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집에 나누어 묵게 된 피난민들은 잠을 자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흥분하여 마당이나 마루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들을 하고 있었는데 어머니는 나를 방에 뉘였습니다.
그런데 열대야가 너무 심해 숨이 헉헉 막히고 다리가 쿡쿡 쑤시며 몸이 여기저기가 다 아픕니다.
멀리서 혹은 가까운데서 총소리가 자주 들렸고 기관총으로 갈겨버리는 소리도 들립니다.그런가하면 따발총을 쏘는 소리도 들리는데 밖에서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하는 소리에 나는 귀를 기울 이게 됩니다.
밤이 금방 지나고 새벽이 밝아 올수록 총성이 더 주주 들리고 기관총과 따발총 소리가 더 자주 들립니다.일부 사람들은 마루에 돌멩이를 세우고 냄비를 얹어 불을 때며 밥을 합니다.
그런데 안개가 얼마나 자욱한지 앞을 볼 수가 없습니다.
한 피난민이 박으로 나갔다가 들어오며 겁을 먹은 소리를 합니다.
"아무래도 이상해, 이 집이 포위가 된것 같고 바로 앞 산에서 사람들 소리가 무척 많이 나"
하는 것이 아닌가 !
어머니도 밥을 하려고 뜨락에 돌멩이를 가져다 놀고 냄비를 얹어 밥을 합니다.이때 `딱콩` 하는 처음 들어보는 총소리가 아주 가까이서 나더니 어머니가 밥을 하는 돌멩이에 맞아 돌이 튀고 밥이 엎어집니다. 그러자 어머니가 혼비백산하여 방으로 뛰쳐 드러옵니다.
#이 딱콩 총소리는 인민군들이 가지고 있는 기다란 장총이라고 누가 알려 주었습니다#
여름의 아침 8시면 해가 이미 거의 중천에 다다릅니다만, 안개가 너무 짙어 사방이 뿌연데 앞산의 윤곽이 점점 들어나기 시작하면서 총성이 마구 울리기 시작 하는 것입니다.
"9시 까지 기다릴것 없이 우리지금 나갑시다"
이제까지 피난민들을 인도하던 어른들이 말을 하며 이미 짐을 등에 집니다.
어머니는 나를 등에 띠로 단단히 붙잡아 맵니다. 형들도 등에 짐을 지고 모두 마당에 섰습니다.
이때 청주고등학교 교복과 교모를 쓴 남학생이 삽작문( 싸리가지나 나무가지를 엮어서 문에 기대놓는 문)을 열고 박으로 나가려는데 갑작이
"탕"
하는 한발의 총성과 함께 그 학생이 푹 꼬꾸라집니다.
그러자 한 어른이 얼른 삽작문을 답습니다.
"여러분 ! 태극기나 수건을 꺼내어 흔들며 나갑시다."
#나는 후에 이때의 광경을 하나하나 되색여보며, 그 피난 와중에 어떻게 태극기를 다 가지고 피난을 갈 생각을 하였을까? 이상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어른들이 태극기를 흔들고 수건들을 흔들며 삽작문을 열고 박으로 나가자 우리들도 우루루 따라 나갔습니다.
그러자 갑작이 천지를 울리는 총소리가 소낙비처럼 쏟아지기 시작하였는데 얼마나 소리가 큰지 귀가 멍먹 합니다. 사람들은 총알이 땅에 박혀 먼지가 일어 한치 앞이 보이지 않게 되는데도 무조건 앞만 바라보고 뛰는 것입니다.
그리고 앞에 가던 사람들이 한명 두명 마구 쓰러지기 시작 하고 어머니가 시체를 타 넘느라고 애를 먹습니다.
"엄마 엎드려요"
내가 어머니 등에서 크게 소리쳤지만 내가 내 소리를 전혀 들을 수 없습니다.
총알이 내 귀밑을 스치며 지나가고 눈 앞을 휙 지나갈때 공기를 가르는 바람의 느낌이 전해 집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지난 밤에 군인들과 미군은 이 동네에 피난민이 머물고 있다는 사실을 이곳 저곳에 주둔해 있는 군부대에 알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 졌습니다.#
하기야 전쟁을 처음 해보는 상태였고, 훈련이고 통신장비의 열악한 상태에서 그렇게 빈틈 없이 작전을 수행할 수도 없었을 것입니다.
그 무렵 이 용산리 잔투는 격전지 중의 격전지로 6.25전사에 기록이 될만큼 치열하였고 미군과 국군들이 이미 이곳에 진을 치고 인민군들을 기다리고 있던 상태에서 우리 50여명의 피난 민들이 모르고 들어왔던 것입니다.
더구나 북한 인민군들이 또한 피난민들을 가장하여 많이 침투해왔고 군인들이 속아 피해를 많이 본 것으로 알고 있는데 바로 이곳도 그런 상태입니다.
이곳 동네에 이미 군인들이 낮에 철저히 수색을 하였는데 24일 아침에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연기가 피어오르기에 우리가 인민군으로 보았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이곳에 주둔해 있던 20000만여명의 대병력이 불과 50명 밖에 안되는 우리에게 총을 쏴대니 살아남을 자가 누구인가 ?
(계속)
첫댓글 아름운 고운글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어제 무더운 더위를 식혀주려나.....아침부터 소낙비가 네리네요.....
야외도 교회도 약속도 무척 힘드네요...참 변덕스런 날씨군요..
울님 비 오신다 심난하게 생각 하지 마시고요..울카페 들려 좋은 글과 좋은 소식으로 ........
아름다운 글도 올리시고 울님 사기 진전위한 뎃글도 올려 주세요...
울카페는 회원님의 사랑으로 발전 모두모두 행복할겁니다...울님 사랑합니다..
예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