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노인</p><p> </p><p>이종곤</p><p> </p><p> </p><p>그는 오랫동안 다람쥐였다</p><p>이제 입을 위해 쳇바퀴를 돌리지 않는다</p><p>그러자 세상이 훈수처럼 들어오고</p><p>압박감이 사라진 자리에 허전함이 들어와</p><p>느닷없이 심장에 비 오는 날이 많다</p><p> </p><p>무거운 짐을 하역한 바퀴가 순간 팽창하듯</p><p>그의 뼈 속으로 조류들처럼 공기주머니가</p><p>하나둘 생기는 것도 그 즈음이다</p><p>얼굴은 자꾸 하회탈을 닮아 가기도 한다</p><p>어쩌면 밤새 날개가 생겨 날아갈지 모른다</p><p> </p><p>공원이나 지하철 매표원에게는 그가 바람이나</p><p>투명인간임이 틀림없다</p><p>가끔 영화관 매표원에게는 그의 형체가 반쯤</p><p>보이기도 한다</p><p> </p><p>점점 ㄱ자를 닮아가는 몸통이 석양의 산책길에</p><p>최선을 다해 걸어가서 벚꽃처럼 내려올 때</p><p>붉은 노을 닮은 그의 이름이 있다</p><p> </p><p> </p><p> </p><p>―계간『詩하늘 107』(2022년 가을호)</p>
<!-- -->
첫댓글 황송하게도 저의 졸시를 소개해 주셔서 영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