heart of one gem:
In the core of one pearl all the shade and the shine of the sea:
Breath and bloom, shade and shine, wonder, wealth, and-how
far above them-
Truth, that’s brighter than gem,
Trust, that’s purer than pearl,-
Brightest truth, purest trust in the universe-all were for me
In the kiss of one girl
__Robert Browning(1812~1889)
◇ 자연의 선물들을 오롯이 주는 사월의 중순 산길을 걷다.[2022년 4월 18일(월)]
◦ 골담초, 모과나무, 미국제비꽃, 병아리꽃나무, 분꽃나무, 사철나무, 산괴불주머니, 산철쭉나무, 소나무, 송악, 수수꽃다리, 야광나무, 윤판나물, 정향나무, 철쭉나무, 호장근, 마틴대극(유포르비아 마르티나)...
출처 및 참고문헌: 조선일보 2022년 04월 18일(월) 〈최영미의 어떤 詩(최영미 시인·이미출판 대표)〉, 인터넷 교보문고/ [생태사진: 이영일 ∙ 고앵자 생명과학 사진작가 ∙ 채널A 정책사회부 스마트리포터 yil2078@hanmail.net]
첫댓글 감사합니다 ❤
무원 김명희 교장선생님
너무 완벽함을 추구해서 주위가 삭막해지는 것보다는 조금은 부족해도 너그럽게
허용하는 것이 세상을 좀
더 여유롭게 만드는 배려~~
오늘도 잘 살아야겠습니다.
더 여유롭게, 서로 배려하면서~~~
고봉산 정현욱 님
벌꿀 한봉지에서 온세상의 숨결과 아름다움을 음미하고 한개의 보석에서 경이로운 산을 한알의 진주에서 눈부신 바다를 연상하는 시인의 풍부한 감성이 놀랍네요
더 나아가 산보다 더 높고 바다보다 더 넓고 아름다움을 믿음과 진실로 귀결시킨 문장에
至高至純의 휴머니티를 느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