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식이 있음을 자랑함에 대하여
나는 어릴 적에 이탈리아 희극에서 선생님들이 언제나 엉터리로 취급되어
선생이라는 별명이 우리들 사이에 조금도 영광스런 의미를 갖지 않음을 알고 부아가 났었다.
그들의 지도와 보호를 받고 있는 터에 내가 어찌 그들의 평판에 관하여 고심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나는 여느 속인들과 드물게 탁월한 직책과 지식을 가진 인물들 사이에 있는 본연의 불균형을 들어서,
선생님들을 변명해 보려고 하였다. 그러나 가장 활달한 인사들이 그들을 가장 경멸하는 자들이고 보니,
나는 결국 무엇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어졌다. 그 증거로 성품이 좋은 우리의 뒤 벨레도 이렇게 말한다.
나는 특히 현학적 지식을 미워한다.
이 버릇은 옛날부터 있는 것이다. 플루타르크의 말에, 그리스 말과 문자란 말은 로마 인들에게는 비난과 경멸을
의미하던 것이었다고 한다.
그 뒤에 나이가 들어가면서 나는 여기 당연한 이유가 있고, "가장 위대한 학자는 가장 위대한 현자가 아님"(라블레)을
알았다. 그러나 그렇게도 많은 사물들에 풍부한 지식을 가진 인물이 어째서 그것으로 더 생기 있고 사리에 밝아지는 것이 아니며,
또 천하고 상스럽고 비속한 인간이 세상이 가져 볼 수 있었던 가장 탁월한 사상과 판단력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그 자격이 개선되지 않는 일이 있을 수 있는가 나는 아직도 의문을 품고 있다.
그것은 다른 사람들의 강력하고 위대한 지식들을 너무 많이 받아들이다가(우리 공주님들 중의 으뜸가는 한 소녀가 어느
인물을 두고 내게 이야기한 말이지만), 남의 지식에 밀려서 자기 판단력은 짓눌리고 억압되어 오그라져 버리는 것이다.
나는 식물이 습기가 너무 많으면 질식하고 등에 기름이 너무 가득하면 불이 꺼진다는 식으로 말하고 싶다.
그와 같이 정신작용은 공부와 지식과 재료가 너무 과하면, 아는 일이 잡다하게 많아서 거기에만 사로잡혀 당혹해 버리고
사리를 풀어 볼 방법을 잃으며, 이 무게때문에 학자는 허리가 굽어지고 곱사가 되는 것이라고 본다.
- 몽테뉴 수상록 발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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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테뉴는 프랑스 왕 앙리 3세와 앙리 4세의 시기에 살던 인물입니다.
앙리 4세는 우리의 세종임금 쯤 되는 비중이랍니다. 앙리 4세비 마르그리트 공주와도 친밀한 사이였다고 하네요.
(현명한 왕 앙리 4세의 어벙한 모습이 영화 "여왕 마고" 에 나옵니다.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좀 야해서 아이에게는 아직 안보여주었네요.
권모술수가 판치는 프랑스왕정과 유명한 왕비 카트린 드 메디치도 등장)
매력적인 역사 인물 가운데 몽테뉴가 자주 꼽히길래 알고 싶어서 요즘 몽테뉴수상록을 읽고 있는데
솔직하면서 생각이 깊은 인물이군요. 자신은 스스로를 항상 둔하고 어리석은 사람으로 부끄러워하였지만요.
둘째가 책을 너무 안 읽어서 책 제목이라도 들려주려고 이 엄마는 노력합니다.
초딩 6학년때는 잠 잘 때 " The prince 갖고 온나 " 하고 책을 꺼내오게 한 뒤 꼬옥 안고는 잠들 때까지 부분 부분 읽어주었답니다.
마키아벨리 군주론입니다 ^^. 실은 제가 읽고 있는 것이었는데 애한테도 들려주고 "흐음, 그렇군" 하고 공감하면서
말이죠.
요즘은 둘 다 너무 피곤하여 어느 한 명이 먼저 잠들어 버리지만, 시간이 날 때 마다
"엄마가 이런 부분을 읽고 있는데 말이다....어쩌고 저쩌고" 하고 말해줍니다.
그러면 " 엄마, 나도 나중에 꼭 그 책 읽어볼래요. 읽어 보고 싶어요" 하고 반응하는군요.
이렇게 이야기드리면 '고상한' 책만 읽는다고 착각하실 수 있겠는데요, 애들이랑 만화책도 같이 봅니다.
소장 만화책이 좀 됩니다. 좋은 만화는 애 아빠에게도 읽어보라고 권합니다만 이원복교수의 만화밖에 읽지 않는 답답한
남편이네요 ^^ . 전 역사전공이 아니지만 역사에 흥미가 있어서 지금도 관련 분야를 즐겨 읽어보는데요
생각해보면 저의 역사에 대한 이 관심은 제가 초딩 3학년 시절부터 열심히 읽어 온 만화에서 비롯된 것 같습니다.
만화를 잘 이용하면 집중력과 흥미, 지식이 향상됩니다.
(저도 그렇고 아이들도 그렇고 학습만화는 너무 재미가 없어서 안읽습니당. 소위 쓸데없는 만화를 꽤나 읽습니다 ^^ )
책과는 담을 쌓은 둘째가 초4일 때 이태리-스위스-프랑스를 여행가는데 당시 이태리는 두번째 여행이라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
프랑스 역사를 공부시키려니 책을 읽지 않는 아이에게 무리였습니다.
즐겁게 공부 시키려고 만화 '베르사이유의 장미'를 한질 사주었더니 무려 1주일에 걸쳐서 다 읽더군요.
여행가서 (자유여행) 일일가이드를 써서 루브르 하루, 베르사이유 하루 , 지베르니 (모네의 정원)와 오베르 쉬 와즈( 고호의 사망지)
를 도는데 애가 눈을 반짝이며 가이드의 설명을 다 알아듣더군요. 만화의 위력을 절감했습니다.
다들 가정에서 교육에 힘쓰시고 계시겠지만, 저 같은 경우는 왜 사교욱을 줄이려고 애쓰는가 생각해보니
아이들과 함께 있는 것이 너무 즐거워서, 사교육에 바치는 그 시간을 뺏기지 않으려고
가능하면 아이들과 함께 놀려고 한 것이었네요.
맞벌이라서 낮동안 아이들 얼굴을 못보니까 밤과 주말에 조금이라도 함께 하려는 것이지요.
아이들은 금방 크고 다른 세상으로 나가야 하니 어렸을 때 조금이라도 더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물론...같이 즐길 거리를 항상 찾아야죠 ^^
첫댓글 오늘도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늘 감사합니다. 무척 훌륭한 부모를 만난 아이들인 듯 하네요.
영화와 만화를 부모와 함께 보는 아이는 얼마나 행복할까 하는 생각을 님이 쓰신 글을 읽으며 매번 탄복합니다. 저는 요즘 '태양계'에 빠져 있는 아들놈 덕에 뜻하지 않은 천체공부를 하고 있답니다. '엄마, 지구는 왜 고리가 없어?', '태양계라고 하지 말고 목성계라고 했으면 좋겠다' 등등 뜬금없는 아이의 질문을 받을 때마다 당혹스럽답니다. 아이가 어려서 아직 만화를 제대로 볼 수 없지만 언젠가 때가 되면 어릴적 봤던 만화를 함께 볼 꿈에 부풀어 있습니다. '베르사이유의 장미', 정말 좋은 만화죠 ^^
그렇군요. 저는 만화 -특히 쓸데없는 만화라고 하신 그런 류- 에 유독 민감한데, 아이가 어휘력이 딸리는데 만화에 편안히 안주하다보면 더욱 그렇게 될까봐서요. 좀 '좋아지는' 면과 '즐기는' 것 사이에 늘 갈등합니다. '같이 즐길 거리'부분에 공감하면서 잘 읽었습니다.
EPL LIVE 중계를 보며 우리나라는 한밤중인데 영국은 어떻게 축구를 할 수 있냐는 아들 질문에 지구본과 후레쉬를 꺼내 왜 한국과 영국이 밤낮이 바뀌어 있는지를 설명해 줬습니다. ㅎㅎ 오스트레일리아는 왜 지금 여름이냐는 질문은 아직 안나오네요~ 닷새후면 6살이 되는 꼬맹이를 위해 미리미리 교구를 준비해 놓던가해야 할 것 같아요!!
인생에 길고 크게 배울 때가 3번 있다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배우는 본인의 성장 시기, 자녀들로부터 배우는 시기, 손자로부터 배우는 시기.
나중의 시기로 갈수록 더욱 복되어야겠지요. 맨발각시님, 고야님, 겉모습은 우리가 아이들의 부모이지만, 실은 아이들로부터 즐겁게 배우고 있지않나요?
어서 키워서 영국에 같이 축구보러 가십시오 . 우주선타고 목성에 같이 가는 꿈도 공유하시구요 ^^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너무 즐겁다는 기버님이 너무 멋지네요! 저도 항상 되뇌이는 말입니다. 아이가 나랑 놀아주는 시간은 인생에서 그리 길지 않다고...
도전 받고 갑니다. 방학이면 언제나 동네 만화책방에서 못본 소녀시절의 순정만화를 한가득 안고 오는 아내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는 우리 남편앞에서 주눅들었는데 님의 글이 제 마음에 위로가 됩니다. 아이들과 같이 못 놀아주는 맞벌이 엄마로써 다시한번 마음속 깊이 사랑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