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7일 신년들어 와서 처음 방송된 KBS TV "아침마당"에서 다룬 것은 "호주제 폐지"에 관한 방송이었다. 이 프로는 아침 시간대(8:30-9:30)에 편성되어 대부분 시청 대상자가 주부들인데 이날 방송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호주제와 관련한 프로로서 "엄마성을 따를수 있다고요?"라는 이상한 부제를 달고, 사회자(이금희, 손범수)의 공정치 못한 프로그램 운영으로 방송시간 40여분 동안만 무려 100여통에 달하는 네티즌들의 항의글이 시청자 게시판에 폭주하였다. 이들의 항의 내용은 호주제에 관한 이날 KBS 방송 태도는 누가 보더라도 납득하기 어려운 불공정한 편파방송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는 것이 일관된 중론들이었다.
"일반적으로 요청되는 토론방송에서 사회자가 왜 중립적인 입장을 가져야 하는지 그 중요성을 망각한 처사" (kyungba0423), "오늘 방송을 보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호주제 폐지가 기정 사실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계류중인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방송해도 되는가?"(kony5), "호주제 폐지에 따른 부작용...비용 그리고 문제점에 대해서 호언장담하는...그 모습이 어이 없었구요..."(hayungil), "폐지 반대쪽이 말을 하면 여자 MC(이금희)가 잘라먹고...남자 MC(손범수)는 본인이 남성이어서 조심하는 건지 별루 말도 못하고 있구요... 진짜 웃기더라구요..."(hanrnara), "이금희씨는 시종일관 한쪽 주장하는 출연자들과 동조하여 맞장구치고 안타까워 하는 모습을 계속 보인 것은 분명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심적으로 동의하더라도 사회자는 객관적이어야 하는데 그렇치 못한 것은 프로그램을 불쾌하게 만드는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bonjoursos) 대부분 네티즌들은 방송 진행자가 균형 감각을 상실한 것은 물론, 이날 방송한 호주제 프로그램의 본질적 의도가 무엇이었는지 의심스럽다는 질책성 힐난이 쏟아졌다.
그리고 이들 대부분은 호주제를 왜 폐지해야만 하는지 폐지에 대한 설명에 대해 국민이 납득치 못하는 부분이 많다고 한결같이 지적하고 나섰다.
출연자 선정에 있어서도 호주제 폐지측은 곽배희씨 등 핵심적인 인물로, 보다 전문적인 사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 폐지 반대측은 한자학원 훈장님과 연극배우 윤문식씨 등으로 전문가가 아닌 사람을 불렀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은 납득하지 못하였고, KBS의 일방적인 프로그램 진행은 이를 보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짜증나게 하는 차원을 넘어서 공영방송의 자질과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폐지쪽 출연자들이 말한 "호주제는 남성 우월적 제도이므로 폐지가 마땅하다"는 주장에 대해 일반인들이 생각하기에는 얼른 이해가 가지 않는 말들을 쏟아내면서 그 의아심을 증폭시켰다.
곽배희 소장은 호주제폐지의 이유로서, "지금까지의 남녀 불평등은 우리나라의 부계혈통 때문이었다. 그리고 부계혈통의 근간에 호주제가 있다. 호주제를 폐지해야 명실공히 남녀가 법적으로 동등한 위치에 서게 된다" 하였는데, 호주제가 없어지면 부계혈통이 없어지고 호주제만 폐지하면 남녀가 평등해질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한 개인의 소견일 뿐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같은 민족으로서 북한을 보자. 북한은 호주제를 폐지하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가족법"으로 대치한지 오래 되었음은 익히 알려져 있다. 북한의 가족법은 지금 여성단체에서 주장하는 바 그대로 반영 유지하고 있다.
그 예로서 "리승만 도당의 친족법은 결혼과 기타 가족생활 전면에 걸쳐 가족성원들에 대한 가부장적 호주의 광대한 권력을 고착시키고 있으며, 로골적인 남녀불평등과 녀성의 노예적 종속에 립각하여 있다."(조일호 1958), "공화국 가족법은 가족관계 규제에서 남성에 대한 녀성의 완전한 평등된 원칙으로부터 출발하고 있다."(조일호 1958), "가족관계에서의 남녀평등 - 남편과 안해의 평등, 부친과 모친의 평등 등등은 우리 가족법 전체를 관통하는 기본원칙의 하나이다." 등 북한 가족법 개정의 이유와 지금 여성단체에서 주장하는 여러 이유 중 상당부분이 그 맥을 같이 하고 있는 점은 도저히 이를 우연이라고만 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북한의 가족법은 가정에서 부부의 평등이 강조된다. 그러나 50여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부계혈통 계승을 원칙으로 남편의 권위의식과 맏아들이 집안의 대를 잇는다는 관념은 강하게 남아 있으며, 제사 양식과 남아선호는 옛날 그대로 여전하다. 이런 점은 호주제에 있어 양식과 내용의 차이는 있지만, 일찌기 폐지한 중국(문화혁명에 의한)과 일본(미군정에 의한)에 있어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왜 그런가?
이러한 사실은, 지금까지 여성단체에서 일관되게 주장해온 바 "우리나라는 남성우월적 부계계승에 남아 있어서 남녀 불평등이 재생산된다"는 주장이 얼마나 설득력이 부족한지 잘 알 수 있으며, 이는 현행 호주제와 이들이 주장하는 이유와는 전혀 상관 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입증해 주는 것이기도 하다. 호주제가 폐지되기만 하면 여성 문제가 모두 풀릴 수 있다는 것은 처음부터 매우 잘못된 주장인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여성단체는 이런 잘못된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사실이 이러한데 호주제 폐지만을 고집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날 윤문식씨가 곽배희씨에게 질문한대로 많은 국민들은 "호주제를 꼭 폐지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라고 말하며, 개정보완으로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이날 아침마당은 프로그램의 의도가 어디에 있든 사실의 진위여부를 떠나, 유치하리 만치 무모하게 한쪽만을 편들어 호주제 폐지의 당위성을 애써 강조하는 듯한 여성사회자의 이상한 태도라든가, 제시된 여론조사도 그 객관성이 심히 의심되고, 통계수치의 인용에 있어서도 사전 검증을 하여 공정하고 신뢰성 있는 프로그램을 제작했어야 마땅할 것이다. 그것이 공영방송의 도리이고, KBS가 존재하는 목적이 아니던가?
이날 방송된 아침마당은 처음부터 일부 단체의 홍보의 틀에 짜맞추어진 의도된 방송이 아니었나 하는 의심을 모든 국민은 하고 있는 것이고, 이런 의심은 호주제 폐지의 진의에 대한 의심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작년 이때 쯤 가족 문제를 다룬 대표적으로 두개의 방송 드라마가 있었다. 하나는 KBS의 "호주제 폐지"라는 다분히 의도적인 "노란손수건"과 SBS의 인간미 넘치고 가족의 진솔한 면을 보여준 드라마 "홍소장의 가을"을 꼽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 나타난 국민적 관심도는 우리 국민이 어떤 가족을 원하고 있고, 어떤 형태의 가족을 지향하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는 대표적인 드라마였다고 생각된다.
KBS는 호주제 문제에 있어서 국민이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알고싶어 하는지를 잘 헤아려야 할 것이다.
객원기자 ´푸른솔´(필명)은 호주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관련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는 회원입니다.
[푸른솔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