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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3, 엑스맨3, 슈렉3, 캐리비안의 해적3, 미션 임파서블3 등 (제작사가 고심해 결정한 섬세한 부제들은 가볍게 무시한 채) 우리가 통칭 쓰리라고 불렀던 영화들의 존재는 그것들의 개별 성과와 상관없이 2연속 홈런 기록 하나만으로도 그해 블록버스터의 몫을 톡톡히 했다. 1~2년 전에 일찌감치 정해진 개봉일과 주인공 얼굴을 달랑 합친 거만한 티저 포스터로 일찍부터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던 이 속편들의 물결이 또 한 차례 갔다. 2008년 개봉예정인 할리우드 및 아시아 블록버스터 12편을 선별해보니 그 상징적인 3편보다는 몇개의 2편들(나니아2, 헬보이2 등)과 반가운 4편 그리고 시리즈 고정팬들의 호주머니에 의지할 수 없는 새로운 작품들이 고루 포진한 점이 눈에 띈다. 각색이 아닌 오리지널 시나리오들은 여전히 적은 편. 브라이언 싱어의 <발키리>, <니모를 찾아서>의 감독 앤드루 스탠튼의 신작 애니메이션 <월E> 정도가 할리우드에서 나온 오리지널 스토리이고 아시아에서는 주성치의 신작 <CJ7>만이 그 경우에 해당된다. 그러나 루카스-스필버그의 오랜 신작 <인디아나 존스> 4편을 기다린 팬들은 얼마나 많을 것이며 오우삼의 아시아 복귀작이 될 전쟁사극 <적벽>을 기대하는 팬들은 또 얼마나 많을 것인가. 극영화 연출 복귀작으로는 <매트릭스3 레볼루션> 이후 5년 만인 워쇼스키 형제를 반길 팬들도 적지 않을 터. 지금까지 공개된 스틸사진을 중심으로 12편의 미리 보기를 마련했다.
<다크 나이트>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출연 크리스천 베일, 히스 레저, 아론 에크하트, 게리 올드먼, 매기 질렌홀, 킬리언 머피, 모건 프리먼, 에릭 로버츠, 마이클 케인 수입·배급 워너브러더스 개봉예정 7월31일
아나키스트 조커의 모습이 궁금하다 크리스토퍼 놀란에겐 속편에 대한 확신이 사실 없었다. 그는 <배트맨 비긴즈>(2005)를 연출해 시리즈를 기사회생한 장본인이면서도 이제 배트맨에 관한 새로운 플롯과 테마는 더 없을 거라 마침표를 찍어두고 있었다. 속편의 가능성을 준 것은 조커였다. 팀 버튼과 잭 니콜슨의 조커가 아니라, 코믹북 <배트맨> 시리즈 초기에 등장한 오리지널 조커의 기괴한 이미지가 그에게 영감을 주었고 놀란은 조커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속편을 가능하게 할 것을 확신했다. 조커는 <다크 나이트>에서 고담시를 새로운 혼돈에 몰아넣는 범죄자다. 배트맨이 고담시의 지방검사 하비 덴트(아론 에크하트), 제임스 고든 중위(게리 올드먼) 등과 연대해 겨우 이룩한 평화를 보란 듯이 망가뜨리는 대형 은행절도범이자 배트맨의 분노를 사는 적수. 로빈 윌리엄스, 폴 베타니, 에이드리언 브로디, 스티브 카렐 등이 줄줄이 관심 보인 이 역할에 캐스팅 된 배우는 히스 레저. 놀란은 그가 겁이 없기 때문에 캐스팅했다고 한다. 히스 레저가 조커에 관해 제시한 아나키적 해석이 맘에 든 이유도 있었다. 막상 캐스팅이 되자 레저는 이 역할이 몹시 어려울 걸 예상하고 불면증에 시달리다 한달간 호텔 칩거에 들어갔다. 섹스 피스톨스의 시드 비셔스와 <시계태엽 오렌지>의 파괴적인 주인공 알렉스의 이미지, 조커가 주인공인 그래픽 노블 <더 킬링 조크> 등을 참고하면서 그는 전혀 새로운 목소리, 포즈, 심리상태의 조커를 연구하고 조커의 심정으로 일기를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주요 촬영지는 1편과 마찬가지로 시카고. 촬영기간 동안 사람들의 관심을 피하기 위해 제작진은 <로리의 첫 키스>라는 가짜 제목을 내걸기도 했고(이를 두고 리처드 로에퍼는 그게 위장인 걸 광팬들이 모를 리가 있나? IMDb만 쳐봐도 뭐가 뻥인지 다 나오는걸~이라고 코멘트했다), 전편에서 배트맨의 연인 레이첼 역으로 출연했던 케이티 홈즈는 이번 개런티가 본인 뜻만큼 인상되지 않아 출연을 거절했다. 역할은 매기 질렌홀에게로 옮겨갔다. 배트폿이라는 이름이 붙은 새로운 배트카, 아니 배트사이클의 등장도 속편의 흥밋거리 중 하나. 놀란은 속편에 가장 영향을 끼친 영화가 <히트>라고 말했다. 이번 영화가 배트맨 대 조커의 모양새가 될 것임을 감안하면 놀란의 <히트> 언급은 곧 두명의 주인공이 대면하는 마지막 순간이 영화 전체의 스토리와 감정을 좌우할 것이란 말로 풀이해볼 수도 있다. 히스 레저의 조커와 맞서야 하는 다크 나이트의 크리스천 베일은 다음의 촌평을 남겼다. “나는 구원자의 역할을 계속할 것인가? 아니면 모든 걸 그만두고 평범한 삶으로 돌아갈 것인가. 어린 시절의 기억을 끄집어내 그 속의 분노를 다스리다보면 당신은 당신의 악마를 불러들이게 된다.”
<적벽>
감독 오우삼 출연 양조위, 장첸, 금성무, 조미, 고유키 수입·배급 쇼박스 개봉예정 7월, 12월
적벽대전을 눈으로 확인한다 할리우드에서 돌아온 오우삼 감독이 고국의 붉은 절벽에 오르는 길은 시작부터 험난했다. 서구 주요 매체들이 아시아 최대 블록버스터가 될 것이라며 관심을 보인 대서사극 <적벽>의 첫 촬영날, 주유 역의 주윤발이 하차를 선언했다. 수정된 시나리오를 일주일 전에 받아 준비할 시간이 없다는 것이었다. <색, 계> 촬영을 끝내고 지친 심신을 달래려던 양조위도 <적벽>의 제갈량 역을 제안받았을 때 베이징어를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다며 이미 거절했다. 일주일 사이 두명의 배우를 한꺼번에 잃은 오우삼(<가디언>)은 주윤발이 떠난 주유의 자리에 양조위가 와줄 것을 재청했다. 프로듀서 테렌스 창은 양조위의 변심이 개런티 변화 때문은 아니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제갈량은 금성무가 맡았고 장첸은 손권, 조미는 손권의 여동생, 대만의 슈퍼모델 린치링은 오나라 장수 소교(이자 주유의 아내)로 각각 캐스팅됐다. 와타나베 겐은 조조 역에 불렸다가 중국의 역사적 인물을 일본인이 하는 건 말이 안 된다는 중국 팬들의 항의로 물러났다는 후문. 조조는 장풍의가 맡았다. <적벽>은 서기 208년 위, 촉, 오 삼국이 양쯔강 남쪽을 무대로 벌였던 적벽대전에 관한 영화다. 오우삼은 적벽대전 묘사를 위해 <삼국지>보다는 <삼국사기>를 주로 참고했다 밝혔고, 상대적으로 왜곡이 많았던 조조나 주유 같은 인물들은 좀 더 역사적 정확성에 근접해 있을 것이라 덧붙이기도 했다. 총예산 8천만달러, 러닝타임 4시간, 촬영기간이 8개월을 넘은 <적벽>은 이미 예산 규모만으로 아시아영화 사상 최고 기록을 하나 만들었다. 허베이성의 대형 저수지 두곳에서 해전신을 촬영한 <적벽>의 주요 과제 중 하나는 바로 CG. 테렌스 창은 이 영화가 기술적인 면에서도 아시아의 야심작이라며 <씬 시티> 나 일본 만화에서 볼 수 있는 폭력의 이미지, <300>의 전쟁게임 이미지 등에 매료된 젊은 관객을 위한 대량의 CG작업이 있을 것을 예고했다. 따라서 <칠검> <야연> 등 기존의 시장 성공사례를 답습한 무수한 중국 무협물과도 분명히 차별될 것이라 말한다. <적벽>의 시각효과 슈퍼바이저 크레이그 헤이스는 <매트릭스> 시리즈,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 <수퍼맨 리턴즈> 등에 참여했다. <적벽>은 두번에 나누어 개봉한다. 비단 4시간짜리 러닝타임 때문만 아니라, 이 영화가 중국사에 대한 대형 전시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 중국 정부쪽에서 반드시 베이징올림픽 전에 개봉하라고 제작진에 요구한 것. 올 여름에 개봉하는 <적벽>은 전편이며, 후편은 겨울 개봉예정이다. 오우삼은 <버라이어티>에 “<적벽>은 내가 영화를 시작한 이래 가장 많은 에너지를 쏟아붓고 가장 오랫동안 준비했으며 가장 힘겨운 작업”이라고 말했다. 서구 타지에서 자신의 할당량을 채우고 돌아온 아시아 감독의 거대한 야심작에는 중국의 차이나필름, 대만의 CMC엔터테인먼트, 일본의 에이벡스 그리고 한국의 쇼박스가 주요 투자자로 참여해 있다.
<스피드 레이서>
감독 앤디 워쇼스키, 래리 워쇼스키 출연 에밀 허시, 크리스티나 리치, 정지훈 수입·배급 워너브러더스 개봉예정 5월8일
워쇼스키 형제, 복고적으로 스피드 업! 제임스 카메론의 <아바타>보다 더 흥미진진하고, 혁신적인 영화가 될 것이다. 콜라이더닷컴의 알렉스 빌링턴은 <스피드 레이서>의 촬영장 방문 기사에서 워쇼스키 형제의 새 영화가 전작인 <매트릭스> 시리즈는 물론 지금까지의 그 어떤 영화보다 새로운 이미지를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비교 대상으로 제시한 <아바타>도 실사와 컴퓨터그래픽을 섞어 제임스 카메론의 새로운 실험을 예고하는 작품이니 <스피드 레이서>의 비주얼이 어느 정도일지 쉽게 가늠이 되지 않는다. 다만 지금까지 공개된 정보를 수집해보면 <스피드 레이서>는 영화의 전체 혹은 상당 부분을 블루 스크린 앞에서 촬영했고, 워쇼스키 형제가 처음으로 HD카메라로 찍은 영화이며, 2D의 애니메이션적인 영상을 실사와 혼합했다. 일단 공개된 예고편 영상을 보면 <스피드 레이서>가 원작 애니메이션 시리즈인 <마하 고고고>의 영상을 최대한 살려내고 있다는 느낌이다. 특히 제작자인 조엘 실버가 복고 미래적(retro future)이라고 표현한 영화의 톤은 60년대 만화의 이미지를 그대로 가져와 그 위에 속도를 입힌 듯하다. 극중 주인공 스피드의 엄마로 출연한 수잔 서랜던의 말을 빌리면 영화의 모든 화면은 전면과 후면에 모두 포커스가 잡힌 다소 만화적인 구도고, 전체적으로 영화는 2D와 3D가 어우러진 새로운 실험이 될 예정이다. 일본의 인기 TV만화 시리즈 <마하 고고고>를 원작으로 한 <스피드 레이서>는 사실 1992년에 시작된 프로젝트다. 제작 일정의 차질과 중단, 시나리오상의 의견 불일치 탓에 수많은 감독과 각본가의 손을 거쳤고, 크레딧에 이름을 올렸다 내린 배우도 10여명이 넘는다. 1995년엔 조니 뎁이 주인공에 캐스팅됐다 개인적인 이유로 출연을 취소했고, 구스 반 산트, 알폰소 쿠아론도 한때 연출가로 이름을 올렸다. 그러다 2006년 실버 영화사의 프로듀서 조엘 실버가 <매트릭스> 시리즈를 함께한 워쇼스키 형제와 프로젝트를 맡았고 <매트릭스> 시리즈의 시각효과 디자이너 존 개타도 여기 합류했다. 영화는 타고난 레이서 스피드(에밀 허시)가 로얄튼이란 회사의 음모에 맞서 가족과 레이싱 경기를 구하는 이야기로, 워쇼스키 형제는 원작 애니메이션을 재밌게 봤다며, 조카에게 보여줄 만한 영화를 만들고 싶어 연출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확실히 <스피드 레이서>는 워쇼스키 형제의 전작보다 밝고, 가족영화에 가까워 보인다. 하지만 워쇼스키 형제 특유의 철학과 세계관은 새겨질 예정. 에밀 허시는 워쇼스키 형제가 단순히 TV쇼를 보고 그대로 영화에 옮길 사람들은 아니라며, <매트릭스>나 <브이 포 벤데타>(워쇼스키 형제 제작)처럼 독립에 대해 말하고 생각할 거리를 주는 영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할리우드에서 주목받고 있는 젊은 배우 에밀 허시와 크리스티나 리치가 각각 주인공 스피드와 그의 여자친구를 연기하며, 가수 비는 신예 레이서로, 어떤 역할인지 밝혀지진 않았지만 그룹 god의 멤버였던 가수 박준형도 출연한다.
<발키리>
감독 브라이언 싱어 출연 톰 크루즈, 패트릭 윌슨 수입·배급 이십세기 폭스 개봉예정 10월
톰 크루즈의 히틀러 암살작전 톰 크루즈의 모든 게 달려 있다. 많은 논쟁과 소문에 시달려온 영화 <발키리>가 2008년 10월3일 드디어 공개된다. <발키리>는 2차 세계대전 때 전투에서 중상을 당한 독일군 대령 슈타우펜버그가 히틀러를 암살하는 계획 발키리 작전에 가담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독일 언론은 사이언톨로지교의 열렬한 신자 톰 크루즈가 주인공 슈타우펜버그 대령을 연기한다는 뉴스에 격노했고, 독일 정부 역시 영화의 제작사인 유나이티드 아티스츠(UA)로부터 촬영 협조 요청을 받기 전부터 독일 내에서의 촬영을 허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물론 독일 정부는 이후 입장을 바꿔 촬영을 허가했지만 슈타우펜버그의 가족과 독일 기독교협회는 노골적으로 톰 크루즈의 종교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다. 슈타우펜버그의 아들은 영화제작은 지지하지만 크루즈는 아빠에게서 손을 떼라고 말했고, 기독교협회 대변인 토마스 간도우는 톰 크루즈는 1936년 올림픽이 나치한테 주웠던 프로파간다적인 이득을 이번 영화를 통해 사이언톨로지에 줄 것이라며 크루즈를 조셉 고블 장관에 비유했다. 이외에도 <발키리>는 엑스트라의 트럭 사고, 나치의 상징물을 공공장소에 전시했다는 이유로 신고된 독일 주민들의 불만 등 온갖 장애들과 싸워야 했다. 2007년 10월 모든 촬영을 마쳤지만 지금도 후반작업 중 손상된 벤들러블록(슈타우펜버그 일당이 히틀러 암살을 도모했던 곳이자, 이후 슈타우펜버그 일당이 처형되는 장소) 촬영분 때문에 2008년 2월 재촬영을 기다리고 있다. <발키리>는 <로스트 라이언즈>를 제작했던 UA의 차기작으로 폴 와그너와 함께 UA와 파트너 관계를 맺고있는 톰 크루즈는 <로스트 라이언즈>의 흥행 실패를 딛고 온갖 잡음 속에서 힘겹게 재기를 노리고 있다. 톰 크루즈의 스캔들과 제작을 둘러싼 잡음에 독일 지역 타블로이드지를 시끄럽게 장식했지만 <발키리>는 사실 브라이언 싱어의 차기작이라는 점에서 살펴봐야 할 영화다. <슈퍼맨 리턴즈> 이후 싱어의 3년 만의 차기작이 될 <발키리>는 <유주얼 서스펙트>에서 함께했던 크리스토퍼 매커리가 시나리오를 쓴 작품이다. 아직까지 작품에 대한 싱어의 구체적인 멘트는 찾아보기 힘든데 그는 일단 매커리의 제의에 단번에 응했다고 하고, 주인공을 톰 크루즈로 택한 이유에 크루즈의 옆모습 프로필이 슈타우펜버그와 매우 닮았다. 외형적인 모습과 더불어 묘한 매력을 느꼈다고 말했다. 공개된 프로필 사진과 트레일러에서 톰 크루즈는 둥글게 말린 머리 스타일을 하고 있는데 그 모습이 고증의 의미를 넘어 무언가 묘하게 선뜻한 느낌을 준다. 목숨까지 걸며 암살을 계획해야 했던 슈타우펜버그는 그 상황에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일을 잘 인지하고 있었다는 톰 크루즈의 말에 기대 유추해보면 <발키리>는 <엑스맨2>의 돌연변이나, <슈퍼맨 리턴즈>의 주인공처럼 세상에서 소외된 인물의 또 다른 버전이 될 듯싶다. 실제로 슈테우펜버그는 아프리카 지역 전투에서 시력과 왼쪽 손을 잃었다. 더불어 이번 영화를 다양한 캐릭터의 앙상블로 받아들였다는 싱어의 멘트는 <발키리>가 <유주얼 서스펙트>의 어떤 부분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기대를 부추긴다. 제작비의 3분의 2를 독일에서 쓴 만큼 세계 2차대전 당시의 상황을 재현한 영화의 디테일도 기대되는 요소다.
<월-E>
감독 앤드루 스탠튼 목소리 출연 프레드 윌러드, 제프 갈린, 벤 버트, 킴 코프 수입·배급 소니픽쳐스릴리징코리아브에나비스타영화(주) 개봉예정 7월
지구 최후의 로봇이 살아가는 법 월-E>는 지구상에 남게 된 마지막 로봇의 이야기다. 먼 미래, 과다한 소비주의로 쓰레기 더미가 되어버린 지구를 전 인류가 떠나면서 청소로봇을 수백만대 만들어 땅에 풀어놨는데, 프로그래밍 실패로 단 한대의 로봇만이 멀쩡히 남아 청소를 하게 된 것이다. 그의 이름은 월-E. 비록 로봇이지만 월-E는 살아가는 존재다. 살아 있다는 것의 궁극적 목적은 바로 사랑하는 것(감독 앤드루 스탠튼(<니모를 찾아서>)). <월-E>는 그래서 러브스토리다. 오랜 세월 혼자 살며 진화해 감정을 습득한 월-E는 어느 날 지구에 내려온 탐사로봇 이브를 보고 사랑에 빠진다. 이브는 월-E와 달라 감정을 모른다. 그럼에도 월-E는 이브의 마음을 얻으려고 애쓴다. <월-E>는 말하자면, 말하는 법을 모르는 가전로봇의 1개체 멜로물이기 때문에 대사가 거의 없다. 인간의 말을 하는 캐릭터는 하나뿐이며 나머지는 기계 소음만 낸다고. <스타워즈>에서 로봇 R2-D2의 사운드를 창조한 사운드 디자이너 벤 버트가 작업에 참여했다. 일단은 가전제품 느낌이 나도록 월-E의 디자인은 쌍안경과 픽사 로고에 쓰인 스탠드 룩소 주니어 두 가지를 참고해 만들어졌다. 대사가 거의 없어도 제작자 존 래세터의 자신감은 확고하다. “애니메이션의 예술은 캐릭터가 무엇을 하느냐에 관한 것이지 그것이 무슨 말을 하느냐에 관한 것은 아니다.”
<나니아 연대기 캐스피언 왕자>
감독 앤드루 애덤슨 출연 리암 니슨, 윌리엄 모슬리, 조지 헨리, 안나 포플웰, 스캔더 케인스, 벤 반스 수입·배급 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영화(주) 개봉예정 5월
나니아의 두번째 연대기 <반지의 제왕> <해리 포터> 두 브랜드의 성공을 벤치마킹해 판타지(아동)문학의 영화화 붐에 빠르게 합류한 영화 <나니아 연대기> 시리즈의 2편. C. S. 루이스의 원작소설 2권을 참고했다. 줄거리도 전편에서 이어져, 퍼번시가의 사남매 피터, 에드먼드, 수잔, 루시는 런던에서 평범하게 학교를 다니다 갑자기 나니아로 돌아간다. 이들은 그곳에서 나니아 왕국의 젊은 왕자 캐스피언이 자신의 부패한 삼촌 미라즈 왕에 맞서 왕관을 되찾는 싸움을 돕는다. 앤드루 애덤슨 감독은 2편의 스케일을 전편보다 키우고 싶은 욕심을 갖고, 아동용 원작에 없는 대형 전투신을 추가했다고 전해진다. 미라즈 왕의 모습은 중세 장수의 이미지를 참고했다고 하고, 휘하의 군대는 밝고 성스러운 르네상스 시대에 어둡고 파격적인 화풍을 구사했던 화가 엘 그레코의 그림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인간들만의 세상을 넘어선 상상의 땅을 배경으로 다양한 신화적 종족들이 등장하는 <나니아 연대기>의 시각효과와 특수효과, 특수분장은 전편에 이어 웨타 워크숍이 맡았다. 이런 점을 비롯해 1편 개봉 당시, 원작간의 장르적 유사성 등 여러 외적 조건들로 <나니아 연대기>는 <반지의 제왕>에 두루 비교됐다. 이 영화가 전편보다 무게감과 밀도를 갖고 판타지영화 시리즈의 선배들만큼의 신뢰를 구축할 수 있을지, 바야흐로 춘추전국시대에 돌입한 할리우드 아동용 판타지물 시장에서 <나니아 연대기> 제작진들이 가장 고민한 지점은 아마 그것일 것이다.
<아이언 맨>
감독 존 파브로 출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테렌스 하워드, 기네스 팰트로 수입·배급 CJ엔터테인먼트 개봉예정 4월30일
철갑 옷을 입은 슈퍼히어로 또 다른 슈퍼히어로의 출현이다. 마블사의 대표적인 코믹스 중 한편인 <아이언 맨>이 스크린으로 찾아온다. <데어데블> <윔블던> 등의 배우이자 <엘프> <브레이크 업: 이별후애(愛)>의 감독인 존 파브로가 연출하는 영화 <아이언 맨>은 엉망진창으로 삶을 살던 남자가 신비한 능력을 가진 옷을 만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마블사가 자체적으로 제작하는 첫 번째 작품이다. 무기 디자이너인 토니 스탁/아이언 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은 미사일 디자인을 발표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에 간다. 하지만 그는 거기서 공격을 받아 인질이 되고 인질로 잡혀 있는 동안 여러 금속 재료를 접하게 된다. 이후 집으로 무사히 돌아온 그는 비행과 무기 기능이 탑재된 슈트를 만들고 그 슈트를 입고 세상의 범죄와 싸우기 시작한다. 철갑 옷을 입은 남자, 하늘을 나는 아이언 맨. <아이언 맨>의 성공 포인트는 기존의 슈퍼히어로물과 캐릭터를 얼마나 차별화할 수 있는가이다. 파브로 감독도 아이언 맨의 슈트 디자인이 영화의 전체적인 디자인을 결정할 정도라고 말했는데, 공개된 트레일러에 의하면 그 디자인의 톤은 투박하지만 날렵하고, 거칠지만 민첩한 느낌이다. 존 파브르 감독은 <트랜스포머>의 비쥬얼이 영화에 대한 관심도를 높였다며 슈트 하나의 이미지로 영화에 대한 호기심을 높일 수 있는 비주얼이 <아이언 맨>의 목표라고 말했다. 영화의 내용에서 <아이언 맨>은 삶 내부의 장애를 극복하는 주인공의 내면에 집중할 듯. 파브로 감독은 다우니 주니어의 인생은 알코올에 빠져 있다 인생의 전환을 맞는 토니 스탁의 삶과 겹친다(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코카인 소지 혐의로 잠시 연기를 떠난 적이 있다)며 학교에 갇혀 있는 코믹스 캐릭터를 좀더 심도있게 다룰 것이라고 밝혔다. <아이언 맨>은 모든 관객이 볼수 있는 액션이 되겠지만 PG 등급의 가족 오락용 영화는 아니라고. 파브로 감독은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비긴즈>를 언급하며, <아이언 맨>에 대한 자신의 목표가 일종의 독립영화라고 말했다.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털 해골의 왕국>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출연 해리슨 포드, 케이트 블란쳇, 샤이어 라버프, 레이 윈스턴, 짐 브로드벤트 수입·배급 CJ엔터테인먼트 개봉예정 5월22일
무려 19년 만의 속편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털 해골의 왕국>(이하 <인디아나 존스4>)은 제작기간에 꼬박 19년이 걸렸다. 제작총지휘를 맡은 조지 루카스와 영화의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주연배우 해리슨 포드의 견해 차가 주된 이유였고 이들의 견해 차는 (모든 영화들이 그렇듯) 시나리오에 있었다.
4편의 시나리오 작업은 3편 <인디아나 존스 최후의 성전>(1989)이 개봉한 직후부터 시작됐다. <다이하드>를 쓴 젭 스튜어트에서부터 M. 나이트 샤말란, 스티븐 개건(<크래쉬> <시리아나>)과 톰 스토파드(<셰익스피어 인 러브>)까지 만진 시나리오를 거의 최종고로 써냈던 사람은 프랭크 다라본트. 2002년 다라본트는 나치의 영향력이 남아 있던 1950년대를 배경으로 시나리오를 썼는데 내가 읽어본 것 중 최고의 4편이라고 스필버그가 코멘트한 시나리오를, 루카스는 퇴짜놓았다. 다라본트의 시나리오에는 인디아나 존스의 아들 설정이 없었다. 최종 시나리오는 데이비드 코엡(<쥬라기 공원> <미션 임파서블> <우주전쟁>)의 손에서 나왔다. 2006년 12월29일 코엡의 시나리오는 루카스, 스필버그, 포드 3인을 모두 만족시켰다고 루카스가 공표했고, 2007년 6월18일 4편은 대망의 촬영에 들어갔다. <인디아나 존스4>의 배경은 1957년. 대학으로 돌아와 후학 양성에 힘쓰던 인디아나 존스 교수가 소련 요원들에 대항해 크리스털 해골을 찾으러 떠난다는 게 알려진 줄거리의 전부다. 1957년은 3편의 시간적 배경으로부터 정확히 19년 뒤다. 다시 말해 4편은 3편 개봉으로부터 흐른 현실의 시간을 극에 그대로 반영한다. 제작진이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3편과의 연결성은 줄거리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스필버그는 영화에 사용되는 CG 분량이 30% 미만이 될 것이라고 했고 프로듀서 프랭크 마셜도 우리 영화는 전통적인 특수효과와 스턴트 작업에 의존하게 될 것이라며 전편들과 외적으로도 일관성을 갖기 위해서라고 덧붙였다. 존스 교수와 연인이자 적의 관계에 놓이는(프로듀서 프랭크 마셜) 러시아 요원 스팔코 역엔 케이트 블란쳇이 출연하고, 현재까지 캐릭터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오토바이 폭주족으로 샤이어 라버프가 등장한다. 그의 역할은 무엇일까? 어쨌거나 라버프는 4편의 역할을 연구하기 위해 1~3편을 몇번이나 반복 감상했다 한다. 한 엑스트라 배우가 줄거리를 매체에 발설하는가 하면 스필버그의 사무실에서 예산 관련 서류들이 도둑맞는 일을 겪기도 한 <인디아나 존스4>는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의 표현에 따르면 <스타워즈>와 <해리 포터> 같은 파워 프랜차이즈다. 4편이 인디아나 존스 너네 엄마 요리 솜씨 꽝 같은 식으로 개봉해도 대중은 보러 가리라는 얘기다. 세월은 19년이나 흘러 해리슨 포드는 64살이 되었지만 무슨 상관이랴. 마셜은 그에 대해서도 자신 있게 응수했다. “우리 영화에서 나이는 햇수의 문제가 아니고 마일리지의 문제다. 훨씬 지혜로워지고 현명해진 존스 교수를 만나게 될 거란 말씀.”
<삼국지 용의 부활>
감독 이인항 출연 유덕화, 홍금보, 매기 큐 수입·배급 미정 개봉예정 4월초
조자룡이 주인공인 삼국지 <삼국지>의 조자룡은 장수들을 보좌한 장수였다. 조자룡은 중국 후한 말기의 군웅 중 하나였던 원소를 모시다가 그와 대립한 공손찬 밑으로 들어갔고, 공손찬이 멸망한 뒤엔 유비를 만나 유비를 주인으로 모셨다. 조자룡은 위나라 조조의 백만 대군과 맞서 싸워 유비의 아들 유선을 구했다. 서기 229년에 죽었으며 50살 정도까지 살았다고 전해지는 그는 늙은 뒤에도 제갈량과 함께 위나라 토벌전에 나서 장수 한덕의 네 아들과 싸웠고, 모두 이겼다. 영화 <삼국지 용의 부활>은 그 인물의 이야기를 확대한 영웅담이다. 유덕화가 장수 조자룡을 맡았고, 홍금보는 조자룡의 신뢰할 만한 친구 나평안을 연기한다. <미션 임파서블3>의 미녀 매기 큐는 위나라 대군을 이끄는 여장군 조영 역으로 캐스팅돼 야심 많은 책략가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제작기간에 영화와 관련해 일었던 논란 중 하나는 유덕화가 입을 갑옷의 디자인. 그가 완전무장한 외양이 중국 장수보다는 일본 사무라이를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팬들 사이에 있었다. 매기 큐의 외모가 전통적인 중국인상과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비현실적이란 논란도 있었다. 알려진 것에 따르면 이 영화에서 매기 큐는 베이징어를 구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감독 이인항은 <흑협> <성월동화> 등을 연출한 인물. 대형 전투신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삼국지 용의 부활>의 무술감독은 홍금보가 맡았다. 제작비는 약 2천만달러이며, 국내영화사 태원엔터테인먼트가 공동제작과 공동메인투자를 맡았다. 국내 공개는 수입의 형태를 띨 예정이다. <삼국지 용의 부활>의 CG작업을 비롯한 후반작업과 마케팅은 100% 한국에서 하게 된다.
<포비든 킹덤>
감독 롭 민코프 출연 성룡, 이연걸, 마이클 안가라노 수입 마스엔터테인먼트 배급 시네마서비스 개봉예정 4월24일
성룡이랑 이연걸이 합을 맞췄다 성룡과 이연걸이 뭉친다. 중국 액션영화의 두 대가 성룡과 이연걸이 롭 민코프(<라이온 킹> <스튜어트 리틀>) 감독이 연출하는 할리우드영화 <포비든 킹덤>에 함께 출연한다. 이는 둘의 첫 번째 만남. 중국 액션영화 팬들은 코믹한 느낌이 강한 애크러배틱 액션의 성룡과 잘 훈련된 킥과 펀치의 이연걸이 함께 액션을 맞춘다는 상상에 프로젝트 시작 단계부터 뜨거운 관심을 표해왔다. 게다가 무술은 <와호장룡> <킬빌> <매트릭스> 시리즈 등의 원화평, 촬영은 <와호장룡>의 피터 파우가 맡았으니 더이상의 완벽한 조합은 없을 듯. 민코프 감독은 이 쟁쟁한 사람들과 함께 작업하는 건 정말 놀라운 경험이었다고 말했고, 성룡은 이연걸과의 액션장면에 대해 다른 배우와는 20번은 맞춰봐야 했지만 이연걸과는 4번 정도면 오케이였다며 둘의 호흡을 자랑했다. 영화는 중국 고전 <서유기>의 얼개를 바탕으로 10대 소년의 성장담을 그린다. 뉴욕에 사는 10대 제이슨(마이클 안가라노)은 홍콩 액션영화와 쿵후에 빠져 있는 소년. 그는 전당포에서 발견한 여의봉을 계기로 중국 고대시대를 방문하게 되고, 거기서 구금되어 있는 손오공을 자신이 구해줘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후 제이슨은 우연히 만난 쿵후 사부(성룡), 삼장법사(이연걸)와 힘을 합쳐 모험을 이어간다. 이연걸의 말처럼 <포비든 킹덤>은 완벽한 여름용 가족영화. 더불어 성룡-이연걸 조합이 할리우드에서 얼마나 큰 시너지 효과를 낼지를 시험해볼 기회이기도 하다.
<CJ7>
감독 주성치 출연 주성치, 장우기, 소규 수입·배급 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영화(주) 개봉예정 4월10일
주성치의 SF 대작 주성치가 돌아왔다. 재주없는 평범한 서민을 위해 존재하는 우리 시대 최고의 아시아 희(비)극배우이자 이야기꾼이 <쿵푸 허슬>(2004) 이후 4년 만에 신작을 내놨다. 이번엔 SF다. SF가 아닌 무수한 전작들에서도 현실과 판타지를 우스운 듯 넘나들었던 그가 왜 SF를 하고 싶지 않았겠는가. <양쯔강7>, <희망>(A Hope), <에일리언>, <장강7호>(Long River 7) 등 온갖 제목들로 옮겨다녔고 루머도 많았던 그의 신작 제목은 <CJ7>로 확정됐다. CJ는 장강의 중국식 발음을 영어로 표기했을 때 각 음절의 첫자들이다. 지난 2003년 중국이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전세계 세 번째로 유인우주선(신주5)을 발사하고 2년 뒤 또 한대를 발사(신주6호)한 일련의 사회적 사건들이 주성치에게 이 영화의 영감을 주었다고. 줄거리는 커녕 주인공들 이름 한자도 공개되지 않은 <CJ7>은 다 쓰러져가는 집에서 찢어지게 가난하게 사는 남자와 고아 소년의 이야기다. 남자는 입양하다시피 주워와 보살피게 된 그 아이에게 장난감 하나 사줄 돈이 없다. 쓰레기통을 뒤져 발견한 물건 하나를 아이에게 건넸는데 알고보니 그것이 엄청난 외계 발명품이었던 것. 외계인들이 그 물건을 찾아 혈안이 되고 두 남자의 여행은 시작된다. <CJ7>의 제작비는 약 2천만달러. CG의 비중이 매우 클 예정인데 이 CG는 할리우드식의 매끈하고 차가운 인상보다는 정서적인 효과를 더 많이 낼 듯 보인다. 주성치의 캐릭터와 멜로 라인을 그리게 될 여배우는 19살의 홍콩 글래머 스타 장우기가 맡았다. 주성치가 발굴했다고 해서 먼저 유명해진 그는, 송혜교를 닮은 얼굴로 대폭 성형수술을 해서 최근에 다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주성치에게 얹혀사는 고아 소년을 연기한 소규는 실제로는 소녀다.
<헬보이2>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 출연 론 펄먼, 셀마 블레어 수입·배급 UPI 개봉예정 9월
지옥에서 그가 다시 돌아왔다 헬보이가 돌아온다. 지하세계에서 올라온 변종의 히어로 헬보이가 속편 <헬보이2: 더 골든 아미>(이하 <헬보이2>)로 다시 스크린을 찾는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마이크 미뇰라의 코믹북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 <헬보이>는 지구를 종말의 위기로 몰고 가는 세력 라스푸틴과 이에 맞서 싸우는 히어로 헬보이의 이야기. 스튜디오에서 겁내하는 블록버스터란 더그 존(1편에서 아베 사피엔을 연기한 배우)의 표현대로 이 영화는 속편 제작까지 4년 넘게 걸렸고, 전편의 배급을 맡았던 소니픽처스는 영화의 흥행 성적이 나쁘지 않았음에도 시리즈의 판권을 유니버설픽처스에 넘겼다. 무엇보다 지옥이 배경으로 등장하는 어두운 분위기와 <프랑켄슈타인>과 <드라큘라> <늑대인간> 등을 합쳐놓은 듯한 괴상하고 혐오스런 캐릭터는 가족용 블록버스터로서 부적확 대상. 실제로 <헬보이2>는 델 토로 감독이 <판의 미로 오필리아와 세개의 열쇠>로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다면 태어나지 못했을 영화인지도 모른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과 마이크 미뇰라가 밝힌 속편의 줄거리는 원작 만화와도 전편 영화와도 많은 부분 차이가 있다. 헬보이, 그의 여자친구 리즈 셔먼, 그의 동료 아베 사피엔 등 중심 인물은 그대로 등장하지만 나치, 미친 과학자 등이 대두됐던 전편과 달리 후편은 민속 신화, 동화적인 느낌이 강해진다. 인간 세상에 지옥을 초래하려는 가상 제국의 세력들이 황금 군대를 몰고 오고 헬보이는 동료들과 힘을 합쳐 이에 맞선다. 델 토로 감독과 함께 각본을 쓴 마이크 미뇰라는 미국에서 인디언들이 유보지로 밀려난 역사가 헬보이의 과거와 같은 맥락인 것 같다고 설명했는데 이는 <헬보이2>가 세상의 질서에서 밀려난 신과 캐릭터를 인물 구성의 주요 테마로 삼았다는 의미다. 전편의 캐릭터 외에도 눈은 없고 큰 날개를 가진 죽음의 천사, 원통 모형에 머리는 꼭대기에 달고 다니는 챔벌린 등 특이한 비주얼의 인물들이 새로 등장하며, 델 토로 감독은 3부작으로 <헬보이> 시리즈를 완성하겠다고 말했다.
<본드22> <미이라3> 등 그외 개봉예정작들
아직 정식으로 모습을 드러내진 않았지만(그러니까 스틸이 정식 공개된 건 아니지만) 2008년 개봉일을 체크해볼 만한 영화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밀레니엄 최고의 화제작, 조앤 K. 롤링 원작의 <해리 포터와 혼혈왕자>(감독 데이비드 예이츠 출연 대니얼 래드클리프, 에엠마 왓슨, 루퍼트 그린트 수입·배급 워너브러더스 개봉예정 12월18일)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해리와 볼드모트의 대결을 그린다. 볼드모트의 정체를 알아갈수록 흑마법의 세계에 더욱 깊게 들어가는 해리 포터의 6학년 학교생활 이야기는 4편을 연출했던 데이빗 예이츠가 메가폰을 그대로 쥐었다. 기예르모 델 토로가 감독 제안을 받았으나 거절했다고 한다.
마틴 켐벨 감독이 되살려놓은 시리즈의 22편 <본드22>(감독 마크 포스터 출연 대니얼 크레이그, 주디 덴치 수입·배급 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영화(주) 개봉예정 11월6일)는 아직 본드걸을 확정짓지 못한 채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 있다. 시나리오를 작업 중인 인물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파트너 폴 해기스인데, 해기스의 말로는 <본드22>의 스토리가 전편 <007 카지노 로얄>(2006)의 엔딩 2분 뒤의 상황부터 시작한다고. 전편에서 거짓말은 크게 했지만 너무 아름다웠던 연인 베스퍼(에바 그린)를 잃은 본드는 이제 복수에 뛰어들어야 한다. 본드의 앞길을 막는 악당으로는 <뮌헨>(2005)에서 대중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감독 겸 배우 마티유 아말릭이 출연한다.
6년만에 돌아오는 속편 <미이라3>(감독 롭 코언 출연 브렌단 프레이저, 마리아 벨로, 이연걸, 양자경 수입배급 UPI 개봉예정 7월말)는 영문 부제가 용황제의 무덤(Tomb of the Dragon Emperor)이다. 여기에 출연자 정보를 합치면 <미이라3>는 주인공이 아시아 왕족의 무덤을 파헤친다는 스토리가 나온다. 릭(브렌단 프레이저)은 장성한 아들 알렉스(루크 포드)와 함께 진시황제의 능에서 원형이 손상되지 않은 미이라를 건지는데, 알고보니 그것은 수백년전 한 마녀(양자경)의 저주에 묶인 존재. 부활한 진시황제로 이연걸이 출연하며, 릭의 아내 에블린 역은 레이첼 바이즈가 고사한 까닭에 마리아 벨로에게 넘어갔다.
M. 나이트 샤말란은 명성을 회복할 수 있을까? <빌리지>(2004) <레이디 인 더 워터>(2006) 등 최근작에서 그만의 독창적인 이야기 구조에 스스로 발이 묶인 듯했던 샤말란이 올 여름 돌아온다. <해프닝>(감독 M.나이트 샤말란 출연 마크 월버그 수입 배급 이십세기 폭스 개봉예정 6월)은 전지구적 환경 재난으로부터 살아남으려는 한 가족의 분투를 그린 스릴러. 특정 식물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신경독이 발산된다. 이 독소는 바람을 따라 옮겨다니며 사람의 몸에 흡수돼 광포한 자살을 떼로 야기한다는 게 줄거리다. 2007년 1월, 샤말란은 <녹색 효과>라는 제목으로 써둔 시나리오를 여러 스튜디오에 돌렸으나 모두 퇴짜 맞았다. <해프닝>은 그가 두 달간 새 자료와 아이디어를 수집하고 이야기를 수정해 현재의 버전으로 폭스와 제작 계약을 맺게 됐다는, 씁쓸한 해프닝이 얽힌 프로젝트다.