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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적인 이야기들....】★--H☆D--★ 스크랩 27살의 재즈클럽 야누스에 오랫만에 가다.
cool2848 추천 0 조회 390 06.02.05 04:27 댓글 4
게시글 본문내용

 

오늘은 바쁜 날이었다.

그런데 나는 바쁜 날일수록 많은 일을 하는 것 같다.

 

며칠 전부터 야누스에서 "27주년 기념 특별무대"라고 온 안내장에 신경이 쓰였지만,

바빠서 못갈 것이라고 거의 체념을 했던 샹태였다.

 

그런데 칫과에서 생각보다 빨리 치료가 끝났기에 잠시 이번 주에 못간 테니스 레슨하러 갔다가 한게임 정도 같이 치고 집으로 빨리 와서 대강 밥 먹구 오토바이를 타고 청담동에 있는 카페 야누스로 달렸다.

 

가서 특별기념 공연이라고 입장료 만원을 내고 들어가 보니 약간 늦었는데도 불구하고 앉을 자리가 있다.

2년 전인가 25주년 때는 제 시간에 가서두 거의 앉을 자리가 없었다.

무대가 보이는 전면의 뒷쪽으로 자그마한 테이블이 있어 일단 자리를 잡고 사포로 병맥주를 시켰다.

그래두 27주년이라구 맥주와 땅콩안주와 함께 무지개 떡과 흰색, 쑥색 송편을 내온다.

 

맥주를 한모금 들이키니 시원하고 좋다.

떡을 두어개 줏어먹는데 클럽 주인인 가수 박성연씨가 걸어온다.

엉거주춤 일어나 "축하합니다."라고 인사하니 반갑게 아는 체를 한다.

 

이 클럽은 1978년에 이대 앞 시장에 이층에 있는 허름한 다방에서 시작했다.

나는 거기에 1985년엔가 가봤던 거 같다.

그 후 어디엔가 있다가 최근 10년(?) 전 정도에 이대 후문에 있는 좋은 건물에 4층에 높은 지붕 밑에 좋은 장소에서 한 동안 둥지를 틀었다.

이때 집과 직장에서 가까운 곳에서 라이브 재즈를 편하고 좋은 사운드로 들을 수 있기에 가끔 갔었다.

몇년 전에 청담동 현재 장소로 옮겨서 최근에는 몇번 못 갔다.

 

그 전 젊은 시절에는 남산 이테원에 있는 All That Jazz에도 한 동안 들락거렸다.

그런데 여기 좀 너무 미국물이 진하고 주말에는 잼쎄션 위주이라 나이가 들면서 안가게 됏다.

 

또 보다 최근에는 압구정동에 있는 Once in a Blue Moon에도 몇번 가봤으나 너무 부티가 나고 음악도 퓨전재즈를 중심으로 하는 것 같아 나에게는 입맛에 안맞구 가기도 멀어서 잘 안가게 되더라.

 

어쨌던 이 클럽을 운영하는 박성연이란 사람 뭔가 있다.

내 기억으로는 내가 대학생 시절 불란서에서 재즈(?)/노래 공부하고 왔다고 테레비에서 처음 봤던것 같으니 벌써 30년 정도 됐다.

이 사람 LP 레코드 판을 산 기억이 있는데 별루였다고 생각된다.

당시 나는 김추자나 신중현같은 사람들을 좋아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국내의 내노라하는 제1세대 재즈 연주자들이 야누스에 모여서 정기적으로 연주회를 가지기 시작했다.

나두 그런 허름한(?) 분위기의 연주회에 여러 번 보러간 기억이 있다.

 

2년 전인가는 아주 분위기가 좋았다.

나이 많으신 연주자들이 기가 막히게 연주를 하고,

일부 관객들은 클럽의 가운데서 춤을 추기도 했었다.

 

그런데 오늘의 분위기는 좀 가라앉아 있었다.

 

하여튼 들어갔을 때 연주하던 그룹은 "위브"(Weave?/ We've?)라고 나중에 소개가 되었다.

퓨전재즈 밴드로서 상닫히 젊었다.

가장 나이 들어보이는 리더가 테너색소폰이었고, 박력있는 드럼, 괜찮은 전기베이스기타, 악간 처지는 리드 기타와 키보드로 구성되어있었다.

역시 퓨전이라 롹의 영향으로 시끄럽지만 박력이 있고, 박력이 있지만 여운이 부족한 듯 하다.

그래도 곡 이름은 모르지만 마지막 곡은 아주 좋았다.

 

이들이 연주할 때 박성연 씨가 세 곡을 불렀다.

처음 부른 No More Blues인가는 별루였다면, 두번째로 부른 Summer Times는 내가 좋아하는 곡이기도 하지만 역시 연륜이 있어 잘 불렀고 듣기도 좋았다.

세번째 부른 My Way 역시 내가 좋아하지만, 박성연씨가 매우 좋아하는 곡에 틀림이 없다.

자신의 삶의 느낌을 가지고 부르기 때문이겠다.

그런데 끝부분에 목소리가 다 올라가지 않아 안타까웠다.

 

이어 피아노와 콘트라베이스와 트럼으로 구성된 최장현 트리오가 나와서 연주를 두어 곡 했다.

별로 잘한다는 느낌은 없었지만, 역시 가을이나 겨울에 어울리는 구성은 피아노에 콘트라베이스이지 다이나믹한 전기베이스나 키보드는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어 임경아라는 젊은 가수가 나와서 노래를 했다.

뭐 잘 하긴 하는데, 아주 좋지는 않다.

 

조금있으니 이정식이 들어서고 곧 이어 무대에 올라간다.

몇년 전에는 주로 앨토나 소프라노 색소폰을 가지고 미친듯이(? 실례) 욕구불만인 사람처럼 불러대드니 오늘은 테너섹소폰을 가지고 나왔다.

첫 곡은 정통 재즈곡이었던 것 같다.

괜찮았다.

이 사람 많이 숙성된 느낌이다.

두번째 곡은 Midnight Train이던가인데 색소폰으로 아주 재미있게 기차 기적 소리를 흉내내는 것으로 시작했다.

나중에야 다양한 기적 소리가 노래의 테마와 어울린다는 것을 인지했다.

역시 잘하긴 잘한다.

내가 꼭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 있다가 이제는 늙으수레해진 정성조씨가 들어온다.

오래 전에는 대학 시절 때 명동에 오비캐빈에서 이 사람 플룻 연주를 들었던 기억이 있고,

귀국 후에는 올댓재즈에서 색소폰을 연주하는 걸 봤는데,

오늘은 테너색소폰을 가지고 나왔다.

첫곡은 조용히 As Time Goes By.

역시 조용한 가운데 여운이 있다.

나중에 약간의 즉흥을 보여주는 묘미도 잊지않고.

두번째는 보다 빠른 곡이었는데 독주보다는 반주를 하는 더른 연주자들과의 호흡을 맞춰서 화모니어스하게 연주하면서 젊은 코트라베이스를 미소를 띠며 본다.

자기 나이를 새삼 의식하는 듯.

 

이어 웅산이라는 젊은 여자가수가 나왔다.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테이블에 앉았다가 몇번 지나가는 모습을 본 매우 매력적으로 생기고 입은 여자애다.

foxy 하다고 해야돼나?

짝 붙는 청바지에 화사한 색갈의 하늘하늘한 불라우스가 어두운 빨간 가죽 상의에서 약간 내보이고 있다.

노래.

와! 잘하네.

Georgia on My Mind를 첫곡으로 부르는데, 낮은 음에서 목소리가 좀 아마츄어같은 면이 있지만 높은 음이나 큰소리를 낼 때는 성량이 아주 시원하게 뺀다.

두번째의 빠른 곡도 아주 잘 부른다.

리듬도 잘 타고, 아까 나온 위브의 테너색소폰과의 대화형 연주/노래도 훌륭하다.

영어는 좀 못하는 듯 하지만, 그건 전혀 봐줄만 하다.

이 정도로 노래 잘하고 예쁘면 다른 건 다 용서가 되는 법.

색소폰의 간주에 따라 조금씩 박자를 무릎으로 맞추는데, 이거 보기 좋은 춤이 따로 없네.

 

나오면서 보니 11월 27일 인가 어디에서인가 노래를 한다고 No More Blues 인가라고 쓰인 포스터가 붙어있다.

인터파크에서 티켓을 판다고.

한번 가볼까나....

 

다음으로 박**이라는 가수가 나와서 조용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는데, 그만 듣고 집으로 돌아왔다.

옹~~~옹~옹옹 오옹~.

오면서 내 오토바이의 머플러에서 나는 즐거운 음악이다.

오랫만에 좋은 음악을 들으니 마음이 좋다.

 

집에 와서 이미 아줌마 티가 지난 박성연이란 여자를 생각한다.

나름대로 자신이 하고 싶은 노래를 오랫동안 깊게 파고 동시에 초기의 다른 재즈 연주자들과 어울려서 같이 연주할 장소를 제공함으로써 우리나라 초기 재즈의 명맥을 있고 나아가 현재 우리나라의 재즈계를 풍요롭게 한 매우 중요한 기여를 한 사람.

목소리는 다 안 올라가도 몸에는 살이 쪘을지라도 아직도 자신이 사랑함이 틀림없는 재즈란 괴물을 잡고 씨름하는 정열의 여인.

 

박성연씨, 존경합니다.

 

나는 뭐를 이 여자처럼 열심히 오래 하면서 살고 있는가?!

 

 

상자 속에서 오래 오래 쉬고 있는 색소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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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작성자 06.02.05 04:28

    첫댓글 엠블렘님의 재즈에 대한 일련의 글들을 보고, 제 블로그에 있는 것을 올렸읍니다. 문제가 되면 삭제하시면 됩니다.

  • 06.02.05 17:12

    혹시 그룹 wave 가 아닐까요...^^ 음..

  • 작성자 06.02.06 06:52

    네, 제 블로그에 쓴 글을 보고 그룹이 웨이브라고 하더군요. 다른 오류도 좀 있읍니다...ㅎㅎ

  • 06.02.06 10:53

    야누스 이대 앞 시장통 2층 시절 곰팡이 냄새가 나던 그곳은 운치가 있었는데요..이대 정문앞 봉고를 두둘기던 유복성 씨가 운영하던 봉고도 좋았구요..청담동의 야누스에서는 예전 할리맨이었던 김대환씨의 독특한 드럼 공연을 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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