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아들도 없고 손자 녀석에겐 미리 세뱃돈과
절값을 정리했기에 편하게 쉬다가 오후에 산책을
나섰다 바람이 심하게 불어 날씨는 차갑지만
옷이 흔한 세월이라 아래위 겹겹이
입고 쓰고 끼고 신고 단도리 해서 나섰다
들을 지나 산기슭을 맴돌며 겨울바람이
휩쓰는 소란을 듣는다
자주 오가는 외딴집 근처엔 돌담이 길게
이어져 있고 봄이면 돌담 사이로 돌나물이
조롱조롱 삐져나와 말 그대로 돌나물로 덮힌 돌담이다
돌담 위쪽이 묵은 밭이라서 밭 거름이
돌담 사이로 밀려 내려와 돌나물 성장에
도움을 줬는지 봄부터 여름 가을까지
도톰한 돌나물이 촘촘히 붙어 있다
어제 그곳을 지나오는데 그간 따스해서
줄기마다 붉은빛을 간직한 도톰한 나물 잎이
더러 보이더만 어제는 그마저도 탱탱 얼었다 녹으면서
시들어 가는 줄기에 붙어 세찬 바람에 간당거린다
요즘 온난화 기후 덕에 저들을 오래 보고 다니지
과거엔 늦가을 서리에 이미 모체에서 다 떨어져 나가
흔적도 없었을 것들이 이 추운 계절까지 장수하느라
저들도 고생이고 잡고 있을 모체 또한 고생이지
서로 놓지 못하고 이러저러한 이유로 지지고 볶으면서도
살아가는 우리의 관계도 저러지 않을까
인간관계도
만날 때와 헤어질 때를 안다면
자로 잰 듯한 결말로 상처받을 일 없으련만
매일 매일 걷는 길이 지루할 법도 하련만
누가 말하길 주관적인 시야로 주변을 보지말고
세상의 눈으로 주변을 보면 새롭고 낯설은 환경에
놓인 자신을 볼 것이라 하던데 그게 어디 마음대로
되는가
내 눈과 마음은 이미 나에게 고착되어서
편하고 시들하고 귀찮고 낯익은 것에만
안주하려 하는걸
돌아오는 길
딸에게 전화가 온다
“엄마 우리 세배하러 갈께요
”아니! 그제 다 했잖아 안 와도 돼
“아냐 단군이만 했지 우린 안 해서 갈께요
귀찮으니 상은 차리지 마요
쉬엄 쉬엄 걷던 걸음에서 종종 달음질쳐 집으로
오자 말자 쌀을 씻어 안치고 국을 끓이고
전과 갈비를 덥혀 상을 차렸다
세배 절을 마친 세 식구는 상 차리지 말라는
강경한 어조와 달리 차려진 음식을 달게 잘 먹는다
미리 쌀을 많이 안쳐서 딸이 퍼 갈 밥까지
했다 다음 주까지 쉰다니 그 기간 동안
밥하기 귀찮을까봐 밥 한 통에다
전 남은 것과 갈비까지 다 싸 놨다
내가 이것저것 가져갈 거 챙기는 사이
딸네 식구 먹던 밥상이 나오길래
나도 솥에 퍼주고 남은 밥 긁어
국 대접에 담으니 한 그릇 족히 나온다
그걸 애들 먹던 상에 올려놓고
먹으려는데 사위가
”어" 장모님 그 밥 다 드시는 거예요?
그러자 딸도 건너다보며 “호호 엄마 그 많은 밥을
다 먹게?
그 말에 당황해진 내가우물쭈물
”아니 남은 밥 한 군데 퍼서 그래
덜어 먹어야지
내가 밥을 먹는 동안 딸네 식구들은
저들끼리 티비 앞에서 웃고 떠드는 것이
이미 나를 잊은 모양이지만
나는 먹는 중에도 그렇지만
상을 치우고 설거지를 하는 내내
속이 편치 않았다
그 사이에 딸네 식구들이 일어서고
나는 보따리에 싸 놓은 것들 종류와 보관법
뎁혀 먹는 시간까지 일러 주고
다정함 가득한 목소리로 배웅까지 했다
아이들이 가고 남은 설거지와 머물렀던 자리
청소까지 하는 중에도 내 마음은 좀 그랬다
왜 내 마음이 이리 착잡하지?
어미가 저들 먹고 남은 밥상에 앉아
솥밑에 남은 거 긁어 담아 온 밥이
많아 보인다고
그걸 다 먹을 거냐고 놀라는
딸네 부부가 못내 서운했기 때문이다
그게 그렇게 놀랄 일이고
웃을 일인가 말이다
아니 다 먹으면 어떻고
먹다 남길 수도 있지만
그걸 굳이 변명처럼 해야 하는 내 자신이
싫어지니 말이다
그리고 저들은 우스개로 묻고 놀라는
시늉을 했지만 만약에 만약에 말이다
내가 저들에게 신세를 지는 형국에서
마주한 밥상머리에서 밥을 많이 먹는 나에게
그런 소리를 한다면 그때 내 심정은 어떨지
그런 처지라면
일부러라도 적게 먹어야 하나를 고민하고
밥 먹을 때마다 눈치를 보는 나를 상상하자니
우울한 설움이 스멀거려지는 걸 어쩌랴
먹는 거 입는 거
움직이는 거
일일이 지적받고 눈치 주고 눈치 보고
그렇게 얹혀사는 늙은 부모들이 어디 한 둘이겠는가
조금 전 찬바람에 멋대로 디룽디룽 흔들리던
돌나물 세대들이 떠 오른다
봄부터 겨울까지 악착같이 모체와 한 몸으로
이어져 몇 남지 않은 줄기와 잎으로 이 겨울을 또
날 것 같은 예감
서로가 서로를 막아 주지도 감싸 주지도
못하면서 무슨 연을 내세워 그리도 잡고 있는지
이러다 봄이 오면
좋은 세월이 오면
그렇게 인내하며 버텼던 그 세월 다
허망하게 잊혀질 것을
살아 가는 건 서로를
잊으며 사는 거고 그게 맞는 이치다
자연의 이치는 인간도 예외가 아니지
내 지금의 섭섭함과 오지 않을지도 모를
쓸데없는 상상으로 꼬질꼬질 접혀진 마음도
사느라고 늙느라니 이러는 거고 그리고 또
잊어 버리고 사는 데에 골몰하겠지
나이드니 찬바람 앞에는 겁나지 않아도
따스한 농담에는 마음이 왜 이리 자주
얼었다 녹았다 하는지
선천성 지병이 있는 울딸내미는 어미인 제게 상처주는 말을 가끔 합니다.
그 이유를 물었더니 엄마 아니면 다른 그 누구에게도 할 수 없어서라는 대답이 되돌아 오더라구요. ㅠ
생사를 오가는 기막힌 상황들이 자주 있는 딸이기에 그저 다 감사다 하고 살기로 했습니다만 어미인 저는 이런저런 아픔을 속으로만 삭이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ㅎ
수피님 반가워요 명절은 잘 보내셨는지요
아 수피님도 가슴에 쌓아 사시는 군요
저도 아이들 사춘기지나 30후반까지 아니 40대 갈 때까지
치열하게 싸웠답니다 싸웠다는 건 상대와 대등해야 하는데
자식이라서 마지막엔 저가 지더라구요
그 세월을 밑천삼아 이젠 서로를 자극 안하려 노력합니다
평안은 공짜로 오는게 아니지요 평안이라는 빛나는 지하에는
숱한 고통과 눈물 한이 더께로 쌓여 있지요
수피님의 고통과 제 고통은 질을 달리 하지만
우리가 어미이고 저 자식을 낳았다는 점은 같지요
고통의 질을 나누어서 보면 비슷할 겁니다
아울러 참아 내야 하는 세상의 어미 마음도
점점 비슷해집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우리 같이 위로하며 살아요 힘드셨던 세월
우리가 죽어야 끝날 어미 된 자의 설움 함께 위로 하며 살아봐요
건강 지키셔야 이렇게 라도 대화 할 수 있잖아요
건강 하시고 요 수피님
운선님.
기어코 댖글 달겠습니다. 이렇게 호응.공감들 하시니
저도요.
아무리 자식이라도.아.다르고.어.다른데 사위분도 무심코 나온 말이겟지요만.
따님이라도 이왕이면 엄마 우리다 퍼주고 남은밥 을 드실라구요.
하든지....
속없이 하는 말에 진짜 잘못넘긴 사탕처럼 운선님 마음 백번 공감합니다.
저의딸은 가끔씩 무슨말을 하는끝에
엄마. 저런거.이런거 버리고.
노래교실도.수영도
맨날 복지시설 다니지말고.
백화점 노래교실댕기소.
엄마가 돈이없나.
수준있는데 다니세요.
한두번 듣다가
은근히 거슬러서.
내가
너거애들 용돈 덥석덥석 주니
부자로 보이나.
나한테 쓰는건 만지작 거리고 못산것이 천지다.
카고.
기분나빠 한마듸햇더니.
.그게 아니고 젊을때.아꼇으니 지금은 엄마자신한테 투자하라는 뜻이였다나.
기가막혀서요.
가까울수록 말한마듸가 마음이 불편할때가
있지요.운선님
우리는 씩씩한 엄마니까 삭입시다.ㅎ
저는 딸과는 깊은 대화를 못합니다
조급해 하며 대화를 잘라 먹는 가 하면
애원하듯 심정을 토로 할려면 바로 비판이 날아 와서
머쓱하게 만듭니다ㅣ 그래서 점점 일상의 짧은 대화가
전부지요 자식이 뭡니까 제 갈등의 원인이고
슬픔의 원초입니다 나는 부모의 정을 못 받아서 이렇게
거칠게 자랐지만 그 보상으로 마구 퍼부어준 내 사랑을
귀찮아 하고 스토커처럼 진저리를 칩니다
사랑을 받지 못한 자는 사랑을 주는 법도 모르니
시행착오였다고 자신을 나무랍니다
아들은 50이 가까워 오던 시기 부터 어미에게
]고분고분 합니다 그 전에는 치열하게 싸웠지요
남이면 원수가 되도 그런 원수가 없지요
더 아이러니 한 건 제 딸 직업이 사회복지 1급
중독센터 상담사 팀장이란 거 ㅎㅎ
간호대학을 나와서 사회복지로 전환했지요
부산대학에서 다시 공부해서
평생 남의 아픔에 공감하며 회복시켜 주는 직업을
하면서 정작 자신의 어미 말은 안 들어 줍니다 ㅎㅎ
그렇게 삽니다 상젤리아님 우리 이렇게 터놓고 살아요
자식 이겨 봐야 뭐 합니까
치사하게 좋은 금요일 되세요 감사합니다 ~
@운선 하하
여러여러 각자마다
모녀관계는 엄청 많치요
운선님 따님 똑.소리나네요.
엄마의 말.의논 푸념은 엄니 머리꼭대기에 있으니. 들을필요없을거고.
직업만 해도 머리터질건데 하하
저의 모녀하고는
운선님 모녀하고는
극과극.동.서 이네요 ㅎ
저의 딸은 용인사는데 하루에 평균 서너번 전화질입니다.
학모.이웃친구.음식
소식인지.뭔지.
제발
적당히통화 하자고.
대구잇는 막내아들은 직장이 저의집근처 영남대학 주.거래 제약영업이라
거의 매일 의사들 접대용 식품.도시락.음식등들고 들락거리니
경비왈
이런 아들첨봣다나
자기아들은 몇달이고
전화한번없다나요.
그만
자랑질이 ㅠㅠ
암튼
아들도 거의매일 전화질이니
제
폰 통화는 주로 ㅋㅋ
쓰다보니
자랑질이
길어저서 죄송
암튼
부모는 엄마는
자식이 보람이요
애인인건 울나라엄니들 ㅎㅎ
젊었을 때는 모질게 마음의 문을 닫았다가
나이가 들면서 마음의 문이 열리고 이해심이 많아져서 그런 것
같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마음이 좁아졌다 늘어젔다 합니다
따님부부는 어머니 건강을 걱정해서 그렇게 말하지 않았나 생각은 되지만
좀더 어머니의 입장을 헤아려 말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으신것 같습니다
저희는 설날이라야 올데도 갈데도 없고 하나뿐인 딸이 서울에서 내려와
이틀간 집에 있다 갔습니다
아내는 딸이 안왔으면 좋겠다 하면서도 많이 준비하고 바라바리 챙겨줍니다.
그나마 딸이 안왔다면 아주 적적한 설연휴가 됬을것 같았습니다
ㅎㅎ 무슨 생각으로 말했던 딸이 하는 말 보다 사위가 하는 말에 제가 당황해서 우물쭈물 했던 거 같습니다 이제 다 잊었어요 별거 아닌 일을 제가 늙어서 그런가 봐요 마음이 왜 그렇게 좁아지는지 그산님 명절 잘 보내셨나요 ㅎㅎ 외동딸 얼마나 귀합니까 아직 결혼 안 했나요?
@운선 네 앞으로도 안한답니다
서울에서 5살위 선배언니와 고양이 세마리키우며
사는데 언니가 너무 좋아 마음은 놓입니다
@그산 저런 요즘 저럽니다
부모 속 타게 저는 포기 합니다 벌써 오십입니다
전 신혼때 딩크족을 고집했는데
신랑이 장남이라고 기어이 자식을
낳자고.
지금 한 아들 때문에
그것도 같이 살고 있어서 제가
많이 힘드네요.
자식은 품안에 있을때가 자식이더군요.
마음 비우고 살려고 노력중입니다~~
그래 자식은 하나든 둘이든 마음이 쓰이지
어리면 어린대로 나이들면 든대로 부모의 길은 쉽게 가는 법이 없지
네 우리들 마음을 표현 잘 했습니다.
자연님 고맙습니다~^^
운선작가님,
나이따라 심사(心思)도 가끔은 울뚝배기
너울거리기도 하나 봅니다.
내 자식이기에 서운함도 어찌보면 내 가족이기에
그렇기도 하고 또 내일이면 언제 그랬냐는듯
별일 아니게 무덤덤하기도요.
그래도 마음은 갈대라고 왔다갔다 변화래도 있으니
아직은 살아 숨쉬니 그렇구나 하면서 고마운 생각도 드네요, 하하
올 새해에도 멀리서나마 작가님의 찐팬이 언제나
건강무탈(健康無頉)하시라고 두손모아 기도 하며
힘차게 6번째로 추천(推薦)드립니다, 하하., ^&^
저는 찐팬이신 삼족오님 덕분에 삽니다 ㅎ ㅎ 이곳은 입춘 한파로 춥습니다
삼족오님계신 곳은 춥지 않으신지요 그저 옥체만강 하시옵소서
가족사랑 카페사랑 어디 하나 모자름없이 대하시는 삼족오님 올해 누구보다 가족과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