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진혁(농수산홈쇼핑)이 하루에 양궁 세계신기록 세개를 세웠다. 오진혁은 4일 울산 문수양궁장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리커브 개인전 예선 90m와 4거리 합계(30m·50m·70m·90m), 단체전의 세계기록을 모두 새로 썼다. 경쟁을 벌이는 외국 선수들까지 "대단하다"고 박수를 보냈다.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고 경배하듯 팔을 올리는 익살스런 제스처로 오진혁을 축하하는 선수도 있었다.
좋은 기록을 내려면 일단 '폼'을 잘 잡아야 한다. 한국 선수들의 슈팅 자세는 교과서로 통한다. 멕시코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이웅 감독은 "한국 지도자가 외국에 나가면 보통 5년 이상 장기 계약을 한다. 기초 자세부터 바로잡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했다.
■'3T'를 그려라
양궁 자세의 핵심은 활을 쏘는 자세에서 만들어지는 '세개의 T자'로 요약할 수 있다. 'T폼(T-form)'이 기본이다. 활시위를 당긴 팔이 화살과 수평으로 동일 선상에 있어야 하고, 신체의 무게중심은 지면과 수직을 이뤄야 한다.
'T폼'은 시위를 당겼다가 놓을 때 발생하는 힘을 화살에 가장 효율적으로 전하는 자세라 체력소모가 가장 적다. 이는 몸의 떨림과 움직임을 줄여 화살이 표적의 일정한 방향에 꽂히는 '시착군(矢着群)'을 형성하는 데도 중요하다.
머리 위쪽에서 볼 때 사선(射線)과 활이 이루는 모양, 사선과 과녁까지의 가상선 역시 'T'자를 이뤄야 한다. 통산 올림픽 금메달 4개를 딴 김수녕은 역대 한국 최고의 슈팅 폼을 지닌 선수로 평가받는다. 이에 비하면 오진혁은 시위를 당길 때 오른쪽 팔꿈치를 약간 들어 올리는 버릇이 있다.
작년 베이징올림픽 여자 대표팀을 이끌었던 문형철 감독은 "우리 선수들은 외국선수에 비해 어렸을 때부터 정확한 자세에 숙달한 상태에서 자신만의 신체적 특성과 습관을 적용한다"고 말했다.
■'오조준(誤照準)'의 미학
물론 '3T'의 기본자세가 전부는 아니다. 양궁엔 '자연'이라는 변수가 있다. 특히 바람에 민감하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바람이 불 경우 과녁 한가운데로 쏘면 화살이 바람에 밀려 과녁을 벗어나기도 한다. 이럴 땐 일부러 과녁 왼쪽을 겨냥하는 '오조준'을 한다.
활에 달린 조준기(sight pin)를 밀어 '영점(零點·조준점과 시착점이 일치)' 자체를 틀리게 맞추기도 한다. 1996 애틀랜타 올림픽 2관왕 김경욱은 "우리 선수들은 상대가 쏜 화살이 과녁에 맞는 것을 보고 오조준의 정도를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본적인 슈팅과 오조준이 조화를 이뤄야 세계수준의 '전천후 선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풍향과 풍속이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는 것이다. 2006 도하 아시안게임 여자 개인전 결승에선 박성현이 윤옥희를 95대91(120점 만점)로 이겼다.
종잡을 수 없는 돌풍 탓에 평소보다 점수가 15~20점 낮았다. 바람을 달래기 어려울 땐 강한 활과 단단한 화살을 쓰는 '강궁(强弓)'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 9/5일자 조선일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