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 토요일에 손님 열분이 온다.
부부 모임이다.
한때는 보름에 한번, 여름엔 주말마다
모여서 술 마시고 우리 집에서 자고.
내가 목, 허리, 발바닥 다 아파서
손님 치루지 말자 해도 이번에도 역시나다.
내 허락 안 받고 무조건 통보식이다.
계원중 한분이 기르던 닭 5마리를 주겠다고.
어느날은 여고동창이 울산에 왔는데 처음 본
내 친구 앞에서 내 흉을 봤다.
그녀는 간 큰 남편과 살고 있는 내 친구가
참고 사는게 대단하네요 한마디 하고.
친정 이모님께서도 너 성격에 이혼 안하고
사는게 신기하다고 하셨다.
로또 같은 우리 부부.
술을 안마신다고 나를 위해 술 한잔 하자는
말도 안한다.
여행 좋아하는 나에게 여행 얘기도 안꺼낸다.
노래 좋아하는 날 위해 노래방 한번 가자는
빈말도 안하고..
깐깐하고 자신감이 한도 초과였던 내 남자.
결혼생활 37년을 돌아보니 기쁜일 보다는
슬픈일이 많았던 지난 세월들.
특히 나를 사로 잡았던 천리안 통신은 산후
우울증이 심했을때 알게 됐다.
아이 둘을 키웠을 때 숨통 쉬었던 사이버 공간.
90년대였다. 30년전 세월이었나?
시내에서 모임 갖고 어린 후배 어깨 톡톡
두들기며 잘가라고 했던 상황.
신랑이 그 모습을 우연히 봤나 보다.
내게 다가와서 물어보면 될 것을.
집에 와 보니 엄청 비싼 가격에 산 IBM PC
두 대가 욕조에 담겨져 있었다.
그리고 비싼 도자기들을 사정없이 깨부수고.
이혼 이야기는 열 번도 더 넘게 말했다.
고부갈등때 정점을 찍었다.
내편은 안들고 모자간에 나만 몰아부치고.
신랑은 아이들도 있으니 안해 준다고.
그럼 졸혼이라도 하자고 말해도 그것도 안된단다.
그때 한마디 던졌다. 모임 나가는거 간섭하지
말라고.
올드팝송 모임에 몇 번 나가고 더 이상 나가지
않았다. 다투기 싫어서.
큰 딸 하늘에 별이 되었을때 신랑에게
첫번째 우울증이 왔다.
결혼한지 4년차.
나보고 서울 가라고 했다.
내가 이때 서울 갔으면 내 인생은
어떴게 됐을까.
지금보다 더 잘살고 있었을까?
그시절엔 신랑이 불쌍해서 이혼 할 마음이
안생겼디.
세월이 흘러 회사 업무량 때문에 두 번째로 심한 스트레스가 와서 공황장애, 우울증 오고.
내가 해결 해줄 방법은 없었다.
퇴직전에도 특허를 열 몇 개 내더니 퇴직후에도 특허내서 만들어 판단다.
살면서 아내 말을 아예 듣지 않았던 별로
안친한 내 남자.
노후자금 3억을 논에 투자하고.
200평 집 옆에 140평 촌집을 또 구입.
그러다가
코로나로 인해 잘나가던 자영업도 폐업.
또 다시 세 번째 우울증.
작년 11월경 삶방 출석부를 못 쓸 정도로 나도
우울증이 같이 와버렸다.
깊이 침잠하고 있다가 어느날 불쑥 나를 괴롭히던
못된 병.
이래저래 7년 수면제 먹다가 끊어버렸다.
세월이 약이다. 다 지나간다.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다.
내겐 잔소리 대마왕이자 간섭도 심하지만 마음은 비단결처럼 고운 남자.
특허낸 사다리 가로대가 우리밖에 없다.
가설자재 가게에 영업하러
전국 여행도 할겸 물건 팔러 다니자 했더니
내성적인 이 남자 고개를 흔든다.
알바로 생활비 충당하러 간다고 면접보고 오더니 지게차 자격증 없다고 떨어졌단다.
오기가 생겼는지 배움카드로 지게차 학원 다닌다.
마을버스 좀 몰아보겠다고 대형면허도 따고.
1월 16일 삶방 모임날은 37주년 결혼기념일.
아들들과 신랑은 기념일도 모르고.
독신을 고수한 내게 눈물 흘리며 결혼하라고
부추긴 엄마도 볼겸 서울 나들이.
수많은 세월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간다.
결혼해 보니 운전면허증도 없는 신랑.
서울은 모든게 앞서간다.
당장 면허증부터 따라고 했다.
울진에서 포항으로 시험 보러 간거 같다.
37년전인데 신혼방에 전화기도 없고.
한번에 시험 붙어서 기뻤던 그날.
이번에 두번째 시험.
궁금해서 전화 해보니
지게차 시험을 단 한번에 합격.
다시 5일간 공부하고 붙은 굴착기 이론시험.
69세에 갑자기 밥도 안먹고 공부 하는 선비가
되어 버렸다.
자기 전에는 일어, 영어 공부 한다고 유튜브 보고.
굴착기 붙으면 나무의사, 조경사
시험 본다고.
평소에 잔소리, 간섭이 심해 스트레스가 한가득.
내 마음속에 애증이 가득했었는데
어느날부터 신랑이 달리 보이기 시작.
그래, 내년이면 칠순인데 가정을 위해 돈벌려고
노력하는 저 남자.
내가 마음에 안들면 신랑도 날 얼마나
마음에 안들까.
시골 여자랑 결혼하지, 철없는 서울 여자랑
산다고 저 사람도 수시로
담 결리듯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까.
최근에 다투고 나서 며칠 촌집에 안갔다.
궁금해서 시골집 CCTV를 보니
토란알을 다듬고 있었다.
순간 눈물이 나며 울컥울컥 .
다투는게 싫어 어지간해선 내가 피한다.
그런데 사소한 일로 또 다투었다.
오만정이 다 떨어져 며칠 안갔다.
촌집을 cctv로 보니 선물 들어온
단감을 혼자서 기계로 다 깎아 놓았다.
전생에 여자였을거야.
앞으로 남은 인생, 측은지심에 하나 더 추가.
습관성 잔소리도 잠자는 자장가라고 생각하고
존경하면서 살아가보자.
우리네 삶이 싸우고 화해하구 인정으로
또는 추근지심 으로 살고
모든 부부들이 내색들은 안하지만 다들
그러구 사는것 같아요
서로가 마음을 조금씩
비우면 좋은날 이. 더 많을 겁니다
그래도 현정씨 남편 대단하네요
새해에는 현정씨네 가족모두
행복 😸 😺 😊 ☺️ 하세요ᆢᆢ
언니~~
오랜만이네요
어찌보면 사람 사는거
다 거기서 거기다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제삶은 더 파란만장
같다고 생각할까요.
말년의 행복을 기다려 볼래요 ~~
것 참 ....
여기 제 자신 또다시 돌아보게 됩니다
시골여자 서울로 불러올림 당해서
사십여 년 동안 그리 여기고 살았을까
온갖 상념이 떠오릅니다
제 발이 저리다고...
그치만 이제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生 을 살아 갑시다 ~
선배님
지금쯤 스키장이나 설악산에
계시겠네요. 한라산에 눈이
많이 왔다죠?
신랑은 오로지 살림밖에
모르는 순한 시골아가씨랑 결혼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전 주부의 길보다
행복한 이기주의자였거든요.
글도 써야 하고
여행도 등산도 가고 싶었고
혼자 있는 시간들을
좋아했는데 신랑은
술도 안마시면서 수시로
사람들 보고 놀러 오라 하고.
이런일들 때문에 끊임없이
다투었거든요.
살아온 환경이 어느정도
비슷했으면 별로 다투지는
않았을거에요.
행복한 저녁 되세요~~
잔소리도
자장가로 생각하고 존경..
현정님의
착하고 고우신 마음 읽을 수 있군요
하루 늦게 다녀갑니다
선배님~~
연휴 잘 보내셨나요?
올해부터는 신랑의 입장에
서서 살아보려고 합니다.
제 자신을 한번 내려 놓아
보려구요.
남은 시간도 파이팅입니다 ~~
모임에서 무대위를 즐기던 모습이 선한데
부부란 애증과 측은지심 그 과정으로
사는걸까요ㅠ.ㅠ
저도 도시녀가 산골로 시집갔지만
남편의 시골생활 전원생활도 딱 질색하네요
촌 싫다고ㅠ.ㅠ
이제껏 견디며 잘살아오셨으니
조금씩 내시간도 찾으며 지혜롭게요
살다보면 피할수 없는 일들이
많더군요.
전 흥이 많아 여행. 등산.노래를
좋아하는데 현실에선 자주
하기가 힘드네요.
올해는 저를 내려 놓는 연습을
해보려구요.
울산은 비가 옵니다.
신랑은 호박 조청 만든다고
일하고 있다네요.
전 폼잡고 글쓰기에 딱 좋은
날씨인데요~~
아파트에 있는 전 안절부절.
촌에 가야 제 마음이 편하겠지요?
파이팅입니다~~
아효ㅠㅜ
그냥 눈물이 ㅠㅜ
현정님 고생하셨어요
복받으실 현정님
이젠 측은지심 그 마음으로
남은 여정 남편분과 아끼고ᆢ 챙겨주며
편안하시길요
해피 설날 잘 보내셨나요?
자고로 주방에 여자 두명이
있으면 탈납니다.
신랑이 나이 먹어가니 여성호르몬이 많이 나오나봐요.
가만 생각해 보니 신랑은
살림 하는게 재미 있나 봐요.
전 재미가 없구요.
오늘도 호박 조청 한대서
반나절 일하고
왔네요.날씨도 추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